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일가 삼웅이라는 엄청난 강자들도 있었다.“가주님, 같은 문벌로서 저희 두 가문을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희를 용서해 주신다면 황씨, 당씨 일가는 앞으로 가주님 말씀을 따르고 구주왕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윤신우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용서해달라고? 우리 아들은 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되어 천하를 통일하면서 이미 한 번 문벌을 용서해 주었어. 그러니 이번에는 죽어야지!”윤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움직였다.어둠 속.옆에 있던 열 명의 윤씨 일가 강자들이 일제히 튀어 나갔다.그 강자들은 신급 중상급 강자였고 그중 두 명은 거의 신급 절정에 달한 수준이었다.그들은 윤씨 일가의 일부분일 뿐이었다.당시 윤씨 일가는 천하를 놀라게 했으니 그 저력이 얼마나 대단했을까?특히 윤신우는 소문에 따르면 18년 전 이미 신급 절정에 달했다고 한다.그러나 그는 지난 18년간 나선 적이 없었다.드디어 대전이 시작되었다.윤신우가 손을 움직이자 곁에 있던 강자들이 일제히 튀어 나갔다.그리고 황씨, 당씨 두 가문의 고수 수십 명은 윤씨 일가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자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해야 했다.“죽여버리겠어!”황연주는 더는 피할 수가 없자 목숨 걸고 싸우려고 했다.그렇게 대전이 시작되었다.그러나 서울의 신 3대 문벌 황씨, 당씨 일가는 윤씨 일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특히 윤씨 일가에는 두 명의 신급 절정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가 있었다.잠깐 사이 황씨, 당씨 일가에는 겨우 몇 명만 남았다.당씨 일가의 신급 고급 수준의 조상도 윤씨 일가의 흰 망토를 입은 신급 절정에 달한 노인에게 팔 한쪽이 잘렸다.“우리 당씨 일가가 이렇게 망하는 건가!”당씨 일가 조상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는 두 눈이 벌게져서 남은 세 명의 당씨 일가 부하들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내공을 이용해 윤씨 일가의 흰 망토를 입은, 신급 절정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에게 달려들었다.“죽고 싶은가 보군!”흰 망토를 입은 노인은 오른손을 휙 움직였
그날 밤 일로 서울 전체가 떠들썩했다.윤구주가 밤에 의수 감옥에 침입하여 다섯 명의 고대 문벌 신급 절정 강자를 죽이고 민규현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용하 산맥의 진국 신수 원귀를 깨웠기 때문이다.게다가 서울에 수백 년간 존재해 왔던 황씨, 당씨 문벌이 멸문했다.서울 무도계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이렇게 큰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으니 서울 전체가 들끓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러한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비록 이번에 서울에 와서 구주왕이 돌아왔다는 걸 세상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증명해야 했다.그것은 윤구주가 살아있는 한 아무도 그의 형제들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윤구주의 형제들을 건드린 사람은 모두 죽을 거라는 것이었다.이튿날, 날이 밝았다.허름한 집 안.윤구주는 어젯밤에 돌아온 뒤로 줄곧 민규현을 치료했고 지금까지 아무도 민규현이 대체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문 앞.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 재이 등 사람들은 밤새 서 있었다.다들 윤구주가 민규현을 치료하는 걸 기다렸다.그러나 이미 이튿날 오전이 되었는데도 윤구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정태웅은 점점 더 걱정되었다.그는 문 앞에서 계속 서성이면서 걱정스럽게 말했다.“현수야, 형님 위독하신 건 아니겠지?”“위독하긴! 불길한 말 할 거면 입 다물어!”천현수는 다짜고짜 욕했다.“왜? 난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 형님은 그 못된 놈들 때문에 저 꼴이 됐잖아. 심지어 몸에 네 개의 철심이 박혔지. 그런데 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정태웅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정태웅이 평소에는 얄밉고 짓궂게 굴어도 그가 의리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건 다들 아는 일이었다.특히 그는 민규현을 친형처럼 여겼다.셋째인 천현수는 당연히 정태웅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해했다.그러나 그는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걱정은 무슨. 저하께서 계시잖아! 저승사자가 와도 저하께서 규현 형님을 구할 거야!”정태웅은 그 말을 듣자 더는 말하
