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화

작가: 라오
정인 그룹 본사 빌딩.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이현은 임유정에게 팔짱을 낀 채로 다정하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 유정 언니. 언니가 아니었으면 이번에 정인 그룹과 협력하기가 어려웠을 거야. 연 대표님이 그렇게 쉽게 승낙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임유정은 턱을 살짝 쳐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주 대표님이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거지. 난 그냥 살짝 도와줬을 뿐인데, 뭘.”

주지혁은 인사치레를 하면서 조금 전 연정훈과 만났을 때의 광경을 떠올렸다.

그들은 안시연의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연정훈도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연정훈의 일거수일투족에서 거만함이 느껴졌고 주지혁은 마치 그에게 뺨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

출신이든 성과든 주지혁이 8배속으로 산다고 해도 절대 연정훈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주지혁은 절대 안시연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임원들 전용 엘리베이터는 직원용 엘리베이터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조이현은 임유정과 대화를 나누다가 멀지 않은 곳을 보고 놀란 소리를 냈다.

“저 사람 안시연 씨 아냐?”

임유정과 주지혁이 동시에 그곳을 바라보았다.

직원용 엘리베이터에서 작업복을 입은 안시연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서류를 안은 채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주지혁은 믿을 수 없었고 임유정은 황당했다.

그녀는 부승원의 법률 사무소에서 안시연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조이현과 연락할 때 연정훈이랑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김세연을 부추겨서 연정훈의 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김세연은 겉으로 임유정의 말을 따르는 척했지만 사실은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그녀를 보냈다. 그녀가 문 쪽에 사람을 심어두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여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김세연이 그 여자를 해결했을 줄 알았는데 안시연은 정인 그룹까지 들어왔다.

조이현은 옆에서 오버하면서 혀를 찼다.

“제가 저 여자를 얕봤나 봐요.”

임유정은 말을 아꼈다. 가방을 든 그녀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손톱이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8화

    인턴들이 자리에 앉았고 안시연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쭉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회의가 시작되자 이 부장은 간단히 프로젝트 상황을 설명했다.이번 프로젝트는 장인 과학기술과 주지혁의 비산 과학기술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고 LK은행에서 제3의 투자자로 참여했다.주효진은 이제 막 입사한 정인 과학기술의 직원이었다.아마 조이현의 체면을 봐서 이 부장이 주효진을 대리로 승진시켜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게 했을 것이다.“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꼭 열심히 해서 이 부장님과 임 대표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게요.”주효진은 그런 말을 하면서 일부러 안시연의 얼굴을 쓱 훑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의기양양함과 경멸이 느껴졌다.안시연은 못 본 척했다.회의가 끝나자 안시연 등 인턴들은 3층 기획팀에 남아서 임무가 주어지기를 기다렸다.주효진은 대리로 승리하자마자 곧바로 임무를 분배했다.가장 귀찮은 일인 데이터 수집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안시연의 일이 되었다.주효진은 공적인 태도로 말했다.“이틀 내로 제출하세요.”그 말에 기획팀에서 프로젝트를 맡아본 적이 있는 경험 있는 자들이 안시연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하필 앙숙과 일하게 되다니. 안시연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와 맞붙을 수는 없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퇴근할 때까지 열심히 일했는데도 아주 작은 부분만 끝냈다.식당에서 나오니 사무실 사람들은 거의 다 떠났다.안시연은 화장실에 갔다가 문 앞에서 일부러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주지혁과 마주쳤다.주지혁은 창백한 안색의 그녀를 보고 마음먹은 얼굴로 말했다.“효진이가 시연 씨를 난처하게 했어?”안시연은 손을 닦던 티슈를 버리고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내가 얘기했어. 그러지 말라고.”‘하,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주지혁은 안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더욱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했다.“시연 씨, 시연 씨는 프로젝트를 맡는 것에는 어울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화

