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혼, 진짜 신분

가짜 결혼, 진짜 신분

By:  윤소정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t enough ratings
30Chapters
25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결혼 2년 만에야 알았다. 소중히 간직해 온 혼인신고서가 위조된 종잇조각이라는 것을... 결혼 2주년을 기념으로 혼인신고서를 재발급받으러 갔을 때, 강지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보물처럼 아끼던 그 종이가 가짜였다니. 남편 이도운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우연히 엿들은 대화는 그녀의 온 세상을 무너뜨렸다. 6년 동안 애틋하게 자신을 보살펴주던 그 남자가, 자신보다 여섯 살 많은 교수와 이미 5년 전에 결혼한 사이라는 것! 강지현은 자신이 두 사람의 ‘방패막이’ 역할이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라는 죄명 아래 그들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대리모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아내고 상속 문제를 알리러 연락해 온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미혼이고 자녀도 없으며 모든 재산을 제가 전부 상속받겠습니다.” 강지현은 미련 없이 이씨 가문을 떠났다. 이도운은 그녀가 의지할 곳 하나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에게 매달리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느 날,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거대한 정략결혼 발표 뉴스 속에서 강지현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막대한 재력을 등에 업은 채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전 세계 모든 이의 부러움과 축복을 받고 있었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결혼 2년 차인 어느 날, 강지현은 서랍을 정리하다 실수로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렸다.

재발급받으려고 구청에 가서 직원에게 말했더니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객님, 시스템에 조회가 안 되는데요. 고객님 혼인 등록 정보가 없습니다.”

“네? 그럴 리가요. 저 이제 결혼한 지 2년이나 됐는데요?”

강지현이 찢어진 혼인신고서를 내밀었다.

이에 직원도 인내심 있게 세 번이나 더 확인했지만 결국 컴퓨터 화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정말 등록 정보가 없어요. 그리고 이 도장도 비뚤었네요... 아마도 위조된 혼인신고서 같아요.”

강지현은 넋이 나간 채로 구청을 나섰다. 별안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강지현 씨. 저는 강지현 씨 아버님의 위임 변호사 안범수입니다. 재산 상속 관련 서류에 서명하셔야 하는데 권성 로펌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웬 사기 전화라 생각하며 이제 막 끊으려는데 상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강지현 씨 어머님 성함이 강서영 맞으시죠? 20년 전에 강지현 씨를 해원 보육원 앞에 두고 가셨는데 조사 결과 강지현 씨가 전 해원시 갑부 주승호 씨의 유일한 혈육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곧장 로펌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변호사에게 평생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강지현의 친아버지인 주승호는 재벌 총수인데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 주식, 부동산, 회사를 합쳐 자산이 수십조 원에 달했고 강지현은 그의 유일한 딸이라고 했다.

머릿속이 윙윙거릴 때, 변호사가 대뜸 질문을 건넸다.

“강지현 씨 혼인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

그 순간 남편 이도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방 안에 찢어진 가짜 혼인신고서를 생각하면서 그녀는 펜을 꽉 잡았다.

“일단 두 시간만 기다려 주세요. 먼저 가서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로펌에서 나온 그녀는 곧장 남편 회사로 향했다.

이도운의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 이제 막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성숙하고 매혹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운아, 우리 결혼한 지도 벌써 5년이나 됐는데 대체 언제 관계를 공개할 거야?”

강지현은 순간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너무나 익숙한 이 목소리, 바로 그녀와 이도운의 대학 시절 지도 교수였던 백하린이었다.

백하린은 이도운보다 여섯 살 연상이지만 나이만 제외하고 외모와 몸매 전부 여신급이었다.

학교에서도 늘 인기가 많았고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며 전교에서 가장 훌륭한 여자 지도 교수라는 명예까지 얻었다.

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곧이어 남편의 늘 자상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사가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아직 지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하린이 너를 집에 들여선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기셨어. 지금 공개했다가 할머니가 우리 자기 못살게 굴기라도 하면 나 마음 아프단 말이야...”

강지현은 귓속에 굉음이 울려 퍼지고 두 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았다. 행여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그녀는 다 찢어진 혼인신고서를 조심스럽게 맞춰서 가방에 소중히 넣어두기까지 했는데 애초에 자신이야말로 저들에게 놀아난 광대였다니.

