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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Author: 라오
양혁수는 축축한 건 질색이라 평소 머리가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말리는 편이었다.

양혁수는 드라이어를 들고 능숙하게 방향을 바꿔가며 바람을 조절했고 그 바람에 양혁수가 입은 셔츠 자락이 말리면서 양혁수의 탄탄한 몸이 그대로 드러냈다.

변여름은 원래 가만히 서서 양혁수가 필요할 때 물건을 건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은은하게 샴푸 향이 퍼지고 변여름의 시선은 자꾸 두어 개 단추를 풀어 헤쳐 드러난 양혁수의 쇄골로 향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지고 저도 모르게 자꾸 양혁수를 힐끔대다가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변여름은 슬그머니 자세를 틀어 양혁수를 등지고 벽을 바라보며 반성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양혁수는 무심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안돼! 이 음란 마귀야 멈춰!’

변여름은 인상을 팍 찌푸렸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제 볼을 꽉 꼬집었다.

‘좀 참으라고!’

“여름아.”

양혁수의 부름에 변여름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왜요, 오빠?”

“목욕물 받아놓고 나가줘.”

이제 양혁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변여름을 부려 먹었다.

“알았어요.”

변여름은 양혁수가 소파에 앉는 걸 확인하고 욕실로 향했다.

그 사이, 양혁수는 소파에 기대앉아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유리컵을 내려놓자마자 변여름이 욕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오빠, 준비 끝났으니까 들어가요.”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이만 나가.”

“오빠 들어가는 것까지 도와주고 나갈게요.”

양혁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머리를 대신 감겨주는 건 그렇다 쳐도, 씻는 건 꽤 사적인 영역이었다.

솔직히 변여름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목욕물과 갈아입을 옷도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

욕실 안은 바깥보다 더 축축했다.

변여름은 양혁수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며 어느 물건은 어디에 두었는지 설명해 줬다.

양혁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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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혁수는 보지 않아도 현재 변여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아마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수 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으나 그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할 것이다.양혁수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그럴 가능성없지 않잖아.”변여름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그럼 내 걱정이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지 않아?”“네. 맞아요.”이번에도 변여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양혁수는 수비 대신 공격을 하면 뻔뻔한 변여름을 제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변여름은 생각보다도 더 강적이었다.“걱정도 참. 내가 정말 보고 싶었다면 여기 카메라라도 달아놓으면 그만이잖아요.”양혁수는 경악을 했다.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렸고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농담이에요.”“오빠 걱정하지 마요. 나 그렇게 변태 아니에요.”‘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고.’변여름의 말에 양혁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고 이 욕실에 정말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됐다.그때,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어 셔츠 가장 윗단추를 건드렸다.깜짝 놀란 양혁수는 서둘러 뒷걸음치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변여름.”그러나 변여름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다시 천천히 걸어와 계속 단추를 하나둘 풀었다.양혁수는 변여름의 손목을 잡았고 변여름이 덤덤하게 말했다.“오빠, 셋 셀 때까지 이 손 안 놓으면 오빠 목욕할 때 나 몰래 들어올 거예요. 그리고 오빠가 잠 들었을 때 몰래 방으로 들어올 거예요.”이어 변여름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셋...”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렸다.변여름은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긴장에 숨을 헐떡이는 양혁수를 보며 변여름을 웃음을 꾹 참고 남은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그리고 양혁수가 셔츠를 벗는 동안 뒤를 돌아 프라이버시를 지켜줬다.몇 초 뒤, 변여름은 양혁수의 셔츠를 받아 쥐고 문밖으로 향했다.“오빠 나 정말 나가요. 도움 필요하면 남자 도우미 부를 테니 말해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1화