암부의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민규현은 가장 용감하고 전투에 능했다.만약 민규현이 단전의 기해가 봉인되어 더는 내공을 쓸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단전 기해의 봉인을 뚫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저하, 그게 뭡니까?”정태웅이 서둘러 물었다.다른 이들도 하나같이 긴장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신급 절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윤구주의 목소리는 우레와도 같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귓가에 박혔다.‘절정이 된다고?’화진의 무도는 무인에서부터 무사, 대무사, 대가, 그리고 가장 마지막인 천인 신급 강자로 나뉘었고 그것은 단전 기해의 변화로 인한 것이었다.현재 민규현의 단전 기해는 문창정의 단혼정으로 봉인되었고 그걸 푸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민규현의 실력이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절정이 되는 것이었다.오로지 신급 절정이 되어야만 단전 기해의 봉인을 풀 수 있었다.민규현을 신급 절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자 정태웅과 천현수 등 사람들은 순간 흥분했다.“저하! 형님께서 실력이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신급 절정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내가 있으면 가능해!”윤구주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화진 제일의 왕이자 봉왕팔기를 가진 윤구주라면 민규현이 절정이 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다.세상 사람들은 신급 절정은 금기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더욱이 한 지역의 조상이라고 불린다는 것도 알았다.현재 윤구주는 민규현을 도와서 그가 신급 절정이 될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윤구주는 민규현을 신급 절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방 안.상처투성이인 민규현은 여전히 병상 위에 누워있었다.견갑골, 가슴에 박힌 네 개의 검은색 단혼정은 이미 그의 체내에 들어갔다.윤구주의 소생술로 몸은 괜찮아졌지만 단전 기해가 봉인된 탓에 민규현은 여전히 아주 허약해 보였다.윤구주는 안으로 들어온 뒤 자신의 형제 민규현을 보았다.민
신급 절정이 되게 도와주겠다니.윤구주가 그 말을 하자 절망에 빠졌던 민규현은 순간 동공이 커졌다.“저하! 신급 절정이라고 하셨습니까?”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네 단전 기해는 봉인되었어. 신급 절정이 되어야만 다시 단전을 쓸 수 있어. 만약 내공을 회복을 싶다면 이 방법밖에 없어!”그 말을 들은 민규현은 당황했다.“하지만 전 지금 신급 중급일 뿐인걸요. 절정이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민규현은 당연히 자신의 내공을 잘 알고 있었다.절정이란 무엇인가?천인 이상이어야만 절정이라고 불릴 수 있었다.한 지역의 조상이야말로 절정이라고 불릴 수 있었다.금기시되는 신화만이 신급 절정이라고 불릴 수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일단 절정이 되면 수명이 500년까지 늘어난다는 점이었다.화진 무도에서 신급 절정인 자가 과연 몇 명일까?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일단 신급 절정이 되면 나라의 보물이 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그동안 곤륜에서는 국난이 닥치지 않는 이상 신급 절정 강자는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는 금지령을 내렸다.그 이유는 신급 절정의 무시무시함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신급 절정이 나타나면 전 세계 군대 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그것이 곤륜에서 신급 절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금지한 이유였다.그런데 윤구주가 민규현을 절정으로 만들어서 화진의 보물이 되게 도와주겠다고 하니 민규현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하, 제가 정말 신급 절정이 될 수 있을까요...”민규현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윤구주에게 물었다.“내가 있다면 가능해!”윤구주가 말했다.“감사합니다, 저하!”윤구주의 형제인 민규현에게 신급 절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자신이 무공을 쓰지 못하는 일반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그렇게 된다면 윤구주를 위해 힘을 쓸 수가 없었고, 윤구주를 위해 전쟁에 나설 수가 없었다.그것이 그가 가장 걱정하는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1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드디어 민규현의 모든 뼈가 다 으스러졌다.