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내 친구와 결혼한다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내 친구와 결혼한다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7-24
作者:  루니剛剛更新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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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章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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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현대물

고수위/고자극

사이다물

CEO、보스

독립적인

변호사

배신

첫사랑

삼각관계

내 배 속 아이를 강제로 지운 남자가, 그 수술에 서명한 내 절친과 결혼한다. 아이를 잃은 날, 연인 최무겸은 모든 책임을 연희에게 뒤집어씌우고 사라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절친 한세아와의 청첩장을 보냈다. 신부의 손에는 연희의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바꿔치기된 환자 이름, 위조된 동의서, 조작된 태아 판독. 그녀가 아이를 포기했다는 기록은 모두 거짓이었다. 결혼식장에 나타난 연희가 마이크를 든다. “내 아이를 죽인 공범들끼리, 오늘 부부가 되는 거야?” 그 순간, 축복받던 결혼식은 지워진 아이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처형대로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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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章

제1화. 강물도 나를 죽이지 못했다

강물은 나를 뱉어냈고, 그날 오후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청첩장을 보냈다.

아버지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강둑의 진흙을 움켜쥔 채 기침하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흙냄새가 났다.

아버지는 뛰어오지 않았다.

소리치지도 않았다.

장화를 벗어 던지고 강물 안으로 들어와 내 팔을 붙잡았다.

“놔.”

내가 팔을 뿌리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꺼내.”

아버지는 다시 내 손목을 잡았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엄마까지 죽이려고 해.”

“나 때문에 이미 다 죽었어.”

“누가 그러더냐.”

“내가 그랬어.”

나는 배를 움켜쥐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팠다.

“내가 사인했어. 내가 없앴어.”

아버지의 손이 내 턱을 받쳤다.

억지로 얼굴을 들게 했다.

“그 종이 네가 썼다고 네 죄가 되냐?”

“내 이름이 있었어.”

“칼에도 만든 놈 이름은 없다.”

그가 내 젖은 몸에 작업복을 둘렀다.

“칼 쥔 손부터 찾아.”

입술 사이로 강물이 흘러나왔다.

“그 손이 내가 사랑한 사람이면?”

“그럼 더 똑똑히 봐야지.”

아버지는 나를 업지 않았다.

대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웠다.

집까지 내 발로 걸어오게 했다.

대문 앞에는 어머니가 서 있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발로 자갈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뺨을 때리지 않았다.

살아 돌아와 다행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손목을 잡아 맥박을 세고, 젖은 옷을 벗기려 했다.

“엄마.”

“씻어.”

“미안해.”

“씻고 밥 먹어.”

“나 지금 죽으려고 했어.”

어머니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뿐이었다.

“알아.”

“그런데 밥이 넘어가겠어?”

“안 넘어가도 씹어.”

“왜 아무도 나한테 화를 안 내?”

어머니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쌌다.

“네가 살아 있는데 왜 화부터 내.”

“나 때문에 아이가 죽었어.”

“그 말 누가 했어?”

“무겸이가.”

어머니의 손이 내 어깨에서 떨어졌다.

최무겸.

내가 오 년을 사랑한 남자.

내 배에 손을 얹고 아이 이름부터 정하자던 남자.

내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며 결혼을 약속한 남자.

그리고 수술이 끝난 날, 문자 한 통으로 나를 버린 남자.

―네가 선택한 일이야. 이제 서로를 놓아주자.

“무겸이는 내가 선택했대.”

“내가 아이를 포기했대.”

그날 병원에서는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혀가 굳어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자꾸 서명을 재촉했다.

내 손에 펜을 쥐여 준 사람은 세아였다.

“연희야, 빨리 써.”

“무겸이는?”

“오고 있어.”

“나 무서워.”

“그래서 내가 있잖아.”

한세아.

열다섯 살 때부터 내 옆에 있던 친구.

내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고 나보다 먼저 울어 준 친구.

내 약혼반지를 손에 올려놓고 부럽다며 웃던 친구.

수술실 문 앞에서 세아는 내 손가락을 하나씩 펴 펜을 끼웠다.

“아이한테 이상이 있대.”

“다른 병원도 가 볼래.”

“늦으면 네가 위험해.”

“무겸이 오면 결정할게.”