    변여름은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봤다.양혁수가 눈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그 생각만 하면 변여름은 미소가 새어 나왔고 잠기운에 반쯤 잠긴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오빠, 저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차라리 죄를 더 지으면 지었지,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건 못 참아요.”양혁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런데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더니 슬쩍 양혁수의 손을 잡았다.“저 오빠한테 키스한 적도 없고, 안아본 적도 없어요.”변여름은 아주 태연하게 한숨까지 쉬면서 말하는데,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분명했다.‘그러니까 괜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 제가 오빠한테 키스라도 해버릴까요?’이제는 아예 돌려 말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다른 여자였으면 양혁수가 욕이라도 내뱉었겠지만 변여름한테는 뭐라 하기도 참 애매했다.‘이걸 정말 때릴 수도 없고, 함부로 욕도 못 하니 원 참...’하지만 양혁수는 눈이 안 보이니 그저 소파에 기대앉아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그러자 변여름은 더 들이대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저는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도 않고 거실에서만 잤어요.”“난 노지혜 같은 사람 아니에요. 괜히 어설픈 짓 해서 오빠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네?”본인도 어린애면서, 꼭 어린애를 달래듯 한 말투였다.양혁수는 그 말에 설득당하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 더 따질 기운이 없어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떠날 거고, 잠깐 변여름에게 져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변여름은 그날 밤에도 거실에서 잤고, 양혁수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또 한 번, 양혁수가 본인의 원칙을 하나 내려놓았다.그다음 날, 낮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2화

    쿵!양혁수는 혼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급하게 침대를 벗어나려다가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너무 서둘렀고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변여름은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벌떡 앉았고, 양혁수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놀란 변여름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오빠! 괜찮아요?”양혁수는 단 1초도 더 변여름 옆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고 최대한 평온한 척하며 변여름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썼다.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양혁수는 변여름이 뭐라 묻기도 전에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다행히 화장실로 가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화장실 문이 닫히고 변여름은 그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상황을 되짚어 보니 방금 너무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게 후회됐다.‘설마 나 안겼던 거야? 에이. 그냥 꿈이겠지.’변여름은 말없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다음 계획을 정하기가 어려웠다.그런 생각 하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변여름은 움찔했다가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오빠, 샤워하는 거예요?”‘설마 샤워기 소리인 건가? 눈 다친 사람이 무리하면 안 되는데!’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물소리는 계속됐다.양혁수가 진짜 화가 났다면 변여름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람을 시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소리가 멈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양혁수가 걸어 나왔다.변여름을 스치듯 지나칠 때 양혁수에게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변여름은 아무 말없이 욕실로 들어가 무슨 상황인지 확인해 봤다.예상과는 달리 화장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양혁수는 따뜻한 물을 전혀 쓰지 않은 것 같았다.‘지금 11월인데? 찬물 샤워를 했다고?’변여름은 양혁수가 너무 화가 나 풀 곳이 없어 이렇게 화풀이를 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양혁수에게 다시 이런 식으로 다가가지 않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3화

    붕대를 갈아주는 내내 변여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양혁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넘어가면 이 아침의 헤프닝도 그냥 없던 일처럼 흘러갈 수 있었다. 게다가 변여름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보면 아마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렇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오후가 되자 담당 의사가 찾아와 눈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고정되어 있던 장치들을 모두 제거하고 당분간 붕대만 감으면 되었다. 비록 외출할 때는 보호안경을 착용해야 했지만 적어도 눈을 뜨고 앞을 볼 수는 있었다.붕대 아래 빈틈으로 시야가 확보되자 양혁수는 가장 먼저 주변을 훑어보았다.‘다행히 별문제 없군.’그러면 이제 도망칠 일만 남았다.‘오늘 밤, 무조건 떠나야 해.’드디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만큼 더 이상 미련 가질 이유가 없었다.이렇게 결정을 내린 후, 변여름이 혹시라도 방에 들이닥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변여름은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양혁수는 곧장 연락을 돌려 출발 시간을 조율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짐을 간단하게 정리했다.그리고 침대 옆 서랍을 열어 짐을 꺼내려는데...‘뭐지?’서랍 안을 가득 채운 수상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들이 ‘홀로 달랠 때’ 사용하는 그런 도구들이었다.‘뭐야, 이거?’비록 그 전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이건 분명 이전에는 없던 물건이었다.그리고 생각해 보니 붕대를 풀기 전 변여름이 방을 여러 번 들락거렸고 서랍에도 손을 댔던 것 같았다.양혁수는 한숨을 뱉으며 서랍을 조용히 닫았다.‘변여름은 이미 눈치채고 이런 걸 준비한 거야... 정말 미친 거 아니야?’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시간이 촉박해 다시 서랍을 열어 신분증과 필요한 서류들을 챙겼다.그렇게 짐을 다 싸고 마지막으로 코트까지 집어 들려던 순간.“딸깍.”너무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맞춰서 방문이 열렸다.양혁수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좁은 시야안으로 변여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4화