원래 뼈가 다 으스러진 순간, 윤구주의 오른손에서 갑자기 아주 눈부신 생명의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팔기지, 소생술!”소생술을 쓰자 녹색 빛이 윤구주의 손바닥에서 나와 민규현의 몸에 있는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팔기지의 소생술은 봉왕팔기 중 유일한 치료술이었다.그것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었다.소생술은 백골에 살이 자라고 사람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윤구주가 팔기지를 사용하자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던 민규현의 몸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모든 뼈와 관절이 재조립되는 듯한 선명한 느낌과 함께 탁탁 소리가 들려왔다.뼈가 재조립되는 긴 과정과 함께 민규현의 기운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얼굴과 몸에서 내뿜던 기세도 달라졌다.“민규현, 네 근골은 이미 완벽히 재조립되었어. 이젠 너를 신급 절정의 문까지 데려다줄게.”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은 뒤 민규현을 눌렀다.크엉!고대 용의 울음소리가 윤구주의 체내에서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곧이어 눈부신 금빛이 윤구주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금빛 용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금색으로 물든 것 같았다.구양진용결이었다.“세상에, 어서 저길 봐요! 주인님 방 안이 금색이 되었는데요?”마당에 서 있던 붉은색 치마를 입은 재이는 눈부신 금빛이 윤구주의 방을 완벽히 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 넋이 나갔다.철영과 용민은 시선을 들었다가 완전히 얼이 빠졌다.오직 윤구주의 형제만이 그 광경을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저하의 가장 강력한 구양진용결이네!”“구양진용결이요?”정태웅이 이상한 이름을 읊자 재이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굴리면서 고개를 돌렸다.“하하, 맞아요! 전설에 따르면 저하가 수련한 봉왕팔기보다 더 강하다고 해요. 그리고 곤륜의 최고 무도 기공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저하께서 오늘 구양진용결을 선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정태웅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더욱 무시무기한 것은 그의 기운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 폭등한다는 점이었다.그렇게 약 한 시간 뒤.쿵!민규현의 몸은 마치 탈바꿈이라도 한 듯,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그의 모공에서 흘러나왔다.완전히 환골탈태한 것이다.절정이 되면 무도가 절정에 달할 뿐만 아니라 몸에도 질적인 변화가 생긴다.현재 민규현이 그런 상태였다. 그는 절정의 문 앞에 서 있었다.기운들이 민규현의 몸에서 나타나 엄청난 기세로 마치 거대한 기둥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다.윤구주가 은닉 진법을 이용해서 방과 밖을 차단했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윤구주가 민규현을 데리고 절정의 문에 발을 들이고 있을 때, 서울의 어느 곳.넓고 웅장한 저택 안에는 가부좌를 틀고서 저택 안에 앉아 있던 노인 한 명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곧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저택 지붕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치솟은 엄청난 기운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울에서 어떤 이가 신급 절정 강자가 되려는 거지? 심지어 이렇게 큰 기척을 내다니!”노인이 그 절정의 기운을 보았을 때 서울의 수십 곳에서 동시에 강자가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먼 곳에서 윤구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서울에 또 신급 절정이 된 강자가 생겼군. 얼른 조사해 봐! 대체 어느 집안의 조상인지 말이야!”절정이 얼마나 강하냐면, 천인조차 비교할 수 없었다.그것이 바로 진정한 절정이었다!현재 민규현은 윤구주의 구양진용결의 도움으로 억지로 절정의 문을 열었다. 그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절정이 한 명 생기게 되면 한 지역의 조상 대접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황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같은 시각, 민규현의 몸에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기운이 절정을 돌파할 때쯤.도성 안.정자에 앉아 있던, 백발이 성성하고 손에 검은색 바둑을 든 노인은 그곳에서 바둑을 들고 있었다.
