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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스위트홈

Author: 은지수
정리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건 왜?”

“시험 잘 보라고, 앞으로 승진하고 돈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거지.”

“하지만...”

“됐고!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좋은 대학 가고 싶으면. 그리고 명심해. 매사에 냉정하게 꼼꼼하게 신중하게 대처해야 해. 아무나 믿지 말고.”

말을 마친 선하윤이 전화를 끊었다.

정리아는 선하윤이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친구가 한 말이 어쩐지 효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정리아는 교과서를 한 벌 더 사서 자신에게 태워주기로 결심했다.

선하윤은 룰 오브 괴담의 출현에 관해 설명할 수도, 룰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또 심지어 지전를 태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선의의 조언뿐이었다.

정리아가 자신이 말한 대로 할지 안 할지는 더이상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호러 강림]이라는 소설은 그저 공포의 세계가 강림하기 전에 선하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뿐이었다. 위어드가 강림한 후에는 던전마다 룰이 다르고 서로 참고할 만한 내용도 없다.

던전의 난이도는 제각각이지만 위어드가 강림한 후에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또한 각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인원 제한이 적을수록 던전은 쉬운 법이다.

선하윤은 정리아에게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호러 강림]이라는 소설에서 집에 있으면 3분의 1의 확률로 [스위트홈] 던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트홈]은 1인 던전이라 난도가 낮고 던전 보상으로 위어드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있다.

또한 초반 던전으로서 평범한 사람도 룰을 더 잘 이해하고 위어드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르는 대가도 크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니까.

하지만 밖에 나가면 높은 확률로 다인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다인 던전은 난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무모하게 행동하는 팀원을 만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외출 시 사망률이 집에 있는 것보다 높다고 할까.

선하윤은 알람을 맞춰놓았다. 알람이 울리기 한 시간 반 전이 위어드 강림 직전이었다.

이땐 그 무엇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인지 오류를 줄일 수가 있다.

그녀는 이제 곧 마지막으로 편안한 잠을 청해야 했다.

알람이 울리자 선하윤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시야가 맑고 머리도 맑아진 기분이었다.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은 10시 30분이었다.

위어드 세계가 강림한 후에야 공물이 나타날 것이다.

선하윤은 방에 잠자코 있으면서 3분의 1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었다.

드디어 자정이 되었다.

창밖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달빛조차 없었다.

선하윤은 희미하게 풍기는 향냄새에 완전히 둘러싸였다.

그녀의 앞에 한 줄기 하얀 연기가 나타났고 연기 속에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작은 카드가 여러 장 떠다니고 있었다.

선하윤이 손을 들자 하얀 연기 속의 카드들이 일제히 그녀의 손바닥으로 날아왔다.

그것은 헤븐 뱅크 카드 한 장과 수백 장의 공물 카드였다.

헤븐 뱅크 카드는 선하윤의 생년월일과 묶여 있어 손끝으로 만지기만 해도 잔액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손을 들어 카드를 쓰다듬었다.

[현재 잔액 99999999999999...]

선하윤은 기쁜 나머지 헤븐 뱅크 카드에 입을 맞췄다. 이런 게 바로 부자가 된 기분일까?

공물 카드는 여러 가지 색깔로 나뉘어 있었지만 선하윤은 아직 그 색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카드 앞면에 있는 그림을 보았다. 그건 바로 며칠 전 자신이 태웠던 공물들이었다.

그때 태웠던 종이 인형 한 쌍은 카드 속에서 고대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로 변해 있었다. 그들의 용모는 더욱 현실적으로 변했고, 옷감의 질감도 더욱 섬세해져 마치 진짜 사람을 방불케 했다.

추상적인 그림에서 사실적인 그림으로 바뀐 것이다.

카드 맨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피 한 방울 또는 헬로 머니 10개를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 한 방울 정도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선하윤은 단호하게 포기했다.

‘헬로 머니 10개라...’

자신에게 태워 바친 공물을 사용하는 데 돈을 내야 한다니.

선하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마치 제 돈으로 집을 사놓고 아직 들어가 살지도 못했는데 관리비를 내야 하는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미리 헬로 머니를 충분히 준비해놓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선하윤은 헤븐 뱅크 카드를 들고 마음속으로 헬로 머니 10개를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헬로 머니 10개가 나타났다.

고대 여성이 그려진 공물 카드 한 장을 던지고 동시에 헬로 머니 10개를 던지자 하얀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용모의 여성이 선하윤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댕기 머리를 하고 두 가닥의 검은 머리를 가슴 앞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퀭한 눈빛의 여자,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고 가볍게 떠다니는 듯한 그런 존재였다.

그녀도 위어드였다!

선하윤은 재빨리 그녀에게 물었다.

“그쪽 능력은 뭐죠?”

젊은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신채린입니다. 생전에는 대갓집 몸종이었고 당신이 저의 주인이셨어요. 절대 해치지 않을 테니 제가 하는 말을 믿으셔도 되지만 제 판단이 옳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

“나를 보호한다고?”

신채린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다른 위어드의 영역에서는 제 역할이 약해질 겁니다.”

선하윤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어?”

신채린은 숨김없이 대답했다.

“주인님의 명령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즉 선하윤이 다른 사람을 해치라고 시키면 바로 시행하겠다는 의미였다.

위어드에도 강자와 약자가 나뉘어 있고 그들의 독립적인 생각과 판단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위어드끼리는 서로 해치지 않는다.

위어드는 인간을 해치기도 하지만 인간과 계약을 맺거나 인간에게 속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선하윤은 잠시 침묵했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신채린에게,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위어드를 통해 이 위어드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어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

“...”

신채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녀는 ‘아마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것은 확신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선하윤은 그녀에게 자신의 손에 있는 공물 카드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럼 이 카드들의 용도를 각각 알아?”

신채린은 줄곧 퀭한 눈빛으로 있다가 공물 카드를 본 순간 눈동자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

위어드는 감정이 없다더니...

방금 신채린의 반응은 분명 놀라움이었다.

“저는 그 용도를 모릅니다.”

신채린은 그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위어드를 통제한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존재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 기억은 오직 자신에게만 국한되어 있어요. 방금 깨어난 터라 이전의 다른 위어드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공물 카드는 선하윤의 소유물이지만 그녀가 이 물건들의 용도를 알지 못했고 시간도 촉박해서 되는대로 공물을 태웠을 뿐이었다.

이제 공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선하윤 자신의 시행착오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물은 소유자에게 충성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눈앞에 있는 신채린이라는 하인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선하윤이 다시 물었다.

“네 룰은 뭐지?”

“제 룰은 공물 카드가 파괴된 후에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선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채린의 현재 상태는 마치 길들여진 위어드와 같았다.

목줄을 찬 개는 주인을 해치지 않는 법이다.

신념에 따라 공물 카드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가 있다.

선하윤은 다른 물품 카드를 모두 집어넣었다.

두 여자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방에 변화가 일어났다.

신채린의 머리가 180도 회전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주인님, 저희는 던전에 들어왔습니다.”

위어드가 강림했다!

던전 [스위트홈] 정식 오픈.

[테스터 1명.]

[난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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