    갑자기 변여름에게 안겨진 양혁수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노골적인 변여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이 손 놔.”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손을 풀었다. 그리고 마주 향해 서서 양혁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바로 변여름의 곁을 지나쳐 떠나려 했다.“우리 사이 대화할 게 뭐가 더 있어? 한강시에서 이미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끝났잖아.”‘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변여름도 별 수 있겠어?’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변여름은 웃음이 터졌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지?’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오빠 지금 그렇게 강하게 나오면 아침에 있었던 일이 없었던 걸로 될 것 같아요?”“...”‘정말 미치겠네.’“오빠가 지금 떠나지 않고 남아준다면 앞으로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을게요.”양혁수는 다친 눈 때문에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당황한 표정이 그대로 변여름에게 전해졌을 것이다.양혁수는 애써 덤덤한 척하며 변여름을 지나치려 했다.“아침엔 아무 일도 없었어. 굳이 꼽자면 자꾸 선을 넘는 너 때문에 참다 참다 떠나려는 것뿐이니까.”그러나 변여름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한숨을 내뱉었다.‘오빠는 계속 이런 말투로 나랑 대화하려는 걸까? 나도 이젠 조금 화가 나는데, 어떡하지?’변여름은 이를 꽉 깨물고 협박하듯 말했다.“오빠 잊으셨나 본데 여긴 제 집이에요.”“...”“이런 식으로 저한테 굴면 저 정말 화낼 거예요.”변여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양혁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그 날 지혜 씨가 나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 오빠도 들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정말 그렇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양혁수는 어느 날인가 이성을 잃은 변여름이 정말 무슨 사달이라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양혁수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지혜 씨가 어떤 얘기를 해줬는지 어디 한 번 말해보든가.”“어떤 게 듣고 싶은데요?”“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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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혁수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 했다. 그리고 이젠 정말 강하게 내치려고 하는데 변여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울리는 순간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잠시 침묵 끝에 양혁수가 입을 열었다.“여름아, 너 이러는 거 의미 없어.”양혁수는 본인이 솔직하게 말한다면 변여름도 다시 이성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을 꺼냈다.양혁수는 ‘의미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변여름이 꽂힌 건 그 앞의 호칭 ‘여름아’였다.양혁수가 처음으로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줬다.눈을 감싸고 있는 붕대 때문에 양혁수는 눈앞의 변여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그럼, 뭐가 의미 있는 건데요?”변여름은 양혁수가 자신을 다정하게 불러준 걸 보아 잠시 말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노력해야 성과가 생기는 법이야.”“난 성공하지 못할 일에 노력하고 있는 거고요?”“나한테 넌 그냥 동생일 뿐이야. 난 널 좋아할 수 없어.”변여름은 입을 삐죽였다. 그저 동생이라는 말에 변여름은 기분이 확 잡쳤다.“오빠, 오늘 아침 날 품에 안았을 때도 난 그냥 동생이었어요?”“...”양혁수는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변여름은 양혁수를 봐줄 생각이 없는 건지 점점 더 몰아붙였다.“오빠랑 동생 사이에 그렇게 해도 되나 보죠?”“...”“아닐 것 같은데?”변여름은 제가 한 질문을 이어서 답하며 말했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제가 한 말은 하나도 여겨듣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소귀에 경 읽기가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정말 그 상황이 백번 이해가 갔다.양지원은 양혁수가 골칫덩어리에 늘 아픈 손가락이라 했는데 변여름에 비하면 아주 순진하고 착한 아이가 따로 없었다.양혁수는 한참 고민하다가 어린아이 훈육하는 말투는 잠시 내려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오빠와 동생 사이를 떠나서 난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오빠가 시연 언니 좋아한다는 걸.”양혁수는 부정하지 않았다.“그걸 안다면 다시 이런 짓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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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백호는 양혁수를 달래듯 말했다.“어차피 눈이 안 좋아서 여기 남아서 변여름이 이틀 더 돌봐주는 것도 괜찮아. 이 기회에 변여름이 너에게 싫증 나게 만들면 되지.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싫어하게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잖아?”“헛소리하지 마.”양혁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날 바보로 보는 거야? 너희 남매 지금 내 앞에서 쇼하는 거잖아. 나를 세 살짜리 꼬맹이 달래듯 하지 마.”변백호는 잠시 침묵했다.“...”‘정말 골치 아프네. 네가 이걸 알다니.’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왜 그렇게 변여름을 무서워해?”“내가 변여름을 무서워한다고?”양혁수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너의 입장을 고려해서 네 여동생의 미래를 지체시키고 싶지 않아.”“내 여동생이 지체되는 걸 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왜 너는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양혁수는 그의 말에 의문을 느꼈다.‘이게 사람이 할 말이야?’변백호가 말했다.“친구 사이에 내가 너에게 빚진 걸로 하자. 변여름의 성인식 때 선물을 못 했으니까 네가 여름이를 조금 귀찮게 해줘. 그걸로 내가 여름에게 선물을 한 걸로 치자고.”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곧바로 손을 들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붕대를 풀었다.주변에 있는 의자를 찾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변백호를 때려눕히고 말았을 거다.“혁수야, 그러지 마.”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행동을 막았다.양혁수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 목소리가 함은화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그는 문 쪽을 바라보았고 붕대 틈새로 여러 명이 들어오는 걸 보았다.역시 방 안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변여름은 들어오지 않았고 대신 그녀의 어머니와 몇 명의 형수들이 들어왔다.방 가득 여성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양혁수를 둘러싸고 걱정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짐 가방을 들고 뭐 하는 거야? 갈 거야? 농담하지 마, 이틀 더 있어. 혁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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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로 서재 창가에서 예쁜 노을과 노을이 비친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봤다.“시연 언니 컨디션은 괜찮아요?”변여름의 질문에 양혁수가 대답했다.“좋아 보이던데. 컨디션도 그렇고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어.”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양혁수를 쳐다봤고 양혁수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왜 쳐다봐?”“오빠, 행복해요?”양혁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걸 떠올리며 품 안의 변여름을 꼭 껴안았다.“행복하지.”“정말요? 왜요?”“왜긴...”두 눈을 감고 잠시 뜸을 들인 양혁수가 대답했다.“아침에 누가 나한테 해물 제철 탕을 해준다고 했거든.”“...”변여름은 손을 뻗어 익숙하게 양혁수의 두 볼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변여름이 뭘 하든 가만히 받아줬고 또 변여름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양혁수의 눈동자에는 오직 변여름만 담겼고 변여름을 향한 사랑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양혁수의 목에 팔을 걸었고 또 빠르게 떨어지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오빠, 아직도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안 했잖아요.”양혁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좋아해.”그리고 고민하다가 말을 고쳤다.“내가 널 좋아해.”변여름은 금세 헤벌쭉해졌고, 첫사랑이고 뭐고 잊어버린 채로 양혁수의 두 볼에 번갈아 뽀뽀했다. 그리고 양혁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듯 품에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오빠.”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이어질 변여름의 말을 기다렸다.“난 오빠가 너무너무 너무 좋아요.”양혁수는 이런 변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란히 소파에 기대앉았다.‘아, 삶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너무 행복해.’한강시에서의 삶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양혁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았지만 변여름과 함께한 뒤로 변백호네 가족이 시도 때도 없이 집을 들락거렸다.변여름은 한강시 연구실에서 고작 6개월의 시간을 보냈지만 벌써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그래서 남은 6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9화