서울은 황권이 있는 곳이었고 수많은 강자가 있는 곳이었다.그런데 지금 윤구주는 거리낌 없이 공공연히 서울에서 민규현을 신급 절정 강자로 만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늙은 괴물들이 은밀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마당 안.윤구주는 그런 걸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오늘 그는 반드시 민규현을 신급 절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고 그걸 반드시 이루어야 했다.엄청난 기운으로 가득 찬 작은 방 안, 눈부신 금빛이 윤구주와 민규현을 감쌌다.지금의 민규현은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그는 온몸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내공도 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수준이 되었다.조금만 더 있으면 민규현은 진짜로 절정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그런데 이때, 먼 곳에서 공기가 요동치는 소리가 윤구주 쪽을 향해 들려왔다.자세히 보니 선두에 선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네 명의 높은 등급의 신급 강자가 있었다.노인은 곤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그는 비록 눈이 작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야무진 빛이 보였다.노인은 모습을 드러낸 뒤 천 미터 밖에 있는 윤구주의 방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댔다.“세상에, 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한 거지? 이런 누추한 곳에서 절정에 오르다니. 미친 것 같은데?”그의 말대로 신급 절정이 되면 한 지역을 주름잡을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위험이 아주 컸다.우선 절정에 오를 때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되었다.방해를 받게 되면 절정에 오르고 있는 자의 심리 상태와 정서가 흐트러지게 된다.그리고 방해를 받게 되면 주화입마에 들어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었다.그다음은 절정에 오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수호자가 필요했다.그러나 노인이 윤구주가 민규현을 절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곳은 그저 보잘것없는 마당일 뿐이었고 주위에는 아무런 방어 조치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은 아주 답답했다.그의 뒤에 있는 네 명의 신급 고급 강자들도 의아함을 표시했다.그들은 어느 가문의 조상이
“제 기억이 맞다면 18년쯤 된 것 같네요.”윤신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정도 되는 것 같네요.”육도진이 한마디 했다.“18년, 무려 18년이라니. 시간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네요. 18년 전 그날 밤, 육도진 씨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우리 윤씨 일가로 찾아와서 제게 모자를 죽이라고 했죠. 맞죠?”엄청난 말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육도진은 저도 모르게 눈꺼풀이 뛰었다.그는 윤신우가 그 말을 할 때 온몸에서 차가운 살기를 내뿜는 걸 느꼈다.“가주님, 그건 절 탓하시면 안 되죠. 가주님도 알다시피 당시 저는 명령을 받고...”육도진은 서둘러 설명했다.그는 과거 서울 최고 절정이라고 불렸던 윤신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윤신우는 칼날 같은 눈빛으로 차갑게 육도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온몸의 살기를 거두었다.“알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겠죠.”그 말에 한 나라의 우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콜록콜록, 가주님. 그때 일은 언급하지 않는 게 어떻습니까? 이미 18년이나 흐른 일이잖아요. 그리고 당시에 저도 눈감아주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았다면...”육도진은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윤신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18년 전 그날 밤, 세상 사람들은 윤구주를 죽이려고 했다.눈앞의 육도진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윤씨 저택을 찾았다.그리고 마지막에 윤신우는 윤씨 문벌을 걸고 맹세를 하여 윤구주의 목숨을 지켰다.그러나 그 대가는 영원히 윤구주를 윤씨 일가의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그 비밀은 18년간 지켜졌다.지난 18년간 윤신우는 모든 괴로움과 모든 죄를 묵묵히 감당했다.아들인 윤구주는 그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다.당시 윤신우가 아니었다면 윤구주 모자가 그날 밤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걸 윤구주는 몰랐다.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당시 당신이 눈감아준 것을 봐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