강지현은 빠른 걸음으로 회사를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을 가다듬고서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변호사님, 재산 상속 관련 서류에 지금 바로 사인할게요. 아 그리고 저는 현재 미혼이고 자녀도 없어요. 모든 유산은 저 혼자 상속받겠습니다.”

상속 절차를 마친 강지현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가 추돌 사고를 냈고 이마를 살짝 다쳤다.

응급실에서 상처를 치료한 뒤 문득 뭔가 생각나 산부인과로 향했다.

검사 결과를 본 그녀는 마음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니까... 제 자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결과만 보면 아주 건강하십니다.”

“제가 임신할 수 있다고요?”

“물론입니다.”

“부부 생활에도 전혀 지장이 없고요?”

강지현의 질문에 지긋한 나이의 여의사마저 얼굴을 붉혔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하지만 결혼 전에 건강검진을 했을 때 이도운은 그녀에게 검진 결과를 보여주면서 자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임신은커녕 정상적인 부부 생활조차 그녀 몸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난 너랑 결혼할 거야.”

그때 이도운은 강지현의 손을 꼭 잡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생에 내게 여자는 오직 너뿐이야.”

그 약속 하나를 믿고 두 사람은 이씨 가문 어른들의 거센 반대에도 끝까지 버텼다.

시아버지는 찻잔을 집어 던지며 노발대발했었고...

“애도 못 낳는 년을 데려와서 우리 가문의 대를 끊을 셈이냐?”

시어머니는 가족 연회에서 친척들에게 눈물로 하소연했었다.

“우리 도운이가 어쩌다 저런 여자한테 홀렸는지...”

하지만 그때마다 이도운은 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내가 있잖아.”

2년 동안 시어머니가 공공연히 퍼붓던 비난의 말들은 가슴 속 깊이 박혀서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었다. 알도 못 낳는 암탉이라는 둥, 아이도 못 낳는 년이랑 결혼해서 뭐 하냐는 둥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악담이었다.

...

강지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이도운은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왔다.

180이 훌쩍 넘는 훤칠한 몸매의 남자가 흰 셔츠를 입고서 황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문득 함께한 6년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두 사람은 지도 교수인 백하린의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 친구의 자료를 대신 전달해주러 갔는데 이도운과 백하린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이도운은 예의 바르게 눈인사만 건넬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뒤로 이 남자의 4년간 맹렬한 구애가 펼쳐졌다.

이도운은 학교 킹카였던 터라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공부도 잘했으며 집안 형편 또한 넉넉했다.

거기에 구애 방식이 거침없는 데다가 자상하기까지 해서 그에게 넘어가지 않을 여학생이 별로 없었다.

물론 강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모 없이 자라 성격이 차갑고 괴팍한 그녀였지만 이도운의 열정적인 대시에 끝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도운이 계속 말을 걸어도 강지현이 아무 반응이 없자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 줄로 여기며 품에 안으려 하는데 별안간 그녀가 팔을 홱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이만.”

강지현은 짧게 내뱉고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예전에는 따뜻하고 안정감을 줬던 그의 품이 이제 마냥 역겹게 느껴졌다.

차에 올라탄 후에도 이도운은 여전히 그녀의 상태를 걱정했다.

“무슨 일 있었어? 평소에는 항상 조심해서 운전하더니 오늘은 어떻게 된 거야?”

“...”

강지현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시선이 손에 머물렀는데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났다.

이도운은 무시당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이에 그녀가 다시 한번 피했다.

“왜 또 화를 내고 그래? 알았어. 말하기 싫으면 더 강요하지 않을게. 오늘 집에 귀한 손님이 오셔서 아줌마더러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하라고 했어.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좀 풀어.”

이 남자는 자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럴수록 강지현은 오히려 헛웃음만 새어 나왔다.

“화내지 말고 기분 풀자, 응? 이 고비만 넘기거든 계속 옆에 있어 줄게. 요즘 회사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나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도운은 그녀가 기분이 풀린 줄 알고 덩달아 웃었다.