    변여름은 2층 베란다에서 뛰쳐나오며 양혁수와 양지원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마침, 요즘 한가한데 여름이 데리고 경인시로 놀러 갈게요. 시연이도 볼 겸.”‘한가하긴! 고양이 배변도 아직 치우지 않았는데!’고개를 돌린 양혁수는 변여름이 입을 삐죽이고 있는 게 보였다.그래서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고 변여름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서재 다 치워뒀으니 거기에서 논문 보면 돼.”“네.”변여름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렸고 쿵쿵거리며 서재로 들어갔다.양혁수는 피식 웃었고 통화를 종료한 양지원은 다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화면에는 양지원뿐만 아니라 양시연도 함께였다.막 아이를 낳았지만 양시연은 컨디션이 꽤 좋아 보였고 죽을 먹는 중이었다.양지원이 핸드폰을 넘기자 양시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지금 퇴근하는 거야?”“막 집에 도착했어.”핸드폰 너머로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양승윤과 다른 아이들도 함께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양혁수가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말했다.“축하해. 잘생긴 아들에, 귀여운 딸까지 생긴걸.”과거에는 도저히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들었지만 정작 하고 보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양시연은 양혁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너도 축하해.”“엄마한테서 전해 들었어. 너랑 여름이 말이야.”양혁수는 창밖의 핑크빛 노을을 보며 가슴이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우리 공주님 보여줄까?”“좋아.”화면을 돌리자 침대 끝에 앉은 연정훈이 아이를 안고 있었다. 주변에는 양승윤을 제외하고 꼬마가 둘이나 더 있었다.“아빠, 나도 안아보고 싶어요!”“삼촌! 예지도 안아볼래요!”‘참 시끌벅적하네.’양시연이 연정훈을 낮게 부르자 연정훈이 딸을 품에 안고 걸어왔다.그리고 화면을 통해 양혁수는 연정훈과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무언의 시그널을 주고받았는지 또 표정을 찡그렸다.연정훈은 예전처럼 차가웠지만 제 딸을 볼 때에는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시간 되면 경인시로 놀러와. 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8화