화진에서 수행하는 무인들은 무도에 몸담은 사람으로 간주되며 윤씨 일가 역시 무문 출신이니 당연히 무도에 몸담은 사람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윤구주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 둘은 윤구주의 반응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윤구주가 무릎을 꿇지 않더라도 망신을 당할 거라 확신하며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윤구주는 되려 웃으며 말했다.‘곤륜 지역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고?’“너희 혹시 곤륜 지역에서 수련하다 머리를 다친 거냐?”“나를 사신이라 부르는 것도 너희 곤륜 지역 아니더냐. 그 칭호는 내가 수많은 신을 학살하며 얻은 것이다. 아사 신전조차도 내 손에 멸망했는데 너희 같은 광대 둘이 내 앞에서 죽고 싶어 안달인 거냐?”“풋.”그 말에 흑절은 참지 못했고 백살도 얼굴을 찌푸렸다.“좋아, 윤구주. 왕이라 해도 우리 앞에선 개미나 다름없다. 너희 화진의 인황 따위가 뭐 대수냐? 제신들의 아래는 모두 개미일 뿐이다. 너도 마찬가지다.”백살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더 말이 필요해? 바로 제압하자. 놈의 무릎뼈를 뽑아내서라도 무릎을 꿇리든 엎드리든 하게 해주겠다.”흑절의 귀기가 뿜어져 나오고 음산한 검은 안개가 수백 미터를 덮었고 음산한 귀기가 퍼지는 가운데 수많은 쇠사슬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윤구주! 이건 내 절기인 삼라쇄명결이다. 그 화진 무술의 최강자였던 좌맹주도 이 기술에 죽었다.”흑절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쇠사슬이 윤구주의 몸을 꽁꽁 묶었다. 쓱.흑절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다가갔고 백살은 뒤에서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윤구주도 별거 아니군. 네가 아사 신전을 멸했다 해도 분명 화진의 금기 무기를 썼겠지. 너희 같은 하찮은 인간들이 그런 변태 같은 무기를 만들어낸 것부터 죽어 마땅한 일이다.”사실 그 무기는 화진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화진은 단지 그 무기를 소유한 대국 중 하나일 뿐이며 그 무기를 사용하면 먼 거리에서 정밀한 타격이 가능해 누구라도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절정의 선경 대원만의
윤구주는 조심스럽게 묘비를 어루만지며 말했다.“편히 잠드세요. 왕이 반드시 당신들의 원수를 갚아드릴 겁니다.”바로 그때, 숲속에서 갑자기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고 안개 너머로 검은 그림자들이 윤구주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원수를 갚겠다? 윤구주, 네 목숨은 이미 끝났어!”“이곳에 함께 묻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편히 쉬게 될 것이다.”날카로운 웃음소리와 함께, 안개 속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들은 큰 도포를 입었고 얼굴에 검은색과 흰색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한 명은 혼을 가두는 쇠사슬을 들었고 다른 한 명은 검은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그들은 음산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귀신 같은 분위기와 음산한 안개가 어우러져 마치 저승사자가 목숨을 거두러 온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윤구주는 비웃으며 말했다.“누군가 했더니, 흑절과 백살이군.”흑절과 백살은 한때 화진 무술계에서 최고라 불렸던 자들이다.화진 무술계에는 무도 연맹의 총회장이라는 직위가 있었고 그 총회장은 국방부 직속의 강자였다.윤구주가 유명해지기 전에 세 명의 연맹 총회장이 있었는데 모두가 구오 지존의 고수였고 특히 마지막 총회장은 국주 임정설과도 사적으로 친구 사이였다.하지만 그 셋 모두 흑절과 백살 손에 죽었고 둘은 마지막 총회장을 암살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사람들은 그들이 화진의 국방부와 왕실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 줄 알았지만, 사실은 곤륜 지역으로 들어가 수련 중이었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고 있었다.이미 몇 년이 흘렀고 그들은 곤륜 지역에 들어갈 때는 중경 구오 지존이었지만 이제는 출관하여 극 신급 절정에 이르렀다.여전히 재능은 있었다.“윤구주! 넌 당연히 우리를 알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지. 우리가 그 국주 측근인 무도 총회장을 죽였기에, 국주가 너를 전력으로 키울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렇지 않았다면 네가 구주왕이 될 수 있었겠어?”백살은 비웃으며 말했다.흑절은 더 나아가 윤구주에게 무릎 꿇고 두 선배에게 절하라고 명령했