그 순간 간호사가 세아에게 물었다.

“보호자분, 설명은 다 들으셨죠?”

세아가 내 손을 감싸 쥐었다.

“네. 진행해 주세요.”

“세아야.”

내가 이름을 불렀다.

세아는 울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술을 멈추지 않았다.

“미안해, 연희야.”

“뭐가 미안한데?”

끝내 대답을 듣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 아이는 사라져 있었다.

무겸도, 세아도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빈 침대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서명이었다.

욕실에서 나오자 식탁에 밥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숟가락을 내밀었다.

“세 숟갈.”

“싫어.”

“두 숟갈.”

“토할 거야.”

“한 숟갈 먹고 토해.”

나는 밥을 입에 넣었다.

살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몸은 배가 고팠다.

그 사실이 끔찍해서 밥알을 삼키며 울었다.

마당에서는 아버지가 내가 입고 갔던 원피스를 빨고 있었다.

탁한 물이 대야 밖으로 흘렀다.

“버려.”

아버지는 옷을 다시 헹궜다.

“그 옷 입고 강에 들어갔어.”

“옷은 물에 젖었을 뿐이다.”

“보기 싫다고.”

아버지가 원피스를 빨랫줄에 걸었다.

“그럼 네가 볼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보마.”

가슴 안쪽이 무너졌다.

그때 대문 밖에서 오토바이가 멈췄다.

우편함 뚜껑이 닫혔다.

나는 어머니보다 먼저 밖으로 나갔다.

병원 독촉장 아래에 두꺼운 봉투가 끼어 있었다.

받는 사람은 이연희.

보낸 사람은 없었다.

봉투를 뜯는 순간 익숙한 향이 퍼졌다.

세아가 쓰던 향수였다.

초대장을 펼쳤다.

신랑 최무겸.

신부 한세아.

내 아이의 아버지와, 내 손에 수술 동의서를 쥐여 준 친구였다.

사진 속 세아의 왼손에는 내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까지 그대로였다.

나는 결혼식 날짜를 확인했다.

