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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라오
안시연이 얼어붙었다.

잠깐 생각하고서야 그의 뜻을 알아챘다.

어제는 그녀의 첫날밤이었고 연정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뜻은 전에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안시연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는데 그녀는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와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은 연정훈밖에 없었다.

주지혁이 바람피우기 전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과 키스에 그쳤고, 잠자리는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경험도 없어 이런 얘기가 꺼내질 때마다 어색한 마음이 들곤 했다.

연정훈이 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

“습관 되지 않아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

사실이었다.

연정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다.

“넌 참 착한 여자야.”

연정훈이 덤덤하게 뱉은 말에 안시연은 입술을 꽉 물었다.

방금까지 단톡방에서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받은 불공평한 대우까지 떠오르니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분명 그녀는 잘못한 게 없는데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비난하곤 했다.

연정훈이 무심하게 말을 뱉고는 약을 다 바른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시연이 서둘러 몸을 뒤로 뺐는데 허벅지 사이로 약간의 고통이 전해졌다.

어젯밤의 부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연정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리를 모을 때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포착했다.

“다리에도 상처가 있어?”

그 얘기를 듣자, 안시연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그녀의 눈가, 그리고 코끝이 빨개졌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마치 비바람 속에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같았다.

연정훈이 한 발짝 다가서자, 안시연은 몸을 더 뒤로 뺐다.

“안시연.”

연정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뒤에 있는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

연정훈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물었다.

“내가 어제 아프게 했지? 그런 거지?”

남사스러운 일을 대놓고 말하니 안시연은 머리칼이 쭈뼛쭈뼛 섰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연정훈은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내고는 주의 사항을 훑어봤다.

그는 다시 안시연을 바라보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다리 벌려봐. 내가 봐줄게.”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왠지 모르게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안시연은 눈을 크게 뜨더니 입술을 꽉 깨물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만약 방금 연정훈의 선을 넘은 행동이 그녀를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지금 연정훈이 뱉은 말은 그녀의 생각이 맞는다는 걸 입증했다.

연정훈은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다. 다른 말로 그는 그녀와 관계를 가지는 걸 배척하지 않는다.

그녀는 혼란스러워 반응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연정훈이 허리 굽혀 침대 가장자리에서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는 큰 테이블 위에 놓였다.

눈앞에 꿈쩍하지 않는 우람한 몸집의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연정훈이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렸다.

“교수님...”

안시연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는 남자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감히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연정훈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는지 침착하게 연고를 열고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동창 도움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연정훈을 바라보는 안시연의 눈빛은 조금 흔들렸다.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암시하는 건지 안시연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안시연이 연정훈의 권력과 지위로 주지혁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

연정훈이 그녀의 가운 자락을 밀어 올리고는 뼈마디가 뚜렷하고 기다란 손으로 차가운 연고를 발랐다.

안시연의 몸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를 밀어내려던 손은 천천히 그의 셔츠를 꼭 쥐더니 넘을 힘을 줘서인지 손톱 끝이 하얗게 변했다.

그녀가 작은 신음을 뱉어내자, 연정훈은 손을 거뒀다.

그는 여전히 안시연의 두 다리 사이에 선 채 물티슈를 뽑아 손가락을 닦았다.

안시연은 눈을 꼭 감고는 그가 물러서길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의문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입술이 어딘가에 닿으면서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쏟아져 그녀의 볼은 다시 사과처럼 빨개졌다.

안시연이 무심결에 남자의 입가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연정훈은 피하지 않았지만 움직이지도 않았다.

안시연은 머릿속으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연정훈에게 부탁하면 이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주지혁과 평생 엮여야만 했다.

끝내 그녀는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먼저 조심스럽게 연정훈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그의 입술을 찾아 그녀의 입술을 포갰다.

연정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안시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랑을 나누기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했다. 연애도 결혼도 아닌 이상 서로에게 솔직해질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안시연이 스킨십을 어디까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는 역시 비경험자답게 기술 없이 그의 입술에 입술만 대고 있었다. 그리고 힘겹게 혀를 내밀고는 그의 입술을 쓸어내렸는데 그것만으로도 안시연은 긴장해서 숨이 턱턱 막혔다.

연정훈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의 얼굴이 더 새빨개지면서 난감한 얼굴로 몸을 뒤로 뺐다.

연정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네.

안시연은 너무나도 쪽팔렸다. 연정훈은 사실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닌지, 그녀가 오해한 건 아닌지 싶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뒤로 물러서자마자 남자는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팔로 그녀를 자기 쪽으로 당기고는 씩 웃으며 물었다.

“이것밖에 못 해?”

그 말을 들은 안시연은 잠깐 멈칫했다.

고개를 들자,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연정훈이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안고는 그녀의 몸이 자기에게 바짝 붙게 했다.

신사의 가면을 벗은 그에게서 폭풍우처럼 격렬한 키스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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