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하정훈의 말을 송남지는 흘려들었다.덕담은 그저 덕담으로 넘길 뿐, 그녀의 마음속엔 여전히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하정훈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화제는 어느덧 재스민으로 옮겨가 있었다.“이번 전시회, 많이 중요한가 봐?”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면 송남지가 천남현에게 손을 내밀 리 없었을 테니까.송남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재스민을 위해 가진 힘을 다 쏟아볼 생각이에요.”그 진지한 눈빛을 보며 하정훈은 자책감이 들었다. 분명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당시엔 괜한 거리감을 두려다 거절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하정훈의 어두워진 눈동자가 왜 그런지 단번에 알아챘다.그녀가 웃으며 다독였다.“도와주지 않았다고 미안해할 것 없어요. 돕는 건 정이고 돕지 않는 건 본분이니까요. 게다가 딱히 나쁜 결과가 생긴 것도 아니고요.”어쨌든 결국 원하는 대로 전시관 자리를 얻어냈으니 그만이었다.하지만 하정훈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송남지의 말을 읊조리듯 반복했다.“나쁜 결과가 아니라고?”하정훈에게 이 결과는 이미 감당하기 벅찰 만큼 치명적이었다.그는 송남지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그 서툰 선택이 결국 그녀를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밀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같은 남자로서 하정훈은 천남현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순간, 하정훈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잠겼다.나이가 들수록 용기는 닳아 없어지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속절없이 휩쓸려 다니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그때 식탁 쪽에서 이미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지 씨, 도련님, 저녁 드세요!”송남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하며 즐겁게 외쳤다.“와, 맛있는 냄새!”하정훈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고민에 잠겨 있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송남지는 이미 자리에 앉아 풍성한 요리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이미란이 곁에서 살갑게 말을 건넸다.“천천히 드세요.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하정훈은 덤덤하게 대꾸했다.“이모, 다 결정해놓고 물으면 어떡해요? 내가 싫다고 한들 달라질 게 있겠어요.”이미란이 웃으며 답했다.“이런 사소한 일로 도련님이 거절할 리 없잖아요.”송남지는 잔을 들어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평소라면 시다고 느꼈을 텐데 오늘은 입맛에 꼭 맞았다.그녀는 순식간에 잔을 비울 만큼 맛있게 들이켰다.하정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한 잔 더 가져오라고 할까?”송남지는 빈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녁 먹을 배는 남겨둬야죠.”하정훈은 제 앞에 그대로 남은 주스 잔을 보며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질문을 뱉어냈다.“천남현이랑 서경 골목 식당 가서 먹지 않았나? 배가 안 불렀어?”누가 들어도 질투 어린 말이었지만, 송남지에게는 별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지금의 하정훈이 자신에게 질투를 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배는 불렀죠. 그런데 하 씨 저택 주방장님 솜씨가 그리워서요. 요즘 부쩍 식탐이 늘었거든요.”하정훈은 비워진 잔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음. 그런 것 같네.”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덧붙였다.“저택의 주방장 음식이 입에 맞으면 네 쪽으로 사람을 좀 보낼까? 일하는 사람들도 몇 명 붙이고. 네 집도 꽤 넓잖아. 방 몇 개 비워서 사람 쓰면 될 일이야.”송남지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아니요, 그럴 것까진 없어요. 지금 혼자 지내는 게 참 좋거든요.”하정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혼자 사는 게 좋다고?”그는 본래 혼자 지내는 시간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송남지는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정훈을 조금도 남으로 여기지 않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난 알몸으로 집 안을 활보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하는 사람이나 주방장이 들어오면 그런 자유로움이 사라지잖아요.”그녀의 말에 하정훈의 뇌리에 강렬한 잔상이 떠오르더니 이내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당황함을 감추려 그는 화제를 돌렸다.“유경태한테 들었어. 건강검진 예약했
