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상속녀의 진짜 웨딩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13 챕터

제1화. 이름 없는 대역

제1화 이름 없는 대역프랑스 니스의 아침은 잔인할 만큼 눈부셨다.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창틀 너머로 넘실거렸지만,그 화려한 풍경이 무색하게 '성진 그룹'의 전용 별장은 유령이 지나간 듯 고요했다.강 회장의 특명을 받고 급파된 조 실장이 서연의 방 문을 열었을 때, 그를 맞이한 건 사람의 온기 대신 서늘한 바닷바람뿐이었다.화장대 위에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옆에 놓인 구겨진 메모 한 장.[찾지 마세요. 저는 이제 '강서연'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여자로 살기로 했어요.]​조 실장의 눈등이 파르르 떨렸다. 대한민국 재벌 순위 5위권의 성진그룹과 1위 한주그룹의 합병이 달린 정략결혼이었다. 일주일 뒤면 양가 상견례가, 한 달 뒤면 세기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신부가 사랑을 찾아 도망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성진 그룹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강 회장의 분노는 대지를 태울 듯 거세질 터였다.조 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한국에 있는 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 회장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낮고 차가웠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채워 넣어.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성진의 미래도 없다. 서연이가 아니어도 좋아. 아니, 서연이어야만 해.""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서연이를 닮은 아이를 찾아. 최대한 닮아야 한다. 조 실장""네. 알겠습니다. 회장님."대학로의 막다른 골목, 낡은 소극장의 조명은 언제나 그렇듯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무대 위에서 하늬는 화려한 중세풍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곳곳이 해지고 실밥이 터진 가짜였다.“공주님,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상대 배우의 대사에 하늬는 눈물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관객이라곤 고작 다섯 명뿐인 소규모 연극이었지만, 하늬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이라 믿었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지는 순간, 그녀는 다시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분장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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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박제된 공주

제2화. 박제된 공주성진 그룹의 저택은 거대한 무덤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은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었지만, 그 안에서 숨 쉬는 하늬의 일상은 숨이 막힐 듯한 규율로 가득 찼다. 조 실장은 하늬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조 실장은 강서연 상무에 대해 두툼한 사전 지식 자료를 주면서 무조건 암기하라고 했다.두툼한 사전 지식 자료엔 강서연 상무의 살아온 이야기, 앨법, 취미, 대학생활 등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었다.오늘은 강서연 상무의 평소 습관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강서연 상무는 걸을 때 발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척추는 항상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보다 15도 위를 향하십시오.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네. 알겠어요.""자..자..이렇게..."조 실장의 지휘 아래, 하늬는 매일 아침 5시부터 자정까지 서연의 삶을 통째로 외워야 했다.서연이 선호하는 홍차의 온도, 즐겨 찾는 브랜드의 시즌별 특징, 심지어 성진 그룹 가계도에 얽힌 수백 명의 얼굴과 이름까지.“이건··· 연기가 아니에요. 그냥 기계가 되는 거지.”"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벌써 지치신 건가요?""그게...아니고..""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하늬가 지친 듯 식탁에 얹은 손을 조 실장이 차갑게 쳐냈다.“연극 배우시지 않습니까?""네?""관객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VVIP들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특히 당신의 약혼자가 될 한승준 본부장은 사람의 눈빛만 보고도 피 냄새를 맡는 인물입니다.”조 실장은 하늬의 왼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그리고는 서연의 의료 기록과 사진을 내밀었다.“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 자리, 쇄골 아래에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그 작은 흔적들. 당신에겐 없습니다. 샤워할 때도, 옷을 갈아입을 때도 도우미의 손길을 거부하십시오. 누구에게도 당신의 맨살을 보이지 마세요. 그것이 당신의 생명줄입니다.”"네. 알겠어요. 알겠다구요"​신경질적으로 하늬는 대답해버렸다.하늬는 침을 꿀꺽 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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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가면의 서막

