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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Author: 윤소정
강지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졸업 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는구나.”

박슬기가 목을 빳빳하게 세우며 받아쳤다.

“그럼 아니야? 이도운은 학교 킹카에 집안도 좋은데 넌 그때...”

“이경 그룹이 파산 직전에 놓였을 때 내가 끌어온 수십억 원의 투자 덕에 회사가 기사회생했어. 지금 시가총액이 수조 원을 돌파한 기업이 된 것도 다 내 덕이라고.”

강지현이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네가 말한 차이라는 게 내가 이경 그룹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동안 넌 어떻게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는지 연구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오늘 박슬기는 제대로 치장하고 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했고 액세서리도 가득했다. 그리고 메이크업도 화려했고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 완벽하게 컬을 넣었다.

강지현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박슬기에게 쏠렸다. 박슬기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강지현, 결국에는 명품을 살 돈이 있는 내가 부럽다는 뜻이잖아. 입만 살아서는. 지금 네 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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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24화

    서지아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딱히 해명할 뜻은 없는 듯 강지현을 향해 미소만 지어 보였다.“전 그냥 일 때문에 온 거예요. 그러니까 괜한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오해라뇨, 전혀요. 다만 서지아 씨 생각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는 거예요. 태하 랑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인데,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본인 이미지만 나빠지잖아요.”강지현은 서지아의 말을 담담하게 끊어버렸다.낮게 깔린 목소리는 주변의 소음을 뚫고 모두의 귀에 박힐 만큼 또렷했다.서지아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당혹감이 스쳤다.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강지현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분명 자신과 김태하 사이에 도는 열애설을 접했을 텐데도 예상과 반응이 너무 달랐다.여자가 남자 때문에 질투 안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바로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친 이장이 서둘러 강지현에게 다가와 사과를 건넸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네요.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말을 마치고는 겸연쩍은 얼굴로 서지아를 살폈다.“서지아 씨도 정말 미안해요. 우리가 괜한 소리를 해서 기분 상한 건 아니죠?”“근데...”그때 어린 소녀가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강지현에게 물었다.“언니가 오빠 부인인데, 왜 지아 언니가 계속 오빠 옆에 있었던 거예요?”“그건 이 분이 많이 바쁘셔서 그래.”강지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지아가 먼저 선수 치듯 대답했다.“게다가 이제 막 혼인신고를 마친 신혼부부라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거든.”상냥한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겉으로는 강지현의 설명을 거드는 듯했으나, 굳이 혼인신고 마친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어조에는 묘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이제 막 혼인신고한 사이라면 감정이 깊을 리 없지’, ‘어쩌면 보여주기식 쇼윈도 부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순식간에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쳤다.서지아는 강지현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23화

    “태하야...”강지현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다 깜짝 놀라 깨어났다.눈을 떠보니 언제 소파에서 침대로 옮겨왔는지 알 수 없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창문 틈새로 살랑이는 바람에 커튼이 흔들렸고, 그 사이로 쏟아진 햇살이 미간에 닿자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지만, 날짜는 이미 하루가 지나 있었다.세상에, 다음 날 아침까지 잠든 것이었다.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휴대폰을 챙겼다. 충전기를 꽂아두지 않아 전원은 이미 꺼져 있었다.‘됐어, 병원에 가서 충전하지 뭐.’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자 입구에 수많은 사람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현수막에는 김태하를 향한 감사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바로 그가 구했던 어린 소녀의 가족들이었다.최동윤의 말에 따르면 전에도 그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김태하가 입은 중상에 깊은 죄책감을 느낀 모양이었다.이번에는 온 마을 사람들과 이장까지 나서서 소녀의 가족과 함께 감사장과 현수막을 들고 다시 방문했다.공익 홍보대사인 서지아는 곧바로 사진 촬영과 기록에 나섰다.나중에 함께 발표할 영상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도 곁들였다.강지현이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어린 소녀가 서지아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언니, 오빠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두 분 꼭 행복하셔야 해요!”“맞아요, 서지아 씨. 김 대표님이 다치신 게 저희는 너무 죄송할 따름이에요. 얼른 쾌차하시길 빌게요. 서지아 씨도 몸 잘 챙기시고...”마을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그들은 자연스럽게 서지아와 김태하를 연인 사이로 여겼다.사고가 난 직후부터 서지아는 김태하의 곁을 밤낮없이 지켰다.게다가 최근 인터넷상에는 두 사람의 열애설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인터넷을 즐겨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소문은 입을 타고 번져, 이제 온 마을 사람들이 서지아와 김태하의 관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그들의 눈에 둘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22화

