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은 귀를 의심한 듯 다시 물었다.“남지야, 정말이니?”송남지는 바닥에 흩어진 액자의 잔해를 바라보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윤해진은 제 마음속에서 이미 죽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라도 열심히 살아야죠.”그 말에 최미경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딸의 마음속에는 남편이 죽었으니 나도 살아도 소용없다는 생각만 가득했으니 이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그래. 맞아. 살아 있는 사람은 제대로 살아야지. 제대로... 씩씩하게 살아야지.”최미경은 목소리가 떨려 나올 만큼 기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날 밤, 옆방에서는 한층 더 적나라한 소리들이 흘러나왔다.날카로운 신음과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무딘 칼날처럼 송남지의 가슴을 찢어댔고 그 고통은 한밤중 내내 멈추지 않았다.간신히 잠들었을 무렵, 새벽녘 갑자기 울려 퍼진 구급차 사이렌이 윤씨 저택을 뒤흔들었다.문을 열고 나서자 송남지는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윤해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허상미를 품에 안은 채, 그 눈빛에는 극도의 불안이 서려 있었다.윤해진은 단 한 번도 송남지를 돌아보지 않았다.윤해진을 오래 지켜봤던 송남지조차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여유 있던 그가 저토록 허둥대는 건 낯설고 충격적이었다.아래층에서는 가정부들이 수군거렸다.“큰며느님이 아침부터 속이 안 좋다며 토하셨대. 그걸 보고 큰 도련님이 완전히 놀라서 곧장 구급차를 불렀다지 뭐야.”또 다른 가정부가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어젯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아래층에 있는 우리 방까지 다 들렸어. 한 달 넘게 그 난리를 쳤는데도 임신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송남지는 계단 난간을 움켜쥔 채, 값비싼 목재에 손톱으로 깊은 흠집을 남겼다.곧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송남지를 직접 오라고 불러낸 것이었다.송남지는 역겨움에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손윤영은 부드럽게도 때론 날카롭게도 송남지를 압박했다.“남지야, 해진이가 갔다고 해도 네가 윤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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