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혼자 있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소년 어느 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전학생을 만나고,그의 지루한 일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 뒤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와 친해질수록 그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는 소년 그렇게 여름에 알게 된 우리는 가을을 함께 걸었고 끝내 모든 계절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더 보기7월 여름 에어컨 바람도 닿지 않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교실은 숨이 막힐 만큼 달아올라 있었다.
창밖에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함께 교실의 앞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오늘부터 우리 반과 함께하게 된 전학생이다. 자 자기소개 한번 해주겠니?」
「네. 아사히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학생의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교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하지만 나는 전학생으로 인해 떠들썩해진 교실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귀찮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떠들썩해진 교실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으며 나는 창문에 비친 전학생의 모습만으로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칠판 앞에 선 전학생은 서리를 얹은 듯한 새하얀 피부와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을 빼앗길 만큼 눈부셨다.
「아사히나는 저기 시노노메 옆에 빈자리에 앉으렴.」
선생님의 손끝으로 옆 빈자리를 가리며 교실의 모든 주목이 내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나는 창밖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이 무더위와 시끄러운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스르륵.
옆자리 의자가 천천히 끌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전학생이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말했다.
「자 아사히나는 멀리서 전학 왔으니까 친하게 지내고, 모르는거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 반 아이들이 전학생의 자리로 몰려들어 질문 세례를 쏟아 냈다.
「우와 아사히나! 어디서 전학을 왔어?」
「피부가 너무 좋다. 따로 뭐 관리해?」
쏟아지는 반 아이들의 정신없는 질문 속에도 아사히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아이들의 질문의 답변을 이어 나갔다.
「아, 응. 도쿄에서 왔어.」
「대박! 진짜 도쿄?」
「도쿄는 지금 엄청 덥지 않아?」
반 아이들은 도쿄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흥분하며 아사히나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내 옆자리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주변에 관심이 없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 창문에 비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실루엣에 비친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들 떠 있는 반 아이들의 사이.
조그마한 틈새 사이에서 아사히나가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교실 밖으로 나갔다.
「......... 뭔데 사람을 보고 웃는 거야.」
나는 교실 밖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며 당혹감을 털어내듯 혼잣말을 뱉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가 왜 나를 보고 웃었는지 이해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독서실로 향해 걸어갔다.
독서실 안으로 들어오자 아무도 없었고 고요했다.
그리고 나는 구석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책을 펼쳤다.
교실의 소란함도, 창밖의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간..
이 시간의 독서실에는 대부분 나 혼자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독서실에 책장만 넘기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고요함 속에서 책장만 넘겼다.
다른 사람들은 이 공간이 답답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기에 편안했다.
시끄러운 대화도 주변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곳,
나는 그저 아무도 없는 고요한 독서실의 낡은 종이 냄새가 가득한 공기와 책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나만의 고요한 공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드르륵.
조용히 독서실 문이 열리고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독서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독서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틈새로 웃으며 나를 처다 보던 바로 그 전학생 아사히나였다.
「.......」
나는 그녀를 보자 한숨과 함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쿄에서 전학 온 데다 눈에 띄는 외모까지 가진 전학생.
그녀와 가까워지는 순간.
반 아이들의 쓸데없는 호기심에 휘말릴 게 뻔했다.
그리고 어렵게 지켜온 평온한 일상도 함께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와 여기 엄청 조용하고 시원하구나~」
아사히나는 독서실 안을 둘러보더니 내 자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무슨 책 읽어? 나도 여기 앉아도 돼?」
「......어, 앉아도 상관없어.」
「정말? 고마워.」
나의 차가운 말투에도 아사히나는 옅게 웃으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옆자리에 앉은 아사히나는 슬쩍 내 눈치를 살피다가 조그맣게 소리 내어 물었다.
「저기 아까는 교실에서 왜 그렇게 도망치듯 나갔어?」
나는 펼쳐진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귀찮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도망? 난 그냥 조용한 곳에서 책 읽으려고 나간 거야.」
내 당황한 말투에 아사히나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다.. 난 나 때문에 불편해서 교실을 나간 줄 알고 마음이 쓰였거든.」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책장만 넘겼다.
그리고 잠깐 동안 도서관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다시 아사히나가 말을 걸어왔다.
「너 책 좋아하나 보네?.독서실 매일 오는 거야?」
「응 」
「혼자서?」
「응 」
「외롭지 않아?」
「....딱히.」
「왜 항상 혼자 다녀?」
「괜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봤자 피곤하잖아.」
나는 무심하게 대답하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나를 싫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말을 걸기를 포기하고 돌아갔을 텐데.
아사히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가끔 여기 와야겠다. 아, 맞다. 나는 아사히나라고 해.」
「...알아 」
「아... 맞다 아까 교실에서 자기소개 했었지.」
아사히나는 머쓱한듯 웃었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노노메.」
「시노노메구나.」
아사히나는 내 이름을 천천히 되 뇌었다
그리고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무언가 떠올린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 맞다.」
「선생님이 방과 후에 교무실로 잠깐 들리라고 했었는데.」
아사히나는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시노노메.」
그렇게 말한 아사히나의 뒷모습이 천천히 문 너머로 사라졌다.
