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12화

Author: 김원호
민규현은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고 말했다.

“지금은 저하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네? 무슨 일 있어요?”

정태웅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별거 아니야. 사실 오늘 너희가 돌아오기 전에 저하의 소꿉친구가 이곳에 왔었어.”

민규현이 말했다.

‘뭐?’

“저하께 소꿉친구가 있었다고요? 누구예요?”

정태웅은 가십을 제일 좋아했다.

윤구주에게 소꿉친구가 있다는 말에 정태웅은 곧바로 흥미가 생겼다.

“저하의 소꿉친구는 일반인이 아니야. 그분은 우리 화진의 여섯째 공주님이야.”

민규현은 솔직하게 말했다.

‘뭐라고?’

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공주님이라고요? 세상에... 형님, 절 속이려는 건 아니죠?”

정태웅은 깜짝 놀랐다.

“너 바보야? 내가 왜 이런 걸로 널 속이겠어?”

민규현은 정태웅을 향해 눈을 흘겼다.

정태웅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고개를 들어 윤구주의 방을 바라보았다.

“에구머니나, 저하 정말 대단하시네요! 무려 황실의 여섯째 공주님조차 저하의 외모에 홀리셨다니 정말 놀라워요! 진짜 엄청나네요!”

정태웅은 감탄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멍청한 놈, 그 입 좀 다물어! 저하께서 네가 한 말을 들으셨다면 넌 틀림없이 맞았을 거야!”

정태웅은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우리 저하 정말 대단해! 공주님까지 정복할 수 있다니 진짜 엄청나네!’

정태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윤구주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흘러나왔다.

“정태웅 돌아온 거야?”

윤구주의 목소리를 들은 정태웅은 부랴부랴 그의 방문 앞으로 달려가서 웃으며 말했다.

“네, 네! 돌아왔습니다!”

“들어와.”

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정태웅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서 윤구주는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정태웅이 들어오자 윤구주는 고개를 돌렸다.

“말해 봐. 조사해 본 결과 어땠어?”

“저하, 서남 장씨 일가가 십여 개의 고대 문벌을 이끌고 서울로 모인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들은 저하를 상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113화

    다음 날, 서울의 태화루.서울에서 유명한 고대 건축물인 태화루는 천 년의 역사가 있다.팔격형 건물인 태화루는 총 16층으로 산처럼 우뚝 솟아 위엄을 자랑했다.이른 아침, 태화루 주변은 완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무인들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일반인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오늘 서남 장씨 문벌이 이곳에서 귀한 손님들을 대접한다고 한다.하지만 그 귀한 손님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화려하기 그지없는 태화루의 16층에는 럭셔리한 응접실이 있었다.이때 응접실 안에는 십여 명의 서남,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온 문벌 대표가 있었다.그 문벌 대표들은 최소 신급 강자였고 일부는 신급 절정의 실력을 지녔다.그들 중에는 진남 원씨, 서천 육씨 일가, 그리고 제동 유씨 일가도 있었다.그중 정중앙에 있는 사람은 서남 장씨 일가 사람이었다.서남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장씨 일가는 수만 명에 달하는 제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30년 전의 윤씨 일가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대단한 저력을 지녔다고 한다.지금 이 순간, 장씨 일가의 대표로 나온 절정 실력의 노인 장백웅은 중간에 앉아 있었다.절정 이중천인 장백웅은 이미 삼중천이 될 듯한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그는 장씨 일가의 수백 년 된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노장이었다.그가 문벌을 대표하여 서울에 온 이유는 윤구주를 처단하기 위해서였다.“천하의 문벌은 부흥하려면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한다.”그것은 장백웅인 10년 전 했던 말이었다.그러나 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고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하는 바람에 야심 가득하던 장백웅은 자신의 야망을 숨겨야 했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윤구주는 공공연히 문벌을 살해하였고 그것은 천하의 문벌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래서 장백웅이 나섰다.장백웅의 옆에는 두 명의 슈퍼 절정 강자가 있었다.안색이 어두운 노인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그는 한 번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한기

