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10화. 붉은 연기
하늬에게 찾아 온 절체절명의 위기.
승준의 손가락 끝에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정적이 감도는 대기실 안에서 승준의 서늘한 시선이 하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꿰뚫었다.
하늬의 심장은 폭주하는 엔진처럼 날뛰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기서 무너지면 엄마도, 자신도 끝이었다.
“서연아, 설명해 봐. 이 상처가 왜 네 손가락 끝에서 지워지는 거지?”
"네? 그건?"
승준이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자국을 보여주며 압박해 왔다.
하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을 다잡으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조소와 서러움이 뒤섞인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히려 승준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더 크게 찢어발겼다.
“후련해? 내 추한 바닥을 확인하니까 속이 시원하냐고! 승준싸”
"뭐?"
하늬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승준이 주춤했다.
하늬는 거울 앞에 놓인 클렌징 워터를 집어 들어 자신의 손목을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반쯤 번져 있던 가짜 흉터가 닦여나가며 매끄럽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그래, 이거 가짜야! 내가 직접 그렸어. 잘 봐.만족해?”
"그렸다고?"
승준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직접 그렸다니, 그게 무슨···.”
“남들은 다 잊었어도 난 못 잊으니까!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내 몸은 너무 깨끗해서··· 그게 더 소름 끼쳐서!”
하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승준의 가슴을 밀쳤다.
“의사가 그러더라, 이건 몸의 상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고.
흉터는 사라졌어도 내 뇌가 그 고통을 기억해서 환상통을 만들어내는 거래.
그래서 그렸어!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가 있으면 덜 미칠 것 같아서!
내가 미친년 같지? 흉터까지 연기하는 미친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것은 하늬가 배우 시절 배운 ‘신체 이형 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교묘하게 섞은 고도의 심리 연기였다.
승준은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그녀가 ‘가짜’ 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지, 그녀가 ‘정신적으로 무너져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늬는 바들바들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승준 씨는 좋겠네. 모든 게 명확하고 깔끔해서.
나는 내 몸조차 믿을 수 없어서 매일 아침 저주받은 낙인을 내 손으로 그리는데···.”
"아니...그게 아니라..난"
승준은 자책감에 휩싸였다.
그는 그녀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몰아세웠던 자신의 행동이,
상처 입은 여자의 트라우마를 난도질한 잔인한 짓이었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주저앉은 하늬를 감싸 안았다.
“미안해··· 내가 무지했어. 서연아, 제발 그만해.”
"흑..흑"
하늬는 승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었다.
그때 승준의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그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닌, 지독한 죄책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묘한 떨림이었다.
하늬는 속으로 생각했다.
‘속았어.’
'미안해요. 승준씨.'
하지만 그 안도감 뒤로 이름 모를 통증이 찾아왔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안아주는 이 남자의 온기를 이용해야만 하는 현실이,
이제는 연기가 아닌 진짜 상처가 되어 하늬의 가슴을 긁어내리고 있었다.
며칠후,
한주 그룹 본사 스카이라운지.
승준의 이복형이자 한주 건설 대표인 한승현 전무가 하늬를 은밀히 불러냈다.
성진과의 계열사 빅딜 합병을 앞두고 승준의 입지가 독보적으로 굳어지자,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약혼녀인 '강서연'을 흔들려는 수작이었다.
"강 상무님, 우리 솔직해집시다.
승준이 그 녀석,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 없는 샌님 아닙니까?
어차피 비즈니스 결혼인데, 승준이 대신 제 손을 잡으시죠.
한주 건설이 가진 해외 플랜트 지분을 성진에 넘기겠습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내일 이사회에서 승준이가 올릴 '신에너지 투자안'의 원가 산정 부실 자료를 터뜨려 주시면 됩니다."
"지금...나보고 약혼자인 승준씨를 배신하라는 건가요?"
"너무...쉽게 생각하신 건 아니신가요?"
한승현은 성진의 이익을 미끼로 던지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의 정략결혼이었다면 충분히 흔들릴 만한 달콤한 독이었다.
