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여관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1층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벽난로 불만이 조용히 타고 있었다. 엘라는 카운터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엘라 누나.”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응. 왔어?" 그녀는 여전히 쌀쌀맞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 내일 다른 마을로 가게 됐어요.” 내 말에 엘라가 멈칫 거렸다. “여길 떠난다고?” “네. 그게...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엘라는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이 마지막 밤이네.” “아마도요.” “...방은 그대로 써. 아침도 준비해 줄게.” 나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엘라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장부를 뒤적거리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어제 외상한 20골드와 오늘 묵을 50골드를 합쳐 70골드를 계산한 다음, 조용히 계단을 올라갔다. 203호 방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레벨을 3이나 올렸으니 상태창이나 한번 볼까?' 나는 허공에 손을 쓸어 내리고 상태창을 불러왔다. ◆ 상태창 [이름: 렌] [종족: 인간] [신분: 평민] [나이:26세] [레벨: 10] [직업: 버퍼(Buffer)] [소속 길드: 없음] [칭호: '고자'] [착용 아이템] – 낡은 지팡이(마법 공격력:+1) – 낡은 로브(방어력:+5) – 낡은 장갑(방어력:+3) – 낡은 신발(이동속도:+0.01) ● '낡은' 세트 효과 : 냄새는 나지 않는다. ◆ 능력치 물리 공격력: 14 마법 공격력: 23 치명타 확률: 1.5% 이동속도: 1.02 방어력: 8 HP: 100 MP: 120 힘: 7 민첩: 10 지능: 12 지혜: 11 체력: 10 행운: 15 사용 가능 포인트: 65 딱히 달라진건...고자 칭호밖에 없었지만, 능력치쪽에 사용 가능 포인트가 65로 올라 있었다. 그러고보니 여태 능력치를 안올렸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체력에 몰빵했다. 어차피 공격 스킬 하나 없는데 다른데 올려봤자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체력: 75 ➡️ HP: 750] '오, 이정도 체력이면 꽤 버틸만 하겠는데?'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고, 이번엔 스킬창 홀로그램을 눈 앞에 띄웠다. ◆ 스킬창 이나엘의 축복(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5% 증가(Lv.1) 이나엘의 가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방어력이 5% 증가(Lv.1) 이나엘의 은총(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생명력과 마나가 5% 증가(Lv.1) 이나엘의 숨결(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공격속도와 마법 시전 속도 2% 증가(Lv 50 필요) 이나엘의 구원(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상태 이상 저항력 5% 증가(Lv 100 필요) 이나엘의 손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치명타, 마법 치명타 2% 증가(Lv 150 필요) 이나엘의 군단(액티브): 발키리 1명을 1시간 동안 소환<사용자의 Lv, 능력치에 영향>(Lv 200 필요) 사용 가능 스킬 포인트 : 3 역시 변한게 없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사용 가능 스킬 포인트가 3개나 생겼다. 어디에 투자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나엘의 축복에 포인트를 모두 써버렸다. [이나엘의 축복(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20% 증가(Lv.4)] '음, 레벨이 오를때마다 5%씩 증가하는건가?' 나는 아직까지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헷갈려 하며, 눈을 감았다. 딱히 졸리진 않았지만, 내일 에르시를 따라가려면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잠에 들려고 하는데... 띠ㅡ링! 소리와 함께 파란 불빛이 내 눈 앞을 환히 비추었다. 그 덕분에 강제로 눈이 떠졌고, 눈 앞엔 홀로그램이 약올리듯 둥둥 떠있었다. ━━━━━━━━━━━━━━━━━━ [긴급 퀘스트 발견!] ■ 엘라와의 뜨거운 마지막 밤! -엘라는 당신이 벨른 마을을 떠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서운해 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찾아가 마지막으로 뜨거운 밤을 보내세요!(제한 시간: 00:59:57) 난이도: D 보상: 경험치 800, 엘라의 호감도 대폭 상승 퀘스트 누락, 실패시: 발기부전, 엘라의 호감도 대폭 하락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OH, MY GODDESS! ━━━━━━━━━━━━━━━━━━ "아니, 씨발?" 퀘스트 설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다. 도대체 이게 뭔 퀘스트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씻고 한번 더 자세히 읽어 봤지만, 여전히 어처구니가 없는 퀘스트였다. '이런 퀘스트는 무시하는게 상책이지.' 나는 등을 돌려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퀘스트 누락, 실패시 '패널티 적용'이 아닌 '발기부전'이라는 문구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오, 씨발... 욕을 안할수가 없네. 나는 어쩔수 없이 'YES'에 손이 갔다가, 'OH, MY GODDESS!'를 선택했다. 이건...뭘까? 그 순간, [시스템이 접속합니다.] 라는 홀로그램과 함께, 내 몸이 제멋대로 1층 엘라의 방으로 향했다. '어, 어? 이거 왜 이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고, 마치 내 몸을 누군가가 조종하는 느낌을 받으며 강제로 엘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ㅡ "...누구세요?"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엘라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입술을 들이박았다. "우웁! 읍! 읍!" 깜짝 놀란 엘라가 발버둥 치다가, 곧 내 혀를 받아 들이고 눈을 감았다. 허, 허허허허... 나는 내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채, 눈 앞의 상황에 그저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짓는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었지만, 이미 늦은거 같다. 우리는 한동안 뜨겁게 키스를 나누고, 천천히 입술을 떼어 냈다. "렌...너, 이게 무슨짓이야?" "누나...오늘 밤은...누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얼씨구? 이젠 말까지 제멋대로 나왔다.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내가 거절할수가 없잖아..." "누나!" 우리는 다시 거칠게 키스를 나누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옷을 벗고 마침내 서로가 알몸이 되었을때, 엘라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왜, 왠지 부끄럽네..." "누나, 정말 예뻐요." 하...미치겠네, 이거.에드리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난 먼저 일어나겠네.”