하정훈은 은은한 샤워 향을 풍기며 단정하고 깔끔한 화이트 톤의 홈웨어를 입고 나타났다.젖은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훨씬 깨끗하고 싱그러운 분위기였다.송남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늘 격식 있는 슈트 차림으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그가 오늘은 왠지 풋풋한 대학생처럼 느껴졌다. 역시 잘생긴 외모는 시간을 비껴가는 듯했다.하정훈이 내려오자 이미란이 송남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사모님, 사실 도련님은 물리치료 중이셨거든요. 사모님이 오셨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사람들도 다 물린 뒤에 급히 씻고 단장하신 거예요.”송남지는 어리둥절한 듯 되물었다.“네? 영상 회의 중 아니었어요?”이미란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는데, 그 눈빛에 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이란은 이내 고개를 들어 하정훈을 바라봤다.“도련님, 뭘 드시겠어요? 같이 준비할게요.”마침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던 하정훈이 답했다.“주스면 돼요.”이미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머, 남지 씨도 주스 마신다는데. 정말 우연이네요.”송남지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선택지라곤 몇 개 되지도 않는데, 같은 걸 고른 것만으로 우연이라 치켜세우는 게 재미있었다.계단 아래 서서 송남지의 부드러운 미소를 빤히 바라보던 하정훈은 잠시 넋을 잃었다.어떻게 웃는 모습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그때 송남지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와서 앉지 그래요?”하정훈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거래라도 시작될 것 같은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눈치 빠른 가정부들이 물러나고 정적이 찾아오자, 하정훈은 누가 먼저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 부름을 받아 온 사람인 자신이 먼저 입을 떼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질 무렵, 송남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미란 이모가 방금 물리치료 받았다고 하던데, 몸은 좀 괜찮아요?”하정훈은 당황스러운 듯 짐짓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미란 이모는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미란 씨한테 바로 알릴게요!”송남지가 말릴 새도 없이 가정부는 무전으로 소식을 전했다.“미란 씨! 사모님께서 오셨어요. 지금 본관 거실에 계십니다!”전해지는 이미란의 목소리 또한 반가움으로 상기되어 있었다.“뭐라고요? 사모님이 오셨다고요? 절대 보내지 말고 붙잡아 둬요, 지금 바로 갈 테니까.”송남지는 소파 옆으로 다가가 진열장을 닦던 가정부를 보며 난감한 듯 말했다.“저기, 전 하정훈 씨랑 이혼한 사이예요.”이제 사모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하지만 가정부는 그저 순박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아이고, 입에 익어서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네요, 죄송합니다!”그때, 마실 것을 챙기러 다른 가정부가 다가왔다.“사모님, 어떤 거로 드릴까요? 차나 주스, 아니면 우유라도 가져올까요?”송남지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고치라고 해도 금방 바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주스로 주세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다용도실 가서 갈아 올게요. 달게 해 드릴까요, 새콤하게 해 드릴까요?”송남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새콤한 거로요.”그러자 가정부가 농담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사모님은 예전엔 항상 달콤한 걸 좋아하셨잖아요.”그제야 송남지는 자신이 요즘 들어 유독 신맛을 찾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입맛이 없던 차에 시큼한 게 당겼던 모양이다.“요즘 통 입맛이 없어서, 좀 새콤한 걸 먹어야 그나마 낫더라고요.”그러자 가정부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저녁까지 드시고 가세요. 대표님도 방금 들어오셔서 아직 식사 전이시니 두 분이 같이 드시면 되겠네요.”하씨 저택의 가정부들이 전 안주인인 송남지를 얼마나 각별히 여기는지, 심지어 하정훈과의 재결합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식사는 됐어요. 잠깐 이야기만 나누고 바로 갈 거라 번거롭게 준비하지 않으셔도 돼요.”송남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채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이미란이 급히 달려 들어왔다.송남지를 발견한 이미란의 눈이 환
하씨 저택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송남지가 물었다.“천남현 씨, 왜 갑자기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준 거예요?”천남현은 운전에 집중하다 신호 대기 중이 되어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냥 남지 씨가 알아야 할 것 같았어요. 괜히 지금 같은 상황을 틈타 무언가를 한다면 신사답지 못할 것 같기도 했고요.”송남지는 웃으며 익숙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씨 저택이 머지않았다.“틈타서 무언가를 한다니요? 농담도 참.”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날 섬 공항에서 했던 말은 장난이 아니었던 셈이다.천남현의 눈빛에 스쳐 지나가는 진심을 포착한 송남지가 피식 웃었다.“정말, 농담이 아니었나 보네요.”속마음을 들키자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천남현은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언제부터였는지는 묻지 말아 줘요.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 외의 다른 것들도요. 왠지 털어놓으려니 쑥스럽네요.”송남지는 담담히 앞을 응시하며 대답했다.“네. 묻지 않을게요. 다만 이건 알아줬으면 해요. 하정훈을 향한 마음을 당장 정리하기란 어렵다는 걸요. 매달리거나 무모하게 굴 생각은 없지만, 내 마음을 억지로 꺾고 싶지도 않아요.”“알아요. 남지 씨가 내리는 어떤 결정이든 존중할게요. 나 역시 무리해서 매달리거나 무모한 고집은 부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이 거리감이 좋아요. 송남지라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방금 전 나눈 진심 어린 대화는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송남지는 하씨 저택 앞에 멈춰 서서 차분한 눈길로 정원 전체를 천천히 훑었다.하정훈이라는 사람처럼, 정원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돌이켜보면 처음 보았을 때나 지금이나, 그는 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정문 앞에는 당번 근무 중인 경비원이 있었는데, 그는 송남지를 알아보고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경비원은 송구스러운 듯 말을 꺼냈다.“송... 송남지 씨, 방문객에 대해 미리 전달받은 게 없어
