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90화

Author: 라오
변백호가 말을 이었다.

“여자들은 다 속이 좁거든. 이런 상황에서 네가 도와줄 힘이 있으면서 도와주지 않으면 널 미워할 게 분명해. 네 말에 도리가 있다고 해도 미워할 거야. 그리고 연정훈이 자꾸 양시연에게 치근덕거린다며?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도움을 주지 않는 것도 재밌지 않냐?”

양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변백호를 흘겨보았다.

변백호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왜? 연정훈이 도와줄까 봐 두려워?”

양혁수는 다리를 모아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들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한 모금 빨아들였다.

“연정훈이 진짜로 도와준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어. 진심으로 양시연을 좋아한다는 뜻이잖아. 양시연에게는 좋은 선택이지.”

변백호가 불붙은 집에 부채질을 해댔다.

짜증이 난 양혁수는 차가운 눈길로 변백호를 바라보았다.

변백호는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나하고 이럴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더 노력해 보겠다. 양시연이 아직 자기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제대로 한번 얘기해봐. 걔 마음속에 네 자리가 전혀 없다고는 말 못 하잖아. 설마 없다고 해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니까 연정훈에게 지지 않을 수도 있어.”

양혁수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담배 한 대를 다 피웠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담배꽁초를 버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들었다.

변백호는 그가 드디어 고백하려고 마음을 먹은 줄로 알고 극히 흥분했다.

하지만 양혁수는 부하들을 불러 양시연에게 물건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를 한심하다고 생각한 변백호가 입을 열려던 찰나 양혁수가 돌아서서 말했다.

“너도 앉아있지 말고 얼른 찾아.”

변백호는 할 말을 잃었다.

‘쯧. 앤 희망 없어. 망했어.”

...

거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양시연은 시간을 짜내서 세운으로 가 양지원의 친구를 만났다.

변백호의 말을 들은 양시연은 제한시간 안에 물건을 마련하려고 악착스레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우성과 상의를 거쳐 평화로운 방법으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1화

    양민아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나서지 못했다.그녀에겐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지금까지 양지원은 양시연과 법적으로 어떠한 관계도 정의하지 않았고 양석진과는 더더욱 엮일 일이 없었다.양민아가 조사한 사실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뒤에서 험담을 퍼뜨리는 정도였다. 정면으로 맞붙었다간 먼저 끝장날 사람이 자신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과거에 양지원이 양민아를 놓아준 이유이기도 했다.지난 몇 년간 양민아는 끊임없이 양시연을 미워하며 살아왔다. 그녀는 양시연이 불행하게 죽기를 저주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양시연이 스스로 양민아를 찾아왔고 이는 합법적으로 양시연을 무너뜨릴 기회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었다.“일성에서 큰소리쳤다며? 만약 패배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상업계에 발도 들이지 않겠다고 들었어.”양시연은 양민아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숨기려 하지 않았다.“맞아요.”양민아는 냉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내가 친절하게 충고 하나 하지. 지금이라도 서둘러 그 말을 들은 사람들에게 입막음하든지. 안 그러면 나중에 또 뻔뻔하게 얼굴을 내미는 건 우리 양씨 가문에 먹칠하는 일이 될 테니까.”양시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응수했다.“그건 양민아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니예요.”양시연은 양민아를 매섭게 훑어보며 말했다.“혹시 민아 씨가 예전에 했던 말을 잊은 건 아니겠죠?”양민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과거에 양민아는 다시는 양씨 가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양지원에게 직접 약속했었다.그러나 그녀는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이번엔 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 내가 널 찾아간 게 아니라.”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우연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하지만 마지막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우연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양민아는 양시연의 이런 고상한 태도가 몹시 거슬렸다.한때는 자신이 양시연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뀐 듯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2화