그런데, 한승현의 제안은 너무나 순진한 제안이었다.
하늬는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파리에서 익힌 가장 오만하고 나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늬는 한승준의 어이없는 제안을 듣고, 이 상황을 재밌게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흥미로운 제안이네요, 한 전무님.
저 역시 무능한 파트너와 성진의 미래를 묶을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하하하. 그러실 줄 알았어요. 제수씨. 인간적인 정보다...비즈니스를 생각하시는 강상무님. 하하하"
"..."
""우리는 서로 통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강상무님. 하하하"
다음 날 오후, 한주 그룹 본사 대회의실. 한주 그룹 지주회사의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승준이 이끄는 신에너지 프로젝트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한승현이 득의양양하게 하늬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계획대로라면 '강서연 상무'가 승준의 뒤통수를 치는 내부 고발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하늬가 서류철을 든 채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승준의 미간이 서늘하게 굳었다.
의외의 존재가 이사회에 나타난 것에 승준은 적잖이 놀랐다. 그것도 사전에 언질없이...
'도대체. 강서연.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성진 그룹 상무 강서연입니다.
오늘 이사회에 앞서, 한 전무님께서 제게 친히 건네주신 '특별 자료'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의기양양해진 한승현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갔다.
저 이복동생 한승준의 능력에 묻혀서 기 죽어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지...치를 떨었다.
오늘...회심의 일격을 강서연을 통해 연출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만 스크린에 뜬 문서는 승준의 부실 자료가 아니었다.
[한주 건설 한승현 대표: 하도급 업체 공사비 리베이트 조성 내역 및 해외 페이퍼 컴퍼니 송금 증빙]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한승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저건 분명...자신이 건네 준 자료가 아니었다.
"너, 강서연. 이게 무슨 짓이야! 강서연!"
하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마이크를 잡았다.
"한주와 성진의 빅딜 합병은 단순한 지분 결합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뒤로는 가족의 등에 칼을 꽂고, 앞으로는 파트너사를 뇌물로 매수하려 드는 파렴치한 경영진과는 단 1원의 계약도 맺을 수 없습니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야 강서연. 내려와"
"내려오라구요? 한전무님. 난 성진의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한 거에요.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승현 전무의 얼굴은 금새라도 터질 듯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붉으락 푸르락했다.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 이렇게 처람하게 뒤통수를 후려 맞을 줄은 몰랐던 한승현.
완벽한 공개 처형이었다.
강서연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단순한 돈에 눈먼 예전의 천박한 강서연으로 오해한 것이 오늘의 이 참담한 패배로 나타난 것이다.
한주 그룹 감사팀이 들이닥쳐 한승현을 끌어냈고, 회의실 안은 승준의 압도적인 판정승으로 정리되었다.
모두가 빠져나간 텅 빈 회의실, 승준이 하늬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혼란과 걷잡을 수 없는 열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왜 날 도왔어? 한승현이 제시한 카드가 성진에게 훨씬 이득이었을 텐데."
"한승현 전무요?허. 참내. 내가 무슨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보이나요? 나를 뭘로 보고.."
하늬는 차갑게 서류를 챙기며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하.참내. 어이가 없네. 착각하지 마세요. 한승준씨.
내 남편이 될 남자가 어디서 굴러먹던 하이에나한테 물어뜯기는 꼴이 보기 싫었을 뿐이니까."
승준은 돌아서려는 하늬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 자신의 가슴팍으로 당겼다.
쿵, 쿵, 닿은 가슴을 통해 뛰는 승준의 심장 박동이 하늬의 손바닥을 울렸다.
"날 위한 거였잖아. 거짓말하지 마, 강서연. 넌 지금 비즈니스가 아니라... 날 지켰어."
"그렇게 생각한다면야...이번엔 제가 한승준씨를 지켜준 걸로 하죠? 호호호"
승준의 붉어진 눈시울이 하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두었다.
속여야만 하는 남자를 지켜버린 대가.
