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에드리안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검은 망토라는 조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있나?”“아뇨. 잘 모릅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검은 망토에게 습격당한 적은 있었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까지는 알지 못했다.여기 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에드리안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검은 망토는 원래부터 존재하던 조직이 아니었네.”“네?”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처음에는 리벤델 마을 주변에서 활동하던 작은 범죄 조직에 불과했지.”나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도박장을 운영하거나, 행인들의 돈을 빼앗고,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어내는 정도였네. 당시에는 경비대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에드리안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작은 조직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흡수된 거지.”“...흡수요?”“그래.”에드리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누군가 리벤델 주변에서 활동하던 범죄 조직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네.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거나, 협박하거나, 혹은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였지. 그렇게 여러 조직이 하나로 합쳐졌고 조직 이름을 검은 망토로 바꾸더군.”“그 누군가가 설마... 꼬맹이?”내 질문에 에드리안의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그래. 자네도 얼핏 봤다고 들었네.”“...그럼 그 꼬맹이만 잡으면 해결 되는거 아닌가요?”“검은 망토의 보스는 신원을 알 수 없네.”“예? 신원을 알 수 없다고요?”“그래. 이름도, 출신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지.”에드리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확실하게 알려진 건 단 하나뿐일세.”“그게 뭔데요?”“키가 상당히 작다는 것.”“...예?”나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끝이에요?”“그래.”에드리안은 내 황당한 표정을 본 것인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에는 우리도 크
리벤델 경비대원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 중심에 자리한 제법 큰 저택이었다. “......” 나는 저택 앞에 멈춰 서서 건물을 올려다봤다. 높게 솟은 3층짜리 석조 건물. 정문 앞에는 잘 정돈된 작은 정원이 있었고, 입구 주변에는 경비대원들이 서 있었다. 화려하다기보다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의 저택이었다. 그래도 평소 내가 지내던 여관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여기가 리벤델 마을 영주님이 사는 곳인가.’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경비대원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역시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복도와 벽에 걸린 몇 장의 그림. 그리고 곳곳에 놓인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 평범한 사람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규모가 컸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화려한 곳은 아니었다. ‘...이런 집은 가격이 얼마야?'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경비대원을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 응접실 앞에 멈춰 섰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의 응접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에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과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리벤델 가문의 문장으로 보이는 장식이 걸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음. 살짝 긴장되네.” 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깔끔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화려한 옷은 아니었지만, 단정한 모습과 고급스럽게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내 앞까지 다가오더니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자네가 렌인가?”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예, 안녕하십니까!” 남성은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곳 리벤델의 영주 에드리안 리벤델 남작일세.”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그리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이리저리 뒹굴며 절로 기쁨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하아... 맨날 이렇게 뒹굴거리면 얼마나 좋을까?'잠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던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상태창을 띄웠다.“레벨 67?”그라우즈를 잡고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으로 12레벨이 올라가 있었다.나는 망설임 없이 보너스 스탯 60을 전부 체력에 투자했다.━━━━━━━━━━━━━━━━━━[체력 : 515 ➡️ 575][HP : 5,150 ➡️ 5,750]━━━━━━━━━━━━━━━━━━“좋아. 이 정도면 탱커 해도 되겠는데? 물론 그런 미친 짓은 안 할 거지만. 하하핫!”나는 신나서 한바탕 웃은 다음, 스킬창을 열었다.━━━━━━━━━━━━━━━━━━ ◆ 스킬창이나엘의 축복(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180% 증가(Lv.36)이나엘의 가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방어력이 5% 증가(Lv.1)이나엘의 은총(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생명력과 마나가 55% 증가(Lv.11)이나엘의 숨결(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공격속도와 마법 시전 속도 2% 증가(Lv 1)이나엘의 구원(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상태 이상 저항력 5% 증가(Lv 100 필요)이나엘의 손길(패시브): 30m 이내 아군의 물리 치명타, 마법 치명타 2% 증가(Lv 150 필요)이나엘의 군단(액티브): 발키리 1명을 1시간 동안 소환(Lv 200 필요)사용 가능 스킬 포인트 : 12━━━━━━━━━━━━━━━━━━‘음...이건 일단 에르시한테 물어봐야겠다.’나는 스킬은 그대로 놔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어라? 잠깐만.’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금까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이 버프 스킬들은...”나는 손가락으로 내 자신을 가리켰다.“왜 나한테는 적용이 안 되는거지?”스킬 설명을 보면 내 주변 아군의 능력치는 상승한다.