    “그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어요. 낳아준 어머니는 뒤로 하고 장모님한테 왔잖아요.”양혁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양시연을 향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양혁수는 늘 연정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변여름은 조용히 그 옆에서 눈치를 살폈다.그러다가 며칠 전 변여름과 진지하게 나눴던 첫사랑 얘기가 떠오른 양혁수는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변여름에게 장난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변여름은 크게 화도 내지 못하고 입만 삐죽일 것이다.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고 연정훈이 전화를 걸어 거의 집에 다 와간다고 알렸다.변여름은 양혁수의 손을 잡고 뒤뜰에서 잡초를 손질하는 양석진의 옆으로 다가갔고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오빠, 우리 산책하러 가요.”양혁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지금?”“네!”“곧 다 모일 텐데 밥 먹고 산책하러 가자.”그러자 변여름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눈앞에 보이는 잡초를 마구잡이로 휙 잡아 뽑았다.양혁수는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웃음을 꾹 참았다.그때 누군가 양혁수를 불렀고 두 사람은 다시 거실로 돌아가야 했는데 변여름이 갑자기 양혁수를 벽으로 툭 밀쳤다.그러자 양혁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벽에 기댄 채로 변여름의 턱을 잡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첫사랑을 잊는 방법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거라며? 현실보다 상상 속 첫사랑이 더 완벽하고 이쁠 테니까.”“...”‘짜증 나.’양혁수가 변여름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이건 네가 말했던 거잖아.”“...”“그런데 지금 표정이 왜 그렇지? 설마 한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은 거야?”변여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세상에 영원한 정답은 없는 거니까요.”“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계속 피해 다니며 만나지 않을 수도 없고.”“나 질투 난다는 말이에요.”“내가 평생 시연이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더라?”“그건 예전이잖아요!”“그럼 지금은?”‘지금은...’변여름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양혁수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7화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양혁수는 변여름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아침이 되어도 아무도 두 사람을 깨우지 않았고 실컷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침 열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에도 한참 침대에서 뭉그적거렸고 양혁수가 먼저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양혁수가 음식을 챙겨 돌아왔을 때, 변여름은 세수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양혁수가 침대 끝자락에 앉으며 변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뭐라도 좀 먹고 다시 자.”변여름은 지금 자신의 옷차림이 어떤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바로 이불에서 빠져나와 양혁수의 품에 안겼다.양혁수는 서둘러 변여름의 옷매무시를 정리해 주고 눈을 감고 있는 변여름에게 한 입씩 떠먹여 줬다.변여름은 몇 입 먹더니 금방 싫증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이 남긴 걸 입에 넣었다.그런데 양혁수가 아침을 먹는 사이 변여름이 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그렇게 졸린가?’양혁수는 변여름을 다시 이불 안에 넣어주고 옷을 갈아입은 뒤 헬스장을 다녀왔다.돌아와서 샤워를 마쳤을 때도 변여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양혁수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곤히 잠든 변여름을 바라봤고 젖은 머릿결이 마를 때까지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러다가 본능을 못 이긴 양혁수는 수건을 내려두고 침대 옆자리로 올라갔다.변여름은 금세 이상한 점을 눈치챘고 귓가에 들려오는 양혁수의 뜨거운 숨소리에 몸을 돌려 품에 안기며 말했다.“오빠...”양혁수는 숨을 고르다가 변여름에게 속삭였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없어요...”변여름은 온몸에 열기가 돌았고 저도 모르게 양혁수의 어깨를 깨물었다. 양혁수가 작게 신음 소리를 뱉자 변여름도 점점 이성을 잃게 되었고 눈가가 빨개진 채로 물었다.“우리 새해 인사드리러 가야 하지 않아요?”“필요 없어. 친척들도, 친구들도 많지 않아서 상관없어.”변여름은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우리 세운시로 가야 하잖아요.”양혁수는 새해 인사 따위는 이제 안중에 없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6화