송남지는 멍하니 굳어버렸다. 이전에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야기였다.“그게...나 때문이라고요?”천남현이 송남지를 가만히 응시했다.“맞아요. 하정훈이라는 남자가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을 본 건 그게 처음이었어요. 훗날 사교계의 전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정훈이 남지 씨로 인해 가슴을 앓고 허물어졌던 것은 비단 그날 한 번에 그치지 않았더군요.”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정훈 씨가 아주 예전부터 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천남현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훗날 해외에서 하정훈을 스친 적이 있었지만 그땐 그 사람이 하정훈인 줄 알아보지 못했어요. 당시 전 실연의 상처를 달래려고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쳐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친구들과 그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국내에서의 탄탄한 커리어까지 팽개치고 그렇게 오래 떠나 있는 건지, 설마 성은 그룹 경영권 승계까지 포기하려는 건 아닌지 농담 삼아 수다를 떨었죠. 그러고 1년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보니 다시 귀국해서 본격적으로 성은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더라고요.”송남지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혹시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천남현은 고개를 저었다.“믿기지 않으면 곽지민한테 물어봐요. 남지 씨가 묻기만 하면 지민이는 분명히 진실을 가르쳐 줄 테니까요. 하정훈의 최측근들은 하정훈의 허락 없이는 먼저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겠지만, 비밀리에 물어보면 다 얘기해 줄 겁니다. 남지 씨는 곽지민이랑 꽤 친하잖아요.”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민이랑 좀 친하긴 한데, 다들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귀띔해 준 적이 없네요.”곽지민의 이름이 나오자 천남현은 또 다른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는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한동안 하정훈이 유독 곽지민을 쥐잡듯이 잡았던 적이 있었어요. 곽지민이 무슨 사업을 하려 하든
하정훈이 씩씩거리는 모습에 곽지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지만 쾌재는 쾌재일 뿐, 뿔난 하정훈을 함부로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그래서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야, 하 대표. 설마 그렇게 쪼잔하게 농담도 못 하게 할 거야?”하정훈은 곽지민에게 날카롭고 독기 서린 눈빛을 보냈다.곽지민은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막 귀국해서 로펌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거든. 방해는 그만할게.”송남지가 일어나 곽지민을 배웅하려 하자 하정훈이 손을 잡아 막았다.하정훈은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무심하게 말했다.“곽 변이 평소에
윤해진은 순간적으로 멍해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하 대표님... 혹시 저희 전에 뵌 적이 있습니까?”하정훈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글쎄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자신이 핵심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윤해진은 재빨리 화제를 돌려 프로젝트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기흥이 태성보다 이번 프로젝트에 더 적합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신 겁니까?”하정훈은 그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 걸린 유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송남지의 천재적인 재능에 다시 한번
“이 난초가 재물을 불러들이는 데 최고래. 내가 며칠이나 기다려서 겨우 구한 귀한 품종인데, 신기하게도 난초를 주문하자마자 네가 성은 그룹 프로젝트를 따냈잖아. 잘 키워서 앞으로 더 큰돈을 벌어보자.”윤해진은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현관에 놓인 난초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엄마, 성은 그룹 프로젝트는 물 건너갔어요.”손윤영은 한창 허상미가 좋아하는 음식을 뭐 해줄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어젯밤 송남지가 또다시 소동을 피운 탓에 허상미는 또다시 유산할 뻔했고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그래서 윤해진이 프로젝트가 망했
하정훈은 사람을 시켜 태블릿을 가져오게 했다. 그 안에는 결혼식 전체의 디자인과 기획안이 담겨 있었다.송남지는 고개를 숙이고 꼼꼼히 화면을 살펴보았다. 사실 그녀는 모든 걸 하씨 집안 뜻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자신에게 보여 주었으니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하정훈은 송남지 옆에 앉아 소파가 살짝 꺼진 자리를 내려다봤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만들어진 자국이었다.송남지는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하고 있었고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이 볼에 닿았다. 하정훈은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