"일단 점심부터 먹죠!! 제가 다 쏘겠습니다!! 음하하!!"“이 멍청아,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에르시는 흥분한 나를 한대 쥐어박고 메뉴판을 들었다.“후후훗, 그럼 렌씨가 사는 걸로 알고 저도 주문할게요.”로제타도 웃으며 메뉴판을 들었다.잠시 후,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한 후 에르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 가?”내가 묻자 에르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화장실.”“아, 미안.”에르시는 몇 걸음 옮기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그러더니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렌.”“응?”에르시는 로제타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그리고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 입 조심해.”“입 조심? 뭘?”“니 스킬. 로제타가 물어봐도 모르는 척 하라고.”“알았어.”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에르시는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내 대답에 만족한 듯 몸을 돌렸다.“그럼 갔다 올게.”에르시는 그대로 화장실 쪽으로 사라졌다.그리고 테이블에는 나와 로제타만 남았다.“......”“......”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에르시가 없으니까 더럽게 어색하네.'나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주위만 두리번 거렸다.로제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아, 하하... 에르시가 좀 늦네요. 큰 거... 였나?”로제타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렌씨.”“...네, 넵?”로제타는 턱을 살짝 괴고 나를 바라봤다.“아까 그라우즈와 전투 중에 제 상태창을 봤어요. 제 공격력과 HP, 심지어 MP까지 올라가 있더라고요. 심지어 지금도 올라가 있군요.”“아, 그, 그랬나요? 저는 모, 모릅니다.”“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혹시...”“......”나는 애써 로제타의 시선을 피했다.그런데 로제타가 의자를 내 옆으로 옮기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정말 어떻게 된건지 모르
그라우즈가 완전히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에르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로제타 역시 방패를 내려놓은 채 한쪽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후우...” 두 사람 모두 완전히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멀쩡했다. 숨도 차지 않았고, 땀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서 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뒤에서 응원하고, 가끔 소리 지르고, 에르시 뒤에 있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미안해지네.’ 나는 지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기... 두 분 괜찮아요?” 에르시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조금 쉬면 돼.” “저도 괜찮습니다.” 로제타도 애써 웃었다. 하지만 둘 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쳐 보였다. “그럼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 돌아갈까요?” 내가 말하자 에르시와 로제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유적지 한쪽에 무너진 돌벽을 등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괜히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딱히 지치지도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에르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돌아가자.” “그러죠.” 로제타도 천천히 일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리벤델 마을 여관 식당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르시는 인벤토리를 열어 보상 아이템을 하나씩 확인했다. “일단 아이템 분배부터 정리하자.” 가장 먼저 나온 건 그라우즈의 판금 부츠였다. ━━━━━━━━━━━━━━━━━━ [그라우즈의 판금 부츠] 등급: 영웅 • 방어력 : +120 • 힘 : +63 • 체력 : +77 • 이동 속도 -6% [착용 조건] • 힘 180 이상 ━━━━━━━━━━━━━━━━━━ “이건 로제타씨 아이템이네요.” 에르시가 판금 부츠를 로제타에게 건넸다. “상당히 좋은 장비네
에르시의 외침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곧, 지팡이를 중심으로 거대한 얼음 결정들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그대로 그라우즈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쾅! 콰앙! 쾅! 뾰족한 얼음 파편이 그라우즈의 몸 곳곳에 연달아 박혔다. “크아아아악!” 그라우즈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얼음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하얀 냉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곧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마수 : 그라우즈(네임드 보스)] 레벨: 130 [HP: 92% → 81%] ━━━━━━━━━━━━━━━━━━ “...11%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 번의 공격으로 무려 11%나 깎였다. “이얏호!” 나도 모르게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에르시와 로제타는 시스템 창을 보고 잠깐 놀란 기색이었으나, 곧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에르시의 마법 폭격은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로제타는 그라우즈의 앞을 막고 버텼다. “파이어 볼!” 콰아앙! “아이스 랜스!” 쾅! “라이트닝 볼트!” 파지지직! 불꽃과 얼음, 번개가 연달아 그라우즈의 몸을 강타했다. 로제타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아아앗!” 쾅! 창을 휘둘러 그라우즈의 앞발을 찌르고, 곧바로 방패로 그라우즈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게 에르시와 로제타의 공격이 이어지던 순간. ━━━━━━━━━━━━━━━━━━[마수 : 그라우즈(네임드 보스)]레벨: 130[HP: 52% → 49%] ━━━━━━━━━━━━━━━━━━ “좋아! 50% 아래로 떨어졌어!” 내가 신나서 외치던 그 순간, ━━━━━━━━━━━━━━━━━━[경고!][마수 그라우즈가 '광폭화' 상태에 돌입합니다.][광폭화] 그라우즈의 공격력과 이동 속도가 200% 상승합니다. ━━━━━━━━━━━━━━━━━━ 그라우즈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로제타를 들이 박았다. 꽈앙! 로제타가 방패를 들어 공격을 받아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