    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정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온화하게 웃었다.“전에 본 적 있어요. 오전에도 봤고요. 인연인가 보네요. 정인 그룹에 입사한 거예요?”“네.”“지금은 야근이에요?”임유정이 물었다.안시연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수고가 많데요.”임유정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안시연 손의 비닐봉투를 보더니 앞으로 걸어가 봉투를 확인했다. “정훈 씨, 아까 포장한 디저트 안에 있지?”임유정이 앞으로 가면 안시연은 뒤로 갔다. 그녀의 각도에서는 연정훈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 안에서 디저트를 꺼낸 팔이 차창에 걸쳐져 있는 것만 보였다.임유정은 그 디저트를 받아 들고 웃으면서 안시연에게 넘겼다.“이건 우리가 아까 먹고 남은 걸 포장해 온 거예요. 맛이 괜찮으니까 가져가서 먹어요. 일하느라고 힘들 텐데 인스턴트만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임유정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말투는 다정했다. 누가 봐도 착한 상사였다.하지만 안시연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시연이 살짝 흠칫했다.그러자 임유정이 말을 이었다.“가져가요. 어색해하지 말아요. 이건 엄청 맛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사지도 못해요.”안시연은 입을 열고 거절하려고 했다.차 안의 연정훈은 눈을 감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시간이 늦었어.”임유정은 차 옆에 서서 안시연을 보고 얘기했다.“얼른 가져가요. 그렇지 않으면 연 대표님이 화를 낼 거예요.”안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두 손으로 건네받았다.“감사합니다, 임 대표님.”“괜찮아요.”말을 마친 임유정은 차의 다른 편에 와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안시연은 뒷좌석을 쳐다보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뒷좌석의 창문은 천천히 닫혔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연정훈은 사라진 후였다.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멀어졌다. 그러다가 점점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안시연은 한 손에 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디저트를 들고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음속에 찬 바람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0화

    연정훈의 사무실은 그의 서재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아주 대범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커다란 책상과 거치대, 그리고 시원한 통유리를 보면 이 도시의 역사를 품에 안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안시연은 중간에 서 있었는데 마치 저가의 조각상 같이 이곳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연정훈은 그녀를 등지고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오늘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얇은 허리에 딱 붙었다. 소매까지 걷어 올린 그의 모습에서는 우아함이 약간 사라졌지만 이루어 말하기 어려운 섹시함이 흘러넘쳤다. 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난 후, 연정훈이 얘기했다.“자리에 가서 앉아.”고개를 끄덕인 안시연은 한쪽의 소파에 앉았다.서류를 다 본 연정훈은 진수빈을 불러 서류를 가져가게 했다.안시연은 연정훈이 뭐를 하려는 것인지 몰랐다. 굳은 자세로 거기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남자의 시선을 느낀 안시연은 고개를 들었다. 연정훈은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는 찻잔을 들고 책상에 기대서 선 채로 안시연을 쳐다보고 있었다.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연정훈이 물었다.“혼자서 찾은 직장이 마음에 들어?”‘혼자서 찾은’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얘기하는 그의 말에서는 울적함이 느껴지는 듯했다.안시연은 얼굴이 약간 뜨거워진 채 입술을 꽉 물고 얘기했다.“네.”“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네.”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첫날부터 밤늦게까지 야근하고.”“...”연정훈이 그녀를 비웃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만약 연정훈을 따랐다면 연정훈은 안시연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시연은 연 교수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작 비웃기 위해서 이 저녁에 그녀를 부르다니.입술을 꽉 깨문 그녀가 이어서 얘기했다.“상사가 절 좋게 봐주셔서 그런 거예요.”연정훈은 눈썹을 까딱거렸다.“하긴.”안시연은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보면서 계속 얘기했다.“교수님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1화

    연정훈의 사무실은 호화롭고 안락했다. 하지만 안시연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일찍 깨난 안시연은 몰래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진수빈은 안시연보다 더욱 빨랐다. 그리고 조용하게 아침을 테이블 위에 놓고 글을 적었다.[시연 씨, 연 대표님께서 아침을 다 드시고 가라고 하셨습니다.안시연은 그 글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젯밤 그렇게 바빴으면서 자기의 아침까지 챙겨주다니.연정훈은 아마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을 텐데.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져 아침을 먹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아무렇게나 몇 입 먹은 안시연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내려갔다. 과학기술사로 돌아와 보니 이미 출근한 동료가 있었다.오래된 직원이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안시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동료는 또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찍힌 거 아니에요?”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구한테 찍힌 것인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다.데이터 정리는 여전히 그녀 혼자서 한다. 오전에 주효진이 안시연을 시켜 두 빌딩을 오가면서 사인을 받아오게 했다.그래서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저녁에는 식당에서 진수빈을 만났다. 진수빈은 아예 빌딩과 연정훈의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카드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카드를 쥔 안시연은 기분이 이상했다.오늘 밤, 어쩌면 정말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사무실에 올라갔지만 연정훈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소파에 그녀가 갈아입을 옷이 마침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암시가 아닐까 생각한 안시연은 옷을 가지고 휴게실로 가서 샤워했다.나오면 연정훈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녀가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일을 거의 끝낼 때까지도 연정훈은 나타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테이블에는 또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안시연은 그 음식들을 보면서 생각이 또 많아졌다.진수빈이 들어와 안시연에게 사과를 했다.“연 대표님이 요즘 많이 바쁘세요. 어젯밤에도 임유정 아가씨와 회의를 하다 보니 잊어버리신 것 같았다.젓가락을 쥔 안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2화