“그러게. 나 기분 엄청 좋아. 인생이 정말 다채로워졌다고나 할까?”

말 속에 숨겨진 뜻이 있었지만, 이도운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씨 가문 저택은 해원시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레이 파크에 있는데 별장 부지만 거의 170평에 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강지현이 졸업 후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이도운과 함께 회사에서 발로 뛰며 일군 것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위층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아이의 목소리와 부드럽고 달콤한 여자 목소리였다.

남자아이는 강지현과 이도운이 금방 결혼했을 때 입양한 아이였다. 올해 다섯 살이고 이름은 이윤후였다.

강지현이 고개를 들자 예상대로 백하린이 보였다. 그녀는 무려 5년 만에 나타났다.

파란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긴 웨이브 머리를 한 백하린은 서른이 넘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20대 초반처럼 앳돼 보였고 몸짓마다 성숙미가 물씬 풍겼다.

“지현아, 누가 왔는지 봐봐.”

이도운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낮고 깊은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담겨 있었다.

강지현은 이 인간이 이렇게 들뜬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평상시에 그녀에게 아무리 다정하고 잘해준다 해도 이렇게까지 흥분하진 않았었다.

그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남자의 원초적인 애정이었다.

“백 교수님?”

강지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란 척했지만, 속으로는 역겨움이 극에 달했다.

눈앞의 백하린은 단정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사무실에서 보여줬던 애교 넘치는 모습과는 아예 딴판이었다.

“지현아, 오랜만이야.”

백하린은 이윤후의 손을 잡고 서둘러 위층에서 내려오더니 강지현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강지현의 시선은 이윤후에게 향했다.

이도운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지현이 예전에 지냈던 보육원에서 남자아이를 입양하자면서 이름은 이윤후로 짓자고 상의했었다.

아이를 입양하면 이씨 가문의 어른들을 상대하기 수월할 것이고 부모님도 더는 강지현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강지현은 이도운이 자신을 배려한다고 생각하여 흔쾌히 동의했었다.

하지만 이윤후를 키우는 2년 동안 그녀는 엄청나게 고생했다.

아이의 성격이 난폭해서 기분이 잡칠 때마다 강지현에게 물건을 마구 내던졌다. 꼭 마치 그녀에게 깊은 적대심이라도 품은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어느 한번은 강지현이 보는 앞에서 이도운에게 친엄마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

화가 난 강지현이 양육을 포기하겠다고 할 때마다 이도운은 그녀를 설득했다.

이윤후가 엄마가 없어 불쌍하다며 더 너그러이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그 마음도 굳이 꼭 끄집어내곤 했다.

이윤후가 백하린의 손을 꽉 잡은 모습과 이도운의 일련의 행동들을 떠올리니 강지현은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결혼한 지 5년이 되었고 이윤후도 이제 5살이다.

이씨 가문에서 백하린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도운은 그녀를 방패막이로 삼아 수년간 모진 고생만 짊어지게 했다.

식사할 때 이도운과 이윤후는 백하린에게 반찬을 집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기애애한 세 사람이야말로 한 가족 같았고 옆에서 조용히 식사하는 강지현은 외부인이 돼버렸다.

“지현아, 교수님이 요즘 육아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있는데 조용한 환경이 필요하대. 마침 회사도 바쁘고 너도 할 일이 많으니까...”

이도운이 적절한 타이밍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어투로 강지현에게 말했다.

“교수님을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게 하는 건 어때? 너 대신 윤후도 잘 돌봐줄 수 있고, 이 녀석도 교수님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

‘하! 5년 동안 몰래 만나다가 이젠 대놓고 집에까지 들이겠다고?’

강지현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천천히 밥만 먹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도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지현아? 내 말 들었어?”

탁 소리와 함께 강지현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백하린이 덥석 가로챘다.

“미안해. 내가 괜히 두 사람 곤란하게 했지. 지현아, 오해하지 마. 도운이는 그저 네가 일하랴 집안 살림까지 챙기랴, 거기에 또 윤후까지 돌보느라 너무 힘들까 봐 나더러 도와주길 바란 거야...”

“아니야, 난 하린 이모랑 같이 있을래.”