제3화. 가면의 서막비밀 안가 훈련을 통과한 하늬가 강 회장의 본저택에 '상무 강서연'으로서 처음 발을 들인 첫날 아침. 저택의 식당에는 팽팽한 살얼음판이 깔렸다.강서연의 전담 프라이빗 셰프이자, 서연이 태어날 때부터 음식을 전담해 온 '장 셰프'가 아침 식탁을 들고 들어온 것이다. 강 회장의 충신이자 사람을 떠보는 데 도가 튼 장 셰프는 서연의 실종과 복귀 과정에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던 인물이었다."상무님, 긴 외국 생활로 기력이 많이 쇠하셨을 듯하여, 상무님이 가장 사랑하시던 특별식으로 준비했습니다."장 셰프가 뚜껑을 열자, 버터 향이 진하게 풍기는 전복 비스크 소스 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식탁 맞은편에서 신문을 보던 강 회장의 눈길이 슬쩍 식탁으로 향했고, 뒤에 선 조 실장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조 실장의 교육 자료 어디에도 '서연이 가장 사랑하던 특별식'의 구체적 메뉴는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하늬는 은빛 포크를 쥐었다. 하지만 소스 위를 장식한 초록색 허브를 보는 순간, 하늬의 뇌리에 강서연의 비밀 의료 기록이 스쳐 지나갔다.[환자 강서연: 갑각류 알레르기 없음. 단, '딜(Dill)' 허브 섭취 시 가벼운 피부 발진]'시험하는 거야.'순간 하늬는 직감했다. 이것은 시험이라는 것을.장 셰프는 진짜 서연이라면 결코 입에 대지 않을 허브를 소스에 듬뿍 얹어 떠보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하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덥석 먹는다면 알레르기 유무를 떠나 '가짜'임이 들통나고, 그렇다고 당황해하며 물리면 미숙함을 들키게 된다.하늬는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장 셰프를 올려다보았다."장 셰프.""예, 상무님.""내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조차 내 접시엔 '딜' 한 잎도 올리지 않았어. 그런데 20년을 내 곁에 있던 당신이... 내 접시에 이 역겨운 풀잎을 태연하게 얹어?""네?"식당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장 셰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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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빈티지의 거짓말 ​

제4화. 빈티지의 거짓말상류층 자녀들의 사교 모임이 열린 곳은 한남동의 프라이빗 와인 바였다. 조 실장은 하늬를 차에서 내보내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상무님. 오늘 모임은 단순한 술자리가 아닙니다. 그들의 인맥과 정보가 오가는 전쟁터죠. 모르면 웃으세요. 우아함은 침묵에서 나옵니다.""네. 알겠어요. 조실장님""그리고...모든 우아함은 자신감에서 나옵니다. 내가 강서연 상무라고 여기시고 하십시요.""네...고마워요."하지만 그 조언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었다."서연아! 너 이번에 옥션에서 낙찰받은 르 루아(Le Leroy) 68년 빈티지, 벌써 오픈한 건 아니지?""누구?"화려한 트위드 셋업을 입은 여자가 하늬의 팔을 붙들며 물었다. 하늬는 당황했다. '르 루아? 68년?' 하늬에게 와인이란 편의점에서 만 원대에 파는 빨간 술, 혹은 엄마가 가끔 요리에 쓰던 시큼한 액체일 뿐이었다."아... 그게, 아직은 아껴두고 있어.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뭐? 아껴? 너가 왠일이야. 최고급이 아니면 취급도 안하던 네가?"'도대체..이 강서연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살아온거야??'하늬는 서연 특유의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간신히 대답했다.하지만 대화는 하늬의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흘러갔다."역시 서연이네. 하긴, 요즘 테루아(Terroir) 상태가 안 좋아서 09년 산들도 예전만 못하더라고. 너 저번에 부르고뉴 갔을 때 그 도원(Domaine) 주인이랑 계약한 건 어떻게 됐어?""뭐? 부르고뉴? 도원?""그래? 그 계약한 건 말이야. 뭐야 까먹은거야??"하늬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테루아, 도원, 빈티지... 단어들은 허공을 떠다니는 기호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잔을 흔들며 아로마니, 부케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을 쏟아냈다. 하늬는 그들이 건네는 와인 잔을 받아 들었지만, 한 모금 마시는 것조차 겁이 났다. 혹시라도 잔을 잡는 법이 틀리진 않았을까, 맛을 보고 내뱉는 감탄사가 천박해 보이지는 않을까."서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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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잠들지 않는 연극배우

