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성규연을 10년이나 짝사랑한 강아연. 그와 결혼하는 게 간절히 원하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가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듬어주면 조금씩 녹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뿐. 첫사랑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성규연. 하지만 강아연을 대하는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고 모욕도 서슴없이 안겨주었다. 강아연은 그 모든 걸 감내했다. 그들 사이에 아들이 있었으니까. 아들을 위해서라면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히더라도 기꺼이 성씨 가문 안주인으로 평생 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아연이 납치당했다. 성규연은 첫사랑의 곁을 지키느라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마저 그녀를 버리고 첫사랑을 엄마로 삼고 싶어 했다. 강아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애써도 차갑기만 한 남편과 정을 붙일 수 없는 아들 따위 다 필요 없다고.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 이혼 후, 강아연은 다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회사를 차리고 돈을 벌었다. 각종 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면서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주변에 벌떼처럼 꼬이는 남자들을 본 전 남편은 그제야 당황해하면서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원영아, 사랑해. 제발 떠나지 마.” 강아연이 코웃음을 쳤다. “성규연 씨,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아들도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울면서 매달렸다. “엄마, 나 버리지 말아요.”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뿌리친 강아연.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 아니야.”
View More“자기야, 넌 늙지 않았어.”박경준은 부드러운 뺨을 꼬집었다.“겨우 스물일곱이잖아. 한창 예쁠 나이야.”“다른 여자들에게도 이렇게 해?”정도희가 갑자기 물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박경준은 잠시 멈췄다.“다른 여자들?”‘그 여자들이 기쁘게 해 주면 다 자기라고 불러?’정도희는 마음속으로만 물었다. 괜히 상처받을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뜨거웠던 뺨은 정신을 차리자 천천히 식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며 재촉했다.“왜 아직도 안 움직여?”하지만 박경준은 입꼬리만 올릴 뿐 산처럼 몸 위를 누른 채 꼼짝하지 않았다. 귓가에 몸을 숙여 얇은 입술로 속삭였다.“조금 더 오래 있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정도희는 할 말을 잃었다.박경준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하는 일에 몹시 집착하는 듯했다.예전에는 늘 피임했고, 일이 끝난 뒤에도 흔적을 깨끗이 정리했다. 자신에게 골칫거리를 남기지 않으려 무척 조심스러웠다.하지만 그날 밤 정도희가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 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그는 더는 어떤 피임도 하지 않았다. 매번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며 더 오래 함께 있으려 했다.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자세를 찾아보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지금 정도희의 허리 아래에 받쳐 둔 베개도 박경준이 놓은 것이었다.‘그렇게 아이를 원하는 걸까?’정도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다시 아이를 갖기 어려웠다.그래서 그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그가 원하는 대로 협조할 뿐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었다.박경준이 한 번 자신의 마음을 속였으니 자신도 그를 한 번 이용하는 셈이었다. 공평했다.그래도 상황이 달라질까 걱정돼 한마디 물었다.“성규연이 아연이 행방을 물어본 적 있어?”박경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물론 물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성규연의 힘으로 강아연이 연성에 왔다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할 리 없었다.박경준이 계속 일부러 감추
“당연히 아니야.”정도희는 빈틈없는 얼굴로 웃었다.“내가 약속을 어길 사람처럼 보여? 아직 임신하지 않았으니 임신한 뒤에 일을 그만둬도 늦지 않잖아.”“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야?”박경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정도희는 어떻게 생각이 갑자기 그쪽으로 튀었는지 몰라 멈칫했다.박경준은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손을 뻗어 뺨을 꼬집으며 작게 웃었다.“내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확실히 알려 주지.”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 시선을 돌리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는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박경준이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더니 턱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덮쳤다.“읏...”정도희의 눈에 놀란 빛이 스쳤지만 곧 그의 입맞춤에 응했다.분위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거세고 끈질긴 입맞춤에 숨이 막혔다. 아직 문 앞이라는 걸 깨달은 정도희는 그의 가슴을 밀며 간신히 숨을 골랐다.“먼저... 들어가.”“정도희, 한 층에 한 집뿐인데 뭘 부끄러워해?”