백하린의 옆에 앉아 있던 이윤후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젓가락을 던지고 식탁을 마구 내리쳤다.

“윤후야, 이러면 안 돼.”

“이윤후, 버릇없이 굴 거야?”

순간 아이를 말리는 백하린의 목소리와 엄하게 꾸짖는 강지현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이윤후는 강지현을 노려보더니 컵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그대로 끼얹었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30 Chapters
제1화
결혼 2년 차인 어느 날, 강지현은 서랍을 정리하다 실수로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렸다.재발급받으려고 구청에 가서 직원에게 말했더니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고객님, 시스템에 조회가 안 되는데요. 고객님 혼인 등록 정보가 없습니다.”“네? 그럴 리가요. 저 이제 결혼한 지 2년이나 됐는데요?”강지현이 찢어진 혼인신고서를 내밀었다.이에 직원도 인내심 있게 세 번이나 더 확인했지만 결국 컴퓨터 화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정말 등록 정보가 없어요. 그리고 이 도장도 비뚤었네요... 아마도 위조된 혼인신고서 같아요.”강지현은 넋이 나간 채로 구청을 나섰다. 별안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안녕하세요, 강지현 씨. 저는 강지현 씨 아버님의 위임 변호사 안범수입니다. 재산 상속 관련 서류에 서명하셔야 하는데 권성 로펌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웬 사기 전화라 생각하며 이제 막 끊으려는데 상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강지현 씨 어머님 성함이 강서영 맞으시죠? 20년 전에 강지현 씨를 해원 보육원 앞에 두고 가셨는데 조사 결과 강지현 씨가 전 해원시 갑부 주승호 씨의 유일한 혈육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곧장 로펌으로 향했다.그리고 그곳에서 변호사에게 평생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강지현의 친아버지인 주승호는 재벌 총수인데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 주식, 부동산, 회사를 합쳐 자산이 수십조 원에 달했고 강지현은 그의 유일한 딸이라고 했다.머릿속이 윙윙거릴 때, 변호사가 대뜸 질문을 건넸다.“강지현 씨 혼인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그 순간 남편 이도운의 얼굴이 떠올랐다.가방 안에 찢어진 가짜 혼인신고서를 생각하면서 그녀는 펜을 꽉 잡았다.“일단 두 시간만 기다려 주세요. 먼저 가서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로펌에서 나온 그녀는 곧장 남편 회사로 향했다.이도운의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 이제 막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성숙하고 매혹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운아, 우리 결혼한 지도
Read more
제2화
강지현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얼굴에 주스 세례를 당하고 말았다.이 광경을 본 가정부들이 재빨리 달려와서 닦아주었다.“이윤후!”이도운까지 버럭 화를 내니 아이는 겁을 먹고 위층으로 줄행랑을 쳤다.이도운이 쫓아가려 하자 옆에 있던 백하린이 얼른 그를 말렸다.“그만해, 도운아. 윤후 아직 어린애라 너무 무섭게 굴면 안 돼. 내가 가서 볼게.”이어서 옷을 닦고 있는 강지현을 힐끗 쳐다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이도운은 그제야 강지현에게 주의를 돌렸다.“괜찮아? 이리 봐봐?”강지현이 옷을 다 닦은 그때 이 남자가 얼굴을 만지려 손을 내밀었다.“더러워. 저리 비켜!”그녀의 입에서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하지만 이도운은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더럽긴. 네가 더럽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항상 걱정만 했지. 윤후가 이렇게 말썽부릴 줄 알았다면 애초에 네게 맡기고 직접 키우게 하는 게 아닌데...”강지현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번졌다.“그러게. 친엄마가 키웠더라면 나보다 훨씬 잘 키웠을 텐데 아쉽게도 죽어버렸다지? 난 친엄마가 아니라서 애 하나 잘 키우지 못하나 봐.”이도운은 흠칫 놀라더니 안색이 돌연 굳어졌다.“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윤후는 우리가 입양했어. 윤후한테 엄마는 오직 너뿐이라고.”말을 마친 남자는 애정 가득한 눈길로 강지현을 쳐다보며 머리까지 살짝 쓰다듬었다.예상치 못한 그의 스킨쉽에 괴로움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방에 돌아온 그녀는 곧장 욕실에 가서 샤워했다.이도운도 곧바로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 백하린을 집에 들이는 것에 대해 상의해야 하니까.말이 상의지, 답은 이미 정해졌고 그녀에겐 결정권조차 없었다.그 둘이야말로 찐 부부였고 강지현은 가짜 아내이니까.“지금은 회사가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야. 윤후도 한창 사람 손 탈 때고 회사는 네가 없으면 돌아가질 않아. 교수님은 이제 육아 전문가셔. 아까 너도 봤잖아. 윤후가 교수님 말씀을 제법 잘 듣는 거
