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2년 만에야 알았다. 소중히 간직해 온 혼인신고서가 위조된 종잇조각이라는 것을... 결혼 2주년을 기념으로 혼인신고서를 재발급받으러 갔을 때, 강지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그 종이가 가짜였다니. 남편 이도운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우연히 엿들은 대화는 그녀의 온 세상을 무너뜨렸다. 6년 동안 애틋하게 자신을 보살펴주던 그 남자가, 자신보다 여섯 살 많은 교수와 이미 5년 전에 결혼한 사이라는 것! 강지현은 자신이 두 사람의 ‘방패막이’ 역할이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라는 죄명 아래 그들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대리모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아내고 상속 문제를 알리러 연락해 온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혼이고 자녀도 없으며 모든 재산을 제가 전부 상속받겠습니다.” 강지현은 미련 없이 이씨 가문을 떠났다. 이도운은 그녀가 의지할 곳 하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에게 매달리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날,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거대한 정략결혼 발표 뉴스 속에서 강지현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막대한 재력을 등에 업은 채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전 세계 모든 이의 부러움과 축복을 받고 있었다.
View More진지한 표정으로 살짝 타박하기까지 하자 주단우는 얌전히 다시 누웠다.“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내가 거실 소파에서 잘까?”“소파에서 재울 거면 차라리 지금 당장 집에 가라고 하죠.”현다영은 그의 말을 흘려듣고 소독약과 면봉을 가져왔다.주단우가 잠든 사이 비서에게 부탁해 상처를 대강 치료해 둔 상태였다. 피부가 찢어진 곳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멍이었다.그런데 이마의 열을 식혀 주다가 관자놀이 부근에도 상처가 몇 군데 있는 걸 발견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핏자국이 숨어 있었다.그대로 두면 땀이 나면서 염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머리 좀 이쪽으로 기울여 봐요.”준비를 마친 현다영은 주단우가 여전히 자신만 멍하니 바라보자 다시 말했다.주단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힘겹게 몸을 움직여 현다영의 손 가까이 다가갔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주 대표님이 언제부터 저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말씀하셨어요?”현다영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굳은 피를 닦아 냈다. 시선은 상처에 집중되어 있었고, 혹시라도 덧나게 할까 봐 손길도 조심스러웠다.주단우는 현다영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몸에서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풍겼다.잠시 넋을 잃고 있던 주단우가 낮게 중얼거렸다.“난 원래 예의 바른 사람이었는데.”“...”현다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스치는 따뜻한 숨결이 마치 자꾸만 그를 간질이며 유혹하는 듯했다.주단우의 귓불이 빨개졌다. 몸까지 저도 모르게 떨려 오자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현다영은 그가 움찔하는 것을 보고 손을 멈췄다.“아파요?”주단우는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그럼 힘 좀 빼요. 몸 떨지 말고요.”“응.”주단우는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참으려 할수록 이상하게 몸이 더 굳어 갔다.다행히 현다영은 그사이 피딱지를 모두 닦아 내고 상처에 약만 살짝 발랐다.“고마워.”현다영이 몸을 돌리자 주단우도 얼른 고개를 돌렸다.“주 대표님이 이렇게 예의 차리시니까 좀 낯설어요.”현다영은 물건을
온몸이 쑤셨다. 하지만 통증이 극에 달한 탓인지 이제는 감각마저 무뎌졌다.어쩌면 주단우의 인생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는지도 몰랐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현다영이 그의 감정을 비웃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마음은 이제 산산조각이 났다.연애에 능숙한 척했지만, 정작 사랑도 여자의 마음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주단우 자신이었다.현다영 눈에 우스워 보일 만도 했다.‘잘난 척만 하는 멍청이, 이보다 우스운 꼴이 또 있을까.’주단우는 산에서 내려갈 기운조차 없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날씨가 워낙 추웠던 탓에 차에 탄 뒤에도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의식마저 점점 흐려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비서의 것이 아니라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였다.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눈앞이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진 가운데 현다영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현다영은 바로 곁에 엎드린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살피고 있었다. 손에는 수건까지 쥐고 있는 걸 보면 이마를 닦아 주고 있었던 모양이다.“왜 네가 여기에... 꿈인가?”주단우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쉬어 있었다. 환영이라도 만져 보려 손을 뻗었는데, 뜻밖에도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이 손안에 잡혔다.조금 서늘했지만 촉감만큼은 더없이 생생했다.“주 대표님, 몸은 좀 어때요? 열이 나서 아까 약 먹였는데, 이제 좀 괜찮아요?”“나...”주단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정말 현다영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옷도 벗겨져 앞이 트인 잠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몸에 난 상처는 물론 다시 벌어진 오래된 상처까지 치료를 받은 상태였다.“비서가 데려왔어요. 저한테도 전화했더라고요. 대체 무슨 일 있었어요?”현다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주단우는 시계를 올려다봤다. 벌써 새벽 세 시가 넘었다.자신도