박경준은 대수롭지 않게 다시 입술을 덮치려 했다.“그래도 안 돼!”정도희는 얼굴을 돌렸다. 흰 뺨이 살짝 붉어졌다.“서 있으면 불편해.”박경준은 입꼬리를 당겼다.“유난스럽기는.”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다른 손으로 문을 열었다.지문 인식 잠금장치가 풀리자 정도희를 현관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쾅 닫았다.정도희는 곁눈질로 집 안을 훑었다.검은색과 흰색, 회색으로 꾸민 집은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박경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건 처음이었다.수납장 위에 립스틱 하나가 놓여 있는 거로 보아, 다른 여자도 집에 데려왔던 모양이었다.정도희의 눈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딴생각은 왜 해?”박경준은 거슬리는 안경을 벗으며 그녀의 단추를 풀어 시선을 자신에게 돌렸다.정도희는 눈앞의 남자에게 다시 시선을 맞췄다.잘생긴 얼굴은 부드럽고 온화해 보였지만 언제나 속을 알 수 없었다.자신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몰랐다. 박경준도 말
정도희가 이번 작품 촬영을 마친 뒤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다.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검은 벤틀리를 발견하는 순간, 내려놓았던 마음이 다시 긴장했다. 강아연의 팔을 안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왜 그래?”강아연이 걸음을 멈추고 의아하게 물었다.“아연아, 갑자기 처리하지 않은 일이 떠올랐어. 얼른 다녀와야 할 것 같아.”정도희의 목소리는 조금 부자연스러웠다.하지만 강아연은 정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정도희의 직업 특성상 일정이 갑자기 생길 때도 있었다.“그럼 다녀와. 리아의 사인펜은 내가 사 갈게.”“그리고 리아를 집에 데려가 줄래?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 줘.”정도희는 강아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사생팬 중에는 무서운 사람도 있잖아. 내가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걱정하지 마. 알아.”강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있다가 리아를 집으로 데려가 돌볼게. 밖에 못 나가게 하고.”그 아파트는 병원보다도 보안이 훨씬 철저했다.“고마워, 아연아.”정도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벤틀리 주인의 시선을 최대한 멀리 끌어내려고 병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나중에는 거의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두 다리로 네 바퀴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검은 벤틀리가 곁을 빠르게 스쳐 가더니 방향을 틀어 바로 앞을 가로막았다.운전석 창문이 반쯤 내려가며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은테 안경을 쓴 모습은 점잖고 부드러워, 우아한 선비 같은 분위기였다.하지만 정도희만은 잘 알았다. 반듯하게 다린 정장 아래 얼마나 단단한 근육이 숨겨져 있는지, 예의 바른 겉모습 안에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이 감춰져 있는지를.“나를 보자마자 도망쳐?”박경준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안경알 위로 차가운 빛이 스쳤다.“내가 그렇게 무서워? 양심도 없는 정 톱스타님.”정도희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뒤쪽은 병원이었다. 그쪽으로 가 박경준까지 병원으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그녀는 숨을 내쉬고 매혹적으로
강아연 자신도 놀라웠다. 아이가 있다는 걸 몰랐을 때는 임신 반응이 그렇게 심했는데,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점점 줄었다. 특히 경성을 떠난 뒤로는 거의 사라졌다.성준서를 임신했을 때는 세상이 뒤집힐 만큼 토했다. 입덧이 너무 심해 몇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고, 특히 임신 후반에는 아이가 배 속에서 집이라도 무너뜨릴 듯 날뛰었다.임신 7개월 이후에는 거의 침대에서 지내며 걸어 다니지도 못했다.그에 비하면 이번 아이는 훨씬 얌전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게 여자아이 같았다.정도희도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이 정리아를 임신했을 때도 거의 고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도희는 강아연의 배를 보며 웃었다.“아이도 엄마가 힘든 걸 아나 봐.”잠시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이렇게 얌전하고 천사 같은 아이인데 정말 포기할 거야?”아무리 자연스럽게 말하려 해도 강아연은 곧바로 눈치챘다.“엄마가 나를 설득해 달라고 했지?”들킨 정도희는 더 돌려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모는 네가 계속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걸 원하지 않으셔. 이 아이와 네가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강아연은 어머니가 바라는 마음을 잘 알았다. 앞으로 기댈 가족이 생기고, 아이 덕분에 상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하지만...”강아연은 갈등 어린 눈으로 마음속 걱정을 털어놨다.“같은 일을 또 겪을까 봐 무서워.”이 아이도 두 번째 성준서가 되어 가슴을 찢어 놓을까 두려웠다.“그럴 리가 없잖아!”정도희가 곧바로 부인했다.“성준서는 어릴 때부터 성씨 집안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어. 네 시어머니가 평소에도 아이 앞에서 둘 사이를 계속 이간질했을지 몰라. 그래서 너와 멀어진 거겠지. 이번 아이를 처음부터 네 곁에서 키우면 결과는 분명 달라.”강아연도 그 사실을 알았다. 당시에는 성규연을 사랑했기에 반항할 용기도 힘도 없었고 서영란의 결정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힘이 부족하더라도 성규연에게 아무 감정이 남지 않았다. 더는 부당한 대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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