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 2년 만에야 알았다. 소중히 간직해 온 혼인신고서가 위조된 종잇조각이라는 것을... 결혼 2주년을 기념으로 혼인신고서를 재발급받으러 갔을 때, 강지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그 종이가 가짜였다니. 남편 이도운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우연히 엿들은 대화는 그녀의 온 세상을 무너뜨렸다. 6년 동안 애틋하게 자신을 보살펴주던 그 남자가, 자신보다 여섯 살 많은 교수와 이미 5년 전에 결혼한 사이라는 것! 강지현은 자신이 두 사람의 ‘방패막이’ 역할이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라는 죄명 아래 그들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대리모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아내고 상속 문제를 알리러 연락해 온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혼이고 자녀도 없으며 모든 재산을 제가 전부 상속받겠습니다.” 강지현은 미련 없이 이씨 가문을 떠났다. 이도운은 그녀가 의지할 곳 하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에게 매달리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날,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거대한 정략결혼 발표 뉴스 속에서 강지현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막대한 재력을 등에 업은 채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전 세계 모든 이의 부러움과 축복을 받고 있었다.
Lihat lebih banyak그때 김태하도 눈을 떴다. 강지현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소원 빌었어.”강지현은 살짝 웃으며 그의 사진을 조심스레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바람에 흔들리는 두 줄의 리본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빌었다.돌아가는 길, 강지현은 보물이라도 자랑하듯 몰래 찍은 사진을 김태하에게 보여 주었다.사진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그 안의 김태하는 풍경보다 더 눈부셨다.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사진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상원궁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 사진을 뛰어넘을 만한 것이 단 한 장도 없었다.부드러운 저녁빛이 차창 너머로 스며들어,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 위에 금빛으로 내려앉았다.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찍은 건데, 당연히 제일 잘 나왔지.”그가 사진을 가져가려 하자, 강지현은 순순히 내주지 않았다.“내가 가지고 있을래. 다음에 더 잘 나온 사진이 생기면, 그때 이거 줄게.”“그래.”“김태하.”“응?”강지현은 김태하의 품에 기대 누운 채, 손에 든 사진을 이리저리 들어 올리며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너 원래 귀신이나 신 같은 거 안 믿는다며?”“내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오늘부터 믿어 볼 생각이야.”다음 날 이른 아침, 해원시 외곽에 있는 추모 공원.권미숙의 장례를 조촐하게 치렀다. 이도운은 사흘 동안 빈소를 지킨 뒤, 할머니의 유골을 할아버지의 유골과 합장했다.공원을 나온 뒤, 문수정은 이규진을 돌보러 병원으로 갔다.진태웅이 이민지에게 눈짓하자, 이민지는 곧장 이도운과 백하린을 따라가 두 사람에게 집에 들러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제안했다.이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백하린이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래요. 다들 고생했잖아요. 같이 식사라도 해요.”권미숙의 죽음은 이도운에게 큰 충격이었다.백하린이 서경시에서 급히 돌아왔을 때, 이도운은
푹 자고 일어난 덕분에 다음 날 아침 아주 일찍 눈이 떠졌다.하지만 자신을 품에 안은 김태하의 몸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웅크려져 있는 게 느껴졌다.얼굴은 여전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지현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그녀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사해 주려다 과로를 한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안쓰러운 마음에 손가락을 뻗어 깃털 같은 속눈썹을 살며시 건드렸다.손끝을 타고 간지러운 느낌이 전해지기도 전에 감겨 있던 눈이 떠지며 칠흑 같은 눈동자가 드러났다.김태하가 나직하게 신음하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곧이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응,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10분만 더 자.”강지현은 조곤조곤 말하며, 손가락으로 남자의 이마 위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김태하는 다시 눈을 감고 그녀를 품속으로 조금 더 끌어당겼다.그러고는 코끝으로 정수리를 비비며 나른하게 웅얼거렸다.남자가 보기 드물게 어리광 부리는 모습에 강지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 역시 눈을 감고, 맞춰둔 알람이 울릴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켰다....이후의 촬영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카메라 앞에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할 때마다 감탄이 터져 나왔고, 배경과 조명 모두 완벽했다.사계절의 변화부터 세월의 흐름까지, 찍는 족족 인생샷이 탄생했으며 영상 촬영 역시 단 몇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애초 온종일 걸릴 예정이었던 분량은 해 질 무렵이 되자 일찌감치 끝이 났다.촬영이 마무리된 후, 어제 강지현과 함께 밥을 먹었던 헤메 담당자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지현 씨, 상원궁 뒤편에 되게 유명한 나무가 있거든요. 천년이나 된 고목인데 ‘홍실나무’라고도 해요. 관광객들이 다들 거기다 복주머니도 걸고 소원도 적어두고 가더라고요. 인연을 이어주는 데는 완전 용하다고 소문나서 인증샷 찍는 커플들도 엄청 많아요.”이내 손가락으로 방향까지 가리켜 보였다.마침 붉은 노을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 홍실나무는 그