    [오후 7시에 학동 시티 거래소에서 C150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이달 25일부터 발생한 모든 등락 데이터를 무효한다고 발표했습니다.][학동 시티 거래소의 책임자인 표지훈 씨는 이번 조치가 국내 금속 거래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보장하고 C150의 비정상적인 등락으로 인해 발생한 악영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이에 대해 회신테크 창립자인 정호덕 씨는 강한 비난과 항의를 표명하며 학동 시티 거래소에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주장했습니다.]일성 사옥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마치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창문을 뚫고 퍼져 건물 아래까지 울려 퍼질 만큼 강렬했다.양시연은 전자 게시판 앞에 서서 숨을 멈춘 채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결과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휴대폰은 계속 울렸지만, 누가 전화를 걸고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천우성의 비서가 얼굴이 상기된 채로 급히 들어왔다.“양 대표님!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미리 알고 계셨던 건가요?”양시연은 너무 오래 긴장한 나머지 얼굴 근육이 굳어 있었다. 겨우 입꼬리를 움직이는 데도 큰 노력이 필요했다.연정훈이 그녀에게 일주일을 준다고 했을 때 설마 최종 결과가 거래소가 모든 거래를 중지하는 방식으로 귀결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번 조치는 연정훈과 표씨 가문 모두에게 큰 리스크와 손실을 줄 가능성이 컸다.양시연은 침을 꿀꺽 삼키며 비서에게 차분히 말했다.“거래가 일시 중단됐다고 해도 여전히 시간이 부족해요. 모두 방심하지 말고 가능한 빨리 교환 작업을 완료하라고 전해주세요.”“네! 바로 전하겠습니다!”비서는 답을 하자마자 마치 날아가듯 사무실을 나갔다.사무실 밖에서는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양시연은 손바닥에 가득 찬 땀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정신이 든 순간 양시연은 휴대폰을 열어 이 일이 대중에게 어떻게 반응을 얻고 있는지 확인했다.역시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3화

    일성은 예정대로 교활을 완료했고 회신테크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회사 모두 막대한 손실을 보아 승패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럼에도 이 혼란 속에서 유일한 승자는 양시연이었다.그녀는 연씨 가문과 양씨 가문이라는 두 강력한 배경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건 후반부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게다가 표씨 가문에서 업계에다 이 결과가 사실상 양시연의 작품이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건물 밖으로 나오자 가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너무 미세해 안경 위로 방울이 맺히고 나서야 비로소 비 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양시연은 손에 가방을 든 채 차 옆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코 위에 얹힌 안경을 벗어 손에 쥐고 아릿한 콧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하이힐을 신고 걸으니 숨이 가쁜 것이 느껴졌다.검은 셔츠를 입은 연정훈은 소매를 접어 올려 팔뚝을 드러내고 한 손은 정장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연정훈은 말없이 차 문을 열어주고 양시연에게 타라는 듯 조용히 눈짓했다.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몸을 숙여 차에 올라탔다.차 문이 닫히자 강하게 작동하는 히터의 온기가 그녀를 감쌌다. 양시연은 차가운 기운에 어깨를 움츠리며 자리에 앉았다. 발바닥에 따뜻한 공기가 스며들다 차갑게 식는 감각이 교차하며 간지러운 듯 아릿했다.연정훈은 자기 정장을 벗어 양시연에게 건넸다. 양시연은 잠깐 그것을 바라보다가 옆에 내려놓고는 입지 않았다.“거래소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양시연이 조심스레 물었다.거울 너머로 연정훈의 목이 살짝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무심한 듯 고개를 들어 양시연과 시선을 마주쳤다.양시연은 연정훈의 눈을 피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연정훈은 여전히 거울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히 대답했다.“부승원이 수습할 거야.”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아무리 변호사가 뛰어나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잖아요.”연정훈이 답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4화

    양시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차가 산장 입구에 멈추고 차창이 열리자 튜베로즈가 무더기로 활짝 피어 있었다.밖에서는 규칙적인 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옆에서는 연정훈의 고른 숨소리가 이어졌다.양시연은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연정훈의 평온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피곤한 건가? 나도 밤새웠는데 정훈 씨도 함께 밤을 새운 걸까?’양시연은 장난기가 발동했다.‘정훈 씨의 코를 잡으면 깰까?’“연정훈 씨...?”양시연은 낮은 목소리로 연정훈을 불렀다.그러나 연정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미간조차 꿈쩍하지 않았다.양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리다 창문 틈으로 삐져나온 꽃을 발견했다.그녀는 팔을 뻗어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꽃 한 송이를 꺾었다.그 꽃을 손에 들고 연정훈의 코앞에서 흔들며 냄새를 맡게 했다.연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어이없네. 돼지처럼 자네.’양시연은 꽃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다.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녀의 배는 이미 몇 차례 소리를 냈다.그러자 양시연은 장난기가 발동해 갑자기 몸을 일으켜 옆으로 훌쩍 이동하며 기대 있던 연정훈의 머리를 빼냈다.연정훈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마치 꿈속에서 발을 헛디딘 것처럼 몸이 옆으로 쏠렸다.그는 찡그리며 눈을 뜨고 본능적으로 몸을 지탱했다.그리고 돌아보니 양시연의 무심한 눈빛과 마주쳤다.“무슨 일이에요? 악몽이라도 꾸셨어요?”연정훈은 어이없었다.“...”연정훈은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양시연의 자세를 훑어보며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정말 매정하군. 내가 잠깐 기대는 것도 허락하지 않다니.’연정훈은 목이 타는 듯해 꿀꺽 침을 삼켰다.양시연은 친절한 척 물을 건네며 말했다.“여기요. 목마르죠? 물 좀 드세요.”연정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물을 받아들였다.마침 창밖으로 아는 사람의 차가 지나갔고 양시연은 차 문을 열고 그에게 내릴 것을 권했다.남산 저택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주차장에는 주차 자리가 부족했다. 고급 차들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5화

