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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라오
안시연은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는데 마침 주인을 기다리는 정교한 선물 같았다.

연정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달콤한 입술을 맛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운의 끈을 풀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는 허리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

사실 아까 병풍을 사이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부터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안시연은 전민준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정훈은 목덜미를 물어뜯자, 안시연은 온몸에 전율이 퍼지는 것 같았다.

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숨소리와 손길, 그리고 자연스럽게 버클을 푸는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불빛 아래 뭔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젖은 눈을 크게 뜨고는 빛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의 형체를 똑똑히 보려고 했다.

연정훈 손에 낀 반지였다.

그것도 약지에 끼어 있었다.

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안시연의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대충 세어보니 연정훈도 거의 서른 되는 나이였다.

명문 가문의 후계자라면 이 나이에 진작 결혼했을 텐데 말이다.

“집중해.”

남자는 여자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벌리려고 하자 안시연이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남자를 밀어냈다.

“안 돼요!”

연정훈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타올랐다.

그는 안시연이 그에게 도움을 부탁할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조건을 내세울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상처 난 부위를 피해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힘으로 제압했다.

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

연정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숨을 헐떡이고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왜 그래?”

“결혼하셨잖아요!”

안시연이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지혁이 바람피워서 마음고생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내연녀’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연정훈이 예리하게 그녀의 뜻을 캐치하면서 고개를 숙여 손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그녀의 이별 사유가 떠올랐고, 또 그녀의 눈빛에 스친 증오의 감정을 발견하자 잠자리가 중단되었다는 불쾌감이 사라지게 되었다.

연정훈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는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결혼한 거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낀 반지야.”

하지만 안시연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연정훈은 그녀에게 더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그녀를 안아 올린 후 침대로 향했다.

몸이 침대에 던져졌다. 흔들리는 침대 때문에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안시연이 몸을 일으켰지만 남자가 쏟아진 빛을 막아버리면서 그녀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창가에 선 남자는 여유롭게 옷을 벗어 던졌다.

그의 그윽하고도 어두운 눈동자를 보자 안시연은 갑자기 지금 이 상황이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연정훈이 원하는 대로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몸이 덮쳐오며 그녀는 키스를 모두 받아내야 했다. 그를 밀어내려고 손을 뻗었지만 남자 앞에서 그녀의 힘은 한없이 보잘것없었다.

결국 연정훈은 안시연의 몸을 뒤집었고 그녀는 침대 시트를 꼭 쥔 채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연정훈 씨, 그만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는데 거절하는 그녀의 말은 오히려 그의 욕구를 더 자극했다.

경험이 없지만 사람 홀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안시연이 연정훈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제 막 시작하려던 그때, 갑자기 협탁에서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기 소리가 들려왔다.

연정훈은 미간을 구겼다. 그가 있는 한 데스크에서 분명 함부로 그에게 전화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여자의 귀를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달래준 후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는 스피커폰을 눌렀다.

“연정훈 씨, 안녕하세요. 데스크인데요.”

데스크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약혼녀이신 임유정 씨가 도착하셨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약혼녀?

연정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안시연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표정을 숨기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안시연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데스크에서 또 말했다.

“어머님도 오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연정훈의 얼굴색은 더 어두워졌다.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30분 후에 내려간다고 전해줘요...”

“그게...”

데스크는 무슨 말을 더하려고 했지만 연정훈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안시연을 보고는 말했다.

“이리 와.”

하지만 안시연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옷 입고 떠나고 싶었다.

연정훈은 독심술이라도 있는 듯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겨 그녀가 자기 두 다리 사이에 놓인 카펫 위로 무릎 꿇고 앉게 했다.

안시연은 몸을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게다가 얼굴이 그의 벨트에 부딪히고 말았다.

수치심이 폭발해 그녀는 고개를 든 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남자의 상체는 발가벗은 상태였다. 튼실한 가슴팍은 오히려 옷을 입을 때보다 더 압박감을 주었는데 마치 위장을 벗고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그는 허리 숙여 거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는데 마치 모종의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들었어? 나 30분밖에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중에 다시 나에게 말해.”

이건 그녀에게 약속한 거나 다름없었다. 안시연도 충분히 그의 뜻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안시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의 손에 손을 얹고는 그의 양복 벨트 위로 가져갔다.

“이제 나를 만족시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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