Read more
제3화
강지현이 이제 막 차에 타려 하자 이도운도 표정을 가다듬고 함께 가려 했다.이 시간이면 두 사람은 늘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비서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난 부동산 중개인이랑 집 보러 가기로 했어.”이도운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오늘 회사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이 집은 경쟁이 치열해서 오늘 안 가면 팔릴지도 몰라.”강지현은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너 항상 그랬잖아.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입가와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이도운은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그는 곧장 입꼬리를 씩 올렸다.“알았어. 그럼 나도 오늘 회사 안 가. 우리 함께 집 보러 가자.”“아니, 그럴 필요 없어.”강지현이 더 환하게 웃더니 몸을 돌려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나 혼자 고르고 싶어서 그래. 다 고르면 너한테 보여줄게.”그녀는 이도운의 속셈을 너무 잘 안다. 자신과 함께해주긴커녕 감시하기 위해서겠지.이도운의 수작으로 부부 공동명의로 집을 사게 되면 그 집은 결국 그와 백하린의 소유가 된다.강지현의 유혹적인 말투에 갑자기 흥분한 이도운은 그녀의 손목을 자연스럽게 잡아끌었다.“나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응.”강지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니 곧바로 손을 뺐다.“알았어. 그렇게 해, 그럼.”이도운은 낮게 말하면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피할 곳조차 없던지라 강지현은 역겨움을 참으며 스킨십을 받아들였다.그녀가 차를 몰고 떠나자 이도운의 입에 걸렸던 미소도 싹 사라졌다.단지 착각일까? 강지현이 뭔가 달라진 기분이었다.아니면 그녀가 원래 예민한 사람이라 백하린을 질투하는 걸까?이도운은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와 넥타이를 잡아당겼다.강지현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해서는 안 되었다.그녀가 아무리 좋고 자신에게 진심이라 해도 그는 하나밖에 없는 아내 백하린을 사랑할 테니까.한 시간 후, 강지현은 거대한 통유리창 앞에 서서 파이
Read more
제4화
“주씨 저택으로요?”강지현이 다시 물었다.“네. 앞으로는 그곳이 아가씨의 집입니다.”그녀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주승호는 그녀의 친아버지였고 수십조 원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주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였기에 피할 수도 없었고 피할 이유도 없었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알았어요. 제집이라면 당연히 직접 가서 봐야죠.”닥칠 일은 언젠가는 닥칠 것이다.가는 길에 유정재는 주씨 가문의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지금 이 가문에서 경영하는 사업이 아주 많았다. 자산의 대부분을 주승호가 소유했고 소부분을 주승호의 아버지 주호석과 형 주병찬이 가지고 있었다.이제 주승호의 모든 유산은 강지현에게 넘어갔다. 이는 강지현이 주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주호석은 현재 해외에서 요양 중이라 주승호의 아내인 엄경미가 대신하여 주씨 가문을 관리하고 있었고 회사는 양아들인 주단우가 책임지고 있었다.한 시간 후 롤스로이스 리무진 한 대가 주씨 가문의 본가로 들어섰다.300평이 넘는 넓은 별장 단지는 위엄이 넘치고 웅장했다. 단지 입구에서 본관까지 차로 10분 넘게 걸렸다.건물이 일반적인 고급 별장보다도 훨씬 화려했고 발밑의 벽돌마저 엄청난 값어치를 자랑했다.강지현은 이렇게 화려한 집은 처음이었다. 긴장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유정재는 그녀를 본관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가정부가 커다랗고 두꺼운 대문을 열자 통유리창 앞에 귀티가 나면서도 우아한 여자가 서 있었다.여자의 옆에 가정부 두 명이 서 있었고 소파에는 깔끔한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녀는 강지현을 몇 초간 훑어보다가 가까이 다가왔다.유정재는 눈앞의 여자가 바로 주승호의 아내 엄경미라고 낮게 소개했다.한편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주승호와 엄경미의 양아들이자 강지현의 명의상 오빠 주단우였다.엄경미가 고개를 들자 유정재는 일행과 함께 물러났다. 순식간에 넓은 응접실에 강지현과 엄경미 모자만 남게
Read more
제5화