    침대 시트를 교체하지 않아 방안에는 아직도 그 향이 가시지 않았다. 양혁수는 단팥죽이 끓는 동안 서둘러 시트를 교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팥죽의 단 향이 코를 자극했다.양혁수는 한 그릇 따라 변여름에게 건넸고 변여름은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양혁수가 한입씩 떠먹여 주는 걸 삼켰다.그렇게 천천히 기운을 되찾은 변여름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양혁수의 품에 안겨 양혁수의 핸드폰을 뒤적이던 변여름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양혁수는 변여름의 두 볼을 쭉 잡아당기며 이 순간의 행복을 즐겼다.그런데 변여름이 꽤 진지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오빠, 정말 무슨 약이라도 먹은 거 아니에요?”양혁수는 인상을 팍 찌푸리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바로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싸늘해진 양혁수의 시선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을 따로 챙겨 먹지 않은 거면 너무 오랫동안 금욕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양혁수는 변여름이 이어서 어떤 질문을 할지 눈에 뻔했고 미리 준비해 둔 떡을 집어 냉큼 변여름의 입에 넣었다.변여름은 입안 가득 우물거렸고 반쯤 남긴 떡은 양혁수가 처리했다.“계속 까불면 너 이거 다 먹일 거야.”변여름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이 떡 전부요?”“...”역시 못 말리는 변여름이라 생각하며 양혁수는 입안 가득 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술 도장을 꾹 찍었다.어느새 해가 뜰 시간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한참 꼭 붙어 있다 보니 또 어느새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양혁수는 변여름을 위해서라도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변여름이 핸드폰을 뒤적이며 말했다.“시연 언니가 아직 새해 인사를 보내지 않았네요?”질투하는 듯한 변여름의 말투가 오늘따라 더 귀엽게 느껴졌다.하지만 지금 말을 잘못하면 변여름이 삐질 게 뻔했으니 양혁수는 말을 가려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참 말을 골라 입을 열었다.“시연이는 새해 당일에 인사를 보내는 편이야. 우리 가족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거든. 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5화