    연정훈은 그저 한 번 손을 잡았을 뿐이었다. 양시연이 손을 빼자 그는 바로 놓아주었다.사람들 앞에서는 그녀와 특별한 관계를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 특별한 연결이 있음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그들은 천 회장과의 자리에서 두 시간을 보낸 뒤 앞뒤로 방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옆의 홍천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한우빈과 이승우 일행이 모임을 하고 있었고 양시연의 직원들도 옆방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술자리의 격식 있는 분위기와 달리 이승우 일행의 방은 한층 더 텐션 높은 축제 분위기였다. 문을 열자마자 어두운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독립된 클럽처럼 음악과 대화가 어우러져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방 안 공기에는 호르몬이 충돌하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양시연은 그 안에 있으면서도 어지럼증을 느꼈다.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기에 취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양시연은 방 안에 퍼져 있는 독특한 향기가 평범하지 않음을 알아챘다.다행히 위험한 물질은 아니었고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자 금세 제정신이 돌아왔다.멀리 보이는 커다란 도박 테이블 위에는 높은 금액의 베팅이 오가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테이블의 숫자들을 바라보며 양시연의 머릿속에는 최근 며칠간 다룬 자금들이 스쳐 갔다.순간 피가 뜨겁게 끓는 기분이 들었다. 흥을 돋우는 향기보다도 돈과 권력의 유혹이 그녀를 더 강렬히 자극했다.소파에 기대앉아 있던 양시연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연정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치 하늘을 뒤집고 비를 내리는 듯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그가 도박 테이블에 앉아 능숙하게 판을 이끄는 모습은 운조차도 그의 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그래서인지 방 안의 여성들은 그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양시연은 다시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그러나 실수로 손이 연정훈의 허벅지 위에 닿았다.얇은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양시연의 손바닥이 차가움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6화

    양시연은 깊게 숨을 내쉬며 연정훈을 바라봤다.“정훈 씨, 정말 능숙하네요. 여자들한테 이런 질문 많이 해봤나 봐요.”연정훈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답했다.“아니. 너한테만 물어봤어.”“...”연정훈은 여전히 양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양시연은 침을 삼키며 가로등 불빛 아래 또렷이 드러난 그의 입술에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날 강남 시티에서 연정훈이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 키스했던 순간이 떠올랐다.거칠고 강렬했던 그 키스는 마치 자신을 온전히 삼켜버리겠다는 듯한 감각을 남겼다.그런데도 지금 양시연은 자신이 그 강렬함을 다시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바라지도 않았다.연정훈은 전 남자친구였고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 충동이 단지 일시적인 생리적 반응일 뿐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양시연은 더 이상 연정훈을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런 충동은 단지 생리적 욕구일 뿐이었다.‘안 돼. 이건 위험해.’양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아꼈다. 연정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조용히 담배 한 갑을 사러 갔다.양시연은 이들이 재회한 이후 그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담배 끝에서 작은 불빛이 희미하게 빛났고 연정훈의 얇은 입술 사이에 담배가 물려 있었다. 연정훈이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보여주는 여유만만한 눈빛과는 달리 시선은 그녀에게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정훈은 담배를 더 깊이 빨아들였다. 연정훈의 미간은 점점 더 좁아졌고 마치 니코틴으로 양시연에 대한 억눌린 욕망을 진정시키려는 듯 보였다.양시연은 그 시선이 자신을 휘감는 기분에 숨이 막힐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연정훈은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깊이 들이마신 뒤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는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양시연은 여전히 느긋하게 앉아 있었지만, 반응할 새도 없이 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뒤를 감싸며 창문 밖으로 양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7화