    “프로젝트 상황 보고 회의에 모든 사람이 다 참가해야 합니다.”사무실 안의 주효진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안시연을 보면서 얘기했다.“정리한 데이터, 나한테 보내주세요.”안시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옆의 직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잔뜩 긴장한 채 문을 두드렸다.“얼른 다들 노트북 들고 1호 회의실로 와요. 연 대표님이 오셨으니까!”모든 사람이 놀라서 굳어버렸다.안시연도 굳었다.연정훈은 보는 건 거의 하늘의 별 따기가 아니었나.이 대표가 빠르게 사무실에서 달려 나갔다. 뱃살이 출렁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그래도 달려야 했다.정인 과학기술은 연정훈이 대표로 올라온 후 창립된 것이긴 하지만 정인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이고 또 위에 수많은 기업들이 있기에 비산 과학기술과 합작하는 건 연정훈에게 있어서 아주 작은 일이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연정훈이 직접 왔다.이 대표는 흥분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임유정은 연정훈의 예비 신부가 맞았다. 그녀에게 잘 보이는 건 미래의 사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과 같지 않은가!회의실에는 사람이 가득했다.안시연은 구석에 앉아 테이블 가까이에도 가지 못하고 그저 추가된 의자에 앉아만 있었다.그녀 앞에 다른 사람까지 있어 안시연은 연정훈의 얼굴을 잘 볼 수도 없었다.그저 연정훈이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과 그의 오똑한 콧대 위에 은테 안경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정훈은 자리에 앉아서 우아한 자태를 유지했다. 회의실의 사람들은 그의 아우라에 압도되었다. 회의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다 들릴 것 같았다.임유정은 투자자의 고문으로서 늦게 왔지만 자연스레 연정훈의 왼쪽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이 대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연 대표님, 이제 시작할까요?”“네.”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 대표는 눈짓으로 주효진더러 올라가라고 했다.주효진은 환하게 웃으면서 하이힐을 신고 올라갔다.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3화

    안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억울함을 꾹 눌렀다.이 대표는 여전히 주효진을 칭찬하고 있었다.연정훈은 자리에 앉아 담담하게 얘기했다.“잘했네요.”주효진을 칭찬하는 말에 주효진은 눈에 기쁨이 가득했다.안시연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우울함을 달랬다.임유정은 그 소리를 듣고 입술을 작게 끌어올렸다.임유정은 주효진 같은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그녀는 그저 연정훈이 안시연을 대하는 채도를 보고 싶었다.아까 안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임유정이 봤으니 연정훈도 봤을 것이다. 하지만 연정훈은 안시연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연정훈에게 안시연도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인 것 같았다.연정훈은 그저 잠깐 시간을 내서 온 것이었다. 주효진의 보고를 들은 후 그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나자 이 대표가 바로 그를 따라 나가며 배웅해 주었다.주효진도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이때를 틈타 회의를 주최했다.안시연은 손에 쥔 서류를 천천히 보고 있었다. 주효진이 하는 말은 하나도 듣지 못했지만 연정훈이 나갈 때, 임유정이 그에게 하는 말은 들었다.“오늘 밤 같이 저녁 먹을래요?”연정훈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연정훈이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미인과 밥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팀은 일단 이렇게 나누겠습니다. 1팀에서는 이번 주 안에 세 가지 기획안을 내오길 바랍니다.”주효진이 명령을 내렸다.동료가 또 주효진을 욕하면서 안시연에게 얘기했다.“미친 거 아니에요? 우리 팀을 죽이겠다는 거 아니냐고요.”안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동료가 힘들게 된 건, 어쩌면 안시연의 탓일지도 모르니까....임유정은 연정훈을 떠나보낸 후 기분이 좋지 않았다.왜냐하면 연정훈이 그녀를 거절했기 때문이다.사무실에 돌아오니 주효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저급한 출신에 연정훈과 엮이고 싶어 하는 여자들과는 전혀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주효진은 최대한 임유정에게서 점수를 따려고 했다.말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화

