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편의 침대에 상간녀를 밀어 넣은 건 나였다. 그의 몸 위로 다른 여자의 체온이 스며들게 하고, 밤이 지나도록 그 흔적을 남기게 한 것도 나였다. 그런데 그 여자가 돌아왔을 때, 뱃속에 품은 아이는 내 동생의 기록과 맞닿아 있었다. 완벽한 재벌가 며느리 온사율은 남편 권이록의 불륜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의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 호텔방에 어 있던 향, 시트 위에 남은 열기까지 모두 복수를 위한 증거였다. 그러나 문예라의 임신이 드러나면서, 그 불륜은 태강가의 배아 도난이라는 추악한 진실로 뒤집힌다. 사율은 이제 남편과 상간녀, 그리고 시댁 모두를 한 번에 무너뜨릴 완벽한 순간을 기다린다.
View More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남편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완벽한 각도.
완벽한 미소.
완벽한 부부.
태강그룹 창립 오십 주년 기념 생방송.
무대 아래 첫 줄에는 시아버지 권태겸이 앉아 있었다.
박수를 치지 않는 사람은 그 하나였다.
그는 박수 대신 평가를 했다.
그 옆의 한미라는 진주 목걸이를 매만지며 며느리의 미소를 채점하는 눈을 하고 있었다.
방송 시작 전, 대기실에서 시어머니는 내 드레스 어깨선을 손끝으로 바로잡으며 말했었다.
“오늘은 웃어라.”
“태강가 며느리답게.”
“네가 웃는 것도 이 집안 자산이니까.”
나는 웃었다.
자산답게.
전 국민이 보는 화면 속에서 나는 권이록의 아내였고, 그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국민 남편이었다.
그리고 내 손안의 휴대폰에는, 방금 도착한 사진이 있었다.
호텔 복도 CCTV 캡처.
붉은 드레스의 문예라.
그 옆에 선 남자의 옆얼굴.
셔츠 깃에 번진 옅은 립스틱 자국까지.
[사모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남편분, 생각보다 다정하시던데요.]
나는 화면을 껐다.
그리고 웃었다.
“웃어요.”
“지금 카메라가 우리를 찍고 있어요.”
낮게 속삭이자 이록이 고개를 기울였다.
마이크가 닿지 않는 거리.
부부만이 허락받은 거리였다.
“사진 봤어?”
“봤어요.”
“구도도 좋고, 시간도 정확하고.”
“조명까지 마음에 들어요.”
“놀라는 얼굴이 아니네.”
“놀랄 이유가 없죠.”
그 여자를 남편에게 보낸 사람이 나였으니까.
문예라.
스물여덟.
돈이 필요한 여자.
내가 석 달을 골라 남편의 동선에 심어둔 미끼였다.
향수는 내가 골랐다.
드레스 색도, 접근하는 요일도, 호텔 복도의 카메라 각도까지도.
그녀가 남편의 팔에 손을 얹을 때 서 있어야 할 위치까지, 나는 도면 위에 그려두었다.
태강가의 완벽한 후계자 권이록이 무너지는 그림을, 나는 처음부터 원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조명이 꺼졌다.
박수 소리가 잦아드는 무대 뒤, 어둠 속에서 이록이 내 손목을 잡았다.
“당신 셔츠 깃에 낯선 향수가 묻었네요.”
내가 먼저 말했다.
“내가 고른 향수는 아닌데.”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 여자에게 골라준 향수네요.”
“그러니까 더 불쾌하고요.”
“질투하는 척도 안 하는군.”
“질투요?”
“내가 판을 깔았는데 왜 질투를 해요.”
“판을 깐 사람치고는.”
이록의 손끝이 내 손목 안쪽을 눌렀다.
맥이 뛰는 자리였다.
“손끝이 차가운데.”
“무대 조명이 뜨거웠으니까요.”
“조명은 십 분 전에 꺼졌어.”
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
빼면 지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엄지가 맥 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숨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 남자 앞에서 심박은 자백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아, 하나 더요. 저 혼자만의 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검사 결과 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사모님도 알아야 하잖아요.]
임신.
그 두 글자가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판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계약서 어디에도 없는 항목이었다.
나는 문예라에게 유혹을 주문했다.
스캔들을 주문했다.
아이는, 주문서에 없었다.
이록은 내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놀라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그저 낯선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처럼, 천천히 눈을 들었다.
“임신.”
“그건 네 계획에 없었지?”
“……”
“권이록 씨, 내 덫에 들어간 기분이 어땠어요?”
대답 대신 그가 내 귓가로 몸을 기울였다.
숨이 닿았다.
“덫인 줄 알고 들어간 사람한테,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야.”
그가 먼저 무대 뒤를 빠져나갔다.
무대 스태프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그는 국민 남편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 혼자 남아, 그의 마지막 문장을 두 번 곱씹었다.
덫인 줄 알고 들어갔다는 말은, 고백이 아니라 선전포고였다.
그날 밤 나는 죽은 동생의 휴대폰을 다시 열었다.
온하겸.
일 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내 하나뿐인 동생.
