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33화

Author: 김원호
“천지에 정기가 있어. 내가 온갖 계략을 써도 그의 마음속에 깃든 호연지기를 무너뜨릴 수 없구나.”

상황이 급변한 것을 감지한 문아름은 속이 뒤집어졌다.

그와 동시에 문창정도 화진 북주에서 전해진 소식을 들었다.

“진동왕과 현모가 십만 대군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하고 있어요.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며 군대가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살기가 전선까지 몰아치고 있어요.”

이 소식에 그 강인했던 문창정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치밀한 계획을 세웠건만 결국 윤구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다니.’

천옥에서 윤구주는 기세가 압도적이었으며 한 사람의 기운이 천지 사이에 우뚝 서 있었다. 그가 발산하는 정기는 구름을 뚫고 창공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 기운은 모든 혼란과 환상을 깨부수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어.”

윤구주는 다시 한번 성술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정기를 혹사하지 않고 새로운 경지의 힘으로 완전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한 줄기 성기가 전법에 들어가며 전법의 핵심을 밝혀 새로운 진법이 활성화되었다.

금빛 결계가 사방으로 퍼지며 완벽한 천옥을 형성했다. 난폭한 영기는 완전히 봉쇄되었다.

대국은 이미 결정되었고 위협은 해소되었다.

하늘을 두른 정기는 본분을 다한 후 그들의 주인과 함께 고요히 사라졌다.

그 순간, 윤구주는 또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문명을 창조하고 문명을 전승해야 해. 끝없이 순환하며 영원히 이어가는 거야.’

“이것이 화진이 오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유야. 그리고 나 또한 그 전승자 중 하나지. 화진의 부흥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

순식간에 북쪽 하늘로 날아오른 윤구주는 천옥의 현관에서 화진로 통하는 전송 진입구를 찾았다.

곤륜 구역에는 수많은 출입구가 있었다. 이는 예전에 봉신방의 강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윤구주가 전송 전법을 제어하려는 순간, 곤륜 구역의 의지가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빙신전 대제사장?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834화

    그는 윤구주가 어떤 술법을 사용했는지도 모른 채 중상을 입었다. ‘이제 어떻게 싸우지?’ 두 사람은 애초에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어봤자 죽음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윤구주! 날 살려줘. 우리 빙신전은 더 이상 너와 적대하지 않겠어!” 윤구주는 대제사장장이 신혼을 불태우며 마지막 발악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겁을 먹고 항복한 것이었다. “넌 오백 년을 수련한 늙은 요괴로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어 왔고 곤륜 구역에서는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어. 그런데 어찌 신이라는 존재가 내가 전에 만난 종문의 늙은 마왕보다도 기개가 없단 말이야?” 이전에 윤구주가 자운각의 여섯 명과 맞섰을 때 그들은 생사가 달린 순간에도 윤구주에게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대제사장은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주왕님! 오래 살수록 죽음이 두려운 법이죠. 당신도 곤륜 구역의 신명이고 존귀한 사신이 아닌가요? 당신의 스승들도 모두 곤륜 구역의 최강자들이니 우리끼리 서로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가는데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제 체면을 봐주세요.” 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빙신전의 전주를 불러내서 직접 답하라고 해.” 이 말을 들은 빙신전 대제사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가 변명하려는 순간, 윤구주는 바로 말을 끊었다. “흥, 너 따위가 빙신전을 대표할 자격이 있어? 겨우 극한 일전 신경의 하찮은 자가 나와 조건을 타협하려 드는 거야? 다들 알다시피 내 스승은 곤륜 구역의 최강자다. 내가 오늘 너를 죽여도 누가 감히 한마디 하겠어? 게다가 곤륜 구역에서 윤구주는 반드시 원수를 갚고 십악불사의 대마귀라고 전해지지 않았어?” 윤구주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 빙신전 대제사장은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었다. 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윤구주가 손바닥을 움켜쥐자 사방에서 모인 영기

