Masuk‘남지라고?’송남지의 가슴이 요동쳤다.늘 성까지 붙여 부르던 그가 아니던가.잠시 후 송남지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며 일침을 놓았다.“하정훈 씨, 방금 내 농담에 너무 겁먹으신 거 아니에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성 떼는 걸 잊으실 정도로요.”하정훈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송남지의 말을 되뇌었다.“어? 내가 성을 안 붙였나? 깜빡했어.”묘한 어색함이 공기를 감돌았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가소롭다는 듯 쏘아붙였다.“하정훈 씨가 이렇게 겁쟁이인 줄은 몰랐네요. 추락 한마디에 사시나무 떨듯 떠는 걸 보니, 역시 가진 게 많으면 죽는 게 제일 큰 공포인가 보죠?”말을 마친 송남지는 제자리로 돌아가 잡지를 뒤적거리며 더 이상 하정훈을 쳐다보지 않았다.하정훈의 전용기는 예정대로 서경 공항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내린 송남지는 탑승교를 지나며 텅 빈 서경 공항의 전경을 둘러보았다.서경,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착륙 후 송남지는 라인국에서 사 온 선물들의 행방을 물었으나, 하정훈은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로 일축했다.“네가 산 선물들이 다 별로길래 버렸어.”송남지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하정훈 씨! 제정신이에요? 최소한의 선은 좀 지켜주면 안 돼요? 그건 내가 산 선물이지 하정훈 씨가 산 게 아니잖아요! 그게 좋든 나쁘든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라고요!”화가 머리끝까지 난 송남지는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몰아붙이듯 하정훈을 쏘아보았다.하정훈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흥분한 송남지와 대조적으로 덤덤하게 대꾸했다.“미안해. 네 선물들 버린 건 사과할게. 대신 보상으로 서윤이 시켜서 다른 거 좀 챙겨줄 테니까.”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하정훈을 노려보았다.“당연히 비서분 시켜서 가져오게 해야죠! 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물건을 멋대로 버린 건 그쪽이니까요!”...공항 주차장에서 송남지는 물건을 받기 위해 김서윤을 찾아갔다.하지만 김서윤은 차를 멈춰 세우고 창문을 열어 그녀를 재촉했다.“송남지 씨, 일단 타시죠. 주차장에 차
송남지는 움찔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본능적인 방어 기제였다.하정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홍수나 맹수 같은 거 아니거든.”송남지는 옆으로 슬쩍 몸을 비틀며 대답했다.“배 안 고파요. 혼자 드세요.”답을 들은 하정훈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송남지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지만 세 시간이라는 시간이 갑자기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잠깐 졸다 눈을 떴을 때, 샤워를 마친 하정훈이 목욕 가운 차림으로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가운 사이 깊게 파인 브이넥 틈으로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눈을 뜨자마자 이런 광경을 마주한 송남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쏘아붙였다.“하 대표님, 예의 좀 지켜주실래요?”졸지에 지탄을 받게 된 하정훈은 억울했다. 딱히 보여주지 말아야 할 곳을 노출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샤워하고 가운을 입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송남지는 손가락 사이로 살짝 틈을 내어 하정훈의 가슴팍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훔쳐보았다.물방울은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경이었다.하정훈은 송남지의 시선을 따라 제 몸을 훑어보더니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가운을 여몄다.“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씻고 나와서 홀딱 벗고 있는 변태라도 된 것 같잖아.”송남지가 입술을 내밀며 쏘아붙였다.“안 입은 거랑 별 차이도 없거든요.”예전에 이미 다 봤던 몸이었기에, 일부분만 보아도 나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솜씨가 보통이 아닌 송남지를 이길 재간이 없었던 그는 차라리 침묵을 택했다.전용기 안, 자신만의 넓은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자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똑같이 전용기를 타고 맨성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돌이켜보면 그날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잿빛으로 물든 날이었다.바로 이 좌석에서 그는 주치의가 보낸 메일 한 통을 받았다.메일의 내용은 마치 지금 눈 앞에 펼쳐진
10분 전, 김서윤은 하정훈을 걱정하며 탑승을 권했다.“대표님, 먼저 타시죠. 계속 서 계시면 무리입니다.”하정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공항 대기실 입구 쪽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김서윤이 하정훈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송남지가 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휠체어에 앉은 박재용이 따라오고 있었다.송남지가 몸을 굽혀 박재용을 꼭 껴안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정훈이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명령했다.“가서 불러와. 비행기 곧 이륙한다고.”송남지는 자신을 재촉하는 김서윤을 돌아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아직 30분이나 남지 않았나요?”교통체증을 우려해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던 터였다.