내 아이를 잃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세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연희야, 결혼식에는 꼭 와.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아이를 지운 동의서에 누가 서명했는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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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章節
제1화. 강물도 나를 죽이지 못했다
강물은 나를 뱉어냈고, 그날 오후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청첩장을 보냈다.아버지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강둑의 진흙을 움켜쥔 채 기침하고 있었다.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다.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흙냄새가 났다.아버지는 뛰어오지 않았다.소리치지도 않았다.장화를 벗어 던지고 강물 안으로 들어와 내 팔을 붙잡았다.“놔.”내가 팔을 뿌리쳤다.“여기까지 왔는데 왜 꺼내.”아버지는 다시 내 손목을 잡았다.“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엄마까지 죽이려고 해.”“나 때문에 이미 다 죽었어.”“누가 그러더냐.”“내가 그랬어.”나는 배를 움켜쥐었다.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팠다.“내가 사인했어. 내가 없앴어.”아버지의 손이 내 턱을 받쳤다.억지로 얼굴을 들게 했다.“그 종이 네가 썼다고 네 죄가 되냐?”“내 이름이 있었어.”“칼에도 만든 놈 이름은 없다.”그가 내 젖은 몸에 작업복을 둘렀다.“칼 쥔 손부터 찾아.”입술 사이로 강물이 흘러나왔다.“그 손이 내가 사랑한 사람이면?”“그럼 더 똑똑히 봐야지.”아버지는 나를 업지 않았다.대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웠다.집까지 내 발로 걸어오게 했다.대문 앞에는 어머니가 서 있었다.신발도 신지 않은 발로 자갈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어머니는 내 뺨을 때리지 않았다.살아 돌아와 다행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내 손목을 잡아 맥박을 세고, 젖은 옷을 벗기려 했다.“엄마.”“씻어.”“미안해.”“씻고 밥 먹어.”“나 지금 죽으려고 했어.”어머니의 손이 잠시 멈췄다.그뿐이었다.“알아.”“그런데 밥이 넘어가겠어?”“안 넘어가도 씹어.”“왜 아무도 나한테 화를 안 내?”어머니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쌌다.“네가 살아 있는데 왜 화부터 내.”“나 때문에 아이가 죽었어.”“그 말 누가 했어?”“무겸이가.”어머니의 손이 내 어깨에서 떨어졌다.최무겸.내가 오 년을 사랑한 남자.내 배에 손을 얹고 아이 이름부터 정하자던 남자.내 약지에 반지를 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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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신부의 이름
내 아이를 지운 공범은,내 약혼반지를 끼고 신부가 되어 있었다.청첩장 속 한세아는 웃고 있었다.최무겸의 팔에 손을 걸고, 내 자리에 서서, 내가 고른 드레스를 입은 채였다.나는 사진 위로 손가락을 밀었다.세아의 왼손 약지에서 익숙한 흠집이 보였다.틀릴 수 없었다.무겸이 내게 청혼하며 끼워 준 반지였다.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내 손에 있던 반지.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사라진 반지.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알아봤어?보낸 사람은 한세아였다.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세아는 기다렸다는 듯 받았다.“반지 어디서 났어.”“청첩장부터 받았네.”“내 반지 어디서 났냐고.”“네가 버린 걸 내가 주웠어.”“나는 버린 적 없어.”“남자도 버렸잖아.”어이없는 웃음이 났다.“내 아이 없애는 서류에 사인시키고, 그 남자랑 잤어?”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그 침묵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언제부터였어.”“연희야, 말 조심해.”“왜. 신부 체면 상해?”“무겸 씨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그래.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지.”나는 청첩장 모서리를 구겼다.“그런데 내 배 속 아이까지 네가 처리할 권리는 없었어.”“그 아이는 태어나도 오래 못 살았어.”어머니가 식탁 건너편에서 고개를 들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의사에게 들었잖아.”