    안시연은 침착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임 대표님, 제게는 아버지가 있어요.”임유정은 흠칫하더니 바로 사과를 했다.“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그저 시연 씨의 신세가 불쌍해서 그래요.”아까까지만 해도 안시연은 임유정이 안시연과 연정훈의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있었다.임유정의 행동은 주지혁과 비슷했다.임유정은 그녀를 연정훈한테서 떼어내려고 했고, 주지혁은 그녀를 소유하려고 했다.“다 같은 여자로서, 시연 씨보다 두 살 큰 언니로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다 시연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고요. 사람을 멀리 볼 줄 알아야 해요. 사업은 남자보다 훨씬 중요하니까요.”임유정은 부드럽게 얘기하면서 뜻을 숨겼다. “이런 기회 흔치 않아요.”그냥 들었을 때는 확실히 그럴듯했다.이 기회가 안시연의 실력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안시연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던져주는 기회라면 그게 꿀인지 독인지는 모르는 일이다.입술을 말던 안시연이 부드럽게 얘기했다.“임 대표님, 저를 생각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안시연은 시선을 약간 돌리고 얘기했다.“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임유정의 입꼬리를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왜죠?”“저는 정인 과학기술의 직업을 좋아해요. 착실하게 노력해서 인턴 기간을 버텨야죠.”안시연이 얘기했다.임유정은 표정이 약간 굳었다.“정인 과학기술은 좋죠. 하지만 정인 과학기술은 창립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예요. 게다가 회사 직원보다는 철밥통인 공무원이 좋지 않아요?”“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재정부에 가도 공무원 대접을 못 받을걸요.”임유정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묵묵히 안시연을 쳐다보았다.‘하, 내가 너무 얕봤네.’하지만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쉽지 않은 기회니까요.”“알겠습니다, 임 대표님.”“괜찮아요.”임유정은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웃더니 눈짓했다.“가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5화

    “안시연 씨?”차시훈은 입속에서 이 이름을 굴렸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안시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이름이 예쁘네요.”“얼굴도 예쁘죠?”옆의 사람이 장난스레 얘기했다.안시연은 자연스레 차시훈 옆에 앉게 되었다.같은 여자이긴 하지만, 차시훈이 다가와서 얘기할 때, 안시연은 몸에 소름이 끼쳤다.“어디 사람이에요?”“경인시요.”“어쩐지, 경인시 사람들은 다 예쁘더라고요.”듣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대화였다.하지만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남자 향수의 향이 안시연을 덮쳐오자 안시연은 불편함을 느꼈다.차시훈은 확실히 안시연에게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안시연에게만 말을 걸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다가 식사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안시연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최대한 적게 마시고 있었다.하지만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불만을 품고 안시연 더러 두 잔을 마시라고 했다.차시훈이 웃으면서 막아 나섰다.“왜 굳이 시연 씨한테 그래요?”“아이고, 우리 차 대표님이 아주 애지중지하네요!”이리저리 장난스레 얘기하는 말에도 차시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안시연은 몸 위에 벌레가 가득한 기분이었다. 메스꺼움이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차시훈은 안시연에게로 몸을 돌려 낮게 얘기했다.“크게 신경 쓰지 말아요. 이 사람들이 좀 투박해서 그래요.”차시훈의 뜨거운 숨결이 안시연의 귀에 닿았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실수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안시연이 밀어내려고 할 때, 차시훈의 손이 안시연의 허벅지에 닿았다.안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차시훈도 눈치챈 것 같았다. 차시훈은 또 안시연에게 음식을 짚어주며 얘기했다.“먹어봐요. 맛있으니까.”“감사합니다, 차 대표님.”안시연은 메스꺼움을 꾹 참고 젓가락을 들었다.맞은 편의 임유정은 앉아서 직원들이 권하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면서 안시연 쪽의 상황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경인시에 남아서, 정인 그룹에 남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4화