문이 너머로 그녀가 사라지자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참 이상한 애네.」
그렇게 또 다시 독서실에는 나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남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공간이 평소처럼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평온하게 느껴졌을 독서실이 오늘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아사히나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뽑기에 있는 인형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시 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시노노메 여기 인형 봐봐 귀엽지 않아?」나는 아사히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리고 아사히나가 가리킨 인형을 바라보았다.「응 귀엽네」그러자 아사히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를 넣고 인형 뽑기를 시작했다.뽑기 집게는 천천히 내려가 인형의 몸통을 붙잡아 올리자 아사히나는 기대한 듯 한 표정을 지었다.「어?」하지만 인형은 출구 앞에서 맥없이 떨어져 버렸다.「아.. 아쉽네」그렇게 말하고도 아사히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지폐를 꺼냈다.「… 또 할려고?」내가 묻자 아사히나는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웃었다.「응. 이번에 될 것 같은데?」아사히나는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계속해서 뽑기를 실패했다.「생각보다 어렵네.」아사히나는 아쉬운 표정을 짓으며 기계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한번 해볼까?」그러자 아사히나는 옅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시노노메가?」「.. 응」「의외네.」나는 무슨 뜻 인지 몰라 아사히나를 바라보았다.「… 뭐가?」「시노노메가 직접 해보겠다는 말을 할 줄 몰랐거든」아사히나의 말을 들은 나는 괜히 기계로 시선을 돌려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그런가.」나는 아사히나가 계속해서 뽑으려던 인형의 위치를 한 번 훑어본 뒤 천천히 기계의 집계를 움직였다.「왠지 잘할 거 같은데?」「어째서?」「그냥~ 느낌?」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버튼을 누르자 집게가 천천히 내려가 인형을 움켜쥐었다.하지만 집게는 출구 앞에서 힘을 잃은 채 인형을 놓쳐 버렸다.「아.. 너무 아깝다.」「….. 생각보다 어렵네..」아사히나는 아쉬운 표정을 한채 공감한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나도 계속 그랬어.」「한번 더 해볼께」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앞에 있는 아사히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방금 전에 들은 말을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이런 내 모습을 본 아사히나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시노노메」 「응?」 「그렇게 어려운 표정 짓지 않아도 돼」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뿐이니까」 아사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고 계속 혼자 있을 필요는 없잖아」 아사히나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보니 나는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은 언제부터였을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잠시 읽고 있던 책을 나한태 보여주며 말했다. 「시노노메」 「…응?」 「혹시 이 책 봤어?」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책을 제목을 바라봤다. 『사라지지 않는 겨울』이라 처음 보는 제목이네」 「응 유명한 책은 아닌 거 같은데, 읽어보니깐 재미있어서」 「무슨 내용인데?」 그러자 아사히나는 나를 보며 웃으며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주인공은 항상 혼자 다니는 남자아이야」 「어느 날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거든」 「그 여자아이는 남자 주인공과 다르게 늘 웃고 다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하나 가지고 있어」 「그리고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남자아이가 그녀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변해가는 이야기」 「흔한 이야기네」 「맞아 하지만 여기 남자 주인공이 뭔가 시노노메랑
그렇게 나는 아사히나와 헤어지고 집에 도착하자 집에는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집 안에는 평소처럼 아무도 없었다.나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기 때문에 작은 한숨을 쉬며 방으로 향해 걸어갔다.방에 도착한 나는 가방을 내려 놓고 침대에 지친 몸을 눕혀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렸다.「아사히나.」「걔는 왜 저렇게 까지 나랑 친해지려고 하는 걸까?」「전학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반 애들이랑 잘 어울리잖아」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갑자기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평소에도 연락이 올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도 광고 문자겠거니 생각하며 별다른 기대 없이 휴대폰을 확인했다.하지만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예상과 달리 아사히나가 보낸 문자였다.그렇게 나는 천천히 그녀가 보낸 내용을 확인했다.[아사히나] 집에는 잘 도착했어?[시노노메] 응[아사히나] 어제는 고마웠어. 그리고 내일 학교 같이 가자.나는 아사히나의 마지막 문자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학교를 같이 가자고 했던 이말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몸살 기운으로 인해 피곤함이 먼저 몰려왔다.「굳이 답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아사히나에게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애초에 나랑 그녀가 같이 다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침이 되고 눈을 뜨자무거웠던 몸은 한결 가벼워 졌다.평소처럼 등교 준비를 마친 나는 학교를 향해 집을 나섰다.집을 나와 얼마 걷지 않아.어제 아사히나와 헤어졌던 갈림길에서벽에 기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그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시노노메! 좋은 아침이야.」환하게 웃는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인사했다.「어. 좋은 아침.」그녀가 내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더니무언가 안심
아무래도 감기 몸살에 걸린 것 같다. 눈을 뜨자마자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목은 따끔거린다. 어제 아사히나에게 우산을 건네준 뒤 비를 맞으며 집까지 뛰어간 탓이겠지. 「......역시 무리였나.」 그렇게 나는 약 먹으면 오늘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가방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열자,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교실의 소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머리가 울렸다. 「.....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내 자리로 걸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옆자리의 아사히나가 내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노노메... 괜찮아?」 어제 내가 비를 맞고 돌아간 모습이 떠오른 걸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응..괜찮아.」 「혹시...어제 비 맞아서 그런 거야?」 나는 잠시 그녀의 시선을 피한 뒤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어제 좀 무리해서 그래」 「미안해.. 나 때문에」 잠깐이었지만 그녀의 미안하다는 표정을 봐 버렸다. 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자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애써 칠판을 바라봤지만 몸살 때문인지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보니 아사히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 뒤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수업은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애써 버티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머리는 여전히 울리며 목도 아파왔다. 결국 나는 점심도 먹지 않은채 보건실로 향했다. 보건 선생님은 내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체온을 재게 했다. 그렇게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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