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내 배 속 아이를 강제로 지운 남자가, 그 수술에 서명한 내 절친과 결혼한다. 아이를 잃은 날, 연인 최무겸은 모든 책임을 연희에게 뒤집어씌우고 사라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절친 한세아와의 청첩장을 보냈다. 신부의 손에는 연희의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바꿔치기된 환자 이름, 위조된 동의서, 조작된 태아 판독. 그녀가 아이를 포기했다는 기록은 모두 거짓이었다. 결혼식장에 나타난 연희가 마이크를 든다. “내 아이를 죽인 공범들끼리, 오늘 부부가 되는 거야?” 그 순간, 축복받던 결혼식은 지워진 아이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처형대로 뒤집힌다.
View More강물은 나를 뱉어냈고, 그날 오후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청첩장을 보냈다.
아버지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강둑의 진흙을 움켜쥔 채 기침하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흙냄새가 났다.
아버지는 뛰어오지 않았다.
소리치지도 않았다.
장화를 벗어 던지고 강물 안으로 들어와 내 팔을 붙잡았다.
“놔.”
내가 팔을 뿌리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꺼내.”
아버지는 다시 내 손목을 잡았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엄마까지 죽이려고 해.”
“나 때문에 이미 다 죽었어.”
“누가 그러더냐.”
“내가 그랬어.”
나는 배를 움켜쥐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팠다.
“내가 사인했어. 내가 없앴어.”
아버지의 손이 내 턱을 받쳤다.
억지로 얼굴을 들게 했다.
“그 종이 네가 썼다고 네 죄가 되냐?”
“내 이름이 있었어.”
“칼에도 만든 놈 이름은 없다.”
그가 내 젖은 몸에 작업복을 둘렀다.
“칼 쥔 손부터 찾아.”
입술 사이로 강물이 흘러나왔다.
“그 손이 내가 사랑한 사람이면?”
“그럼 더 똑똑히 봐야지.”
아버지는 나를 업지 않았다.
대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웠다.
집까지 내 발로 걸어오게 했다.
대문 앞에는 어머니가 서 있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발로 자갈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뺨을 때리지 않았다.
살아 돌아와 다행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손목을 잡아 맥박을 세고, 젖은 옷을 벗기려 했다.
“엄마.”
“씻어.”
“미안해.”
“씻고 밥 먹어.”
“나 지금 죽으려고 했어.”
어머니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뿐이었다.
“알아.”
“그런데 밥이 넘어가겠어?”
“안 넘어가도 씹어.”
“왜 아무도 나한테 화를 안 내?”
어머니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쌌다.
“네가 살아 있는데 왜 화부터 내.”
“나 때문에 아이가 죽었어.”
“그 말 누가 했어?”
“무겸이가.”
어머니의 손이 내 어깨에서 떨어졌다.
최무겸.
내가 오 년을 사랑한 남자.
내 배에 손을 얹고 아이 이름부터 정하자던 남자.
내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며 결혼을 약속한 남자.
그리고 수술이 끝난 날, 문자 한 통으로 나를 버린 남자.
―네가 선택한 일이야. 이제 서로를 놓아주자.
“무겸이는 내가 선택했대.”
“내가 아이를 포기했대.”
그날 병원에서는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혀가 굳어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는 자꾸 서명을 재촉했다.
내 손에 펜을 쥐여 준 사람은 세아였다.
“연희야, 빨리 써.”
“무겸이는?”
“오고 있어.”
“나 무서워.”
“그래서 내가 있잖아.”
한세아.
열다섯 살 때부터 내 옆에 있던 친구.
내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고 나보다 먼저 울어 준 친구.
내 약혼반지를 손에 올려놓고 부럽다며 웃던 친구.
수술실 문 앞에서 세아는 내 손가락을 하나씩 펴 펜을 끼웠다.
“아이한테 이상이 있대.”
“다른 병원도 가 볼래.”
“늦으면 네가 위험해.”
“무겸이 오면 결정할게.”
그 순간 간호사가 세아에게 물었다.
“보호자분, 설명은 다 들으셨죠?”
세아가 내 손을 감싸 쥐었다.
“네. 진행해 주세요.”
“세아야.”
내가 이름을 불렀다.
세아는 울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술을 멈추지 않았다.
“미안해, 연희야.”
“뭐가 미안한데?”
끝내 대답을 듣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 아이는 사라져 있었다.
무겸도, 세아도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빈 침대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서명이었다.
욕실에서 나오자 식탁에 밥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숟가락을 내밀었다.
“세 숟갈.”
“싫어.”
“두 숟갈.”
“토할 거야.”
“한 숟갈 먹고 토해.”
나는 밥을 입에 넣었다.
살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몸은 배가 고팠다.
그 사실이 끔찍해서 밥알을 삼키며 울었다.
마당에서는 아버지가 내가 입고 갔던 원피스를 빨고 있었다.