김태하는 참 말도 잘 들었다.강지현이 챙겨주는 약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대로 넙죽 삼켰다.“오늘 밥 너무 적게 먹은 거 아니야?”조금 전 야식 자리를 떠올리던 강지현은 김태하가 몇 숟갈 뜨지도 않았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려 다시금 걱정이 밀려왔다.“입맛이 별로 없어?”“응,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배가 안 고프네.”김태하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가볍게 팔을 스트레칭했다.그러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무언가 눈치챈 강지현이 다급히 발걸음을 옮겨 따라붙었다.“너...”이내 앞을 가로막아서더니, 까치발을 들고 두 손으로 김태하의 뺨을 감싸 쥐었다.그리고 얼굴을 바짝 들이민 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날렵한 윤곽과 이목구비는 가까이서 볼수록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했지만, 바다처럼 깊은 눈동자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지현아.”“살 좀 빠진 것 같다?”강지현이 고개를 기우뚱하며 묻자, 김태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심장 깊은 곳에서 걷잡을 수 없는 애틋함이 치밀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 가뿐히 들어 올렸다.마치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깜짝 놀라는 강지현을 품에 안은 채 침대까지 거침없이 걸어갔다.단단한 팔뚝은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었다.침대로 가는 내내 숨소리 한번 흐트러지지 않던 그는 강지현의 몸이 폭신한 매트리스 한가운데에 닿고 나서야 깊은숨을 들이쉬었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콧등 위로 쏟아져 내렸다.“확인해 볼래? 나 아직 힘 펄펄 한데.”“아니야! 괜찮아.”캐리어 속에 있는 낯부끄러운 속옷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강지현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힘 넘치는 거 아주 잘 알겠으니까 굳이 증명 안 해도 돼.”오늘은 정말 뼈가 바스러질 정도로 피곤했다.여기서 더 까불다간 내일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게 뻔했다.김태하도 단지 장난을 치려던 참이었다.그러나 마치 겁먹은 토끼처럼 가련한 강지현의 눈빛을 마주하자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아무 말 없이 허리 숙여 두 팔로 침대 위를
강지현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던 김태하였지만, 그녀가 한마디 하자 순순히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달콤하고 애틋한 기류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볼이 발그레해졌다.김태하와 강지현의 신분이 워낙 특별하다 보니, 아무리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줘도 다들 조금은 긴장하고 있던 터였다.하지만 이 타이밍에 제대로 염장을 당하자, 딱딱하게 굳은 분위기가 서서히 풀렸다.“와, 부럽다... 저 다시 사랑을 믿어볼까 봐요.”“우리 오늘 지현 씨랑 같이 야식 먹다가 당뇨병 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요.”당황한 강지현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채 헛기침했다.“농담도 참. 얼른 밥 먹어요. 다들 많이 드시고... 최 비서님도 이제 그만 까고 식사하세요.”최동윤은 무의식적으로 김태하를 눈여겨보았고, 그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그러면서도 손에 쥐고 있던 랍스터 두 마리를 마저 까서 강지현과 김태하의 앞접시에 각각 하나씩 놓아주었다.김태하는 앞접시에 랍스터 살이 놓이기 무섭게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강지현에게 넘겨주었다. 이 사소한 행동에 스태프들은 또다시 환호를 터뜨렸다.강지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 밑으로 슬그머니 발을 뻗어 김태하의 바짓단을 톡톡 건드렸다.적당히 좀 하라는 경고였다.지나친 염장질로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비록 테이블 전체가 두 사람이 풍기는 달달한 기류로 가득 찼지만, 덕분에 가라앉았던 분위기도 한층 화기애애하게 살아났다.스태프들은 저마다 농담을 한마디씩 건넨 뒤,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다들 한창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쌓느라 바빠서 결혼은커녕 애인조차 없는 상태였다.원래는 일에만 치여 사느라 평소에는 연애 생각 따위 하지도 않았지만, 오늘 강지현과 김태하에게 제대로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김태하 같은 남자만 있다면 연애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제는
“내 명의로 된 투자 계열사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여기에 두 배 더 투자할 거야. 자금 여유가 있어야 일이 잘 풀리니까.”김태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냥 계획안이 괜찮아 보여서 전망성이 좋다고 판단했고 자진해서 투자하겠다고 해.”“알겠습니다.”최동윤이 답했다.김태하는 일 처리에 있어서 늘 분별력이 있었다. 오늘처럼 화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움직이는 건 최동윤도 처음 보았다.게다가 김태하는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강지현은 말을 하다가 방금 할머니를 돌보던 가정부가 옆에서 몰래 그들을 훔쳐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김태하에게 눈짓했다. 김태하는 곁눈질로 슬쩍 바라봤지만 굳이 볼 필요도 없이 이미 알아챘다.“우리 집 두 어르신이 다 이런 식이에요. 익숙해지면 돼요. 다음에 불편하면 그냥 거절해도 되고요.”강지현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오늘 저도 태하 씨를 뵙고 싶었어요. 주상 그룹 프로젝트를 제가 맡아 처리했잖아요. 태하 씨 덕분이 크고, 원래 감사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김태하는 낮게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태하 씨...”강지현이 이도운의 일을 설명하려 하자 김태하가 입을 열었다.“지현 씨의 사생활을 전 캐묻지도, 간섭하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약혼한 상태예요. 지현 씨가 예전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어요.”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강지현은 마음속으로 조금 미안함이 들었다.김태하가 그녀의 과거를 신경 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저... 최대한 빨리 처리할게요. 믿어주세요”강지현은 그 순간, 눈앞의 사람이 정말 이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녀에게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하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고, 매운 것도 되는지 물었다.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는 걸 보고 곧바로 이해하며 말했다.“좋아요. 기억할게요. 태하 씨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고, 매운 것도 안 되네요.”“조금 먹는 건 괜찮아요.”김태하는 입맛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맛이 강한 양념을 별로 안 먹는 편이었다.강지현은 더 묻지 않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시작했다.주방이 반개방형이라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모두 한눈에 보였다.그래서 김태하의 시선도 강지현에게 고정됐다.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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