하늬는 그가 옥죄어오는 사랑의 덫에서 빠져나갈 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제13화. 박제된 공주의 반격성진 그룹 회장 자택에 있는 강 회장 서재의 불빛은 새벽이 깊도록 꺼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조 실장이 가져온 치앙마이의 사진을 아주 천천히, 한 장씩 넘겼다. 그의 표정은 호수처럼 고요했지만, 사진과 서류를 쥔 손끝에는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그리고, 한장의 사진을 들어올렸다.이하늬와 판박이로 닮은 이가 망원렌즈로 찍혀 있었다."서연이가... 서연가 살아 있었군."강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분노보다는 허망함,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핏줄에 대한 지독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어렸을때부터 해달라는 것은 무조건 해주었다.해를 따달라면 해를 따오고, 달을 따달라면 달을 따오고...그랬던 것이 서연이를 망친 것 같아, 독이 된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이 드는 강 회장이었다.차곡차곡 그룹의 일을 맡겼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아이가 안되었을 것을...'내가...너를...이리 만들었구나...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다음날 성진 그룹 회장실에 출근한 강 회장이 조 실장을 불렀다.강 회장은 한동안 창밖을 초점없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긴 침묵이 흘렀다.그때 조 실장이 말했다.조 실장은 자신을 왜 불렀는지 직감했다.어제 진짜 강서연의 존재를 보고했기에 그와 관련돼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회장님, 당장 경호팀을 보내 실종 신고된 상무님을 모셔올까요?""흠..."조 실장의 물음에 강 회장은 창밖의 무표정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단순히 사랑하는 딸을 찾는 아버지가 아니었다.그는 무너져가는 성진 그룹이라는 제국의 마지막 성벽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설계자였다.피 보다는 그룹의 생명을 더 중히 여기는 이성론자였다.지금 성진 그룹은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야심차게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한 투자가 몇년째 빛을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그룹의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지금 한주 그룹과의 빅딜이 성사되질 않으면, 성진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였던 것
제12화.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서 성진 그룹의 승리로 끝난 MOU 기술 협약식 이후, 승준은 차가운 침묵으로 하늬를 대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예우를 갖추기 위
제11화. 체스의 말, 사냥터의 꽃 성진 그룹 회장실 강 회장의 집무실. 강 회장과 조 실장이 나즈막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10화. 붉은 연기하늬에게 찾아 온 절체절명의 위기.승준의 손가락 끝에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정적이 감도는 대기실 안에서 승준의 서늘한 시선이 하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꿰뚫었다. 하늬의 심장은 폭주하는 엔진처럼 날뛰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기서 무너지면 엄마도, 자신도 끝이었다.“서연아, 설명해 봐. 이 상처가 왜 네 손가락 끝에서 지워지는 거지?”"네? 그건?"승준이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자국을 보여주며 압박해 왔다. 하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을 다잡으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조소와 서러움이 뒤섞인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히려 승준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더 크게 찢어발겼다.“후련해? 내 추한 바닥을 확인하니까 속이 시원하냐고! 승준싸”"뭐?"하늬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승준이 주춤했다.하늬는 거울 앞에 놓인 클렌징 워터를 집어 들어 자신의 손목을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반쯤 번져 있던 가짜 흉터가 닦여나가며 매끄럽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그래, 이거 가짜야! 내가 직접 그렸어. 잘 봐.만족해?”"그렸다고?"승준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직접 그렸다니, 그게 무슨···.”“남들은 다 잊었어도 난 못 잊으니까!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내 몸은 너무 깨끗해서··· 그게 더 소름 끼쳐서!”하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승준의 가슴을 밀쳤다.“의사가 그러더라, 이건 몸의 상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고. 흉터는 사라졌어도 내 뇌가 그 고통을 기억해서 환상통을 만들어내는 거래. 그래서 그렸어!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가 있으면 덜 미칠 것 같아서! 내가 미친년 같지? 흉터까지 연기하는 미친년!”"아니. 그게 아니라..."이것은 하늬가 배우 시절 배운 ‘신체 이형 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교묘하게 섞은 고도의 심리 연기였다. 승준