차가 멈춘 후 주병찬이 문을 열고 다시 한번 말했다.“타. 가면서 얘기해.”강지현은 몇 초간 망설이다 결국 차에 올랐다.주병찬에게서 오늘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국내 최고 재벌인 김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김씨 가문은 금융, 과학기술,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 사업을 펼치고 있고 전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여 ‘나라에 버금가는 부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현재 김씨 가문의 후계자인 김태하는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능력으로 가문의 사업을 새로운 정상으로 끌어올렸고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어젯밤 주호석은 김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다. 주씨 가문과 사돈을 맺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들이 선택한 정략결혼 상대가 바로 강지현이었다.주병찬은 강지현에게 김씨 가문과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재벌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주씨 가문 역시 그중 하나라고 했다.그도 김씨 가문 어르신의 지시를 받고 강지현을 찾아온 것이었다.“김씨 가문이 주씨 가문보다 더 대단하단 말인가요?”강지현은 주병찬의 장황한 설명이 듣기 싫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에 주병찬이 답했다.“클래스가 달라. 굳이 비교하자면 주씨 가문은 해원시 갑부이고 해원의 상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김씨 가문은 레벨이 달라. 국내에서 김씨 가문에게 감히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그럼 김태하라는 그분은... 어떤 분인가요?”강지현이 또 물었다.“김태하가 국제적으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주 신비로운 인물이야. 나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주병찬이 코를 어루만졌다. 정략결혼 때문에 그녀를 찾아왔으니 무엇이든 잘 생각하고 말해야 했다.“소문에 따르면요?”“조금 까다로운 사람이라 하더라고.”주병찬이 솔직하게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매우 완곡하게 표현했다.김태하가 조금만 까다로웠더라면 김씨 가문의 문지방이 진작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어떻게 까다로운데요?
Read more
제6화
강지현이 몇 걸음 떼지도 않아 차 안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상대는 바로 지난번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던 사람이었다. 다만 오늘은 제복 대신 평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꼈는데 훨씬 친근한 분위기를 풍겼다.강지현은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아무래도 일부러 그녀를 데리러 온 듯 차 안에는 오직 그들 두 사람뿐이었다.“실례지만 누구...”“저는 대표님 개인 비서 최동윤입니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최동윤은 바로 그 뜻을 알아듣고 대답했다.“최동윤 씨 대표님은 왜 저를 정략결혼 상대로 선택하셨대요? 우린 서로 일면식도 없을 텐데...”강지현이 조심스럽게 떠보자 최동윤이 입꼬리를 올렸다.“그건 대표님 사생활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대표님이 최근에 귀국하셔서 강지현 씨와 모르는 사이인 건 맞을 거예요.”“그럼...”강지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외모는 어때요?”이 정도로 신비주의자라면 설마 엄청 못생겨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비록 정략결혼 상대일 뿐이지만 만약 상대가 너무 못생겼다면 강지현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그녀의 질문에 최동윤이 웃음을 터뜨렸다.김태하의 옆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그의 외모를 걱정하는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하지만 최동윤은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전 대표님의 외모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없어요. 이따가 직접 만나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아무래도 못생겼나 보다. 강지현도 그만 기대를 접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화려한 양옥집으로 들어섰다.도심이었지만 다소 외진 곳이라 프라이버시가 꽤 잘 돼 있었다.최동윤은 그녀에게 이곳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유명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고 오늘 식사 자리를 위해 김태하가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했다고 했다.강지현이 식당 안으로 들어선 후, 최동윤은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과 함께 물러났고 직원이 그녀를 조용한 룸으로 안내했다.“김태하 씨?”룸 안에서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부시
Read more
제7화
