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2년 만에야 알았다. 소중히 간직해 온 혼인신고서가 위조된 종잇조각이라는 것을... 결혼 2주년을 기념으로 혼인신고서를 재발급받으러 갔을 때, 강지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그 종이가 가짜였다니. 남편 이도운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우연히 엿들은 대화는 그녀의 온 세상을 무너뜨렸다. 6년 동안 애틋하게 자신을 보살펴주던 그 남자가, 자신보다 여섯 살 많은 교수와 이미 5년 전에 결혼한 사이라는 것! 강지현은 자신이 두 사람의 ‘방패막이’ 역할이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라는 죄명 아래 그들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대리모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아내고 상속 문제를 알리러 연락해 온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혼이고 자녀도 없으며 모든 재산을 제가 전부 상속받겠습니다.” 강지현은 미련 없이 이씨 가문을 떠났다. 이도운은 그녀가 의지할 곳 하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에게 매달리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날,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거대한 정략결혼 발표 뉴스 속에서 강지현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막대한 재력을 등에 업은 채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전 세계 모든 이의 부러움과 축복을 받고 있었다.
View More“가요.”서운혁이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백하린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예전에 백하린에게 했던 약속과, 그녀가 해성 그룹과 자신 때문에 입은 여러 상처를 생각해 보상할 방법은 제시했다.“하린 씨와 윤후에게 충분한 돈을 줄게요. 둘이 해외로 나가요.”“하린 씨 부모님도 이제 은퇴할 나이에요. 해성 그룹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 서경시에서 노후 생활에 문제없도록 해 드릴 거고. 원하면 부모님까지 함께 데려가도 돼요.”그 말을 듣고도 백하린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서운혁이 나를 내쫓겠다고? 해원시도 안 되고 서경시도 안 되고, 이제는 아예 국내에조차 내가 머물 곳이 없다는 건가?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노력은 뭐였지? 또 하나의 우스운 농담이었나?’예전에는 강지현 때문에 가정을 잃었고... 이제 또 강지현 때문에 마지막 남은 행복의 희망까지 사라졌다.‘왜 또 강지현이야!’“운혁 씨... 운혁 씨가 저를 돌봐 주겠다고 했잖아요. 제 과거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다시 시작해 보자고 했잖아요. 세상 남자가 다 이도운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했잖아요!”백하린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점점 무너졌다. 결국 서운혁에게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하지만 서운혁은 예상하였다는 듯 오히려 차분했다.그녀가 분노를 다 쏟아 내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미안해요.”어떤 설명도 없었다. 마치 자신이 백하린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 한 마디뿐이라는 듯했다.백하린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옆 테이블에 놓인 과도를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칼을 집어 들고 자기 목을 찌르려 했다.서운혁은 재빨리 손잡이를 붙잡고 힘으로 몇 번 제압해 칼을 빼앗은 뒤 멀리 내던졌다.“미쳤어요? 또 이 짓이에요?”“그래요. 저 미쳤어요! 다들 저만 상처 입힐 거면 차라리 죽는 게 당신들한테 더 좋은 거 아니에요?”백하린이 거세게 몸부림쳤지만 결국 서운혁이 두 팔을
비서와 탐정사무소 직원들이 동시에 움찔했다.“서 대표님...”“나가라고 했잖아요!”서운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비서는 더 묻지 못하고 곧바로 탐정사무소 직원들에게 눈짓해 함께 방을 빠져 나갔다.스위트룸 안에는 죽은 듯한 정적만 남았다.서운혁은 홀로 소파에 앉아 있다가 한참 뒤 다시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눈은 종이에 적힌 이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드디어 여동생을 찾았다.그런데 자신은... 이미 그 여동생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바로 그때 백하린도 방 앞까지 도착했다.문밖에 서 있는 비서와 탐정사무소 직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탐정사무소 직원은 작은 목소리로 비서에게 따지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서 대표님이 오늘 잔금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우리 대표님이 그 돈 몇 푼 떼먹을 사람 같아요? 분명 당신들 조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겠죠. 강지현이 누군지는 알고 말하는 건가요?”“강지현이 누군데요?”비서는 할 말을 잃었다.‘이 사람들은 평소 뉴스도 안 보나?’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백하린이 다가왔다.“무슨 얘기예요? 강지현이 왜 나와요?”비서는 백하린을 한번 바라봤다.최근 서운혁과 백하린의 관계가 다시 조금 가까워져서, 비서는 그녀에게 여전히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이 일만큼은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별일 아니에요. 백하린 씨, 대표님이 지금 머리가 복잡하셔서요. 찾으실 거면 조금 뒤에 오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탐정사무소 직원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비서가 눈빛으로 강하게 막았다.백하린은 무언가 짐작한 듯 눈빛을 움직이다 들고 온 도시락을 들어 보였다.“운혁 씨랑 같이 밥 먹기로 했어요.”말을 마친 뒤 비서의 만류는 무시하고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한참 뒤 안에서 서운혁이 대답했다.그제야 백하린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 안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서운혁은 소파에 앉아 양팔을 허벅지에 얹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이렇게 무너지고