    강남시티의 정원 계단 아래 양시연은 문을 여는 연정훈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벌이고 있었다.“들어와.”연정훈은 문턱에 서서 짧게 말했다.양시연은 입술을 살짝 적시며 그의 깊고 무거운 시선을 마주했다.“내일 다시 올게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연정훈은 문을 약간 열어 둔 채 말없이 양시연을 바라보았다.양시연은 손에 든 가방끈을 꽉 쥐었다. 머릿속이 점점 더 흐릿해졌다. 술기운도 거의 사라졌고 강렬한 향도 없었는데 왜인지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그녀는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갔다. 연정훈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 눈길을 떼지 않았다.문턱을 넘는 순간 양시연은 작게 말했다.“나비를 불러 주세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시연은 문 안으로 들어섰고 연정훈과 다시 마주쳤다. 연정훈의 눈빛은 더 이상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눈빛 속엔 포식자가 덫에 걸린 사냥감을 응시하는 듯한 냉정한 기세가 담겨 있었다.양시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연정훈의 공격 기세가 느껴지자 양시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도망가려 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연정훈은 단숨에 그녀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한 손으로 문을 거칠게 닫았다. ‘쿵’하고 닫힌 문이 내는 소리와 함께 양시연은 대문에 등을 기댔고 옆에는 연정훈의 강한 팔이 벽처럼 양시연을 가로막았다.그 순간 호숫가에서 키스가 생생하게 떠올랐다.연정훈의 몸에서 풍기는 담배 향이 은은히 코끝을 파고들었다. 그 향기는 양시연의 신경을 일깨우며 온몸 깊숙이 파고들어 짜릿한 전율을 일으켰다.양시연은 그제야 그 향기가 만들어낸 치명적인 효과를 깨달았다.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 연정훈은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왔다.단 한 번의 눈빛 교환만으로도 양시연은 그가 자신을 향한 욕망에 불을 지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연정훈은 겉으로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연정훈의 키스는 모든 자제심을 잃은 것처럼 뜨겁고 거칠었다.양시연은 온몸이 긴장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98화

    양시연의 손은 제압당한 채 연정훈의 장난스러운 손길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가 부드럽게 양시연의 몸속을 파고들어 결국 심장까지 전해졌다.심장은 겁날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귓가에는 연정훈의 짜증 나는 위협의 목소리가 압박하듯 들려왔다.“대답해.”‘대답은 무슨!’양시연은 짧게 신음을 흘리며 연정훈의 품 안에서 몸을 두 번 비틀었다.“일단 날 놓아줘요.”연정훈은 양시연의 귓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놓아주는 대신 한 손을 자유롭게 풀어 양시연의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하나, 둘. 연정훈의 손가락이 양시연의 쇄골을 스치자 양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연정훈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한여름에 거실엔 에어컨이 켜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격렬한 분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땀이 흘러내렸고 양시연의 등은 연정훈의 가슴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 접촉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연정훈은 건조한 침을 삼키며 목젖이 미세하게 떨렸다. 세 번째 단추를 풀고 나서 양시연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느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손가락을 살짝 구부려 양시연의 가슴골에 맺힌 땀방울을 부드럽게 닦아냈다.미끄러운 느낌과 미세한 마찰감에 양시연은 가늘게 숨을 들이켰다.연정훈은 손을 들어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손가락에 맺힌 물방울을 양시연에게 보여주며 일부러 과시하듯 행동했다.양시연은 그를 욕하고 싶었지만, 숨조차 쉴 틈이 없었다.연정훈은 천천히 손을 양시연의 셔츠에 문지르며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양시연의 속옷 주위를 서서히 따라가며 위협적으로 다가갔다.“네가 말했지. 정인을 너에게 줄 테니 나랑 결혼하자고. 기억나?”연정훈이 오래된 얘기를 꺼내자 양시연은 깊게 숨을 두 번 들이쉬며 얼굴을 돌리고 이를 악물었다.“필요 없어요. 놓아줘요!”“필요 없다 하면 끝이야?”연정훈은 양시연의 가슴을 밀치고 한 손을 두 사람 사이로 넣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양시연의 속옷 고리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8화