액정에는 그날의 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충전 케이블을 꽂을 때마다 나는 같은 자리에서 숨을 골라야 했다.
사진첩은 비어 있었다.
통화 기록도 지워져 있었다.
경찰은 단독 사고라고 했고, 유품은 이 휴대폰 하나가 전부였다.
지워진 것투성이인 휴대폰에서, 단 하나 살아남은 것이 메모장이었다.
마지막 메모에는 세 단어가 남아 있었다.
태강재단병원.
배아 보관실.
S-01.
메모의 저장 시각은 사고 당일 21시 58분.
하겸이 죽기 마흔아홉 분 전이었다.
죽기 마흔아홉 분 전에, 동생은 병원과 보관실과 코드 하나를 적었다.
유언 대신에.
그 여자를 남편에게 보낸 건 나였다.
하지만 그 아이까지, 내 계획은 아니었다.
“내일 밤 아홉 시.전부 공개하겠습니다.”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그렇게 선언했다.남편의 불륜 영상 원본.조작이 아니라는 증거.태강이 감춘 진실.세상이 뒤집혔다.포털 실시간 검색어가 온통 내 이름이었다.태강 법무팀은 방송금지 가처분을 냈고, 방송국은 시청률 앞에서 그것을 씹어 삼켰다.저녁 무렵에는 광고 단가가 세 배로 뛰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세상은 남의 결혼이 무너지는 것을 돈을 내고 보고 싶어 했다.간담회 직후, 한미라에게서 전화가 왔었다.—사율아.지금이라도 멈추면, 조용히 내보내주마.“내보내주신다는 말씀, 감사하네요.그런데 어머님.”—뭐냐.“내일 방송, 어머님도 꼭 보세요.아홉 시예요.”전화는 그쪽에서 끊겼다.그날 밤, 예라가 이록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나는 복도 끝에서 들었다.“사장님.저예요.”문이 열렸다.예라는 잠옷 위에 얇은 가운만 걸치고 있었다.복도의 벽등이 그녀의 맨발을 비췄다.계산된 무방비였다.“내일 그 영상이 나가면, 사장님도 끝이에요.우리 둘 다요.”“그래서?”“막아야죠.사모님을 막든가, 방송을 막든가.아니면…”예라의 손이 이록의 팔을 잡았다.“차라리 우리가 먼저 손잡든가요.사장님, 저 버리실 거예요?이 아이도요?”이록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내려다보지도 않았다.그저 문틀에 기댄 채, 온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문예라 씨.지금 당신이 잡은 건 내 팔이 아니야.”“…그럼요?”“지푸라기지.그리고 나는, 가라앉는 배에서 지푸라기 노릇 해줄 만큼 한가하지 않아.”“사장님!”“들어가.임산부가 밤바람 쐬는 거 아니야.”문이 닫혔다.예라는 닫힌 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복도 끝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웃으려다 실패했다.그 실패한 웃음이, 내가 본 그녀의 표정 중 가장 진짜였다.“사모님은 좋으시겠어요.”지나치며 그녀가 낮게 말했다.“버려져도, 돌아갈 이름은 있잖아요.”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말은 도발이 아니라 자백이었다.문예라에게는 돌아갈
약병은 내 침대 밑에서 나왔다.발견한 사람은 가정부였고, 발견하게 만든 사람은 한미라였다.침구 교체는 원래 목요일이었다.오늘은 화요일이었다.시어머니는 온 집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갈색 병을 들어 올렸다.“수면제구나.그것도 처방 용량의 세 배짜리.”“제 것이 아닙니다.”“네 침대 밑에서 나왔는데?”“그러니까요, 어머님.제 침대 밑에서, 제가 사지 않은 약이 나왔네요.목요일도 아닌데 침구를 걷어낸 손도 궁금하고요.”가정부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한미라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사율아. 병원에 가보자.요즘 네가 많이 불안해 보여서 그래.다들 걱정이란다.”품위 있는 목소리로 감금을 예고하는 여자.어젯밤 도청기 너머에서 들은 시나리오가, 오늘 시어머니의 입에서 대사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진료 기록은 이번 주 안에.입원까지 가능한 수준으로.각본은 이미 결재가 끝나 있었다.그 옆에서 예라가 지나가며 내 침대 쪽을 흘끔거렸다.“사모님, 밤에 잠은 잘 주무세요?저는 요즘 아기 때문에 푹 자거든요.”“문예라 씨.”“네?”“그 약병, 만졌어요?”“…제가 왜요?”“만졌으면 큰일이라서요.그거, 증거물이거든요.”예라의 걸음이 반 박자 빨라졌다.결백한 사람은 그 질문에 웃는다.빨라지지 않는다.모두가 나간 뒤, 나는 장갑을 끼고 약병을 돌려 봤다.라벨 하단의 제조 번호.LOT 7-2214.숨이 잠깐 멎었다.일 년 전, 하겸의 방을 정리하다 서랍에서 발견한 약병.동생은 수면제를 먹는 애가 아니었는데, 라고 이상하게 여겼던 그 병.커피도 오후엔 안 마시던 애였다.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상자에 넣어 두었었다.동생의 물건은 영수증 한 장도 버릴 수 없었으니까.상자를 열었다.하겸의 약병을 꺼내 라벨을 맞대었다.LOT 7-2214.같은 제조 번호.같은 공급처.같은 손.일 년 전 죽은 내 동생의 방과, 오늘 내 침대 밑에 같은 약이 놓였다.하겸을 불안한 애로 만들려던 손과, 나를 미친 여자로 만