“아, 네.”“출발 전까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게.”에드리안은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리고 응접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철컥.문이 닫히자 응접실 안에는 나와 로제타, 단둘만 남게 되었다.그때였다.띠링!━━━━━━━━━━━━━━━━━━[긴급 퀘스트 발견!]■ 검은 망토 조직 소탕!- 리벤델 마을을 위협하는 범죄 조직 검은 망토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장소가 발견되었습니다.리벤델 경비대와 함께 검은 망토의 본거지를 습격하고 조직원을 소탕하세요.● 목표• 검은 망토 조직원 20명 소탕• 검은 망토 간부 5명 소탕난이도: ??보상: 에드리안의 호감도 대폭 상승, 로제타의 호감도 대폭 상승퀘스트 누락, 실패시: 에드리안의 호감도 하락, 로제타의 호감도 대폭 하락▶ YES / RUN AWAY━━━━━━━━━━━━━━━━━━“......”나는 아무 말 없이 시스템창을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이 미친 시스템.’조직원 스무 명.간부 다섯 명.거기에 난이도가 ??라고?나는 인상을 찌푸렸다.이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퀘스트인건 분명하다.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까.솔직히 말하면 당장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 눈 앞의 노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로제타의 얼굴을 보니 YES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무슨 일 있어요?”옆에서 로제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로제타는 내 얼굴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후후, 그럼 이제 렌씨를 제 파티에 초대할게요. 지금 가입 되어 있는 파티에서 탈퇴해 주세요.”“...알겠습니다.”분명 에르시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았지만, 나는 에르시의 파티를 탈퇴하고 새롭게 로제타의 파티에 가입했다.로제타는 내가 파티에 가입하자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더 다가왔다.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에드리안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검은 망토라는 조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있나?”“아뇨. 잘 모릅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검은 망토에게 습격당한 적은 있었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까지는 알지 못했다.여기 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에드리안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검은 망토는 원래부터 존재하던 조직이 아니었네.”“네?”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처음에는 리벤델 마을 주변에서 활동하던 작은 범죄 조직에 불과했지.”나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도박장을 운영하거나, 행인들의 돈을 빼앗고,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어내는 정도였네. 당시에는 경비대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에드리안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작은 조직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흡수된 거지.”“...흡수요?”“그래.”에드리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누군가 리벤델 주변에서 활동하던 범죄 조직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네.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거나, 협박하거나, 혹은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였지. 그렇게 여러 조직이 하나로 합쳐졌고 조직 이름을 검은 망토로 바꾸더군.”“그 누군가가 설마... 꼬맹이?”내 질문에 에드리안의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그래. 자네도 얼핏 봤다고 들었네.”“...그럼 그 꼬맹이만 잡으면 해결 되는거 아닌가요?”“검은 망토의 보스는 신원을 알 수 없네.”“예? 신원을 알 수 없다고요?”“그래. 이름도, 출신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지.”에드리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확실하게 알려진 건 단 하나뿐일세.”“그게 뭔데요?”“키가 상당히 작다는 것.”“...예?”나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끝이에요?”“그래.”에드리안은 내 황당한 표정을 본 것인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에는 우리도 크
리벤델 경비대원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 중심에 자리한 제법 큰 저택이었다. “......” 나는 저택 앞에 멈춰 서서 건물을 올려다봤다. 높게 솟은 3층짜리 석조 건물. 정문 앞에는 잘 정돈된 작은 정원이 있었고, 입구 주변에는 경비대원들이 서 있었다. 화려하다기보다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의 저택이었다. 그래도 평소 내가 지내던 여관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여기가 리벤델 마을 영주님이 사는 곳인가.’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경비대원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역시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복도와 벽에 걸린 몇 장의 그림. 그리고 곳곳에 놓인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 평범한 사람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규모가 컸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화려한 곳은 아니었다. ‘...이런 집은 가격이 얼마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경비대원을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 응접실 앞에 멈춰 섰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의 응접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에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과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리벤델 가문의 문장으로 보이는 장식이 걸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음. 살짝 긴장되네.” 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깔끔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화려한 옷은 아니었지만, 단정한 모습과 고급스럽게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내 앞까지 다가오더니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자네가 렌인가?”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예, 안녕하십니까!” 