    강지현은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며 현다영을 다독였다.그러고는 곧장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와 신약 출시 상황에 관해 물었다.현다영 역시 강지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속속들이 얘기해주었다.업무 보고를 마치고는 사적인 정보까지 하나 덧붙였다.지난 이틀 사이 주단우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었다.주단우는 그녀가 일부러 접근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장단에 맞춰주었다.강지현의 부재로 중심을 잃고 방황하던 현다영은 급기야 그에게서 정보를 캐내려 했다.그런데 주단우는 의도인지 실수인지 모를 모호한 태도로 슬쩍 미끼를 던졌다.그녀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엄경미의 전화를 받더니, 주병찬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끔 노골적으로 흘린 것이다.현다영은 이것이 주단우의 치밀한 이간질인지 확신할 수 없어 즉시 강지현에게 알렸다.물론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남자였지만 주병찬이 주상 그룹 핵심 프로젝트를 좌우하고 있는 만큼, 만에 하나 변수가 생긴다면 강지현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고마워, 다영아.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주단우가 한 말은 아마 사실일 거야. 그렇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주병찬이 감히 나를 어쩌지는 못할 테니까.”자신을 이토록 걱정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강지현은 무척 감동했다.주병찬이 결국 그녀의 편에 서 줄 것이라 믿으며 승부수를 던지긴 했으나, 배신당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는 해놓은 상황이었다.강지현은 이번 신약 프로젝트 심사를 위해 결재 권한을 ‘주주 전원 서명’ 체제로 설정해 두었다.주병찬에게 넘긴 대리 서명권은 오직 강지현 개인의 권한이기에, 설령 문제가 있는 보고서에 서명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회사 전체가 공동으로 분담하게 되는 구조였다.완벽한 방어 기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그녀는 일찍이 ‘임시 심사 피드백 팀’을 가동해 실시간으로 단톡방을 통해 현장의 문제 상황을 공유받고 있었다.며칠 전 강지현이 비밀리에 조직한 팀이라 최측근인 현다영조차 그 존재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21화

    주시언은 하원영이 겉으로는 충동적이어도 실은 겁이 무척 많다는 걸 잘 알았다.천둥이라도 치는 날이면 온몸을 가늘게 떨며 겁을 먹을 정도였으니까.겉모습과 내면 사이의 간극, 주시언은 그녀의 반전 어린 모습이 좋았다.자존심을 세우며 센 척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게만 보였다.하원영은 비행기가 안정될 때까지 주시언의 손을 꽉 쥐고 놓지 않았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떨어졌다.주시언은 온기가 사라진 텅 빈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가슴 한구석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그 시각, F국 남서쪽 접경지대의 이른 아침.강지현은 병실에서 꼬박 하루를 지새운 탓에 결국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변변한 여벌 옷도 챙기지 못한 채 길을 나섰다가 찬바람까지 맞은 것이 화근이었다.의사가 막 검진을 마쳤을 때, 이미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한 현기증에 시달렸다.은주희가 가장 먼저 강지현의 이상을 눈치채고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지현아, 가서 좀 쉬렴. 여기는 엄마가 지킬게.”“괜찮아요. 옆에서 잠깐 눈 좀 붙이면 돼요.”강지현은 힘없는 목소리로 거절했다.마침 병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지순옥이 미간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섰다.“지현아, 너까지 병나면 태하가 깨어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니! 잔말 말고 가서 약 먹고 잠부터 푹 자거라.”지순옥은 지체 없이 사람을 불러 강지현을 데려가게 했다.그녀에게 더 이상 고집부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처사였다.강지현은 차마 어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결국 한발 물러섰다.병실을 나서기 전, 김태하의 곁으로 다가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조금 있다가 다시 올게.”그리고 남자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지만 강지현은 미처 보지 못했다. 그녀의 온기가 닿은 남자의 눈꺼풀 아래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아주 찰나였으나, 속눈썹이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온 강지현은 정신이 붙어 있을 때 서둘러 뜨거운 물줄기 아래 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20화

    “구버전 기술은 이미 3년 전에 도태됐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기념으로 저한테 남겨주셨어요.”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신버전 핵심 데이터는 하씨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어요. 설령 그에 따르는 모든 대가를 떠안는 한이 있더라도, 엄마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나라를 배신할 수는 없으니까.”고집스러운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자 주시언의 마음속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하원영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민했고, 또 이성적이었다.“그렇다고 그 기술을 내 귀국이랑 맞바꿔? 이건 말이 안 돼.”주시언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나 때문에 이런 위험까지 무릅쓸 필요는 없잖아.”그제야 하원영이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에 서린 고집은 늘 봐왔던 모습 그대로였다.“오빠가 겁쟁이 소릴 듣는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정말 하나도 안 변했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상관하지 마요.”평소 같았으면 또 제멋대로 군다며 넘겼을 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시언은 그 속에서 예전과는 다른 의미를 읽어냈다.만약 이번 일이 그녀가 직접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난날의 오해 때처럼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을 터였다.돌아오는 비행기 안, 두 사람은 각자의 상념에 잠긴 채 한동안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하원영이 한숨 자고 일어났음에도 도착까지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지루함에 뒤척이다 기내식이라도 주문해 볼까 싶어 옆을 돌아본 순간, 주시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급히 일어나서 일행을 붙잡고 물었다.“주시언 씨는요? 어디 갔어요?”“나 여기 있어.”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만치서 걸어오는 주시언을 발견한 하원영은 민망한 나머지 얼른 말을 가로챘다.“난 또, 오빠가...”“왜? 나 없어진 줄 알고 걱정했어?”주시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하원영이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잠시 뒤편에서 업무를 보고 왔을 뿐인데, 깨어나자마자 자신부터 찾을 줄은 몰랐다.이번 M국행이 그녀에게도 심적으로 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319화