  • 구주, 왕의 귀환   제1835화

    청관 뒤로는 화진 북주의 수도가 있었다. 광활한 관문을 삼만 명의 병사로 북라국의 백만 대군을 막아내는 것은 외부의 지원이 없다면 무조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청관을 지키는 것은 나이가 거의 팔십에 가까운 베테랑 장군이었다. 그는 화진에서 파견된 수장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20년 전에 은퇴한 상태였다. 위급한 상황에서 임시로 청관을 지키라는 명을 받고 나선 것이었다. 청관 대영에서 베테랑 장군 엄연은 서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것은 국주가 아닌 우상 육도진이었다. “엄 장군, 국주께서 이전에 심한 부상을 입으셨고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지하 궁전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어요. 지하 궁전은 바로 서울 아래에 있으니 만약 지하 궁전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서울 자체가 바로 위협받게 돼요! 국주는 다친 몸을 이끌고 지하 궁전으로 향했어요. 각지의 대군들은 종문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사방으로 파견되었어요. 지금 서울에는 고작 몇만 명의 금위군만 남아있죠. 제가 지금 금위군을 지원하라고 명령을 내려도 시간상으로는 이미 늦었어요.” 전화 속 육도진의 말을 들으며 엄연은 상황을 이해했다. 분명히 지원군은 없을 것이었다. “엄 장군, 한 가지 비밀스러운 일을 당신에게 알려야겠어요.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죠?” 육도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우상님 말씀하셔도 돼요. 여기에는 외부인이 없어요.” 엄연은 대영 안의 장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그와 같이 나이 든 베테랑 장군이거나 이제 막 발탁된 젊은 장교들이었다. 청관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누구나 관문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아있는 이들의 충성심은 대단했다. “그렇다면 말씀드릴게요. 만약 청관이 함락된다면 우리는 대규모 살상 무기를 발사하여 침략한 적을 소멸시킬 계획이에요.” 이 말을 듣고 엄연은 이해했다. 서울은 청관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미리 침략한 적과 함께 죽을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삼만 명으로 적국의 백만

  • 구주, 왕의 귀환   제1836화

    “천옥의 일은 저도 어느 정도 들었어요. 그곳에는 흉물이 숨어 있어 만약 세상에 나온다면 우리 화진에 큰 재앙이 될 거예요. 구주왕이 돌아간 이유도 그 흉물이 세상에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방금 진동왕이 전화를 걸어와서 구주왕이 전사하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렸어요.” 육도진의 인식은 한정적이었다. 문씨 가문은 무기를 구해다가 윤구주가 있는 지역을 폭발시켰다. 거기에 진동왕이 보낸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는 구주왕이 그 안에서 전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엄연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엄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통곡했다. “이제 하늘이 우리 화진의 국운을 끊으려는 건가? 북경왕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북경 왕부 통솔하의 여러 장군은 이미 모두 죽었지. 국주는 지하 궁전에 갇혀 있는데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던 구주왕마저 전사하셨다니.” 엄연은 이미 나이가 들어 개인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달리 말하면 엄연은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냈기에 병들어 침대에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국가를 위해 죽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오히려 큰 영광이었다. 청관과 같은 관문과 지역은 잃어도 괜찮았다. 최악의 경우 북경이 함락되고 수도가 외부 세력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화진의 기둥을 지탱할 수 있는 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거나 전사하면서 눈앞이 캄캄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엄 장군! 부탁드립니다!” 전화 건너편의 육도진은 몸을 굽혀 절을 하며 말했다. 육도진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삼만 명의 병사들에게 죽음을 명령하다니.’ 만약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육도진은 절대 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람을 남겨둘게요. 청관이 함락될 때 그가 당신에게 알려줄 거예요.” 엄연은 대영의 여러 장군을 돌아보았다. 모두 눈이 붉어져 있었다. 젊은 장군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당당