    양석진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양지원을 이끌어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누가 너 괴롭혔어?”“아니요!”배는 자꾸 쿡쿡 쑤셔오고 멀리서 진병수가 모르는 여자를 껴안고 있는 걸 보면 양석진도 본인이 없는 곳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배가 아팠다.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아빠도 늘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양지원은 저런 행동에 큰 반감을 느꼈고 양석진도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면 화가 났다.그런 생각을 하는데 양석진이 옆으로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혹시 생리 시작한 거야?”“...”양지원이 아무 대답이 없자 양석진은 바로 눈치를 챘다.“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그리고 룸을 나선 양석진은 따뜻한 꿀물을 한 잔 가지고 돌아왔다.마침 두 사람을 지나치던 진병수는 꿀물과 화가 잔뜩 난 ‘공주님’을 번갈아 보며 혀를 쯧쯧 찼다.‘이게 동생이야? 딸이야?’따뜻한 꿀물을 마시자 몸이 녹아내렸고 양지원은 소파에 푹 기대앉았다.그리고 양석진의 시선이 느껴지자 입을 삐죽거리며 물었다.“아까 그 여자 누구예요?”양석진은 멈칫하다가 바로 상황 파악을 마쳤다.“연예인인데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사정이 딱해 보여서 병수더러 도와주라고 했었어.”양지원은 바로 시선을 흘렸다.“오빠는 다른 사람한테도 다 이렇게 친절해요?”“그 사람 연예인이 된 이유가 어머니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어머니를 결국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양지원은 침묵했다.‘사정이 딱하긴 하네.’“그래도 오빠는 조심해야 해요. 아빠가 오빠를 정치인으로 키우려고 하는데 병수 오빠처럼 헤프게 행동하면 안 돼요.”양석진은 자신에게 훈수를 드는 양지원을 보며 며칠 전 양지원이 벌인 일을 떠올렸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알겠어.”구석 자리에서 양석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양지원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래서 양석진에게 청아에 대한 얘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양창수가 옆자리에 와 있었다.양지원은 양창수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3화

    손명우는 안경을 고쳐 쓰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날 그냥 보러 온 건 아니고, 드레스샵 깨부순 것 때문이지?”양지원은 조금 계면쩍은 기분이 들어 목을 가다듬었다.진병수는 장난기가 많았고 술잔을 들고 옆으로 앉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뭐야? 우리 지원이가 언제부터 드레스에 관심을 가졌지? 혹시 연애라도 하는 거야?”소파에 앉아 있던 양석진은 제게 걸어오려는 여자를 눈빛으로 제압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양지원은 그걸 발견하고 득의양양해서 턱을 치켜들었다.‘역시 우리 오빠가 제일 멋있어.’“내가 왜 연애해요?”양지원은 다시 양석진의 옆자리로 앉으며 말을 이었다.“드레스 입는 사람은 꼭 연애하고 결혼할 사람이어야 하는 거예요? 드레스가 예쁘면 그냥 입을 수도 있는 거죠.”“그래도 굳이 창을 깨부술 필요는 없잖아.”진병수는 손명우를 가리키며 말했다.“명우한테 말만 하면 드레스는 얼마든지 입을 수 있어.”손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가게에 새로 턱시도 모델 많이 들어왔는데 관심 있으면 같이 사진도 찍어줄 수 있어.”양지원은 크게 관심이 생긴 건 아니었으나 손명우를 거절하기 애매했다.그때, 양석진이 디저트를 양지원의 앞으로 당겨주며 말했다.“아직 나이도 어린 게 무슨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는다고.”“오빠, 방금 너무 촌스러운 거 알아요?”양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며 옆 사람들한테 말했다.“내 나이가 어려요? 진씨 고모는 내 나이 때 벌써 결혼 1주년이었어요.”“그건 예전 얘기고.”한강시 쪽은 말이 달랐지만 화서시는 한 10년 전만 해도 다들 결혼을 아주 어린 나이에 했었다.“그냥 모델이랑 같이 사진 찍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잖아.”진병수의 말에 양지원은 양석진의 표정을 살폈고 고민하다가 손을 저었다.“어휴, 내가 무슨 모델이랑 사진을 찍어요. 됐어요.”그렇게 사진 촬영은 일단락이 되었다.양지원이 들어온 뒤로 룸 안의 사람들은 행동을 조심하기 시작했다.양석진은 동생 양지원을 끔찍하게 챙겼고 진병수와 손명우는 크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2화