청해는 임정설과 같은 곤륜 지역 출신이기에 그의 과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임정설은 절대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청해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복수하겠다면서 굳이 본인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목표는 원수를 죽이는 것인데 윤구주에게 부탁해도 될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그에게는 임정설의 이번 행동이 단순히 죽기 위한 길처럼 보였다.“넌 또 움직이지 않겠지. 사람 인생은 어떤 일을 잊을 수도 있고 저버릴 수도 있어.우리 화진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명예조차도 때로는 내려놓을 수 있어.하지만 단 하나, 선조들의 뜻만큼은 절대 저버려선 안 돼.”“국주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그 때문에 죽었지. 그 당시 국주는 국사 때문에 그녀를 저버렸어.”“그녀는 국주를 위해, 그리고 국주로 인해 죽었어. 그 일은 국주의 마음속 깊은 병이자 고통이 됐고,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쳐올 시련을 맞이하는데 걸림돌이 될 거야. 그런 상황에서 국주가 생사를 신경이나 쓰겠어?”“이번 고비를 넘긴다면 국주에게도 살길이 조금은 열릴 것이다.”“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 내가 황제 자리에 오르고 성인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임씨 일가의 쇠퇴와 임정설 황제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나는 화진의 옛 왕이며 현재는 황제이다. 얼마나 많은 선조가 지켜보고 있는가? 나라를 위한 대의, 화진의 부흥 앞에서는 개인의 영광과 치욕, 가문의 흥망도 모두 민족 앞에서는 물러서야 한다.”“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 화진은 의리와 정을 중히 여긴다. 큰 뜻도 중요하지만 작은 정과 의리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주의 이번 선택은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이었고 아주 조금은 사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었지. 나는 그의 제자로서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인 감정과 욕망이 있기에 그를 말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윤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이것이 바로 화진인이다.살아
무명 마인이 처단된 지 한 달 후가 될 무렵 서요산의 수령대진은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자줏빛이 도는 붉은 광채가 마치 우산처럼 윤구주의 육체 위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이 모습을 본 서요산 장인 대장인은 망설이지 않고 전력을 다해 영기를 지키며 윤구주의 진령을 지켰다.그 자줏빛 광채는 조금씩 윤구주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마지막 한 줄기 미세한 빛까지 모두 들어가자 윤구주의 육체는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윙!”윤구주는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부활했다.윤구주가 눈을 뜨는 순간, 눈에서 나온 황금빛 광채는 화진의 경계 넘어까지 한눈에 꿰뚫어 보는 듯했다.하늘과 땅의 정수를 느끼고 천지의 조화를 거머쥐며 구중현천을 향해 비상한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의 성경이었다.“돌파한 겁니까?”장인 대장인은 놀랍고도 기뻤다.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돌파에 성공했다면 이는 화진에 또 하나의 성인이 탄생했다는 의미였다.고작 20년 남짓 수련한 수련자가 성인에 도달하고 또 게다가 육신으로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건 고금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그야말로 윤구주는 전무후무한 존재가 된 것이다.정신을 차린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경지는 도달했지만, 아직 수련이 조금 부족해요. 아무래도 수련 기간이 너무 짧았으니까요.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수련이에요. 지금이라도 몇 년간은 수련을 할 수 있을 거예요.”윤구주는 분명히 돌파하긴 했지만, 성인의 문턱은 넘지 못했고 대원만 경지의 정점에 도달했으니 지금의 그는 최강의 황자라 불릴 만하다.윤구주의 원신이 육체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곧바로 서울로 전해졌다.육도진은 윤구주가 1년 반 정도 지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설령 원신이 몸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출교를 이유로 다시 1년 반 정도 수련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하아... 윤구주가 출관했다면 이제는 국주를 막을 자는 없겠구나.”“국사는 국주가 감당해야 하는데.