“너도 들었어?”세아가 말을 멈췄다.나는 통화를 스피커로 돌렸다.“엄마도 듣고 있어. 다시 말해.”어머니가 다가왔다.“세아야.”“어머니.”“우리 딸한테 약 건넨 손, 네 손이니?”“저는 연희를 살리려고…….”“살렸다는 말 말고, 네가 한 일을 말해.”“약은 병원에서 처방한 거예요.”“봉투를 들고 온 건 너였지?”세아의 호흡이 흐트러졌다.어머니는 찬장 위 통을 꺼냈다.안에는 구겨진 약 봉투와 영수증이 있었다.환자 이름은 한세아.나는 종이를 빼앗아 들었다.“왜 네 이름이야.”“그건 설명할 수 있어.”“해.”“지금은 안 돼.”“그럼 언제 돼. 내 아이 장례라도 다시 치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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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도착하지 않은 사과
내 아이가 지워지던 시간,최무겸은 내 약혼반지를 한세아의 손가락에 끼워 주고 있었다.나는 음성 파일을 다시 재생했다.“연희가 깨면 반지부터 찾을 거야.”최무겸의 목소리였다.“그럼 뭐라고 해?”“수술비 때문에 팔았다고 해.”세아가 잠시 망설였다.“나한테 줘도 돼?”“네가 끼는 게 낫겠지. 연희는 이제 내 아이도, 내 약혼녀도 아니니까.”파일이 끝났다.어머니가 휴대전화를 뒤집었다.“그만 들어.”“외워야 해.”“뭘.”“저 인간들이 나한테 한 말을 전부.”나는 파일을 아버지와 내 이메일로 보냈다.저장 공간에도 복사했다.내가 무너지면 증거까지 함께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최무겸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째 연결음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받았다.“파일 들었어?”인사도 없었다.“내가 전화할 줄 알았네.”“세아가 무슨 생각으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삭제해.”“내 반지를 훔친 이유부터 말해.”“이미 끝난 약속이었어.”“나는 끝났다는 통보도 못 받았는데?”“네가 수술을 선택한 순간 우리 계획도 끝난 거야.”나는 청첩장 속 그의 얼굴을 손톱으로 눌렀다.“약에 취한 여자 손을 끌어다 서명시키고, 그걸 선택이라고 불러?”“동의서에는 네 이름이 있어.”“그날 내 손에 펜을 쥐여 준 건 세아였어.”“그래도 쓴 건 너야.”“그럼 내 반지를 세아 손에 끼워 준 것도 내 선택이야?”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내 아이가 수술실에서 죽고 있을 때 둘이 약혼이라도 했어?”“말을 자극적으로 만들지 마.”“그럼 정확하게 묻지. 세아랑 언제부터 잤어?”“그 질문에 답할 의무 없어.”“내 배에 네 아이가 있을 때였어?”“우리는 네 수술 이후에 시작했어.”“날짜.”그가 입을 다물었다.“날짜를 못 말하는 걸 보니 내 아이보다 먼저 시작했나 보네.”“네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아니. 네가 숨기는 순서대로 확인할 거야.”그의 호흡이 흐트러졌다.“지금 네 상태로는 대화가 어렵다.”“내 상태는 네 병원이 만들었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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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일곱 해의 계산
한세아가 말한 ‘다른 사람’은 끝내 이름을 얻지 못했다.―그날 병원에 네가 혼자였던 건 아니야.―누구였는데?읽음 표시만 남았다.전화를 걸자 전원이 꺼져 있었다.세아는 답을 주지 않았다.대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시켰다.기다리는 것.“쫓아가지 마.”어머니가 내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쟤가 부르는 곳으로 뛰어가면 또 끌려다녀.”“그럼 가만히 있어?”“네가 가진 것부터 봐.”내가 가진 것.그 말에 방구석의 상자가 떠올랐다.서울에서 내려올 때 아무렇게나 쓸어 담아 온 짐이었다.최무겸의 집에서 가지고 나온 내 물건들.나는 상자를 뒤집었다.영수증, 충전기, 사원증, 말라붙은 립스틱.바닥에서 오래된 휴대전화가 나왔다.무겸과 연애를 시작했을 때 쓰던 것이었다.전원을 켜자 수백 개의 메시지가 살아났다.보고 싶어.사랑해.조금만 기다려.검색창에 ‘결혼’을 입력했다.대화는 많지 않았다.내가 물었고, 무겸은 피했다.―우리 결혼은 언제 해?―지금은 회사가 복잡해.―어머니께는 언제 말씀드릴 건데?―적당한 시기가 오면.적당한 시기.무겸은 그 말을 오 년 동안 사용했다.정확한 날짜가 필요할 때마다 뜻 없는 말 하나를 내밀었다.그러다 음성 파일 하나가 검색됐다.녹음 날짜는 오 년 전이었다.그날 무겸은 술에 취해 내 무릎에 누워 있었다.나는 장난처럼 휴대전화를 켰다.“최무겸 씨, 이연희 씨와 결혼할 생각 있습니까?”과거의 내가 웃었다.“있습니다.”무겸도 웃으며 대답했다.“언제 하실 겁니까?”“서른넷.”“왜 하필 서른넷인데?”“승계 정리하고, 내 자리 만든 뒤에.”“그럼 칠 년을 기다려야 하네?”“기다려.”“싫다면?”잠깐의 침묵이 흘렀다.“넌 기다릴 거잖아.”파일이 끝났다.웃음소리만 방 안에 남았다.나는 날짜를 계산했다.무겸이 약속했던 결혼까지는 아직 칠 년 가까이 남아 있었다.그런데 한세아와의 결혼식은 다음 달이었다.나와 결혼하려면 회사가 안정돼야 했다.후계 구도가 정리돼야 했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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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자르지 않은 청첩장