    양지원은 양석진이 예전엔 어떤 사람이었는지 희미하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그가 살이 찐 건지 빠진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저릿함은 그가 분명히 살이 빠졌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했다.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양석진과 그의 일행이 어느새 그녀 앞에 다다라 있었다.그녀는 손을 꽉 움켜쥔 채 순간 말을 잃었고 그의 뒤에 서 있는 예전에 본 적 있던 용 국장의 얼굴을 보고서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었다.용 국장 역시 그리 나이가 많지 않았고 서른네다섯쯤 되어 보였고 또래들 사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양석진을 마주하면 그는 어딘가 빛을 잃는 듯했다.그가 먼저 운명 같은 우연이라며 말을 꺼냈다. 대운산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이곳에서 회의가 잡혔고 그 책임자가 다름 아닌 양석진이었다.“양 대표님, 우연의 일치네요. 막 완공된 이 대회장의 첫 번째 사용자가 바로 당신 가족입니다.”양지원은 미소를 머금은 채 최대한 차분히 그를 바라보았다.‘오빠’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다물고 대신 직함을 부르며 입을 열었다.“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은 더우니까요. 조금 후에 제가 임원분들을 모시고 천천히 둘러보시게 해드릴게요.”양석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머무르지 않고 돌아섰다.“2시에 출발하죠.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좋아요.”양지원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안은 채 돌아서 앞장섰다.그 일행은 의외로 조용히 정리되어 있었고 마치 더는 움직이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홀은 금세 고요해졌다.양지원은 아래층에 홀로 앉아 차를 마셨지만 입안에는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둘러 스쳐 지나갔고 양석진은 그녀에게 단 한 마디를 남겼다.비록 이제는 서로 마주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그녀의 시간과 기억은 여전히 십 년 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그가 모든 것을 그녀를 중심으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7화

    [청년기]“내일 돌아오는 거예요?”대운산으로 향하던 길 양지원은 집에 있는 양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감기에 걸린 지 이틀째였다. 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었고 그나마 양혁수와 이야기하는 순간만이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주었다.“가능하면 돌아가려고 해.”몇몇 선생님들의 불만이 떠오르자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집에서는 좀 얌전히 지낼 수 없을까? 너 때문에 맨날 선생님 앞에서 얼굴을 못 들겠어.”한창 말썽꾸러기 시절을 지나 양혁수는 이제 누구에게도 귀여움을 받지 못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몇몇 선생님이 함께 교육을 맡으면 그는 종종 머리를 치켜들고 반항했다.“저 정도면 엄청 얌전한 편 아닌가요? 같이 농구도 하잖아요.”양지원은 눈동자를 굴리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무더운 여름날 예민한 성격의 선생님들이 누가 그런 말썽꾸러기와 농구장에 나가고 싶겠는지 의문스러웠다.“알겠어. 어쨌든 조금만 얌전히 있어 줘.”“알겠어요. 엄마는 밖에서 몸조심하고 집에 오시면 제가 생일 챙겨드릴게요.”양지원은 말끝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자신을 걱정해 주는 이 작은 녀석이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통화가 끝나자 차의 속도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비서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양 대표님, 먼저 접대소에서 잠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용 국장 쪽 점검팀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양지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대운산 관광 프로젝트는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그녀는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위쪽에서 이 지역을 외교 관련 주요 회의 장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그건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행궁’을 조성하려면 결국 관계자들의 사전 점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양지원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일주일 전 이곳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보며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점검했다.최근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곳과 뜨거운 태양 아래를 오가다 보니 체력이 많이 지쳐갔다.비서는 그녀의 얼굴 색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6화