선조가 구중현천으로 승천하고 종주였던 풍무극은 죽음을 맞이하며 도마저 끊겼다. 요마도 모두 제거되었으니 이제 서요산은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서요산의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진요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구주야!”장인 대장인과 서요산 제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하게 다친 몸을 이끌고서도 윤구주를 맞이하려고 했다.하지만 눈앞의 윤구주는 눈빛이 텅 비어,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생기가 없었다. 만약 진인들이 신념으로 윤구주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이미 마인에게 빙의된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아마 전설 속의 원신출교를 쓴 것 같아.”그때 도착한 임정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신출교는 성인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가능한 일이다.”장인 대장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련이 부족한 사람이 억지로 원신출교를 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윤구주의 양혼이 하늘 위로 떠 올랐고 수천 자에 달하는 양혼 성령의 기운이 화진의 절반을 덮었다.“장인 대장인,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은 서요산의 미래를 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지금은 진을 세워 저를 호위해주시고 제 원신을 육체로 돌아가게 한 뒤 얘기합시다. 운이 나쁘면 나중에 혼수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무명 마인처럼 사도로 들어서야 할지도 모르니까요.”장인 대장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요산의 존재 여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모든 제자는 들어라! 수령진을 세워 구주왕을 호위하라!”멀리서 이 말을 들은 백호는 윤구주가 죽은 줄 알고 울부짖으며 달려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무덤이라도 파려는 기세였다.“이 자식! 그렇게 내가 죽길 바랐냐?”윤구주의 음성이 들려오자 백호는 또 깜짝 놀라서 얼어붙었다...그 후 며칠 동안 서요산은 윤구주를 보호하며 호법을 세웠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서요산의 영기 흐름을 안정시켜 윤구주의 원신이 무사히 육체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함이
인간 세상에서의 수련은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구주왕의 명성을 얻는 것이었고 이 모든 것은 인황번을 제작하기 위함이었다.그때부터 이미 윤구주의 스승들은 그에게 목표를 정해주었다.언젠가 윤구주가 혼자 힘으로 무명의 마인을 죽일 수 있게 되면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출사의 날이 온 것이다.인황번은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 인간계의 황제 기운을 더하고 ‘반드시 죽이고 반드시 이긴다.’는 굳건한 신념이 실체화된 에너지로 변하여 무명 마인을 향해 쏟아진다.일격으로 마를 처단하는 기술, 이 기술은 인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절기라고 할 수 있다.무명의 마기가 무너지며 인황번은 바로 음신사체를 강타했다.만장의 무지갯빛이 무명 마인의 신혼을 단숨에 관통했다.이 모든 과정에서 막강한 반선인 무명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윤구주, 나는 인정 못 해. 왜 화진에서 너 같은 괴물이 나온 거냐. 하늘이 불공평하다.”무명 마인은 수백 년 동안 쌓은 도행을 믿고 있었기에 신혼이 관통당했음에도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그러나 그 마지막 포효가 끝난 후 신혼은 한순간에 무너졌다.윤구주의 말이 또 맞았다.무명은 끝내 도에 들지 못했고 따라서 ‘의지’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몸과 신혼이 무너지면서 의식도 함께 흩어졌다.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신혼을 쓸어가듯 흩어지게 만들며 결국 티끌조차 남기지 않았다.“무명은 평생을 수련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구나.”서요산의 선조가 탄식하며 말했다.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대재앙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해결되었고 그로 인해 산조의 오래된 근심도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선조 님, 정말로 ‘구중현천’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그 위에는 대체 뭐가 있죠?”윤구주가 호기심에 물었다.그 질문에 선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윤구주, 보아하니 이번 여정에 꽤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군. 무명 같은 마인을 처단하는 그 큰 업적을 세우고도 오히려 구중현천이 더 흥미롭다니.”“무명을 죽이는 건 예정된 일이었어요.
그는 다시 한 번 서요산 검종의 선조에게 봉인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윤구주의 손에 패배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다.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 왔는데 고작 윤구주 하나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수련 따위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그래? 근본도 없고 이름도 없는 네가 날 죽이겠다고? 넌 자격 없어.”윤구주는 손가락을 펴 검을 형성했고 만법귀일하더니 선기가 검으로 응집되었다.그가 만들어낸 한 자루의 주선검은 허공을 가르며 떠올랐고 그 검의 날카로움은 서요산 선조조차 압도했다.무명의 마기는 검의 기세에 의해 모두 흩어져 사라졌다.마기가 사라지자 무명의 진면목이 드러났다.소위 반선이라는 자도 결국엔 그저 음신사체일 뿐이었다.예전에 윤구주와 싸웠던 그 사악한 사술들과도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너 같은 자가... 감히 신선이 되겠다고? 이 길은 너는 오를 자격이 없어.”윤구주가 검을 휘두르니 막강한 선력이 무명을 완전히 억눌렀다.이로써 승부는 분명해졌다. 