남성은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곳 리벤델의 영주 에드리안 리벤델 남작일세.”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그리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이리저리 뒹굴며 절로 기쁨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하아... 맨날 이렇게 뒹굴거리면 얼마나 좋을까?'잠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던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상태창을 띄웠다.“레벨 67?”그라우즈를 잡고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으로 12레벨이 올라가 있었다.나는 망설임 없이 보너스 스탯 60을 전부 체력에 투자했다.━━━━━━━━━━━━━━━━━━[체력 : 515 ➡️ 575][HP : 5,150 ➡️ 5,750]━━━━━━━━━━━━━━━━━━“좋아. 이 정도면 탱커 해도 되겠는데? 물론 그런 미친 짓은 안 할 거지만. 하하핫!”나는 신나서 한바탕 웃은 다음, 스킬창을 열었다.━━━━━━━━━━━━━━━━━━ ◆ 스킬창이나엘의 축복(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180% 증가(Lv.36)이나엘의 가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방어력이 5% 증가(Lv.1)이나엘의 은총(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생명력과 마나가 55% 증가(Lv.11)이나엘의 숨결(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공격속도와 마법 시전 속도 2% 증가(Lv 1)이나엘의 구원(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상태 이상 저항력 5% 증가(Lv 100 필요)이나엘의 손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치명타, 마법 치명타 2% 증가(Lv 150 필요)이나엘의 군단(액티브): 발키리 1명을 1시간 동안 소환(Lv 200 필요)사용 가능 스킬 포인트 : 12━━━━━━━━━━━━━━━━━━‘음...이건 일단 에르시한테 물어봐야겠다.’나는 스킬은 그대로 놔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어라? 잠깐만.’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금까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이 버프 스킬들은...”나는 손가락으로 내 자신을 가리켰다.“왜 나한테는 적용이 안 되는거지?”스킬 설명을 보면 내 주변 아군의 능력치는 상승한다.
"일단 점심부터 먹죠!! 제가 다 쏘겠습니다!! 음하하!!"“이 멍청아,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에르시는 흥분한 나를 한대 쥐어박고 메뉴판을 들었다.“후후훗, 그럼 렌씨가 사는 걸로 알고 저도 주문할게요.”로제타도 웃으며 메뉴판을 들었다.잠시 후,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한 후 에르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 가?”내가 묻자 에르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화장실.”“아, 미안.”에르시는 몇 걸음 옮기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그러더니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렌.”“응?”에르시는 로제타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그리고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 입 조심해.”“입 조심? 뭘?”“니 스킬. 로제타가 물어봐도 모르는 척 하라고.”“알았어.”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에르시는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내 대답에 만족한 듯 몸을 돌렸다.“그럼 갔다 올게.”에르시는 그대로 화장실 쪽으로 사라졌다.그리고 테이블에는 나와 로제타만 남았다.“......”“......”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에르시가 없으니까 더럽게 어색하네.'나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주위만 두리번 거렸다.로제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아, 하하... 에르시가 좀 늦네요. 큰 거... 였나?”로제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렌씨.”“...네, 넵?”로제타는 턱을 살짝 괴고 나를 바라봤다.“아까 그라우즈와 전투 중에 제 상태창을 봤어요. 제 공격력과 HP, 심지어 MP까지 올라가 있더라고요. 심지어 지금도 올라가 있군요.”“아, 그, 그랬나요? 저는 모, 모릅니다.”“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혹시...”“......”나는 애써 로제타의 시선을 피했다.그런데 로제타가 의자를 내 옆으로 옮기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정말 어떻게 된건지 모르
그라우즈가 완전히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에르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로제타 역시 방패를 내려놓은 채 한쪽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후우...” 두 사람 모두 완전히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멀쩡했다. 숨도 차지 않았고, 땀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서 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뒤에서 응원하고, 가끔 소리 지르고, 에르시 뒤에 있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미안해지네.’ 나는 지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기... 두 분 괜찮아요?” 에르시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조금 쉬면 돼.” “저도 괜찮습니다.” 로제타도 애써 웃었다. 하지만 둘 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쳐 보였다. “그럼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 돌아갈까요?” 내가 말하자 에르시와 로제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유적지 한쪽에 무너진 돌벽을 등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괜히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딱히 지치지도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에르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돌아가자.” “그러죠.” 로제타도 천천히 일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리벤델 마을 여관 식당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르시는 인벤토리를 열어 보상 아이템을 하나씩 확인했다. “일단 아이템 분배부터 정리하자.” 가장 먼저 나온 건 그라우즈의 판금 부츠였다. ━━━━━━━━━━━━━━━━━━ [그라우즈의 판금 부츠] 등급: 영웅 • 방어력 : +120 • 힘 : +63 • 체력 : +77 • 이동 속도 -6% [착용 조건] • 힘 180 이상 ━━━━━━━━━━━━━━━━━━ “이건 로제타씨 아이템이네요.” 에르시가 판금 부츠를 로제타에게 건넸다. “상당히 좋은 장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