영상은 새벽에 터졌다.호텔 스위트룸.사 분 십칠 초짜리 조각.이록의 시계, 예라의 웃음, 흐트러진 침대 끝.업로더의 계정은 만들어진 지 하루밖에 안 된 유령이었다.새벽 세 시에 올라온 영상이 아침 일곱 시에 실시간 검색어 일 위가 되려면, 손이 필요하다.돈으로 산 손들이.그리고 정오가 되기 전, 태강 홍보실의 보도자료가 그 위를 덮었다.[권이록 사장 관련 영상은 배우자 온사율 씨가 질투로 조작한 합성물로 확인.온 씨는 현재 정신과 상담 권유를 받은 상태.]질투에 미친 아내.그것이 태강이 내게 입힌 새 옷이었다.옷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이즈는 내가 정할 수 있었다.본가 앞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나는 화장을 반쯤 지운 얼굴로, 단추 하나가 어긋난 코트를 입고 나갔다.계산된 흐트러짐이었다.어긋난 단추는 세 번째.카메라 프레임 안에 정확히 들어오는 위치였다.거울 앞에서 나는 그 단추를 세 번 확인했다.무너진 여자를 연기하는 데에도 리허설이 필요하다.“온사율 씨! 영상을 직접 조작하셨습니까?”“남편분의 불륜을 의심하신 게 맞습니까?”“정신과 상담을 받고 계시다는 게 사실입니까?”나는 마이크 숲 앞에서 입술을 떨었다.시선을 한 번 떨구고,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다.카메라는 그 반 박자를 사랑한다.“저는… 제 남편을 믿습니다.”목소리가 갈라졌다.완벽했다.흔들리는 아내.무너지기 직전의 여자.기자들의 셔터가 미친 듯이 터졌다.그 소란 속에서 내 손끝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맨 앞줄, 태강 계열 언론사의 마이크.스펀지 커버 속으로 밀어 넣은 손톱만 한 송신기.그 마이크는 오늘 밤 태강 법무팀 브리핑룸으로 돌아갈 것이다.기자 매수 지시, 여론 조작 시나리오, 전부 그 방에서 나온다.돌아서는 내 등 뒤로 질문이 쏟아졌지만, 나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무너진 여자는 인터뷰를 오래 하지 않는다.그것이 그림의 완성이었다.“사모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집으로 들어서자 예라가 계단 위에서 나를 내
문예라가 권태겸의 집무실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온 것은 사흘 뒤였다.별채 복도에 심어둔 카메라가 그녀의 뒷모습을 찍었다.오후 4시 20분.노크 세 번.손에는 서류 봉투.내가 그녀와 주고받은 계약 문자의 캡처본이 든 봉투였다.예상한 배신이었다.나는 그 캡처본에 일부러 오류를 심어두었다.날짜 두 개를 바꾸고, 계좌번호 한 자리를 틀리게.진짜 계약서는 다른 곳에 있었다.배신은 막는 것이 아니라, 배신할 길을 미리 닦아주는 것이다.닦아준 길로만 걷게 하는 것이다.집무실 도청 파일이 도겸을 거쳐 도착했다.—회장님, 사모님이 절 보낸 거 아시죠?—저, 생각보다 쓸모 있는 여자예요.—돈은 이제 필요 없어요.—아이를 가졌는데 돈만 받고 사라지라니, 너무 손해잖아요.—저도 그 집 며느리, 한번 해보려고요.—이 아이가 태강의 아이면, 저 버리기 쉽지 않으실 텐데요.—몸은 제가 빌려드릴게요.—대신 이름은 주세요.권태겸의 목소리는 온도가 없었다.—문예라 씨는 본인 몸값을 과대평가하는군.—태강에서 아이를 품은 여자가 곧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네.—몸은 빌릴 수 있어.—이름은 허락받아야 하지.—아이는 태강의 것이고, 여자는 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쓸모가 있네.—그래도 좋다면, 더 안쪽으로 들어오게.—단,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갈 수 있다고 착각하지는 말고.—저 겁주는 거예요?—아니.—가격을 알려주는 걸세.파일은 거기서 끝났다.나는 두 번 더 재생했다.두 번째엔 예라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찾았고, 세 번째엔 찾아냈다.’가격’이라는 단어 뒤, 반 박자의 침묵.그녀도 들은 것이다.자신이 흥정의 주체가 아니라 매물이라는 것을.이틀 뒤, 예라가 나를 찾아왔다.승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결국 권태겸에게 갔네요.”“사모님이 절 보냈잖아요.”“처음엔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어요.”“그런데 그 집 안에 들어가 보니까 알겠더라고요.”“왜 사람들이 욕심을 내는지.”“욕심내는 건 자유예요.”“화 안 나세요?”“제가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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