  • 구주, 왕의 귀환   제1114화

    쿵!쿵!쿵!우레와도 같은 발소리가 장백웅을 포함한 모든 문벌 대표의 귓가에 들려왔다.곧 두 명의 키 크고 마른 슈퍼 절정 강자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두 사람은 검은색의 긴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가슴팍에는 금색의 ‘마’ 글자가 눈에 띄게 새겨져 있었다.그들이 바로 제자백가, 마씨 일가 사람들이었다.두 명의 슈퍼 절정 강자가 그곳에 발을 들이자 태화루가 삽시에 서늘한 기운으로 뒤덮였다.특히 두 사람은 검은색의 기묘한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는데 아주 어둡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겼다.제자백가 중 마씨 일가는 아주 유명했다.마씨 일가의 기관술은 굉장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마씨 일가의 선조는 2000여 년 전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각국의 군주들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마씨 일가는 겨우 천 년이 아니라 무려 수천 년에 이르는 깊은 역사를 자랑했다.비록 마씨 일가는 2000년 전부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가 즉 제자백가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대표로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화진에서 한 자리 차지해 왔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제자백가 중 마씨 일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장포를 입은 마씨 일가의 절정 고수가 검은색 나무 상자를 메고 등장하자 곧 20대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장씨 일가의 장백웅, 마자를 환영합니다!”그 잘생긴 남자를 본 문벌 대표 장백웅은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예를 갖추었다.옆에 있던 사람들은 장백웅이 예를 갖추다 다들 덩달아 인사를 건넸다.“마자를 환영합니다!”마씨 일가의 후손들은 전부 마자라고 불렸다.눈앞의 마자는 바로 마씨 일가의 마청운이었다.마청운은 서남 장씨 일가의 가주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장 가주님!”말을 마친 뒤 마청운은 정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주위 문벌들은 마청운 앞에서 전부 허리를 살짝 수그렸다.어쩔 수 없었다.마씨 일가는 세가 중에서도 뛰어난 가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115화

    마청운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장 가주님, 아주 거만하시네요. 그거 아세요? 만약 6년 전 그런 말을 했더라면 장 가주님은 이미 죽었을 겁니다!”마청운이 말했다.그의 말대로였다.6년 전 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했고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했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감히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누가 감히 그럴 수 있겠는가?“하지만 장 가주님 말씀도 꽤 일리가 있군요.”마청운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당시 우리의 구주왕이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그가 10국과 싸우면서 큰 공을 세웠고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진 무도 3대 서열도 별다른 불만 없이 그를 왕의 자리에 앉힌 거죠. 그러나 이젠 새로운 왕이 생겼고, 우리 화진 무도의 통합은 이제 곧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거예요. 장 가주님 말씀대로 문벌, 세가, 종문 모두 힘을 발휘할 때가 온 거예요.”마청운이 그렇게 얘기하자 장백웅과 그의 뒤에 있던 수많은 문벌 사람이 일제히 소리 높이 외쳤다.“현명하십니다, 마자님!”마청운은 싱긋 웃었다.“얘기를 들어 보니 구주왕이 아직 살아있다면서요?”장백웅이 말했다.“그렇습니다. 그는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저희 문벌의 무인들을 죽였습니다!”마청운은 그 말을 듣더니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흥미롭군요. 저는 예전부터 그 구주왕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그가 아직 살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젠 그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문씨 일가에서 왕의 자리를 차지했으니까요.”마청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마자님 말씀이 맞습니다. 왕위도 얻지 못한 자인데 당연히 별 볼 일 없죠.”이때 문벌 대표 중 한 노인이 앞으로 나오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보잘것없는 폐인이 감히 우리 문벌, 세가, 종문, 3대 서열을 적으로 돌리려고 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다

  • 구주, 왕의 귀환   제1116화

    천기함을 보게 되자 장백웅과 그의 뒤에 있는 모든 문벌 대표는 눈을 빛냈다. 그들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마씨 일가의 천기함인가요?”마청운은 손을 뻗어 늘씬한 손가락으로 천기함을 쥐었다.그는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하며 천기함의 18개 되는 기관을 눌렀다.그 18개의 기관 중 그 어떤 것도 틀리면 안 되고 순서가 잘못되어서도 안 된다.그중 하나라도 틀린다면 천기함을 영원히 열 수 없게 된다. 마씨 일가의 조상님들도 절대 열 수 없었다.18개의 기관은 마청운의 늘씬한 손가락 아래서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잠시 뒤, 18개의 기관이 끝내 다 열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천기함이 갑자기 열린 것이다.뚜껑을 열자 엄청나게 강력한 금지된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천기함 안에 세 장의 부적이 들어있었다.하나는 노란색, 하나는 검은색, 다른 하나는 붉은색이었다.세 장의 부적은 손바닥만 했지만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속박의 기운을 내뿜었다.게다가 세 부적 모두 검은색으로 ‘금’자가 적혀 있었다.세 장의 부적을 본 장백웅은 가장 먼저 흥분하여 소리쳤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의 금절부인가요?”“맞아요. 그 부적은 수백 년 전 우리 마씨 일가의 한 조상님이 만드신 금절부예요. 육도 이하라면 그 어떤 절정 강자도 내공이 신급 강자 정도로 억눌리게 됩니다.”마청운은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서남 장씨 일가는 윤구주를 없애기 위해 마씨 일가에 충성을 다하는 것을 대가로 이 부적 세 장을 얻으려고 했다.이 금절부 세 장은 절정의 기운과 힘을 억누를 수 있었다.하지만 그 전제는 육도 절정보다 약해야 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장백웅 같은 문벌 대표들에게는 충분했다.세상에서 육도 절정에 이른 사람은 그 수가 아주 드물었고 대부분이 절대다수가 종문의 조상들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비록 천하제일의 왕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의 진짜 실력이 어떤지 문벌에서는 알지 못했다.그들이 아는 것은 윤구주가