최무겸은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한세아와의 청첩장을 주문했다.나는 그 청첩장을 찢지 않았다.식탁 위에 펼쳐 놓고 두 사람의 이름을 바라봤다.신랑 최무겸.신부 한세아.내 아이가 사라진 날,가장 먼저 한 장의 종이 위에 나란히 올라간 두 이름이었다.어머니가 국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먹어.”“안 넘어가.”“국물만 마셔.”“엄마는 어떻게 밥 생각이 나?”어머니가 밥솥 뚜껑을 닫았다.“네가 안 먹으면 저 둘이 결혼 안 한대?”나는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뭘.”“내가 강에 왜 들어갔는지.”“말하고 싶으면 네가 하겠지.”“임신한 것도 숨겼어.”“알아.”“수술받은 것도 끝나고 말했어.”“그것도 알아.”“나한테 화 안 나?”어머니가 내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속은 애한테 화내면 속인 놈이 좋아하겠지.”“나도 거짓말했잖아.”“네가 숨긴 것과 저것들이 네 몸에 한 짓을 같은 죄로 묶지 마.”어머니는 더 말하지 않았다.식은 국만 다시 데웠다.차라리 나를 때렸으면 덜 아팠을 것이다.왜 그런 남자를 믿었느냐고 물었다면,오 년 동안 모은 변명이라도 늘어놓았을 것이다.아버지는 마당에서 복숭아나무 가지를 자르고 있었다.나는 청첩장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아빠.”아버지는 대답 없이 가지 하나를 잘랐다.겉은 멀쩡했지만 잘린 안쪽은 검게 물러 있었다.“그거 썩었어?”“그래.”“겉으로는 멀쩡했는데.”“그러니까 늦었지.”나는 청첩장을 내밀었다.“이것도 잘라 버릴까?”아버지가 가위를 건넸다.“네 거니까 네가 해.”나는 두 사람의 이름 사이에 날을 끼웠다.조금만 힘을 주면 신랑과 신부가 갈라질 수 있었다.종이 위에서만.손가락에 힘을 주려는데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저 둘이 좋아하겠지.내가 청첩장을 찢고, 사진을 태우고,다시 방 안에 숨으면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결혼할 것이다.나는 가위를 내렸다.“왜 안 자르냐?”“찢으면 없어지잖아.”“보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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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도시행 표
서울행 표를 결제한 순간, 어머니가 내 약봉투를 식탁 위에 쏟았다.흰 알약 세 개가 밥상 위를 굴렀다.“이거 먹고 갈 거야?”“왜 남의 약을 건드려?”“남의 병원에서 받은 약이니까.”어머니는 봉투 앞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세강의료재단.내 아이가 사라진 병원 이름이었다.“의사가 먹으라고 했어.”“그 의사가 네가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설명은 했니?”“잠을 못 자니까 받은 거야.”“먹고 나면 기억은?”나는 대답하지 못했다.약을 먹은 다음 날이면 몇 시간이 통째로 비었다.깨진 잠 대신 깨진 기억이 남았다.어머니가 동네 의원 진료카드를 꺼냈다.“같은 성분인지 물어봤어. 의사가 직접 와서 상담받으래.”“내 허락도 없이?”“병원에 전화한 건 미안하다.”어머니는 약을 다시 봉투에 담아 내 앞에 놓았다.“먹을지 말지는 네가 정해.”“숨길 줄 알았어.”“숨겼다가 들키면 나도 그 병원이랑 같아지잖아.”나는 약봉투를 가방 옆주머니에 넣었다.먹겠다는 뜻도, 버리겠다는 뜻도 아니었다.이번에는 내가 정할 생각이었다.어머니가 도시락을 싸는 동안 나는 짐을 확인했다.검은 정장. 휴대전화 두 대.충전기. 청첩장.그리고 무겸과 세아가 보낸 파일을 저장한 이동식 저장장치.“서울 가서 바로 예식장부터 갈 거야?”어머니가 물었다.“아니.”“그럼 병원?”손이 멈췄다.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배 아래쪽이 조여 왔다.“아직 몰라.”“모르면 아무 데도 먼저 가지 마.”“가만히 있으라고?”“도착하면 밥부터 먹으라고.”“엄마는 왜 맨날 밥 얘기만 해?”“사람이 굶으면 남이 주는 말도 주워 먹으니까.”아버지는 역까지 아무 말 없이 운전했다.라디오도 켜지 않았다.차가 멈춘 뒤에야 지갑에서 접힌 지폐를 꺼냈다.“돈 있어.”“그래도 받아.”“카드도 있어.”“카드는 막히면 끝이고, 현금은 주머니에 있으면 네 거다.”나는 지폐를 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아빠는 무슨 말 안 해?”“표 끊었으면 가는 거지.”“말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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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틀린 생년월일