제5화. 잠들지 않는 연극배우정신없던 성진가의 정기 만찬에서 고모 강혜란 전무와 살기띈 대화를 주고 받은 후, 방에 돌아온 하늬는 와인 바에서의 아슬아슬한 기억이 떠올랐다.와인 바에서 돌아온 그날 밤, 하늬는 화려한 드레스를 벗어던질 새도 없이 서재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 실장이 던져준 두꺼운 자료집들이 흉기처럼 느껴졌다.“프랑스 유학을 3년이나 다녀온 여자가 보르도와 부르고뉴도 구분 못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오늘 한승준 본부장의 눈빛 보셨죠? 그는 이미 당신의 빈틈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알아...챘을까요?"조 실장의 차가운 질타가 귓가에 쟁쟁했다. 하늬는 입술을 깨물며 노트북을 켰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연극이었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외우지 못한 배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하늬는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조 실장이 준비해 준 프랑스어 회화 테이프를 틀었다. “Enchanté. Je m'appelle Kang Seo-yeon.”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강서연입니다.)혀끝이 꼬이고 발음은 투박했다. 하지만 하늬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천생 배우였다. 뜻은 몰라도 소리의 높낮이와 리듬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방 안에는 낯선 외국어 문장들이 유령처럼 떠다녔다.책상 위에는 와인 도감이 펼쳐졌다. 5대 샤토의 이름, 빈티지별 특징, 각 지역의 토양 성분까지. 하늬는 포스트잇에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 방안 가득 붙였다. ‘샤토 무통 로칠드, 1945년은 승리의 빈티지. 라벨의 V를 기억할 것.’ ‘샤토 마고는 우아함의 대명사···.’새벽 3시.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지만 하늬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턍다.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다 지치면 와인 빈티지를 암기했고, 그것도 모자라 서연이 다녔던 학교의 지도와 단골 식당의 메뉴판까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다음 날 아침, 퀭한 눈으로 거실에 내려온 하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예고 없이 찾아온 승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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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불청객의 초대

제6화. 불청객의 초대하늬가 성진 그룹의 상무로서 사교계에 안착해갈 무렵,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균열이 시작되었다. 성진 그룹 강 회장의 저택에서 열린 자선 경매 파티. 하늬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태도로 하객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하객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도 주고 받고, 간단한 인삿말도 나누는 등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가식적인 미소를 띄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으나,타고난 연극 배우로서의 갈고 닦은 실력으로 참아내고 있었다.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에 하늬의 걸음이 얼어붙었다."서연아! 너 한국 왔다는 소식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왜 연락이 없었어?"고개를 돌리자, 화려한 핫핑크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과장된 몸짓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누구???"조 실장이 준 블랙리스트에는 없던 얼굴이었다. 하늬는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임기응변으로 하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낯선 이를 어쩔 수 없이 아는 체를 했다.​"아.오랜만이네. 그런데 미안해, 내가 최근에 사고가 좀 있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든.""에이. 그래도 나를 기억하질 못하다니...섭섭한데?""...그런가? 미안해. 내가 좀 경황이 없어서..."​이럴때는...뻔뻔함이 최고다. 상황 모면하는 것은...하늬는 조 실장이 가르쳐준 만능 방어기제인 '사고로 인한 기억 혼선'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낯선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하늬의 안색을 살폈다."나야, 나!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시절에 우리 매일 같이 붙어 다녔던 채린이. 너 그때 나랑 약속했잖아. 한국 가면 같이 듀엣 연주회 열기로 말이야.""내가? 듀엣을? 너랑?? 그럴리가??""너. 벌써 까먹은거야? 철석같이 나하고 약속을 해놓구서는?""...아...응...그래"하늬는 본능적으로 살갑게 다가오는 이 채린이라는 여자가 위험 인물이란걸 느꼈다.얼굴이 너무 가식적이었기 때문이다.'뭐지? 이 여자는...내가 사고로 피아노를 못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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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최후의 무대

