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룰은 세 문장으로 나뉘어 있고 블랙캣을 죽이는 처벌 방식 역시 매우 의심스러웠다.자세히 관찰해보니 집 안에는 부엌에만 쓰레기통이 있었다.한편 엄마는 하루 세끼를 부엌에서 준비한다.고양이를 싫어하고 털 한 올만 보아도 오염이 심해지며 혹여나 고양이의 사체를 본다면 더 심각한 이질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블랙캣이 남겨둔 앨범을 펼친 순간, 선하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숨결마저 가빠졌다.사진 속에는 블루 앤 화이트 교복을 입은 소녀가 있었는데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의 소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가족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은 칼로 긁힌 상태였다.이는 ‘그것’이 선하윤에게 집 안에 있는 각 인물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첫 시작은 학교 단체 사진이었고 뒤로 넘길수록 사진 각도가 점점 이상해졌다.죄다 각 구석에서 찍은 스냅 사진들이었으니까.학교 난간에 엎드려 있는 사진,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사진, 고개를 숙이고 숙제를 하는 사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사진, 심지어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기 직전의 사진까지 있었다.혹시 소녀의 짝사랑 상대가 찍은 사진들일까?맨 마지막 장은 셀카 사진인데 사진 속 여자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반쪽 얼굴만 드러냈다.큰 키에 댄디 컷 머리, 운동복 차림과 어우러진 날카로운 눈빛, 팔에는 문신까지 있었다.여자아이는 왼손으로 블랙캣을 안고서 남자아이 어깨에 기대었다.선하윤은 그 사진을 자세히 관찰했다. 사진의 뒷배경인 꽃밭에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숨어 있었다.다만 실루엣이 흐릿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선하윤은 문득 연애편지를 떠올렸다.곰돌이는 누구일까?사람 이름일까, 고양이 이름일까?그 연애편지가 워낙 서정적이라 섬세한 문구와 사진 속 불량소년을 도저히 연결 짓기가 어려웠다.소녀에게는 또 다른 많은 비밀이 있나 보다.밤이 드리워지면 불을 끄고 잠을 잔다. 어둠이 집안 전체를 삼켜 버릴 것만 같았고 창문이 없다 보니 방 안에서 손을 뻗어도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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