    거사를 치르기 전에 변여름도 나름 많은 조사를 걸쳐 충분히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실전과 이론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변여름은 자신이 주동권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모두 가볍게 양혁수에게 들통이 나 물거품이 되었다.양혁수는 변여름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시켰고 변여름이 점차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할 때까지 꼭 붙잡아줬다.변여름의 머릿속에는 양혁수가 거친 숨을 내쉬며 귓가에 뱉은 말뿐이었다.“긴장하지 말고 힘 풀어.”긴장을 풀자 바로 쾌감이 이어졌다.처음 사과를 베어 문 에덴에 이런 기분이었을까, 변여름은 눈앞이 흐릿해지고 이 세상과는 단절된 쾌감만 느껴졌다.변여름은 나른하게 침대에 누웠고 잠시 의식을 되찾고 양혁수와 시선을 마주했다.양혁수는 변여름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또 달래듯 입술에 키스했다.금방 지나갈 소나기같았지만 또 벼락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양혁수도 쾌감에 절여 절로 미소가 나갔지만 자꾸 변여름을 놀렸다.그러자 변여름이 바로 양혁수의 입술을 깨물었다.양혁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두 사람의 자세를 바꿔 또 새로운 쾌감을 찾았다.변여름은 촉촉해진 눈가로 양혁수를 바라봤고 마치 처음 치즈를 선물 받은 고양이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것 같았다.“네가 자세 바꾸고 싶다며?”양혁수는 손을 뻗어 변여름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나른한 시선으로 유혹했다.“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변여름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까도 변여름에게 기회를 줄 것처럼 굴다가 또 선수를 빼앗아 본인이 흐름을 주도했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농락에 변여름은 이제 그럴 마음도 사라졌다.하지만 양혁수가 얌전히 누워주니 변여름은 또 덮칠 마음이 스멀스멀 생겼다.‘내가 잡아먹어야지!’서로를 탐닉하고 뜨거운 숨을 몰아 내쉬기를 반복했고 어느샌가 이불도 바닥 위로 떨어져 있었다.변여름은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고 입술을 막아도 걷잡을 수 없었다.결국 변여름은 이불에 얼굴을 묻어버렸고 지금 본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4화

    변여름은 낮에 물건을 뒤적이다가 양혁수가 서랍에 새로 준비해 둔 걸 발견했었다.양혁수가 참 보수적이라 생각했지만 변여름은 그런 점도 귀엽게 느껴져 눈치껏 본인이 준비한 물건은 서랍에 넣어두지 않았다. 뭐든지 차근차근 순서를 밟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러나 갑자기 자신을 안아 들고 위층으로 향하는 양혁수를 보며 변여름은 의아해졌다.‘오늘 밤엔 순정남이 아닌 건가? 아, 벌써 기대돼.’그러나 위층으로 올라가서 키스도 한참 했지만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변여름이 양혁수의 품 안에서 기어 나오며 말했다.“오빠, 먼저 샤워나 할래요?”“...”‘이 흐름이 아닌데.’양혁수는 쯧 하고 혀를 차다가 변여름을 잡고 다시 아래에 깔았다.또 쉴 틈 없는 키스가 이어지고 변여름은 온몸이 나른해졌으며 입가가 얼얼해질 무렵, 양혁수가 마지막으로 입가에 뽀뽀하고 욕실로 향했다.변여름은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래. 내가 기다리지 뭐.’얌전히 침대에 누운 변여름은 다리를 달달 떨며 시간을 보냈다.그때, 양혁수가 준비해 둔 옷으로 갈아입고 걸어왔다.바로 변여름에게 다가간 양혁수는 순식간에 변여름을 이불 안에서 꺼내 안아 들었다.‘뭐야 샤워하러 간 거 아니었어? 또 준비한 게 있나 보네?’의아해하는 변여름의 생각을 읽고 양혁수는 입술에 도장을 꾹 찍고 욕실로 향했다.“같이 씻자.”변여름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욕실 안에는 뜨거운 김이 가득해 시야가 흐릿했다.양혁수는 어제 무슨 이유인지 안방에 새로 가구를 배송받았었다. 목재로 된 흔들의자였는데 하나는 안방에 두었고 특수 코팅을 거친 의자는 욕실에 두었다. 변여름은 안방에 둔 흔들의자에 누워 햇살을 느껴봤는데 그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욕실에 둔 의자에 누우면 마치 발가벗겨진 생쥐 꼴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변여름은 욕실로 향하는 내내 별 별 난 생각이 다 들었지만 양혁수를 상대로 그런 음흉한 상상을 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그러나, 변여름은 곧 자신의 상상이 틀리지 않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3화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고양이 하나 때문에 그렇게 혼을 내던 오빠 친구가 오늘엔 제 옆에 앉아 평범한 여느 연인들처럼 자신을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는 것을.변여름은 다른 사람에겐 흥미를 잃었고 오직 양혁수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회식을 끝내고 근처를 걸으니 거리에서 새해 느낌이 물씬 났다. 변여름은 양혁수의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털썩 누워서도 양혁수의 이름을 불러댔다.“양혁수... 혁수 오빠...”대체 뭘 어떻게 더 해야 이렇게 커진 제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변여름은 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양혁수가 좋았다.올해는 양혁수가 근 10년 동안 가장 기대되는 새해라고 할 수 있다.새해에 맞춰 양홍두도 세운시로 향해 양지원과 함께 새해를 보내기로 했다.그리고 양혁수는 양지원에게 곧 변여름과 함께 세운시를 찾아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했다.새해 전날, 집사는 양혁수의 기분이 퍽 좋은 걸 발견하고 다 같이 만두도 빚고 송편도 빚을 것을 제안했다.변여름도 아침 일찍 양씨 가문을 찾아 일을 거들었다.양혁수는 집 안팎을 돌아다니며 새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조명이나 인테리어를 세팅했다.“조명을 켜기엔 아직 일러요. 조명은 오후부터 켜야 한다고 했어요.”변여름은 어디에서 들은 정보를 한 손에 만두를 쥔 채로 양혁수에게 말했다.양혁수는 사다리 위에 서서 말했다.“누가 그래? 우린 우리만의 법을 따르는 거야.”양혁수는 변여름을 달래듯 말했다.“꼬맹이는 얼른 가서 만두 빚고 있어. 예쁘게 빚으면 내가 새해 용돈도 챙겨줄게.”집사는 괜히 큰소리하는 양혁수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양씨 가문 남자들, 누구 하나 큰소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그러나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였고 또 양혁수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사다리 아래까지 내려온 양혁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변여름은 바로 이때다 싶어 양혁수의 두 볼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2화