제7화. 최후의 무대채린의 날카로운 속삭임이 남긴 파장은 비수처럼 하늬의 심장에 꽂혔다. 테라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하늬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승준씨.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아. 그래."승준의 의심 가득한 시선을 뒤로한 채, 하늬는 화장실로 급하게 피신했다. 화장실 거울 속의 자신은 서연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겁에 질린 하늬의 그것이었다.겁에 질린 눈. 덫에 걸린 사슴의 불안한 눈빛.'어떻게 해야하지? 이 상황을?'​'흉터... 피아노... 그 채린이라는 여자가 다 알고 있어.'하늬는 주먹을 꽉 쥐었다.'차라리 피아노를 쳐버릴까? 아니야. 그러면. 이상하잖아. 상황이. 그럼 어떻게 해야지?'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이던가?엄마의 거액의 수술비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연극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연극 배우로서의 본능적인 감각을 깨웠다.어차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면, 뻔뻔한 얼굴에 철판을 깐 연기가 필요했다.'이 사람들은 내가 피아노를 못 친다는 걸 알고 있어. 채린이라는 여자는 일부러 있지도 않은 약속을 들먹이면서 나를 물먹이려는 거야''궁지에 몰린 미친년 연기. 그래 그거야.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해는 거지.''좋아. 해보는 거야.'그것이 지금 그녀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하늬는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결의를 다졌다.'그래. 해보는 거야.'다시 파티장으로 돌아온 하늬의 걸음걸이는 이전보다 훨씬 오만하고 위태로워 보였다.그녀는 채린이 쳐놓은 함정이 있는 와인 바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도도한 걸음걸이로. 보란듯이.채린은 승리감에 도취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자신있게 걸어오는 하늬에게 채린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서연아, 몸은 좀 괜찮아? 아까는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 봐."'아..저 여자...너무 가식적이야...'전혀 걱정하지 않는 표정으로 가식적인 말을 하는 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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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완벽한 무대장치

제8화. 완벽한 무대장치어느날, 강 회장은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강 회장은 하늬를 서재로 불러 아주 차가운 미션을 던졌다.그것도 그룹의 난제 중에 난제였던 리조트 사업.아시아 최대의 테마파크로 만드는 리조트 사업이었다.하지만, 몇년째 중단된 문제가 있었으니...리조트 부지에서 제일 중요한 곳에 명문가 종갓집이 있었고, 그 어르신이 꿈쩍도 안한다는 것이었다.그룹의 임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땅을 매각하라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이룰 수가 없었다.옹고집도 이런 옹고집이 없었다.그 종갓집 땅이 뭐라고. 거액을 준다고 해도 꿈적을 안하다니.그래서,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볼겸 불가능한 미션을 강회장은 생각해내었다. [성진그룹이 추진 중인 리조트 부지의 종갓집 어르신을 설득하라는 것.]그런데 종갓집이 하필 리조트 부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주변의 땅들은 이미 매입했으나, 오직 종갓집 만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종갓집만 놔두고 개발할 수도 없었다.강 회장의 머릿속을 고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해결 불가능한 미션을 주기로 한 것이다.실패하면 하늬의 엄마는 당장 병원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강 회장에게 하늬는 그저 도망간 서연을 대신해 욕받이가 되어줄 '정교한 가짜'일뿐이었다."네가 가진 그 미천한 연기력으로 그 노인을 속여봐라. 아니. 설득해봐.서연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네가 해낸다면, 네 엄마의 생명 연장도 고려해 보지.""약속...약속 하시는 건가요?""그래. 당연하지. 내 말을 못 믿는게냐?""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약속 꼭 지키시길 바랄게요."강 회장의 목소리는 비정했다. 강 회장이 말한 해결 불가능한 미션.하늬는 기필코 미션을 성공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며칠후, 하늬는 그 모욕감을 삼키며 종갓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한주 그룹의 승준이 도착해 냉철한 수치로 어르신을 압박하고 있었다.승준은 하늬를 돕기 위해, 먼저 어르신을 설득해보기로 한 것이었다.하늬는 승준과 어르신 사이의 팽팽한 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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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신의 한 수, 그리고 가면의 균열