  • 구주, 왕의 귀환   제1117화

    장백웅이 말을 마치자마자 아래층에서 끼익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윤구주가 나타났다.그는 조용히 테이블 앞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민규현, 남궁서준, 정태웅과 천현수가 있었다.윤구주 일행이 아래층의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장백웅 등 사람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건 제자백가 마씨 일가 마자도 마찬가지였다.“당신은...”서남 장씨 일가의 가주는 윤구주를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멍청한 놈, 우리 저하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우리 저하를 상대하려고 해?”정태웅은 입을 열자마자 욕지거리를 했다.저하라는 말에 장백웅은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독사 같은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윤구주, 구주왕?”정태웅은 화를 내며 욕했다.“멍청하지만 그래도 우리 저하를 알고 있긴 하네! 6년 전 우리 저하께서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하셨을 때 천하 무인들 모두 저하를 만나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야 했어. 보는 눈 없는 것들, 지금 당장 내려와서 무릎 꿇지 않고 뭐 해?”정태웅의 말을 들은 일부 문벌의 무인들은 겁을 먹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한 문벌의 신급 강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하하, 우리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구주왕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대접을 받아? 잊지 마. 우리 화진의 새로운 왕은 문씨 일가의 이황왕이라는 걸!”그 노인이 입을 열자마자 슉 소리와 함께 검광 하나가 빠르게 움직였다.그 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노인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탕!신급 강자 실력의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검에 목이 꿰뚫린 채 그 모습 그대로 벽에 꽂히게 되었다.눈 깜짝할 사이, 신급 강자 실력의 노인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감히 우리 형님에게 불경을 저지른다면 가족까지 깡그리 죽여주겠어!”윤구주의 곁에 있던 남궁서준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남궁서준은 검을 들고 서 있

  • 구주, 왕의 귀환   제1118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에 문벌 사람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그것은 학살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었다.“하하, 구주왕. 아주 건방진 말을 하는군요! 우리 문벌은 화진에서 천 년 넘게 존재했어요. 겨우 말 한마디로 우리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건가요?”분노에 찬 목소리가 장백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천 년 넘는 세월 동안 무도가 전해져 내려오면서 문벌, 세가, 종문 중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그런데 윤구주는 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당신이 그때 그 구주왕이었다면 우리 문벌도 조금은 두려워했겠죠. 하지만 잊지 말아요. 당신은 더 이상 왕이 아니에요. 지금 화진의 왕은 이황왕이라고요. 따지고 보면 당신은 이제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폐인과 다름없죠! 그런데 감히 폐인 따위가 우리 문벌을 없애겠다고요? 정말 우습네요.”장백웅 옆에 서 있던 반보 절정 강자 실력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그곳에 울려 퍼졌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그 사이 호랑이 같은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민규현이었다.윤구주 곁에 있는 첫 번째 절정 강자인 민규현은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이 윤구주를 모욕하는 걸 그냥 참고 있을 수 없었다.민규현은 나타나자마자 조금 전 윤구주를 모욕했던 반보 절정 실력을 갖춘 노인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렸다.안타깝게도 반보 절정 실력의 노인은 절정 이중천 내공의 민규현을 막을 수 없었다.쿠구궁!민규현이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노인의 가슴팍에 구멍이 생겼다.그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이 개자식, 감히 우리 저하께 무례를 저질러?”민규현은 반보 절정 실력을 갖춘 강자를 죽인 뒤 시체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민규현이 절정 실력을 드러내며 반보 절정 실력의 강자를 단숨에 죽여버리자 문벌 출신의 강자들은 전부 눈살을 찌푸렸다.“민규현, 감히 진남 원씨 일가의 사