“엄마, 이거 누구 팔찌야?”기차는 이미 고향을 벗어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병원 팔찌에 붙은 흰 스티커를 더 벗겼다.끈적한 자국 아래로 검은 글자가 조금씩 드러났다.환자명 첫 글자.'한.'내 성은 '이' 씨였다.“엄마.”“병원에서는 네 거라고 했어.”“그런데 왜 이름이 달라?”“잘못 뽑힌 거라더라.”“누가?”“퇴원할 때 팔찌 버리라고 한 간호사.”“잘못 뽑힌 걸 왜 내 옷 주머니에 넣어?”어머니가 입을 다물었다.“엄마도 이상했지?”“이상한 게 한두 개였어야지.”“그래서 안 버렸어?”“네 몸에 붙었던 건데 어떻게 버려.”나는 손톱으로 스티커를 끝까지 밀어냈다.이번에는 생년월일이 보였다.6월 11일.내 생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모르는 날짜도 아니었다.한세아의 생일이었다.15년동안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케이크를 들고 찾아갔던 날.세아는 해마다 촛불을 끄기 전에 같은 말을 했다.“연희야, 나 태어난 날 기억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확인이 필요했다.오래된 휴대전화의 사진첩에서 세아의 생일 사진을 찾았다.케이크 위 초콜릿 판에 날짜가 적혀 있었다.6월 11일.팔찌의 숫자와 같았다.회사 인사카드도, 운전면허증도, 함께 예약했던 여행 정보도 전부 같은 날짜였다.그 날짜가 지금, 내 아이가 사라진 날의 팔찌에 찍혀 있었다.“엄마, 세아가 병원에 자기 신분증 냈어?”“나는 못 봤어.”“접수는 누가 했는데?”“네가 도착하기 전에 세아가 다 해 놨다고 했어.”등받이에 붙어 있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내가 가기도 전에?”“응.”“수술할 것도 정해 놓고?”“그건 모르지.”“엄마는 그 말을 듣고도 가만있었어?”“그날 넌 걷지도 못했어.”어머니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내가 뭘 먼저 봤어야 했는데. 네 얼굴이냐, 접수창구냐.”말문이 막혔다.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었다.그날 어머니는 수술이 끝난 뒤에야 병원에 도착했다.세아가 연락한 시각도, 무겸이 병원을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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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친구의 환자번호
한세아에게 팔찌 사진을 보낸 지 삼 분 만에, 최무겸에게서 답장이 왔다.―그거 버려.나는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사진을 보낸 상대는 세아였다.무겸에게는 팔찌를 찾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내가 뭘 찾았는데?읽음 표시가 떴다.답장은 오지 않았다.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무겸은 두 번째 연결음에 받았다.“세아 옆에 있어?”“무슨 소리야.”“내가 세아한테 보낸 사진을 네가 어떻게 봤어?”“너희가 연락 중이라는 말은 들었어.”“무슨 사진인지도 들었고?”“오래된 물건 가지고 일을 키우지 마.”나는 가방을 좌석 위에 올렸다.팔찌는 손안에 감췄다.“오래된 물건이 한두 개야?”“연희야.”“사진에 뭐가 있었는데?”무겸이 대답하지 않았다.“왜 버리라고 했어?”“너한테 도움이 안 되니까.”“내 몸에 한세아 이름이 붙어 있었어.”“출력 오류였을 거야.”“한세아 이름도 오류고, 한세아 생일도 오류야?”“병원에서 흔히 생기는 일이야.”“병원에서 다른 여자 이름으로 수술받는 일이 흔해?”“수술받았다는 증거는 없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멈췄다.“방금 뭐라고 했어?”“그 팔찌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 못 한다고.”“나는 그 팔찌가 수술 때 붙어 있었다고 말한 적 없어.”무겸은 또 입을 다물었다.그는 내가 팔찌를 어디서 찾았는지 알고 있었다.내 손목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그날 내 접수 이름이 한세아였어?”“억측하지 마.”“그럼 아니라고 해.”“병원에 문의해.”“네가 먼저 대답해.”“내가 병원 직원이야?”“아니.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서 내 반지는 챙겨 간 사람이야.”“반지 얘기는 끝났어.”“팔찌 얘기는 이제 시작했고.”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흘렀다.사람들이 짐을 챙기며 통로로 나왔다.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최무겸.”“왜.”“그 팔찌 처음 봤어?”“그래.”“확실해?”“처음 본다니까.”“그럼 내가 세아한테 보낸 사진을 어떻게 알았어?”“세아가 보여 줬겠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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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다시 밟는 계단