    오토바이를 타고, 쓰레기통 따위로 창을 깨부수는 건 가히 그해의 유행이라 할 수 있었다.양지원은 그런 반항적인 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기분이 저기압이라 분출한 곳이 필요했다.양석진이 옆에 있었다면 얼리고 달랬을 테지만 양창수는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했을 것이다.양홍두가 자리를 비우자 두 사람은 입에 모터가 달렸다.“형,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드레스샵은 손명우네 가게니 아무 문제 없어요.”양지원은 팔짱을 척 끼고 양석진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냥 드레스뿐인데 아빠가 괜히 오바하시는 거예요. 내가 전에 그 불여우한테 전화했다고 지금 아니꼽게 보시는 거라고요.”양석진이 고개를 돌려 양지원을 향해 말했다.“말 가려서 해.”양지원은 여전히 불만이라는 듯 입을 삐죽였다.‘계속하면 내가 손해니까 참아야지 뭐.’그리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오빠한테 굳이 이런 일로 마음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양지원은 어린 시절처럼 양석진에게 딱 붙어 말했다.“참, 내 친구가 오빠한테 편지도 쓰고 선물도 챙겨줬어요.”양석진은 익숙하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난 그런 쪽으로 관심 없으니까 친구한테 다시 그런 걸 보내지 말라고 해. 난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으니까.”평소의 양지원은 양석진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아주 흡족한 대답이었다.‘그래, 이게 맞아. 감히 누가 우리 오빠 옆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겠어?’‘꿈 깨라고!’양지원은 기분이 퍽 좋아졌고 제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려 오빠의 말을 전했다.다른 사람은 그냥 알겠다고 넘어갔지만 친구 길예은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너희 오빠 정말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다고? 네가 애초에 편지를 건네지 않은 건 아니고?”“야, 길예은,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저번에 너한테 석진 오빠 선물 부탁했더니 그대로 다시 돌려줬잖아. 너희 오빠는 무슨 눈이 그렇게 높아? 정말 우리 중에서 한 명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길예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1화

    작가의 말:아래 내용은 네 시기로 나뉘어 진행됩니다.소년 — 짝사랑이라는 이름의 시작.청년 — 서른 번째 생일, 그리고 아련한 재회.중년 — 오랜 시간 끝에 처음으로 엮인 둘의 이야기.결혼 후 — 이제는 함께 걷는 달콤한 나날들.각 시기를 함께하며,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깊어지는지 지켜봐 주세요.--------[소년기]양석진과 양지원이 혼인 신고서를 제출한 당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사무실부터 관저까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축복을 받았다.양석진에게 결혼 축하 인사를 건넨 첫 번째 사람이 드물게 보인다는 양석진의 미소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전해진 뒤로, 다들 기회를 찾아 양석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그 미소를 직접 확인하려 했다.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고, 나이가 지긋한 기사가 관저로 바라대 주다가 낮에 들었던 소문을 듣고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의원님, 결혼 축하합니다. 내일에도 같은 시간으로 마중 오면 될까요?”양석진은 꽉 채운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며 미소를 지은 채 차에서 내렸다.“내일은 휴가입니다.”홀로 차에 남겨진 기사도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예쁜 노을 아래, 양석진이 정원 안으로 걸어가다가 원피스를 입은 양지원이 얇은 외투 하나 걸치고 무언가 휘젓고 있는 게 보였다.그러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마른기침을 몇 번 했다고 양지원이 배즙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데 뭘 또 정원에서, 그것도 이렇게 큰 가마에 만들고 있는 거야?’양석진이 양지원을 부르려는 찰나, 우지끈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양지원이 너무 힘을 주어 젓다가 나무 주걱이 부러지고 만 것이었다.양석진은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양지원이 이어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지켜봤다.양지원은 외투를 다시 고쳐 입으며 주변을 살폈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걸 확인하고는 위층을 향해 외쳤다.“창수 씨! 왜 부러진 나무 주걱을 주신 거예요!”“...”이어 2층 창문이 열리고 양창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지원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0화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로 서재 창가에서 예쁜 노을과 노을이 비친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봤다.“시연 언니 컨디션은 괜찮아요?”변여름의 질문에 양혁수가 대답했다.“좋아 보이던데. 컨디션도 그렇고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어.”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양혁수를 쳐다봤고 양혁수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왜 쳐다봐?”“오빠, 행복해요?”양혁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걸 떠올리며 품 안의 변여름을 꼭 껴안았다.“행복하지.”“정말요? 왜요?”“왜긴...”두 눈을 감고 잠시 뜸을 들인 양혁수가 대답했다.“아침에 누가 나한테 해물 제철 탕을 해준다고 했거든.”“...”변여름은 손을 뻗어 익숙하게 양혁수의 두 볼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변여름이 뭘 하든 가만히 받아줬고 또 변여름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양혁수의 눈동자에는 오직 변여름만 담겼고 변여름을 향한 사랑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양혁수의 목에 팔을 걸었고 또 빠르게 떨어지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오빠, 아직도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안 했잖아요.”양혁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좋아해.”그리고 고민하다가 말을 고쳤다.“내가 널 좋아해.”변여름은 금세 헤벌쭉해졌고, 첫사랑이고 뭐고 잊어버린 채로 양혁수의 두 볼에 번갈아 뽀뽀했다. 그리고 양혁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듯 품에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오빠.”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이어질 변여름의 말을 기다렸다.“난 오빠가 너무너무 너무 좋아요.”양혁수는 이런 변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란히 소파에 기대앉았다.‘아, 삶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너무 행복해.’한강시에서의 삶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양혁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았지만 변여름과 함께한 뒤로 변백호네 가족이 시도 때도 없이 집을 들락거렸다.변여름은 한강시 연구실에서 고작 6개월의 시간을 보냈지만 벌써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그래서 남은 6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9화

