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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청풍야운
서재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채은은 고개를 숙였다. 부씨 가문에 시집온 몇 년 동안, 그녀는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다.

애초에 부윤아가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았을 때도, 며칠 밤낮으로 병원에서 곁을 지킨 사람도 채은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부모님에겐 더욱 공손하고 세심하게 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잠시 후, 임지안이 피곤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채은아, 정말 안 갈 거야? 예전에는 야생 동물 사냥을 가장 좋아했잖아. 스피드 레이싱도 엄청나게 좋아하고!]

채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 순간, 몇 가지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 채은은 정말로 야생 동물 사냥과 스피드 레이싱, 값비싼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임씨 가문의 본가에서 부진성을 만나고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진성을 사랑하게 된 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진성이 좋아하는 여자가 온화하고 품격 있는 집안의 아가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채은은 좋아하던 것들을 서서히 끊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채은은 이제 자신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조차 거의 잊어버렸다.

수화기 너머 지안은 여전히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

[채은아, 부진성 몰래 가면 되잖아. 그 남자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걸 다 포기할 필요는 없어. 게다가 부진성은...]

“우리... 이혼했어.”

채은이 가볍게 지안의 말을 끊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놀란 듯하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마음을 바꾼 거야, 아니면 부진성이 미쳐버린 거야?]

채은이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난 동의했을 뿐이야.”

지안은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식, 정말 어리석다니까?’

‘채은이 같은 사람을 아내로 맞은 것만으로도 하늘이 도운 일인데, 이혼이라니?’

[오히려 잘 됐어, 축하해.]

지안의 목소리는 어쩐지 들뜬 기색이었다.

[곧 데리러 갈게. 네가 드디어 정신 차린 걸 축하해야겠어.]

채은은 미소를 띤 채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안방은 단 한 번도 부부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3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이 방의 주인은 혼자인 것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끝을 내야 할 때였다.

채은은 방으로 가서 자신들을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가지가 많지 않아 정리는 금방 끝났다. 결혼 후, 그녀는 자신을 꾸밀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채은은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뺐고, 그것을 침대 옆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눈에서는 아쉬움인지, 해방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짐가방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을 지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채은은 결국 예전의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부윤아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떠나는구나. 자기 주제도 모르고 몇 년 동안 우리 집에 붙어 있었으면서, 돈이나 뜯으려고 기를 쓰다니. 정말 뻔뻔하네. 감히 참새 주제에 나무 꼭대기에 오르려고 해?!”

채은은 걸음을 멈췄고,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에 있던 물잔을 들어 윤아에게 부었다.

찬물이 그녀를 완전히 적시자, 윤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야, 미쳤어?! 네가 감히...”

채은은 느긋하게 손가락 끝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내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못할 게 뭐 있어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거든요?”

진성은 입을 벌린 채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눈앞의 저 여자가... 내가 알던 서채은이라고? 말도 안 돼!’

채은은 윤아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약간의 흥미를 느꼈다.

이 집에 시집온 지 3년.

윤아와 시어머니가 아무리 까다롭게 굴어도, 채은은 항상 최선을 다해 모든 일을 완벽히 해냈다. 심지어 항상 만족할 줄 알았으며, 불평 한마디 없이 모든 것을 참아왔다.

부씨 가문 사람들의 날카로운 비난과 분노를 받아내면서도 그녀는 늘 부드러운 말투와 좋은 성격을 유지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아마 모든 사람이 잊어버린 듯했다. 예전의 채은이 술을 마시고 싸움하고, 웃는 얼굴로 욕을 하며 거칠게 살던 여자라는 것을...

‘참을 만큼 참았어. 더는 안 참을 거야.’

채은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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