세강병원 전산에는 내가 아이를 잃은 날이 존재하지 않았다.그런데 접수창구 직원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세아의 이름을 불렀다.“한세아 환자분…….”직원의 입이 굳었다.나는 신분증을 창구 위에 내려놓았다.“다시 보세요.”신분증에는 이연희라고 적혀 있었다.직원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처음 보는 사람을 다른 환자로 착각해요?”“닮은 분이 계셔서…….”“언제 봤는데요?”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서울역에서 곧장 병원으로 왔다.자동문을 통과하는 순간 소독약 냄새가 목을 조였다.발바닥이 굳고 아랫배가 당겼다.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내 이름이 남지 않은 장소를.나는 가방 안에서 팔찌를 꺼내지 않았다.환자번호만 따로 적어 온 종이를 창구에 밀었다.“이 번호로 기록 조회해 주세요.”직원이 숫자를 입력했다.마지막 자리까지 누르자 화면이 잠깐 붉게 변했다.그녀는 급히 창을 닫았다.“조회되는 환자가 없습니다.”“방금 화면에 뭐가 떴어요?”“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빨간 경고창이었는데.”“오래된 번호라 오류가 난 것 같습니다.”“어떤 오류요?”직원이 옆 창구를 바라봤다.나이가 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명찰에는 원무팀장 오재필이라고 적혀 있었다.“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그는 내가 건넨 종이를 보지도 않고 접어 버렸다.“해당 번호는 폐기된 번호입니다.”“조회도 안 했잖아요.”“형식을 보면 압니다.”“무슨 형식인데요?”“구형 수술 환자번호입니다.”나는 그를 바라봤다.“제가 수술받았다고 말했어요?”재필의 손가락이 멎었다.직원이 고개를 숙였다.“다른 환자의 번호를 잘못 알고 오신 것 같습니다.”“그 다른 환자가 한세아예요?”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작년 10월 17일 진료기록을 확인해 주세요. 이름은 이연희.”직원이 검색했다.모니터에 짧은 문장이 떴다.조회 결과 없음.“입원 기록도요.”“수술 기록.”“약 처방.”모두 없었다.내 몸에는 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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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지하 2층의 남자
지하 2층에서 기다리던 남자는 내 이름이 아니라,내 몸에 붙었던 번호부터 확인했다.“0817-4439.”그가 여덟 자리 숫자를 읽었다.“그 번호가 맞습니까?”나는 방화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누구세요?”“박도율. 의료분쟁 변호사입니다.”“변호사가 왜 병원 지하에서 사람을 불러요?”“위층에서는 질문보다 보안요원이 먼저 옵니다.”“송지혜 씨가 보냈어요?”“그 이름은 여기서 꺼내지 마십시오.”그는 문을 더 열고 옆으로 비켰다.“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다만 원무팀이 팔찌 회수 요청을 넣었습니다.위로 올라가면 가방부터 확인할 겁니다.”“병원은 기록이 없다던데요.”“없는 기록을 찾는 데 저렇게 사람이 많이 필요하진 않죠.”나는 가방 끈을 당겨 쥐었다.“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아니요.”도율은 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문은 제가 잡겠습니다. 들어올지는 이연희 씨가 정하십시오.”그는 내 손목도, 가방도 붙잡지 않았다.나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창고를 급히 사무실로 바꾼 공간이었다.벽에는 번호가 적힌 서류상자가 쌓여 있었고,책상 위 노트북에는 병원 도면이 떠 있었다.“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오래전부터 찾았습니다.”“왜요?”“기록에서 사라진 환자니까요.”“피해자라고는 안 하네요.”“그건 증거를 본 뒤에 말하겠습니다.”“내 몸에 다른 여자 이름이 붙었는데도?”“이상한 일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과 입증된 범죄는 다릅니다.”“그럼 나를 안 믿는다는 뜻이에요?”“이연희 씨가 기억하는 것과 병원이 남긴 것을 따로 확인하겠다는 뜻입니다.”위로는 없었다.대신 내가 어디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짚었다.“팔찌를 보여 주세요.”나는 가방을 열지 않았다.“빼앗으면요?”“소리치십시오. 위층 보안요원이 저부터 잡아갈 겁니다.”나는 비닐봉지째 팔찌를 꺼냈다.그의 손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바코드만 보였다.도율이 번호를 노트북에 입력했다.붉은 문장이 떴다.폐기 번호.“무겸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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