제9화. 신의 한 수, 그리고 가면의 균열성진 그룹의 사활이 걸린 의류 신제품 론칭 쇼를 앞두고...메인 모델이 잠적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메인 모델이자 성진의 얼굴이었던 톱배우가 상대 경쟁사의 사주를 받고 행사 직전 잠적해 버린 것이다.그것도 행사 당일날. 대신 섭외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노린 것이다.이 행사는 단지 의류 신제품 론칭 만이 아니라, 론칭 쇼를 기회 삼아 정재계를 초청해서 성대하게 치뤄지는 행사였다.하객으로 참석한 수백 명의 언론사와 승준을 포함한 그룹 관계자들은 성진의 망신을 기다리며 웅성거리고 있었다.조 실장은 사색이 되어 강 회장에게 보고했다.아마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그룹의 이미지를 해칠려는 함정에 걸린 듯 하였다."회장님, 메인 모델이 사라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론칭 쇼는 물론이고 내일 주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누가 이런 짓을 꾸몄지? 조실장?""아마도...그룹이 흔들리기를 원하는 쪽일 것입니다.""흠...그럼 그 쪽인가? 증거를 찾아내도록 해.""네...알겠습니다. 회장님."강 회장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그때, 분장실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하늬가 천천히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강 회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제가 나갈게요. 서연 상무가 직접 모델로 나서는 겁니다. '상속녀가 직접 입는 옷'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이 어디 있겠어요?""상무님. 그건?"​"제가 할 수 있어요. 회장님. 저에게 맡겨 주세요. 기필코 성공 시키겠습니다.""네가 말이냐? 한번도 해보질 않은 네가 말이냐?""한번도 해보질 않았다 해서,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우입니다. 철저히 연기처럼 해보겠습니다.""흠...좋아. 잘 해보거라.""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좋아. 기대하마."조 실장이 아직은 그런 큰 행사를 맏길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강 회장은 도박을 거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겠느냐?""네."단호한 하늬의 대답에 강회장은 하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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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붉은 연기

제10화. 붉은 연기하늬에게 찾아 온 절체절명의 위기.승준의 손가락 끝에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정적이 감도는 대기실 안에서 승준의 서늘한 시선이 하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꿰뚫었다. 하늬의 심장은 폭주하는 엔진처럼 날뛰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기서 무너지면 엄마도, 자신도 끝이었다.“서연아, 설명해 봐. 이 상처가 왜 네 손가락 끝에서 지워지는 거지?”"네? 그건?"승준이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자국을 보여주며 압박해 왔다. 하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을 다잡으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조소와 서러움이 뒤섞인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히려 승준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더 크게 찢어발겼다.“후련해? 내 추한 바닥을 확인하니까 속이 시원하냐고! 승준싸”"뭐?"하늬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승준이 주춤했다.하늬는 거울 앞에 놓인 클렌징 워터를 집어 들어 자신의 손목을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반쯤 번져 있던 가짜 흉터가 닦여나가며 매끄럽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그래, 이거 가짜야! 내가 직접 그렸어. 잘 봐.만족해?”"그렸다고?"승준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직접 그렸다니, 그게 무슨···.”“남들은 다 잊었어도 난 못 잊으니까!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내 몸은 너무 깨끗해서··· 그게 더 소름 끼쳐서!”하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승준의 가슴을 밀쳤다.“의사가 그러더라, 이건 몸의 상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고. 흉터는 사라졌어도 내 뇌가 그 고통을 기억해서 환상통을 만들어내는 거래. 그래서 그렸어!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가 있으면 덜 미칠 것 같아서! 내가 미친년 같지? 흉터까지 연기하는 미친년!”"아니. 그게 아니라..."이것은 하늬가 배우 시절 배운 ‘신체 이형 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교묘하게 섞은 고도의 심리 연기였다. 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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