    변여름은 2층 베란다에서 뛰쳐나오며 양혁수와 양지원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마침, 요즘 한가한데 여름이 데리고 경인시로 놀러 갈게요. 시연이도 볼 겸.”‘한가하긴! 고양이 배변도 아직 치우지 않았는데!’고개를 돌린 양혁수는 변여름이 입을 삐죽이고 있는 게 보였다.그래서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고 변여름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서재 다 치워뒀으니 거기에서 논문 보면 돼.”“네.”변여름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렸고 쿵쿵거리며 서재로 들어갔다.양혁수는 피식 웃었고 통화를 종료한 양지원은 다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화면에는 양지원뿐만 아니라 양시연도 함께였다.막 아이를 낳았지만 양시연은 컨디션이 꽤 좋아 보였고 죽을 먹는 중이었다.양지원이 핸드폰을 넘기자 양시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지금 퇴근하는 거야?”“막 집에 도착했어.”핸드폰 너머로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양승윤과 다른 아이들도 함께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양혁수가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말했다.“축하해. 잘생긴 아들에, 귀여운 딸까지 생긴걸.”과거에는 도저히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들었지만 정작 하고 보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양시연은 양혁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너도 축하해.”“엄마한테서 전해 들었어. 너랑 여름이 말이야.”양혁수는 창밖의 핑크빛 노을을 보며 가슴이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우리 공주님 보여줄까?”“좋아.”화면을 돌리자 침대 끝에 앉은 연정훈이 아이를 안고 있었다. 주변에는 양승윤을 제외하고 꼬마가 둘이나 더 있었다.“아빠, 나도 안아보고 싶어요!”“삼촌! 예지도 안아볼래요!”‘참 시끌벅적하네.’양시연이 연정훈을 낮게 부르자 연정훈이 딸을 품에 안고 걸어왔다.그리고 화면을 통해 양혁수는 연정훈과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무언의 시그널을 주고받았는지 또 표정을 찡그렸다.연정훈은 예전처럼 차가웠지만 제 딸을 볼 때에는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시간 되면 경인시로 놀러와. 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8화