“응? 뭐가?”이도운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백하린을 품에 안으며 얼음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희 집에서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하면 어떡해? 나랑 윤후가 평생 명분도 못 얻으면 어떡해? 나중에 내가 늙으면 넌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백하린이 시선을 늘어뜨리더니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그럴 일 없어.”이도운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자상하게 닦아주었다.“말했지. 평생 널 지켜준다고. 아무도 우리 사이 못 막아. 내가 마음 변할 리는 더더욱 없고.”“도운아...”백하린은 감격에 겨워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남자의 입술을 탐했다.회사가 상장을 앞둔 시점이지만 이도운은 그녀의 요구대로 집에 들였다.하지만 이 남자는 2년 사이 많이 변해버렸다.예전처럼 그녀에게 열정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앞에서 강지현을 의식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백하린은 자주 불안해하고 또 아주 예민했다. 이도운을 아무리 믿어도 밀려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여자의 뜨거운 키스에 이도운은 몸에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두 사람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뜨거운 밤을 보냈다.하지만 찰나의 순간, 이도운의 머릿속에 강지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중요한 순간에 그가 불쑥 움직임을 멈췄다.“왜 그래...”깜짝 놀란 백하린이 급히 팔을 붙잡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곧게 욕실로 들어가 몸의 열기를 식혔다.머릿속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지현의 얼굴이 떠오른 순간 흥미가 완전히 식어버렸다.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백하린에게 말해선 안 되었다.“배탈 난 것 같아. 갑자기 속이 너무 안 좋네.”욕실에서 나온 후, 그는 다시 백하린을 껴안고 키스하며 연신 사과했다.그녀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요 이틀 이도운이 순종적이었던 것을 되새기며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이도운은 회사로 달려갔다.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는데 어렵게 계약하기로 한 몇몇 협력업
Read more
제8화
“야, 너...”문수정은 말문이 턱 막혀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평소 과묵하고 순종적이던 강지현이 갑자기 왜 이렇게 말발이 늘어난 걸까?게다가 이도운과 회사까지 들먹이며 오히려 문수정을 억지 부리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어머님, 아가씨가 먹고 싶은 가게가 생각나면 저한테 다시 알려주세요. 일이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그러고는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뚜뚜 소리에 문수정은 너무도 화가 나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이년이... 감히 내 전화를 끊어?”그녀는 분을 삭이지 못해 휴대폰까지 던져버릴 뻔했다.그런 엄마의 모습에 이민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지현 안 온대요?”“이게 다 도운이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래. 애도 못 낳는 주제에 출신도 볼품없는 게 우리 집안에 시집온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 은혜도 모르고 감히 나한테 개겨?”문수정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가슴을 두드렸다. 지금은 체면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한편 이민지는 진작 예상한 듯 눈을 희번덕거렸다.“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강지현 걔 평소에 얌전한 척 연기한 거라니까요. 오빠 같은 이익 지상주의가 걔처럼 별 볼 일 없는 여자랑 결혼한 것만 봐도 모르겠어요? 그년 절대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그런데 걱정하진 말아요. 강지현 다스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이민지가 야유를 날리더니 직접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평소 그녀를 부려 먹기를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퍽이나 사이가 좋은 척했다. 게다가 이민지의 남편 진태웅이 이경 그룹에서 부장직을 맡고 있어 업무상 강지현과 의견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이민지는 강지현을 만만한 상대로 여겼다. 제아무리 오늘 문수정에게 개겼다 해도 어디까지나 이도운 때문일 것이라 확신했다.집에서 이도운은 동생인 이민지를 끔찍이도 아꼈다. 그녀가 입만 열면 강지현은 아무리 싫어도 와야 할 것이다.그때 가서 강지현에게 잡도리 좀 하고 엄마 대신 분풀이를 해줄 생각이었다.전화가 한참 울리고 나서야 연결되었다. 이민지는 강지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흐