    양지원은 화려한 의상에 휩싸인 채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다.그녀는 오빠의 팔에 살며시 팔짱을 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오빠는 당연히 멋져요. 키도 크고 잘생기기까지 했는걸요.”진병수는 이마를 짚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양석진은 길을 걸으며 양지원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그녀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두 세트를 함께 찍기로 했다.예복을 입고 양지원과 함께 거울 앞에 서자 주위에서 감탄의 말들이 흘러나왔다.그는 마음속에서 불안이 스멀거리자 양창수의 애매한 미소를 피하려 애써 시선을 돌렸다.결혼사진을 찍는 자리였지만 양지원에게는 가족사진을 남기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녀는 예쁜 옷을 입었으니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었고 중간에 진병수에게도 함께 찍자며 부탁했다.“자, 신부가 신랑에게 키스해 주면 좋겠네요.”사진사가 말하자 양석진의 눈빛이 흔들렸고 양지원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저기요. 이분은 제 오빠예요.”사진사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깜빡했네요.”양창수가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키스하는 게 뭐 어때? 얼굴에 하는 거면 괜찮아.”진병수도 거들었다.“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안 돼. 그건 너무 이상해.”양지원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손명우가 조용히 제안했다.“카메라 각도를 조절해서 찍으면 돼.”양지원과 양석진은 동시에 외쳤다.“안돼.”순간 현장은 조용해졌다.“...”양지원은 웃으며 옆에 앉은 오빠를 바라보았다.“오빠, 우리 둘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요.”그녀는 그의 팔을 감싸며 바르게 자세를 고쳤다.“오빠, 우리 사진 한 장 찍어요.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때도 가족사진 찍느라 소파에 나란히 앉았잖아요.”양석진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감정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맞아. 그렇게 하는 게 제일 좋지.”두 남매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그 순간이 고정되었다.수많은 사진 중 그 사진은 양지원이 가장 아끼는 사진이 되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5화

    배가 콕콕 쑤시는 걸 제외하면 양지원은 꽤 신나게 놀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미소가 가득했다.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양석진이 양창수를 뒤뜰로 불렀고 늦여름이라 뒤뜰에는 매미 소리가 귀를 울렸다. 양창수는 계단에 뚝 멈춰 섰다가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뒤뜰에서 양석진이 말했다.“지원이 이제 어리지 않으니 지원이 앞에서 아무 말이나 쉽게 내뱉지 말았으면 해.”“내가 뭘 또 아무 말이나 했다고 그래요?”양석진은 시시콜콜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 자꾸 까불면 바로 입대시켜 버린다?”양창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마음대로 하세요.”양창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위층을 슬쩍 보다가 양석진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내가 헛소리했다 치죠.”그리고 몸을 휙 돌려 자리를 떠났다.양석진은 뒤뜰에 홀로 남아 사라지는 양창수의 뒷모습을 지켜봤다.의미심장한 양창수의 시선은 마치 오래된 전등처럼 깜빡깜빡하며 양석진의 마음을 괴롭혔다.양석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다가 위층에서 양지원이 저를 부르자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양석진은 그날 밤 또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룻밤 내내 뜬눈으로 지새우는 건 양석진에게 있어 흔한 일이 되었다.어느 날부터인지, 양석진은 감히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할 감정이 생겼고 아무리 억눌러도 아무도 없는 새벽이 되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양석진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본인이 뭘 하고 싶은 건지 잘 몰랐다.그저 양지원만 떠오를 뿐이었다.어쩌면 양지원도 나이가 좀 더 들고, 각자 연인이 생기면 이런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를 양석진은 늘 기도했고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날 뒤로, 양석진은 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양지원의 걱정을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집을 비우는 것을 택했다.그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양석진은 바로 진병수의 연락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4화

    양석진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양지원을 이끌어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누가 너 괴롭혔어?”“아니요!”배는 자꾸 쿡쿡 쑤셔오고 멀리서 진병수가 모르는 여자를 껴안고 있는 걸 보면 양석진도 본인이 없는 곳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배가 아팠다.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아빠도 늘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양지원은 저런 행동에 큰 반감을 느꼈고 양석진도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면 화가 났다.그런 생각을 하는데 양석진이 옆으로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혹시 생리 시작한 거야?”“...”양지원이 아무 대답이 없자 양석진은 바로 눈치를 챘다.“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그리고 룸을 나선 양석진은 따뜻한 꿀물을 한 잔 가지고 돌아왔다.마침 두 사람을 지나치던 진병수는 꿀물과 화가 잔뜩 난 ‘공주님’을 번갈아 보며 혀를 쯧쯧 찼다.‘이게 동생이야? 딸이야?’따뜻한 꿀물을 마시자 몸이 녹아내렸고 양지원은 소파에 푹 기대앉았다.그리고 양석진의 시선이 느껴지자 입을 삐죽거리며 물었다.“아까 그 여자 누구예요?”양석진은 멈칫하다가 바로 상황 파악을 마쳤다.“연예인인데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사정이 딱해 보여서 병수더러 도와주라고 했었어.”양지원은 바로 시선을 흘렸다.“오빠는 다른 사람한테도 다 이렇게 친절해요?”“그 사람 연예인이 된 이유가 어머니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어머니를 결국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양지원은 침묵했다.‘사정이 딱하긴 하네.’“그래도 오빠는 조심해야 해요. 아빠가 오빠를 정치인으로 키우려고 하는데 병수 오빠처럼 헤프게 행동하면 안 돼요.”양석진은 자신에게 훈수를 드는 양지원을 보며 며칠 전 양지원이 벌인 일을 떠올렸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알겠어.”구석 자리에서 양석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양지원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래서 양석진에게 청아에 대한 얘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양창수가 옆자리에 와 있었다.양지원은 양창수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3화