탁한 물이 대야 밖으로 흘렀다.
“버려.”
아버지는 옷을 다시 헹궜다.
“그 옷 입고 강에 들어갔어.”
“옷은 물에 젖었을 뿐이다.”
“보기 싫다고.”
아버지가 원피스를 빨랫줄에 걸었다.
“그럼 네가 볼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보마.”
가슴 안쪽이 무너졌다.
그때 대문 밖에서 오토바이가 멈췄다.
우편함 뚜껑이 닫혔다.
나는 어머니보다 먼저 밖으로 나갔다.
병원 독촉장 아래에 두꺼운 봉투가 끼어 있었다.
받는 사람은 이연희.
보낸 사람은 없었다.
봉투를 뜯는 순간 익숙한 향이 퍼졌다.
세아가 쓰던 향수였다.
초대장을 펼쳤다.
신랑 최무겸.
신부 한세아.
내 아이의 아버지와, 내 손에 수술 동의서를 쥐여 준 친구였다.
사진 속 세아의 왼손에는 내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까지 그대로였다.
나는 결혼식 날짜를 확인했다.
내 아이를 잃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세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연희야, 결혼식에는 꼭 와.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아이를 지운 동의서에 누가 서명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직접 네 엄마를 죽였어.”연희는 도윤의 얼굴을 바라봤다.말이 나오지 않았다.“……뭐라고요?”“네 엄마를 내가 죽였어.”도윤은 고개를 숙였다.“기억이 돌아왔어.”연희가 뒤로 물러났다.“거짓말.”“연희야.”“아니야.”연희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당신이 어떻게 엄마를 죽여요.”“그날 내가 병실에 들어갔어.”“왜?”“네 엄마가 나를 불렀어.”“그리고?”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칼을 들고 있었어.”연희의 눈이 커졌다.“당신이?”“내 손에 칼이 있었어.”“그럼 정말…….”“하지만 내가 찌른 건 아니야.”연희가 멈칫했다.“뭐?”도윤이 숨을 삼켰다.“내 기억에는 내가 칼을 들고 네 엄마 앞에 서 있었어. 그런데 다음 순간 네 엄마가 쓰러졌어.”도율이 끼어들었다.“그럼 범인은 따로 있다는 겁니까?”“모르겠어.”“기억을 더 떠올려 보세요.”도윤은 눈을 감았다.“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누구?”“얼굴이 안 보여.”“목소리는?”도윤의 표정이 변했다.“여자였어.”연희의 심장이 뛰었다.“혜경?”도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럼 누구예요?”도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목소리는…….”그 순간 정애가 갑자기 소리쳤다.“그만!”모두가 정애를 바라봤다.정애는 울고 있었다.“더 이상 말하면 안 돼.”연희가 다가갔다.“왜요?”“그날 일을 전부 말하면…….”“말하면?”정애가 입술을 떨었다.“너희 셋이 모두 위험해져.”무겸이 물었다.“셋?”정애가 그를 바라봤다.“연희, 서윤, 너.”무겸의 표정이 굳었다.“우리가 왜 위험합니까?”정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최성호가 비웃었다.“이제 와서 겁을 주는 건가?”정애가 그를 노려봤다.“당신도 알고 있잖아.”“뭘?”“그날 병원에서 아이를 바꾼 사람이 누구였는지.”최성호의 얼굴이 굳었다.연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누군데요?”정애는 결국 말했다.“네 친할아버지.”연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또 할아버지예
“네 친부는 이미 20년 전에 죽었다.”연희는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바라봤다.“그럼…… 나는 누구 딸이에요?”최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연희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이번엔 제대로 말해요.”“…….”“또 숨기면 안 돼요.”최성호가 천천히 도윤을 바라봤다.“저놈은 네 아버가 아니다.”도윤이 이를 악물었다.“성호.”“네가 진짜 도윤이라고 믿고 있지?”도윤의 표정이 굳었다.“그 이름도 네 것이 아니야.”연희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섰다.“둘 다 그만해요.”그리고 최성호에게 물었다.“당신이 진짜라면 증명해요.”최성호는 품에서 낡은 주민등록증 하나를 꺼냈다.연희가 그것을 받아 들었다.사진 속 남자는 분명 최성호였다.그런데 이름이 달랐다.최도현.연희가 숨을 삼켰다.“최성호가 아니네.”“그래.”“그럼 최성호는 누구예요?”“내 형.”도윤의 얼굴이 굳었다.“그건 사실이 아니야.”최성호가 비웃었다.“그럼 네 기억부터 확인해 봐.”“…….”“네가 기억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누구였는지.”도윤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연희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기억나는 게 있어요?”도윤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병원…….”“뭐가요?”“아이 울음소리.”연희가 숨을 죽였다.“그리고 여자가 울고 있었어.”“우리 엄마?”“모르겠어.”도윤이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누군가 내 손에서 아이를 빼앗아 갔어.”무겸이 물었다.“어떤 아이였습니까?”도윤이 눈을 떴다.“작은 여자아이.”연희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나?”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최성호가 끼어들었다.“아니.”모두가 그를 바라봤다.“그 아이는 연희가 아니야.”“그럼 누구예요?”최성호는 사진을 가리켰다.붉은 X표가 그어진 아이였다.“저 아이.”연희는 사진을 다시 들여다봤다.“이 아이가 왜 죽었다고 기록된 거예요?”최성호가 말했다.“죽지 않았으니까.”연희의 눈이 커졌다.“뭐?”“죽었다고 만들어야 했어.”“누가?”