김서윤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말을 지어냈다.“그게, 일찍 준비되면 비행기도 조금 더 일찍 뜰 수 있어서요.”송남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이 상황이 다소 비논리적이라 생각했지만, 더 따지지 않고 십여 미터 떨어져 서 있는 하정훈을 한 번 본 뒤 박재용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럼 다음에 봐요. 대신 선물 준비해줘서 고마워요.”송남지가 쇼핑백을 흔들자 박재용이 하정훈의 비서 눈치를 보며 소곤거렸다.“임승아 씨가 괴롭히면 바로 나한테 일러요.”송남지는 그 소리에 빵 터지고 말았다.“일러주면 뭐 하게요? 재용 씨가 염력으로 대신 복수라도 해줄 거예요?”박재용은 얼굴을 굳히며 대꾸했다.“나 휠체어 탔다고 얕보지 마요. 원래 진짜 고수는 자기 손 안 더럽히는 법이거든요.”송남지는 빙그레 웃었다.“뭘 그렇게 정색해요. 그냥 우리 집 가서 연극 한판 하는 건데. 임승아 씨가 정말 신경 쓴다면 이 연극도 때려치우면 그만이죠.”김서윤이 문득 한마디를 보탰다.“송남지 씨, 임승아 씨는 어제저녁에 이미 수리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셨습니다. 지금쯤 거의 도착했을 거예요.”송남지는 조금 당황했다. 늘 박재용과 임승아가 한 세트처럼 붙어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임승아가 갑자기 학교로 돌아가 버리면 두 사람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은 셈 아닌가?송남지는 고개를 들어 십여 미터 밖에 서
박재용은 휴대폰 뉴스를 보더니 박명규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삼촌, 남지 씨 주변에 나쁜 놈들이 부족할까 봐 한 명 더 보태주신 거예요? 김신예는 라인국에서 알아주는 난봉꾼이라고요. 인플루언서나 모델들 사이에서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놈인데.”식사가 준비되자 송남지는 가정부 대신 박재용의 휠체어를 밀어 식탁으로 향했다.그녀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 모델이나 인플루언서랑은 거리가 한참 먼데, 김신예 씨가 왜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접근했나 했네요.”박재용이 픽 웃으며 답했다.“김신예가 삼촌 돈 보고 접근한 거죠. AI 사업 하니까 대출도 많을 텐데, 남지 씨만 잡으면 삼촌도 잡는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자기 취향이 아니더라도 억지로라도 덤벼들었겠죠.”그제야 송남지도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아, 그런 거였군요.”박명규는 머쓱해 하며 사과를 건넸다.“남지야, 아저씨가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건데 오히려 나쁜 꼴만 보게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혹시라도 너 괴롭힌 건 아니야? 기분 나쁘게 굴었으면 아저씨가 가서 당장 따져주마.”송남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저 괴롭히지 않았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 테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무리하게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같은 젊은 사람들 말로, 인연이라면 사랑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거든요. 인연이 아니면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고요.”김신예 일로 호되게 데인 박명규는 더 이상 무리한 소개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식탁에서 박명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뇌까렸다.“내가 생각하기엔 이번 김신예 스캔들 말이야, 아무래도 누군가 작정하고 걔 담그려고 터뜨린 것 같단 말이지. 냄새가 아주 풀풀 나.”박재용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라인국 바닥에서 사업하면서 남의 눈에 띄는 거 안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다들 몸을 사리며 제 분수를 지키기 마련인데, 김신예만 유독 고자세로 요란하게 굴었으니 타깃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죠. 김씨 가문이든 김신예든 누구 하나 무너지면 옆에서
송남지의 머릿속에 돌연 하정훈의 얼굴이 떠올랐다.조금 전 김신예는 질이 안 좋은 놈이라며 엄한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송남지는 미간을 팍 좁혔다. 참으로 재수 없는 예언만 하는 입이었다.허나 애초에 김신예에게는 연인으로서 어떠한 기대도 품지 않았으니 별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송남지는 말을 마친 뒤 아무런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빌딩을 빠져나오자마자 김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잠시 어떤 김 비서인지 헷갈려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기억을 더듬어 냈다.하정훈과 연락이 닿지 않던 그 시절, 이 번호는 그녀의 유일한 구원과도 같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번호로도 끝내 하정훈과는 연결되지 못했다.김서윤이 왜 전화를 했을지 몇 초간 고민하던 송남지는 전화를 받았다.“송남지 씨인가요? 안녕하세요.”“김 비서님, 무슨 일이시죠?”상대는 용건이 분명했고 군더더기 없이 본론을 꺼냈다.“대표님께서 송남지 씨의 라인국 업무가 언제 끝나는지 여쭤보라고 하셨습니다.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님께서도 서경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으시겠다고요.”“업무는 오늘 끝나요. 하지만 내일 돌아갈 거예요.”박재용을 만나는 것이 이번 방문의 주된 이유였다. 일이 끝났다고 바로 가버리면 너무 일하러 온 티만 내는 것 같아 송남지는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네, 그럼 대표님께 그렇게 전할게요.”통화가 끝나자 박명규가 보낸 차가 도착했다.기사가 웃으며 말했다.“송남지 씨, 박씨 저택에서 만찬을 준비해 두셨습니다.”송남지가 차에 올라탄 뒤, 김서윤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송남지 씨, 대표님께서 내일 아침 서경행 전용기를 준비하셨습니다. 제가 내일 일찍 모시러 가겠습니다.”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송남지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가 그 사람하고 같이 전용기를 타고 가겠다고 했나요?”김서윤이 잠시 말을 고르더니 대답했다.“대표님 말씀이, 연기를 하려면 끝까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전용기로 가시는데 송남지 씨