    손명우는 안경을 고쳐 쓰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날 그냥 보러 온 건 아니고, 드레스샵 깨부순 것 때문이지?”양지원은 조금 계면쩍은 기분이 들어 목을 가다듬었다.진병수는 장난기가 많았고 술잔을 들고 옆으로 앉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뭐야? 우리 지원이가 언제부터 드레스에 관심을 가졌지? 혹시 연애라도 하는 거야?”소파에 앉아 있던 양석진은 제게 걸어오려는 여자를 눈빛으로 제압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양지원은 그걸 발견하고 득의양양해서 턱을 치켜들었다.‘역시 우리 오빠가 제일 멋있어.’“내가 왜 연애해요?”양지원은 다시 양석진의 옆자리로 앉으며 말을 이었다.“드레스 입는 사람은 꼭 연애하고 결혼할 사람이어야 하는 거예요? 드레스가 예쁘면 그냥 입을 수도 있는 거죠.”“그래도 굳이 창을 깨부술 필요는 없잖아.”진병수는 손명우를 가리키며 말했다.“명우한테 말만 하면 드레스는 얼마든지 입을 수 있어.”손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가게에 새로 턱시도 모델 많이 들어왔는데 관심 있으면 같이 사진도 찍어줄 수 있어.”양지원은 크게 관심이 생긴 건 아니었으나 손명우를 거절하기 애매했다.그때, 양석진이 디저트를 양지원의 앞으로 당겨주며 말했다.“아직 나이도 어린 게 무슨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는다고.”“오빠, 방금 너무 촌스러운 거 알아요?”양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며 옆 사람들한테 말했다.“내 나이가 어려요? 진씨 고모는 내 나이 때 벌써 결혼 1주년이었어요.”“그건 예전 얘기고.”한강시 쪽은 말이 달랐지만 화서시는 한 10년 전만 해도 다들 결혼을 아주 어린 나이에 했었다.“그냥 모델이랑 같이 사진 찍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잖아.”진병수의 말에 양지원은 양석진의 표정을 살폈고 고민하다가 손을 저었다.“어휴, 내가 무슨 모델이랑 사진을 찍어요. 됐어요.”그렇게 사진 촬영은 일단락이 되었다.양지원이 들어온 뒤로 룸 안의 사람들은 행동을 조심하기 시작했다.양석진은 동생 양지원을 끔찍하게 챙겼고 진병수와 손명우는 크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2화

    오토바이를 타고, 쓰레기통 따위로 창을 깨부수는 건 가히 그해의 유행이라 할 수 있었다.양지원은 그런 반항적인 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기분이 저기압이라 분출한 곳이 필요했다.양석진이 옆에 있었다면 얼리고 달랬을 테지만 양창수는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했을 것이다.양홍두가 자리를 비우자 두 사람은 입에 모터가 달렸다.“형,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드레스샵은 손명우네 가게니 아무 문제 없어요.”양지원은 팔짱을 척 끼고 양석진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냥 드레스뿐인데 아빠가 괜히 오바하시는 거예요. 내가 전에 그 불여우한테 전화했다고 지금 아니꼽게 보시는 거라고요.”양석진이 고개를 돌려 양지원을 향해 말했다.“말 가려서 해.”양지원은 여전히 불만이라는 듯 입을 삐죽였다.‘계속하면 내가 손해니까 참아야지 뭐.’그리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오빠한테 굳이 이런 일로 마음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양지원은 어린 시절처럼 양석진에게 딱 붙어 말했다.“참, 내 친구가 오빠한테 편지도 쓰고 선물도 챙겨줬어요.”양석진은 익숙하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난 그런 쪽으로 관심 없으니까 친구한테 다시 그런 걸 보내지 말라고 해. 난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으니까.”평소의 양지원은 양석진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아주 흡족한 대답이었다.‘그래, 이게 맞아. 감히 누가 우리 오빠 옆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겠어?’‘꿈 깨라고!’양지원은 기분이 퍽 좋아졌고 제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려 오빠의 말을 전했다.다른 사람은 그냥 알겠다고 넘어갔지만 친구 길예은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너희 오빠 정말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다고? 네가 애초에 편지를 건네지 않은 건 아니고?”“야, 길예은,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저번에 너한테 석진 오빠 선물 부탁했더니 그대로 다시 돌려줬잖아. 너희 오빠는 무슨 눈이 그렇게 높아? 정말 우리 중에서 한 명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길예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1화