무명은 잠시 놀라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네가 날 이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넌 날 죽일 수 없어!”“수련이 부족하다면 네가 아무리 선도를 미리 깨달았다 해도 경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넌 날 죽일 힘이 없어.”“서요산 늙은이, 너도 날 다시 봉인하려는 생각은 접어. 내가 이 세상을 뒤엎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세상과 함께 죽어버리겠다.” 마기가 다시 한 번 폭발하듯 분출되고 위험을 감지한 서요산 선조는 즉시 나서려 했다.“윤구주, 저 녀석 지금 자폭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 자가 자폭에 성공한다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더라도 우리 화진 9주 중 최소 세 개 주의 생명이 몰살될 것이다.”“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화진의 국운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이에 소요산 선조도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하지만 인간 세계의 시비는 나 윤구주가 직접 심판하겠다. 무명은 인간 세계의 마이니 반드시 내가 처단할 것이다.”윤구주의
임정설과 청해는 하늘의 호천경 하나가 백만 마리의 요괴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임정설의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신의 경지를 넘는 존재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인간이 정말 신선이 될 수 있단 말인가?’서요산 검종의 장인 대장인과 제자들이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다.“서요산 선조님께 인사 올립니다.”백호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늘 미치광이 같던 그에게 있어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요괴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저 거울이 재앙의 근원이었던 건가?”백호는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하늘로 솟아올라 거울을 부수려 했으나 청해가 간신히 그를 막았다.한편 진요탑에서는 서요산 선조의 법신이 강림하며 온몸에 감도는 선기로 무명을 억누르고 있었다.“서요산의 늙은이, 네놈 아직도 죽지 않았어? 구현천도 널 죽이지 못했단 말이냐!”무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이 성가신 서요산의 늙은이가 나타날 줄이야.“나는 하늘과 함께 움직이며 하늘의 도를 대신해 정의를 집행한다.네가 죽지 않으면 하늘의 재앙이 끝나지 않는다. 너를 죽이지 않고서야 어찌 구현천도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겠느냐!”선인의 목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그 선기는 무명을 억제하는 동시에, 이번에는 윤구주를 돕기 위한 것이 확실했다.“구주야, 마음껏 싸워라! 만약 네가 이 마귀를 죽이지 못하면 그때는 내가 나서겠다.”이보다 더 확실한 지원군이 있을까. 누구라도 이런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하늘이 내린 영광을 지닌 자이자 천하의 구주, 오방의 통치자로서 절대적 존재이다.“선조님의 말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오늘 선조님께서 오지 않으셨어도 저는 아마 그를 반드시 죽였을 것입니다.”“저 윤구주가 어떻게 이 자를 베어버리는지 지켜보십시오.”윤구주의 기세 넘치는 말에 서요산 선조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임정설이 일으킨 이씨 가문의 기세조차 마물들에게 잠식당해 사라지고 있었다.청해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이젠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임정설이 죽을 각오로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목숨이 끊겼을 터였다. 결국, 화진의 국주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죽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화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줘.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줘... ”청해는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외쳤다. 임정설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한 번 더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황자의 기운을 불러왔고 서요산 일대의 천기와 섞여 거대한 진룡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황도기운과 진룡을 하나로 모든 요마를 베어낸다! ”그 역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면 풍무기처럼 자신의 마지막 의지를 국운에 녹여야 할 것이다. 진요탑 안. 이 일대 세계 전체가 마기에 잠식되어 만물은 스스로 죽음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데 무명은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었다. “하하! 인황이 뭐라고? 도를 얻은 건 나다. 나는 이미 진정한 길의 끝을 보았다. 내 의지는 구천 현천을 관통한다. 하늘도 날 감당할 수 없어.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컥하며 뒤틀렸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깨어나는 기운이었다. 이 작은 진요탑 속 공간조차 그걸 담아낼 수 없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명이 눈을 치켜떴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윤구주 너 나를 봉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네 실력으론 날 봉인 못 해. 아니, 가능하다 쳐도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하지. 하지만 지금 넌 그 목숨을 걸어도 겨우 나를 세 손가락만큼 다치게 할 수 있을 뿐이야. 그 정도 피해라면 기꺼이 감수하지. 와봐, 날 얼마나 벨 수 있나 보자고. 병이 오면 장수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는 법이지. 그러니 한번 보자고 구주왕이라는 놈의 마지막 발악이 어떤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