송남지는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어찌 됐든 방금 전 김신예가 사람들 앞에서 제 체면을 세워준 것도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마침 별다른 일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오래 구경할 순 없어요. 이번 라인국 방문의 주목적이 박재용 씨를 문병하는 거라 일찍 끝내고 박씨 저택에 다시 들러야 하거든요.”김신예가 너스레를 떨며 대꾸했다.“그럼요, 남지 씨의 귀한 시간을 무작정 뺏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인연이란 함께한 시간보다 서로 얼마나 깊이 공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니까요.”송남지는 새로운 이성을 알아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지만 김신예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마치 영화를 3배속으로 돌려보는 듯한 속도감에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생경한 불편함이 엄습했기 때문이다.교류회장을 나서자 김신예는 신사답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지 씨, 타시죠.”송남지가 차에 막 올라타려던 찰나, 김신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김신예의 눈매가 짜증으로 일그러졌고 그는 단번에 통화를 거부했다.그러자 송남지가 먼저 배려하며 말했다.“급한 전화면 먼저 받으세요.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까요.”김신예는 웃으며 그녀의 제안을 사양했다.“아뇨, 별거 아닙니다. 그냥 스팸 전화예요.”송남지도 따라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스팸 전화요? 전 국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신예의 전화가 다시 울려 퍼졌다.송남지는 의도치 않게 화면을 슬쩍 보게 되었는데, 거기엔 여자 이름으로 된 발신인이 떠 있었다.김신예는 찔리는 듯 서둘러 다시 전화를 끊어버렸고 송남지는 얕게 숨을 들이켰다.김신예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물었다.“자, 이제 어디로 갈까요?”그때 휴대폰이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이번 발신인 이름은 ‘엄마'였다.송남지는 짐짓 농담조로 던졌다. “어머니 전화인데 이번엔 받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김신예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전화를 받았다. 좁은
송남지의 눈에는 방을 가득 채운 선물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반면 이미란은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기 바빴다.“이건 모두 사모님께서 해외에서 어렵게 구해오신 것들이에요. 유명 브랜드는 아닐지 몰라도,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답니다.”송남지는 마음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 다 예쁘네요.”이미란이 에메랄드 목걸이를 들어 보였다.“한번 착용해 보시겠어요? 작은 사모님의 기품과 무척 잘 어울릴 거예요.”송남지의 모든 신경은 저 멀리 식사 자리로 향해 있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바로 그
‘이혼 안 한다고?’송남지는 동그래진 눈으로 하정훈의 얼굴을 응시했다.‘이 사람은 무슨 생각인 걸까? 결혼과 이혼을 손바닥 뒤집듯 하더니 이제는 법원 문턱까지 와서 안 하겠다니?’송남지는 하정훈이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증거가 없어 그저 나직이 투덜거릴 뿐이었다.“사람 갖고 장난치나.”하정훈은 송남지의 투덜거림을 똑똑히 들었지만 지금의 그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기에 개의치 않았다.지금 송남지가 욕을 몇 마디 퍼부어도 그는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큰 소리로 웃을지도 몰랐다.투덜거림이 끝나자마자
그렇게 소리친 최보라는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섰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녀는 방 안의 두 사람을 발견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캐리어를 끌고 유화 두 점을 든 하정훈과 그 옆에는 한가롭게 서 있는 송남지가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하정훈이 송남지에게 고용된 이삿짐센터 직원 같아 보였다.다만 이 이삿짐센터 직원은 어딘가 귀티가 흐르고 외모는 국제적인 남자 모델 같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최보라는 멋쩍게 입을 열었다.“하... 하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로?”하정훈은 씩 웃으며 최보라의 질문에 답했다.“인터넷에 퍼진 소
그 목소리는 하정훈이 벌일 모든 행위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였다.결국 두 사람은 침실로 돌아갈 새도 없이 서재를 전장으로 삼았다.딱딱하기만 하던 그 검은 소파가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유용했다. 하정훈은 탐욕스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얼룩덜룩한 흔적을 남겼다. 송남지의 필사적인 저지에도 불구하고 한밤의 야수와도 같은 남자의 탐욕을 막아낼 재간은 없었다.달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고 휘영청 밝은 달은 문득 흘러가는 구름에 반쯤 가려졌다.평소 하정훈의 열기만으로도 송남지는 온전히 받아내기 힘들었다. 하물며 오늘 밤, 그의 탐닉은 끝을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