제9화. 신의 한 수, 그리고 가면의 균열성진 그룹의 사활이 걸린 의류 신제품 론칭 쇼를 앞두고...메인 모델이 잠적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메인 모델이자 성진의 얼굴이었던 톱배우가 상대 경쟁사의 사주를 받고 행사 직전 잠적해 버린 것이다.그것도 행사 당일날. 대신 섭외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노린 것이다.이 행사는 단지 의류 신제품 론칭 만이 아니라, 론칭 쇼를 기회 삼아 정재계를 초청해서 성대하게 치뤄지는 행사였다.하객으로 참석한 수백 명의 언론사와 승준을 포함한 그룹 관계자들은 성진의 망신을 기다리며 웅성거리고 있었다.조 실장은 사색이 되어 강 회장에게 보고했다.아마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그룹의 이미지를 해칠려는 함정에 걸린 듯 하였다."회장님, 메인 모델이 사라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론칭 쇼는 물론이고 내일 주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누가 이런 짓을 꾸몄지? 조실장?""아마도...그룹이 흔들리기를 원하는 쪽일 것입니다.""흠...그럼 그 쪽인가? 증거를 찾아내도록 해.""네...알겠습니다. 회장님."강 회장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그때, 분장실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하늬가 천천히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강 회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제가 나갈게요. 서연 상무가 직접 모델로 나서는 겁니다. '상속녀가 직접 입는 옷'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이 어디 있겠어요?""상무님. 그건?""제가 할 수 있어요. 회장님. 저에게 맡겨 주세요. 기필코 성공 시키겠습니다.""네가 말이냐? 한번도 해보질 않은 네가 말이냐?""한번도 해보질 않았다 해서,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우입니다. 철저히 연기처럼 해보겠습니다.""흠...좋아. 잘 해보거라.""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좋아. 기대하마."조 실장이 아직은 그런 큰 행사를 맏길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강 회장은 도박을 거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겠느냐?""네."단호한 하늬의 대답에 강회장은 하늬
제8화. 완벽한 무대장치어느날, 강 회장은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강 회장은 하늬를 서재로 불러 아주 차가운 미션을 던졌다.그것도 그룹의 난제 중에 난제였던 리조트 사업.아시아 최대의 테마파크로 만드는 리조트 사업이었다.하지만, 몇년째 중단된 문제가 있었으니...리조트 부지에서 제일 중요한 곳에 명문가 종갓집이 있었고, 그 어르신이 꿈쩍도 안한다는 것이었다.그룹의 임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땅을 매각하라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이룰 수가 없었다.옹고집도 이런 옹고집이 없었다.그 종갓집 땅이 뭐라고. 거액을 준다고 해도 꿈적을 안하다니.그래서,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볼겸 불가능한 미션을 강회장은 생각해내었다. [성진그룹이 추진 중인 리조트 부지의 종갓집 어르신을 설득하라는 것.]그런데 종갓집이 하필 리조트 부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주변의 땅들은 이미 매입했으나, 오직 종갓집 만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종갓집만 놔두고 개발할 수도 없었다.강 회장의 머릿속을 고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해결 불가능한 미션을 주기로 한 것이다.실패하면 하늬의 엄마는 당장 병원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강 회장에게 하늬는 그저 도망간 서연을 대신해 욕받이가 되어줄 '정교한 가짜'일뿐이었다."네가 가진 그 미천한 연기력으로 그 노인을 속여봐라. 아니. 설득해봐.서연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네가 해낸다면, 네 엄마의 생명 연장도 고려해 보지.""약속...약속 하시는 건가요?""그래. 당연하지. 내 말을 못 믿는게냐?""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약속 꼭 지키시길 바랄게요."강 회장의 목소리는 비정했다. 강 회장이 말한 해결 불가능한 미션.하늬는 기필코 미션을 성공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며칠후, 하늬는 그 모욕감을 삼키며 종갓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한주 그룹의 승준이 도착해 냉철한 수치로 어르신을 압박하고 있었다.승준은 하늬를 돕기 위해, 먼저 어르신을 설득해보기로 한 것이었다.하늬는 승준과 어르신 사이의 팽팽한 대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