이도운은 강지현을 잘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단둘이 만나면 녹음을 남기고 반드시 이서에게 접근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도운은 일부러 그들에게 시간을 주어 이서에게 접근하게 했다.이서는 이미 그의 말만 믿고 있었다. 아무리 이도운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도 주단우나 강지현의 말은 듣지 않을 터였다. 그들이 접근하는 순간 이미 패배는 정해진 셈이었다.강지현도 이도운을 잘 알았기에 주단우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하지만 이도운은 강지현이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거나 진실을 폭로할 기회를 참아 낼 사람은 없었다.자기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무언가 증명하고 싶어지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이었다.주단우도 강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이서가 한 번 그들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만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그녀를 통해 허점을 파고들 수 없다.언젠가 이서가 이도운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을 이용하려는 게 뻔한 강지현 일행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테니까.“주 부대표님, 참 대단하시네요. 바쁘실 텐데 저랑 얘기할 시간도 내시고. 며칠 동안 술 사 주신 건 감사해요. 나중에 주상 그룹이 망하면 이력서라도 보내 보세요. 천해 그룹 인사팀에 전달해 드릴 수는 있을 테니까요.”이서는 한 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가 오히려 서늘하게 들렸다.말을 마친 이서는 먼저 이도운의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이도운이 고개를 돌려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주 부대표님, 며칠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강 대표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그 말을 들은 주단우는 어금니가 부서질 듯 이를 악물었다. 두 걸음 나아가 이도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두들겨 패고 싶었다.하지만 이도운이 데려온 사람들까지 다가왔다. 호위를 받으며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젠장!”분노를 풀 곳이 없던 주단우는 발치의 돌멩이를 세차게 걷어찼다.그는 찬바람 속에서 한참 후회하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
“남의 혼사에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주 부대표님은 본인이 불행하니 남들이 사랑하는 꼴도 못 보시나 봅니다?”이도운이 코웃음을 치며 주단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내가 행복한지는 하늘이나 운명에 맡기면 돼요. 별로 신경 안 써요. 하지만 행복이니 욕망이니 하는 걸 얻겠다고 다른 사람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해치는 쓰레기가 될 생각은 없어요!”“절 정말 싫어하시나 보군요. 그런데 예전에 주 부대표님도 강지현을 상대하게 도와 달라면서 먼저 제게 손을 내미셨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말씀대로라면 주 부대표님이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본인 같은데요?”“이도운...”주단우가 발끈해 이도운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키와 체격은 비슷했지만 주단우는 오랫동안 운동한 덕에 근육이 더 탄탄했고 힘도 강했다.그러나 갑자기 힘을 쓰는 순간 허리와 배에 난 상처가 땅겨 아팠다. 그래서 움직임이 조금 부자연스러워졌다.이도운은 그 틈에 주단우의 팔을 붙잡고 밀쳐 내며 미소를 싹 거뒀다. 눈빛은 섬뜩할 만큼 음산했다.“아, 맞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제는 강지현의 개가 되셨잖아요. 강지현이 정의로운 편이라고 믿으니까 본인이 저질렀던 추잡한 짓도 다 잊으셨겠죠?”“...”주단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이도운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이 자식이... 날 너 같은 놈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마!”분노한 주단우는 성큼 다가가 이도운에게 주먹을 날렸다.그러나 이도운은 예상했다는 듯 재빨리 막아 냈다. 그래도 힘에서는 주단우를 당해 내지 못했다. 주단우가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이 결국 이도운의 뺨을 강타했다.“도운 씨!”이서가 놀라 소리치며 이도운에게 달려갔다.이도운을 부축한 이서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주단우에게 외쳤다.“대체 정체가 뭐예요?”조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처음에는 주단우가 그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인 줄 알았다.물론 녹음 파일을 보여 줬을 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일부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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