    작가의 말:아래 내용은 네 시기로 나뉘어 진행됩니다.소년 — 짝사랑이라는 이름의 시작.청년 — 서른 번째 생일, 그리고 아련한 재회.중년 — 오랜 시간 끝에 처음으로 엮인 둘의 이야기.결혼 후 — 이제는 함께 걷는 달콤한 나날들.각 시기를 함께하며,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깊어지는지 지켜봐 주세요.--------[소년기]양석진과 양지원이 혼인 신고서를 제출한 당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사무실부터 관저까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축복을 받았다.양석진에게 결혼 축하 인사를 건넨 첫 번째 사람이 드물게 보인다는 양석진의 미소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전해진 뒤로, 다들 기회를 찾아 양석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그 미소를 직접 확인하려 했다.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고, 나이가 지긋한 기사가 관저로 바라대 주다가 낮에 들었던 소문을 듣고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의원님, 결혼 축하합니다. 내일에도 같은 시간으로 마중 오면 될까요?”양석진은 꽉 채운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며 미소를 지은 채 차에서 내렸다.“내일은 휴가입니다.”홀로 차에 남겨진 기사도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예쁜 노을 아래, 양석진이 정원 안으로 걸어가다가 원피스를 입은 양지원이 얇은 외투 하나 걸치고 무언가 휘젓고 있는 게 보였다.그러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마른기침을 몇 번 했다고 양지원이 배즙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데 뭘 또 정원에서, 그것도 이렇게 큰 가마에 만들고 있는 거야?’양석진이 양지원을 부르려는 찰나, 우지끈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양지원이 너무 힘을 주어 젓다가 나무 주걱이 부러지고 만 것이었다.양석진은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양지원이 이어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지켜봤다.양지원은 외투를 다시 고쳐 입으며 주변을 살폈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걸 확인하고는 위층을 향해 외쳤다.“창수 씨! 왜 부러진 나무 주걱을 주신 거예요!”“...”이어 2층 창문이 열리고 양창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지원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0화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로 서재 창가에서 예쁜 노을과 노을이 비친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봤다.“시연 언니 컨디션은 괜찮아요?”변여름의 질문에 양혁수가 대답했다.“좋아 보이던데. 컨디션도 그렇고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어.”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양혁수를 쳐다봤고 양혁수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왜 쳐다봐?”“오빠, 행복해요?”양혁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걸 떠올리며 품 안의 변여름을 꼭 껴안았다.“행복하지.”“정말요? 왜요?”“왜긴...”두 눈을 감고 잠시 뜸을 들인 양혁수가 대답했다.“아침에 누가 나한테 해물 제철 탕을 해준다고 했거든.”“...”변여름은 손을 뻗어 익숙하게 양혁수의 두 볼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변여름이 뭘 하든 가만히 받아줬고 또 변여름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양혁수의 눈동자에는 오직 변여름만 담겼고 변여름을 향한 사랑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양혁수의 목에 팔을 걸었고 또 빠르게 떨어지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오빠, 아직도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안 했잖아요.”양혁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좋아해.”그리고 고민하다가 말을 고쳤다.“내가 널 좋아해.”변여름은 금세 헤벌쭉해졌고, 첫사랑이고 뭐고 잊어버린 채로 양혁수의 두 볼에 번갈아 뽀뽀했다. 그리고 양혁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듯 품에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오빠.”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이어질 변여름의 말을 기다렸다.“난 오빠가 너무너무 너무 좋아요.”양혁수는 이런 변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란히 소파에 기대앉았다.‘아, 삶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너무 행복해.’한강시에서의 삶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양혁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았지만 변여름과 함께한 뒤로 변백호네 가족이 시도 때도 없이 집을 들락거렸다.변여름은 한강시 연구실에서 고작 6개월의 시간을 보냈지만 벌써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다.그래서 남은 6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