  • 구주, 왕의 귀환   제1119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빠르게 움직여서 진남 원씨 일가 절정 강자에게 달려들었다.원씨 일가의 절정 강자가 죽게 생기자 장백웅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곧 장백웅은 오른손을 들었고 금빛의 손바닥이 민규현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민규현은 강력한 절정 기운이 느껴지자 곧바로 호되게 고함을 지르면서 호마공을 시전했다. 거대한 호랑이의 발이 장백웅의 금빛 손바닥과 부딪쳤다.펑펑 폭발음과 함께 호랑이의 모습이 어렴풋해지기 시작했다.민규현도 충격 때문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장씨 일가 가주는 얼굴 전체가 빨갰다. 그는 몸에서 절정 이중천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개자식, 다시 한번 붙어보자고!”민규현은 충격 때문에 물러나면서도 다시 한번 싸우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윤구주가 갑자기 일어났다.“민규현, 물러나.”윤구주의 명령을 들은 민규현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더니 곧 윤구주의 뒤로 물러섰다.윤구주는 침착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장백웅과 다른 문벌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늘 딱 한 마디만 하겠어. 내 뜻에 따르는 사람은 번창할 것이고 내 뜻을 거역하는 자는 죽을 거야.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는 당신들이 알아서 결정해.”그 말을 하는 순간 조롱에 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이 바로 당신인가요? 정말 건방지네요!”그 말을 한 사람은 제자백가 마씨 일가의 마청운이었다.“넌 또 뭔데 감히 우리 저하 앞에서 건방을 떨어?”정태웅은 사납게 말했다.“난 제자백가, 마씨 일가의 마청운이다!”제자백가? 세가?세가 출신이라는 말을 듣자 정태웅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하하, 세가 사람이었어? 그래서 이 개, 돼지만도 못한 문벌 놈들이 여기서 폼을 잡는 거였어. 세가가 뒤를 봐주니까!”정태웅의 조롱에 마청운의 곁에 있던 마씨 일가의 한 절정 고수가 코웃음을 치면서 손을 쓰려고 했다.이때 윤구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동안 마씨 일가에는 철칙이 있었지. 언제나 천하를 위하는 것, 천하를 위해 해가 되는 것들을 없애는 것. 그것

  • 구주, 왕의 귀환   제1120화

    “윤구주 씨, 다들 당신이 아주 거만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그 소문이 사실인 것 같네요. 설마 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등극하여 세상을 무력으로 제압했다고 해서 당신이 정말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흥! 우리 세가들이 10국과 싸운 당신의 공을 생각해서 인정해 주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과연 왕이 될 수 있었을까요?”마청운의 말을 들었음에도 윤구주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는 덤덤히 말했다.“내가 무적인지 아닌지는 너같이 하찮은 놈이 할 얘기가 아니지. 중요한 건 오늘 이후로 너희 마씨 일가는 끝장이라는 거야.”윤구주의 말에 마씨 일가의 절정 강자 한 명이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섰다.“빌어먹을 놈, 정말 건방지구나!”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온몸에서 절정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었고, 그의 공격에서 그가 절정 이중천 실력이라는 게 느껴졌다.그는 오른손을 들었고 그의 손바닥에서 붉은색의 장도가 나타났다.그 붉은색의 장도에서는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났다.남자는 절정 강자이다 보니 기운으로 물체를 만들 수 있었다.이 순간, 자기 손에 무기가 쥐어지자 마씨 일가의 절정 강자는 칼을 휘둘렀고 순간 공간 전체에 붉은색의 칼날이 번쩍였다.칼날은 순식간에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베어라!”한기를 띤 핏빛 칼날이 절정의 기운을 품고서 윤구주를 베려고 했다.윤구주의 곁에 서 있던 남궁서준은 그 칼을 바라보더니 자기가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를 말렸다.윤구주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처럼 마씨 일가 절정 강자가 휘두른 칼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윤구주 저놈 진짜 피하지 않는 거야? 죽으려고 그러나?”옆에 있던 문벌 출신의 강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전부 의아해했다.그들이 보기에 윤구주는 강하긴 했지만 윤구주를 공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마씨 일가의 슈퍼, 그것도 이중천 절정의 강자였다.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 구주, 왕의 귀환   제2035화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 구주, 왕의 귀환   제2034화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33화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