    하원영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분위기는 다시금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녀 역시 감도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욕실로 몸을 피했다.다음 날 오후, 주시언과 하원영이 귀국길에 오르기 전 M국 측 사람들이 배웅을 위해 호텔로 찾아왔다.짙은 남색 제복을 갖춰 입은 그들에게서는 군 관계자 특유의 위압감이 풍겼다.주시언은 하원영이 서류 한 장에 서명하고 건네주는 것을 곁에서 똑똑히 지켜보았다.상대는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하원영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제야 멈춰 서 있던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주시언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방금 넘긴 거, 뭐야?”이내 하원영의 어머니가 남겼던 국가급 특허 기술들이 문득 떠올랐다.그중 하나는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는 핵심 기술로 하씨 가문에서 대대로 보관해 오던 것이었다.설마, 하원영이 자신의 귀국을 대가로 그걸 넘기진 않았겠지?“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하원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그러나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주시언의 확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었다.“하원영,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유품뿐이었다.하지만 이는 단순히 어머니의 피땀 어린 유산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핵심 기술이자 해원시 상권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열쇠였다.평소 하원영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뒷수습은 안중에도 없는 성격이라 해도, 이런 대원칙이 걸린 사안에서만큼은 주시언도 물러설 수 없었다.“난 오빠를 구하려는 거예요. 이렇게라도 빚을 갚고 있잖아요.”하원영이 서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그딴 식의 보답이라면 차라리 안 받는 게 나아!”주시언은 매몰차게 말을 내뱉고는 방금 떠난 이들을 뒤쫓으려 몸을 돌렸다.하원영이 다급히 따라붙었지만 남자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결국 단단한 허리를 뒤에서 덥석 껴안으며 그를 막아 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4화

    안 대표 역시 거들며 소리쳤다.“주상 그룹의 상속인이 어떤 분인데 여기까지 와서 우리한테 투자를 유치하겠어요? 지현 씨는 그냥 우리랑 곱게 술이나 마셔요. 그러면 투자 얘기도 하기 훨씬 쉬울 거예요.”전 대표는 심지어 강지현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손을 뻗었다. 그녀가 피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현 씨 체면을 세워주려고 이러는 건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주제넘게 굴지 말아요.”강지현은 그들의 오만한 태도를 지켜보다가 휴대하고 있던 벨벳 가방에서 도장을 꺼냈다.“여러분, 이게 뭔지 아시죠?”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1화

    한 마디가 열 마디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휴대폰 너머의 두 어르신은 조바심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더는 들을 수 없었던 김태하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봐서 데리고 올게요.”그러고는 상대방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잽싸게 끊었다.강지현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꽤 시간이 흘렀다.김태하는 그날 밤을 떠올렸다. 강지현이 무도회에 오기로 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중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던 김태하는 준비한 선물만 주고 그 일을 잊고 지냈다.휴대폰에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0화

    백하린이 그들을 괴롭히는 건 상관없었지만 매번 꾸짖을 때마다 강지현을 언급했다.요즘 회사에 나오지도 않는 강지현을 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들의 얘기를 들은 이도운은 백하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지현이랑 몰래 경쟁하고 있다니.’“강지현 곧 회사로 돌아올 거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그동안 여러분들이 잘했으니 휴가를 내고 싶으면 이틀 정도 내도록 해요. 지금 회사가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어서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해요.”이도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들에게 연봉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58화

    백하린의 말을 들은 문수정이 코웃음을 쳤다.“이씨 가문에 며칠 있었다고 윤후를 자기 아들이라 생각하는 거야? 이 집의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아?”백하린이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이도운도 따라가려 하자 문수정이 못 나가게 막아섰다.“그냥 가라고 해. 너 미쳤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몰라? 재산, 회사, 체면 몽땅 포기할 셈이야?”이도운은 온몸의 피가 끓어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문수정의 말에 다시금 이성을 되찾았다.지금 백하린을 쫓아간다면 그가 공들여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터.이도운은 숨을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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