“네 친부는 나야.”도윤의 말이 끝나자 연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무슨 소리예요?”“내가 네 아버라는 뜻이야.”“방금 전까지 무겸 씨와 같은 날 태어났다고 했잖아요.”“그래.”“그런데 어떻게 내가 당신 딸이에요?”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연희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또 거짓말이에요?”“아니.”“그럼 설명해요.”도윤이 입을 열었다.“내가 태어난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네 친부라는 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아니야.”“뭐라고요?”도율이 갑자기 서류를 빼앗아 들었다.“잠깐.”그는 출생기록을 빠르게 넘겼다.“이 기록에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연희가 다가갔다.“뭔데요?”“도윤 씨의 출생시간이 오전 3시 10분.”도율이 다음 기록을 펼쳤다.“연희 씨는 오전 3시 12분.”그리고 무겸의 기록.“무겸 씨는 오전 3시 14분.”마지막으로 서윤.“서윤 씨는 오전 3시 16분.”연희의 눈이 커졌다.“네 명이…… 2분 간격으로 태어났다고요?”“기록상으로는 그렇습니다.”무겸이 헛웃음을 흘렸다.“그런데 나는 정애 씨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했잖아.”정애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아니야.”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정애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내가 낳은 아이는 한 명이 아니었어.”무겸이 굳었다.“뭐라고요?”“그날…… 나는 두 아이를 낳았어.”연희가 물었다.“그중 하나가 무겸 씨?”정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무겸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정애를 바라봤다.“그럼 다른 한 명은?”정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죽었다고 들었어.”도율이 즉시 물었다.“누구에게?”“최성호.”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또 그 사람이야.”그때 도윤이 갑자기 책상을 내리쳤다.쾅!“최성호는 내 아이들을 가져갔어.”연희가 돌아봤다.“내 아이들?”“그래.”도윤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날 나는 병원에 도착했어.”“왜요?”“네 엄마가 연락했어.”“무슨 내용이었어요?”“아이들이 위험하다고.”
“무겸……?”연희의 손끝이 떨렸다.화면에 떠 있는 파일명을 다시 확인했다.무겸_출생기록.pdf“열지 마.”도윤이 다급하게 말했다.연희가 고개를 들었다.“왜요?”“조작된 자료일 수도 있어.”“그럼 확인하면 되잖아요.”“연희야.”“더 이상 당신 말만 믿고 싶지 않아요.”연희가 파일을 열었다.오래된 스캔 문서 한 장이 화면에 나타났다.세강병원.출생일.그리고 산모 이름.연희의 눈이 커졌다.“이게…….”도율이 화면을 바라봤다.“산모 이름을 확대해.”무겸이 다가왔다.연희가 화면을 확대하자 산모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정애.무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말도 안 돼.”연희가 그를 바라봤다.“무겸 씨.”“아니야.”“당신 어머니가 정애였어요?”“난…… 그렇게 알고 컸어.”정애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그 기록…… 어디서 났어?”연희가 물었다.“알고 있었어요?”정애는 고개를 숙였다.“나는 네가 아니라…… 무겸을 낳은 게 아니야.”무겸이 얼어붙었다.“그럼 이게 뭐예요?”“내 이름을 누군가가 도용한 거야.”“누가?”정애는 대답하지 못했다.도율이 서류를 낚아챘다.“이상합니다.”“뭐가요?”“산모 서명이 정애 씨 필체가 아닙니다.”연희가 서명을 확인했다.확실히 달랐다.그런데 그 아래에 적힌 보호자 이름을 보는 순간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최성호.연희가 숨을 삼켰다.“가짜 아버지가…….”도윤의 얼굴도 굳었다.“이 기록은 누군가가 일부러 남긴 거야.”무겸이 도윤을 노려봤다.“그럼 내가 누구 아들인지 알고 있었습니까?”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알고 있었냐고!”“……그래.”무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언제부터?”“네가 태어난 날부터.”무겸의 주먹이 떨렸다.“그런데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말할 수 없었어.”“왜?”도윤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네 친모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야.”연희가 놀라 도윤을 바라봤다.“무겸의 친모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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