    “그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어요. 낳아준 어머니는 뒤로 하고 장모님한테 왔잖아요.”양혁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양시연을 향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양혁수는 늘 연정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변여름은 조용히 그 옆에서 눈치를 살폈다.그러다가 며칠 전 변여름과 진지하게 나눴던 첫사랑 얘기가 떠오른 양혁수는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변여름에게 장난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변여름은 크게 화도 내지 못하고 입만 삐죽일 것이다.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고 연정훈이 전화를 걸어 거의 집에 다 와간다고 알렸다.변여름은 양혁수의 손을 잡고 뒤뜰에서 잡초를 손질하는 양석진의 옆으로 다가갔고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오빠, 우리 산책하러 가요.”양혁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지금?”“네!”“곧 다 모일 텐데 밥 먹고 산책하러 가자.”그러자 변여름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눈앞에 보이는 잡초를 마구잡이로 휙 잡아 뽑았다.양혁수는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웃음을 꾹 참았다.그때 누군가 양혁수를 불렀고 두 사람은 다시 거실로 돌아가야 했는데 변여름이 갑자기 양혁수를 벽으로 툭 밀쳤다.그러자 양혁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벽에 기댄 채로 변여름의 턱을 잡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첫사랑을 잊는 방법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거라며? 현실보다 상상 속 첫사랑이 더 완벽하고 이쁠 테니까.”“...”‘짜증 나.’양혁수가 변여름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이건 네가 말했던 거잖아.”“...”“그런데 지금 표정이 왜 그렇지? 설마 한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은 거야?”변여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세상에 영원한 정답은 없는 거니까요.”“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계속 피해 다니며 만나지 않을 수도 없고.”“나 질투 난다는 말이에요.”“내가 평생 시연이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던 사람이 누구더라?”“그건 예전이잖아요!”“그럼 지금은?”‘지금은...’변여름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양혁수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7화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양혁수는 변여름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아침이 되어도 아무도 두 사람을 깨우지 않았고 실컷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침 열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에도 한참 침대에서 뭉그적거렸고 양혁수가 먼저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양혁수가 음식을 챙겨 돌아왔을 때, 변여름은 세수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양혁수가 침대 끝자락에 앉으며 변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뭐라도 좀 먹고 다시 자.”변여름은 지금 자신의 옷차림이 어떤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바로 이불에서 빠져나와 양혁수의 품에 안겼다.양혁수는 서둘러 변여름의 옷매무시를 정리해 주고 눈을 감고 있는 변여름에게 한 입씩 떠먹여 줬다.변여름은 몇 입 먹더니 금방 싫증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이 남긴 걸 입에 넣었다.그런데 양혁수가 아침을 먹는 사이 변여름이 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그렇게 졸린가?’양혁수는 변여름을 다시 이불 안에 넣어주고 옷을 갈아입은 뒤 헬스장을 다녀왔다.돌아와서 샤워를 마쳤을 때도 변여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양혁수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곤히 잠든 변여름을 바라봤고 젖은 머릿결이 마를 때까지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러다가 본능을 못 이긴 양혁수는 수건을 내려두고 침대 옆자리로 올라갔다.변여름은 금세 이상한 점을 눈치챘고 귓가에 들려오는 양혁수의 뜨거운 숨소리에 몸을 돌려 품에 안기며 말했다.“오빠...”양혁수는 숨을 고르다가 변여름에게 속삭였다.“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없어요...”변여름은 온몸에 열기가 돌았고 저도 모르게 양혁수의 어깨를 깨물었다. 양혁수가 작게 신음 소리를 뱉자 변여름도 점점 이성을 잃게 되었고 눈가가 빨개진 채로 물었다.“우리 새해 인사드리러 가야 하지 않아요?”“필요 없어. 친척들도, 친구들도 많지 않아서 상관없어.”변여름은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우리 세운시로 가야 하잖아요.”양혁수는 새해 인사 따위는 이제 안중에 없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6화

    침대 시트를 교체하지 않아 방안에는 아직도 그 향이 가시지 않았다. 양혁수는 단팥죽이 끓는 동안 서둘러 시트를 교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팥죽의 단 향이 코를 자극했다.양혁수는 한 그릇 따라 변여름에게 건넸고 변여름은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양혁수가 한입씩 떠먹여 주는 걸 삼켰다.그렇게 천천히 기운을 되찾은 변여름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양혁수의 품에 안겨 양혁수의 핸드폰을 뒤적이던 변여름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양혁수는 변여름의 두 볼을 쭉 잡아당기며 이 순간의 행복을 즐겼다.그런데 변여름이 꽤 진지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오빠, 정말 무슨 약이라도 먹은 거 아니에요?”양혁수는 인상을 팍 찌푸리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바로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싸늘해진 양혁수의 시선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을 따로 챙겨 먹지 않은 거면 너무 오랫동안 금욕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양혁수는 변여름이 이어서 어떤 질문을 할지 눈에 뻔했고 미리 준비해 둔 떡을 집어 냉큼 변여름의 입에 넣었다.변여름은 입안 가득 우물거렸고 반쯤 남긴 떡은 양혁수가 처리했다.“계속 까불면 너 이거 다 먹일 거야.”변여름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이 떡 전부요?”“...”역시 못 말리는 변여름이라 생각하며 양혁수는 입안 가득 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술 도장을 꾹 찍었다.어느새 해가 뜰 시간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한참 꼭 붙어 있다 보니 또 어느새 애매모호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양혁수는 변여름을 위해서라도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변여름이 핸드폰을 뒤적이며 말했다.“시연 언니가 아직 새해 인사를 보내지 않았네요?”질투하는 듯한 변여름의 말투가 오늘따라 더 귀엽게 느껴졌다.하지만 지금 말을 잘못하면 변여름이 삐질 게 뻔했으니 양혁수는 말을 가려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참 말을 골라 입을 열었다.“시연이는 새해 당일에 인사를 보내는 편이야. 우리 가족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거든. 너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