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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Author: 청풍야운
‘커뮤니티?’

채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린은 곧장 핸드폰을 열어 화제의 중심인 게시글을 보여주었다.

“이거예요. 누군가 언니의 학력이 고졸에 불과한 데다가,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대학 내 심리 상담사 자리를 얻은 거라고 의문을 제기했어요.”

하린은 입술을 깨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채은을 바라보았다.

채은은 게시글을 흘깃 본 뒤, 오늘 사무실에서 느꼈던 이상한 시선들을 떠올렸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옆에 서 있던 하린은 채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 초조하고 불안한 듯 말했다.

“언니, 이미 많은 사람이 이 게시글을 봤어요. 게다가... 심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니는 학교에서 버티기 힘들 거예요.”

하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채은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그녀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그저 게시글일 뿐이잖아? 별거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점심부터 먹어야 한다는 거야.”

채은은 이 게시글이 분명 부윤아와 관련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여태 겪은 폭풍우에 비하면 이런 비방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듯했다.

채은의 시선은 차분했고, 미소에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다. 게시글에 담긴 악의적인 말들은 채은에게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채은의 이런 태도에 마음이 놓인 하린도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해 줄을 서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린은 본래부터 도씨 가문의 아가씨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고, 채은 역시 학교에 발을 들이자마자 뜨거운 화젯거리가 된 ‘미녀 심리 상담사’였다.

여기에 커뮤니티 사건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봐, 서채은이랑 도하린 아니야? 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거지?”

“그러게, 두 사람이 왜 같이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 걸까?”

“뭐야? 대체 무슨 사이지?”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게시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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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창 쪽으로 몸을 살짝 움직였다. 계속해서 채은의 행동을 주시하던 건하는 그녀의 작은 움직임을 눈치챘고, 미소를 머금은 채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채은이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익히 알았던 그는 곧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 대표님, 보떼로 가시나요?”운전기사는 백미러로 단정하고 단아한 옷차림의 채은이 건하와 자연스레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고는 은근히 공손한 어투로 말했다.보떼는 건하가 손님을 접대할 때 이용하는 단골 호텔로, 그의 전용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이었다. 건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채은을 향해 물었다.“채은 씨, 추천해 주실 만한 곳이 있나요?” 채은은 잠시 멈칫하다가 답했다.“대표님께서 자주 가는 곳으로 가시죠. 예전에 도와주신 일도 있고, 오늘은 하린이도 저를 많이 도와줬으니, 제가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채은은 분명히 건하에게 신세를 졌다. 비록 건하의 도움이 그의 여동생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채은은 하린의 치료를 돕기로 결심한 이상,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하도 채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고, 운전기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할게요. 기사님, 출발하시죠.”보떼는 N시의 초호화 호텔로, 최고급 소비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수천만 원이 넘는 식사비는 물론이며, 출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유층이나 명망 높은 인사들이었으니 말이다. 검은색 카이엔이 보떼 입구에 천천히 멈춰 섰다. N시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건하의 카이엔은 검소한 차량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연속된 숫자 7이 새겨진 번호판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했다.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재빠르게 달려와 차 문을 열었고, 곧이어 로비 매니저도 허겁지겁 달려왔다.“도... 도 대표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방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 이번에도 하린 아가씨와 두 분이신가요?” 건하는 차에서 내리며 채은을 흘깃 보았다. 채은은 스스로 차 문을 열고 내리고

  •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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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린이 고개를 돌리자, 놀란 척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윤아의 모습이 보였다. “커뮤니티에 다 나왔잖아. 서채은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이고, 부정한 수단으로 우리 학교 심리 상담 센터의 상담사가 된 거라고! 우리보다 학력도 낮은 사람과 어울리다니, 창피하지 않아?” 윤아는 채은을 향해 거만한 태도로 쏘아붙였다. 하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바로 반박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채은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린을 뒤로하고 윤아의 앞으로 나섰다. 채은이 평온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커뮤니티에 올라온 거, 네가 한 짓이지?” “내가 했으면 어쩔 건데?”윤아는 사실을 들킨 것에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한 태도로 비웃기 시작했다.“다 사실이잖아.” 윤아는 하린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채은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니 자신은 떳떳하다는 태도였다. 바로 이때, 하린이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그 게시글이 뜨거운 화제가 된 건 알고 있지? 아, 허위 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이 심각한 경우에는 범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으려나?” 하린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경고의 뜻이 서려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며 분위기가 점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허, 명예훼손?”윤아가 냉소를 터뜨리며 비웃었다. “고졸이라는 게 명예훼손인 거야, 아니면 부정한 수단이 명예훼손인 거야?” “정말 본인 실력으로 우리 대학교의 심리 상담사가 된 거라면, 증명해서 보이면 되잖아!”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학 심리 상담 센터의 상담사가 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채은이 정식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채은이 어떤 증거로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 의아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채은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는 실력으로 채용된 게 맞아.”사람들이 깜짝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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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채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린은 곧장 핸드폰을 열어 화제의 중심인 게시글을 보여주었다.“이거예요. 누군가 언니의 학력이 고졸에 불과한 데다가,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대학 내 심리 상담사 자리를 얻은 거라고 의문을 제기했어요.”하린은 입술을 깨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채은을 바라보았다.채은은 게시글을 흘깃 본 뒤, 오늘 사무실에서 느꼈던 이상한 시선들을 떠올렸다.‘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옆에 서 있던 하린은 채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 초조하고 불안한 듯 말했다.“언니, 이미 많은 사람이 이 게시글을 봤어요. 게다가... 심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니는 학교에서 버티기 힘들 거예요.” 하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채은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그녀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그저 게시글일 뿐이잖아? 별거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점심부터 먹어야 한다는 거야.” 채은은 이 게시글이 분명 부윤아와 관련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여태 겪은 폭풍우에 비하면 이런 비방은 전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듯했다.채은의 시선은 차분했고, 미소에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다. 게시글에 담긴 악의적인 말들은 채은에게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채은의 이런 태도에 마음이 놓인 하린도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해 줄을 서려 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린은 본래부터 도씨 가문의 아가씨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고, 채은 역시 학교에 발을 들이자마자 뜨거운 화젯거리가 된 ‘미녀 심리 상담사’였다.여기에 커뮤니티 사건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봐, 서채은이랑 도하린 아니야? 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거지?” “그러게, 두 사람이 왜 같이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 걸까?” “뭐야? 대체 무슨 사이지?”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게시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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