그런데 정말 여동생을 찾았다니!‘잘됐어!’최근 안 좋은 일이 아무리 많이 생겼어도 이 소식 하나면 전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지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비서가 놀라 서재로 뛰어 들어갔다.서운혁이 이제야 결과를 들은 듯하여 보이자 탐정사무소 직원들도 안도했다.“역시 서 대표님이 너무 바쁘셨던 거군요. 저희는 혹시 조사 결과를 믿지 않으시는 줄 알고 걱정했습니다.”“그래도 저희가 뿌리부터 아주 꼼꼼히 추적했기 때문에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연락처까지 확보했습니다. 마지막 DNA 확인은 대표님이 직접 상대와 연락한 뒤 검체를 받아 진행하셔야 하고요.”서운혁은 기분이 크게 풀렸다.“물론이죠. 고생 많았습니다.”“그 사람에게 연락하는 즉시 오늘 잔금부터 보내겠습니다. DNA 결과까지 나오면 사례금도 별도로 드리죠.”후한 보상을 약속하자 탐정사무소 사람들은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그때 비서도 보고서를 가져왔다.서운혁은 조사 과정을 볼 생각도 없이 바로 결론이 있는 페이지부터 펼쳤다.그곳에는 상대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그런데 익숙한 이름을 보는 순간 서운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입술을 살짝 열었다가 고개를 들어 옆 사람을 봤다. 상대는 당황한 표정이었다.“서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당신들이 찾아낸 사람이...”서운혁은 다시 고개를 내려 보고서를 응시했다.“강지현이라고요?”상대가 이어 말했다.“저희가 굉장히 오래 추적했습니다. 당시 겨울 캠프를 주최했던 기관부터 찾았어요. 참가했던 아이들 정보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여러 학교를 일일이 확인했고요. 운이 좋게도 마침 그쪽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강지현은 당시 학교에서도 성적이 특히 뛰어난 학생이었고 겨울 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학교 기록에 남아 있었다.탐정사무소는 당시 교사를 수소문해 마침내 강지현이 지냈던 보육원까지 알아냈다.그 뒤로는 사람을 찾는 일이 훨씬 쉬웠다.“동명이인이 이렇게 많은데... 이 연락처가 그 사람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주단우는 이미 식사를 끝낸 뒤였다.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규칙적으로 숨을 쉬는 모습이 잠든 것 같았다.햇살이 창백한 얼굴에 내려앉아 긴 속눈썹 아래에 작은 그림자를 만들었다.기분 탓일 수도 있고 지금 주단우가 워낙 약해져서일 수도 있었다.평소의 거만하고 건들거리는 분위기가 사라진 얼굴은 의외로 조용하고 얌전해 보여 전처럼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현다영은 옆에 있던 얇은 담요를 들어 조심히 그에게 덮어 주었다.그 순간 주단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손바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피곤함이 묻은 눈빛은 복잡했다.“피곤하면 방에 들어가서 자요. 제가 부축해 줄게요.”현다영은 약간 불편했지만 곧바로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주단우의 손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본능적인 욕구였다.원래 주단우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대로 해 버리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오늘 현다영의 눈에는 예전처럼 경계심과 혐오만 가득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손을 함부로 댈 수 없었다.주단우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인제 가려고?”“네.”현다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푹 쉬고 상처 잘 낫게 해요. 당분간 매일 한 끼씩은 와서 만들어 줄게요.”“강지현이 시킨 거야?”“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그 말을 듣자 주단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하지만 바로 기침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강지현한테 고맙다고 전해 줘.”주단우가 다시 말했다.현다영이 올 수 있었던 것도 강지현이 특별히 휴가를 허락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 여자는 사람 마음을 살피는 데 유난히 능해서, 누가 힘들 때 꼭 따뜻한 걸 챙겨 주곤 했다.사실 주단우가 일찍 퇴원한 이유도 강지현이 병문안을 올까 봐서였다. 예전에는 서로 날을 세웠고 이제 적대 관계를 끝냈다 해도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앞으로 주상 그룹에서 강지현보다 선배이자 오빠처럼 굴고 싶었으니까.“전해 줄게요. 잘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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