    양지원은 바로 세운시로 돌아갔다.양씨 가문에는 오직 변여름과 양혁수만 남겨졌고 그날 밤부터 변여름은 아주 자연스레 양혁수의 방을 드나들었다.며칠 뒤면 새해인지라 연구실도 곧 휴가가 시작될 것이다. 변여름은 하루 시간을 내어 선물을 들고 연구실을 찾았다.선배들은 변여름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돌아온 변여름을 보며 아주 기뻐했고 선물을 받으며 어디에 다녀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연애하고 왔어요.”솔직한 변여름의 대답에 사람들은 조금 당황했고 과거에 변여름에게 고백했었던 선배는 마음이 부서졌다.교수님은 변여름의 교제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저희 오빠 친구예요.”‘그래. 오래 붙어있을수록 정분이 나는 법이지.’사람들은 변여름의 옆자리를 차지한 그 상대가 궁금했고 교수님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변여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들고 양혁수를 찾아갔다.“회식?”양혁수는 변여름이 연구실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은 게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보니 고작 며칠 사이에 얼굴도 보지 못한 제 비서와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변여름이 말했다.“남자 친구 생겼다고 말했거든요.”그러자 양혁수는 변여름이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걸 바로 눈치챘다.그리고 불현듯 과거에 변여름이 연구실 선배한테 고백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한두 사람이 아니었는걸요.”어깨를 으쓱거리는 변여름을 보며 양혁수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네!”“어떤 사람이었는데? 다들 똑똑할 거고, 뭐 잘생겼어?”“똑똑하기도 하고 잘생기기도 했죠.”옆에서 문서를 정리하던 비서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 예쁘고 요리도 잘하시는 여름 씨가 얼마나 인기가 많겠어요. 대표님이 조심하셔야겠네요.”변여름이 양혁수를 힐끔 훔쳐보자 양혁수가 바로 연기를 이어갔다.“그러게. 갑자기 짜증이 나서 입맛이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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