Read more
제9화
“아가씨, 산후조리 중에 화내지 말아요. 몸 상할라.”태연한 강지현과 달리 이민지는 노발대발했다.“언니! 지금 우리 오빠 회사를 방패로 삼으면서 게으름 피울 생각이에요? 언니는 우리 이씨 가문의 며느리예요. 와서 밥 지으라는 건 기회를 주는 거라고요. 지금 그 일자리도 우리 집안에서 해준 걸 잊으면 안 되죠...”“어머, 아가씨가 얘기 안 했으면 깜빡할 뻔했네요. 서방님 이번 달 실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던데요?”강지현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그 말에 이민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요즘 들어 진태웅은 계속 야근했고 죽상이 되어 집에 들어오곤 했다.실적이 많이 떨어져 회사가 도와줘도 예전 같지 않았다.“지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서방님이 아가씨한테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서방님의 실적 중 절반이 내가 소개한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내가 너무 바빠서 서방님이 찾아와도 도와줄 시간이 없었어요.”이 말을 들은 이민지는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문득 진태웅이 요즘 들어 강지현을 자주 언급하던 게 생각났다. 그녀가 너무 바빠 얼굴 본 지도 오래됐으니 시간이 되면 집에 한 번 부르라고 했다.이민지가 강지현을 싫어하는 이유 중 절반이 남편이 강지현의 칭찬을 아끼지 않아서였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현은 외모가 예쁘장하여 남자들을 홀리기 쉬웠다.“새언니,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태웅 씨 얼마나 능력 좋은데. 누구 소개 안 받아도 충분히 실적 올릴 수 있거든요...”“아가씨, 서방님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아가씨한테 많은 걸 숨기는 것 같아요. 확인하고 싶으면 서방님한테 물어봐요. 어차피 서방님의 고객들 대부분이 내 지인이라 부인하지 못할 거예요.”강지현의 몇 마디 말에 이민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지금 이민지의 가정불화를 암시하고 있고 진태웅이 그녀에게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이 분명했다.“아가씨가 산후조리 때문에 힘들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오늘 회사 프로젝트를 반드시 따내야 해서요. 이 건이 성사된다면 서방님의 실적도 조금은 회
Read more
제10화
강지현의 인맥과 자원이 워낙 화려한지라 진태웅은 굳이 그녀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민지가 이토록 화를 내니 진태웅은 바로 정색하며 강지현은 좋은 사람이고 내조를 잘하는 아내와 결혼한 이도운이 부럽다고까지 했다.제대로 긁힌 이민지는 남편의 게임기와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CD들을 모조리 부숴버렸다.“왜 그랬어 민지야... 남자들이 자존심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데. 뭣 하러 강지현 때문에 진 서방한테 그렇게까지 화를 내?”문수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민지의 손등을 토닥였다. 딸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 일이 너무 한심하고 화가 났다.강지현은 이씨 가문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갈등까지 빚게 하다니. 그야말로 재앙 덩어리가 따로 없었다.“아무래도 태웅 씨가 강지현한테 홀린 것 같아요.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일지 누가 알겠어요! 안 돼, 지금 당장 강지현한테 찾아가야겠어요!”이민지는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민지야!”저녁 무렵, 이도운이 백하린과 식사를 마친 그때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당장 이민지네 집으로 오라는 명령이었다.이도운이 눈살을 찌푸리자 백하린이 불안해하며 물었다.“왜 그래, 도운아?”“몰라. 민지가 쓰러진 것 같은데 엄마가 지금 당장 오래.”문수정이 이렇게 강하게 명령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이민지가 걱정됐던 이도운은 백하린과 이윤후를 집에 데려다준 후 서둘러 달려갔다.아니나 다를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민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엄마, 무슨 일이에요? 민지야, 괜찮아?”이도운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민지가 침대에 멀쩡하게 누워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다.의사가 진찰해보니 이민지가 갑자기 쓰러진 이유는 저혈당에 갑자기 흥분한 탓이라고 했다. 의사는 그녀에게 기와 혈을 보충하는 약을 처방한 후 자리를 떠났다.가정부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닫고 나서야 문수정은 조금 전 일어난 일을 이도운에게 일일이 얘기했다.물론 그녀의 입을 거치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