  • 구주, 왕의 귀환   제1837화

    ‘서요산 검종!’ 육도진의 마음이 살짝 떨렸다. 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지금 서요산 검종조차 자신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보내온 이 삼백 명의 제자들은 삼만 명의 장병들과 함께 황천길로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쌍하네, 이 넓은 화진에 6대 종문이 있는데 오직 한 문파만이 나라를 걱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야심을 품고 우리 화진을 갈라놓으려 하다니!” 육도진은 탄식했다. 그 말을 하며 육도진의 표정은 굳어지며 눈에 살기가 떠올랐다. “확인했어? 문씨 가문은 대체 어떻게 금지 무기를 손에 넣은 거지? 그것은 화진 유일의 곤륜 구역과 맞설 수 있는 무기야. 그 물건을 연구해 냈다는 것 때문에 곤륜 구역이 우리에게 너무 심하게 굴지 못했던 건데 이제 문씨 가문이 그것을 손에 넣었다니! 국방부도 다시 정리해야 할 때가 온 모양이네.” 서울은 청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청관이 함락되면 금지 무기를 청관에 투하할 예정이었다. 청관에서는 두 나라의 전투가 임박했다. 서요산 검종의 삼백 명 제자들이 전투 직전 마지막 순간에 도착했다. “엄 장군님, 서요산 장송이 종주의 명을 받들어 삼백 명의 제자를 이끌고 청관을 방어하러 왔습니다!” 대열을 이끈 검객이 엄연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엄연은 이 젊은이들을 보며 감동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우상님이 진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엄연이 물었다.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건 종주의 명령입니다.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장송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지금 가도 늦지 않았어요.” “가지 않겠습니다.” 장송은 고개를 저었다. 이를 본 엄연은 앞으로 나아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죽고 싶다면 남아도 좋아요. 하지만 이 젊은이들을 헛되이 희생시키지 마세요.” “엄 장군님, 전장에서 적과 싸우는데 남녀노소를 가릴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이 외적들이 우리 화진의 심장부로 침입한다면 그들의 칼날이 노약자와 부녀자를 피해 갈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부디 엄 장군님께서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838화

    희생이 너무 컸다. 하지만 이렇게 잔혹한 전투 속에서도 청관 수비군은 단 한 명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두 앞다투어 최전선에서 죽음을 각오하며 싸웠고 모든 이가 필사의 각오로 끝까지 버텼다. 격렬한 전투 속에서 병사들이 끊임없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싸웠지만 북라국의 광전사들은 한 곳에 힘을 집중해 방어선을 뚫어냈다. 한 곳의 방어선이 무너지자 전체 전선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삼만 명의 병력은 너무 적었기에 북라국 병사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반 시간 만에 청관의 절반 이상이 함락되었다.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자 엄연은 곧바로 대영의 잔류 병력에 명령을 내렸다. “서울에 보고 해. 베테랑 장군 엄연이 무능하여 청관이 곧 함락될 것이니 서둘러 금지 무기를 투하하라고!” 명령을 받은 소령은 바로 서울에 연락했다. “청관이 곧 함락됩니다. 서울은 바로 금지 무기를 투하하세요!” 서울 사령부에서는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뛰어다녔다. 육도진은 분노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 이유는 금지 무기 투하를 담당하던 장군이 육도진의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북라국 백만 대군이 청관을 함락시키고 화진 중원으로 쳐들어온다면 그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 육도진은 날카롭게 질책했다. “우상님, 저는 구주부의 명령을 받아 무기 발사를 금지한 것입니다!” 그쪽의 담당 장군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망할, 현모가 방해할 리가 없고 진동왕도 분별없는 사람이 아니야.” 육도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둘은 모두 대국을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십만 명으로 북라국 백만 대군을 막으려 하는 거지? 승리하더라도 피해가 너무 클 거야. 이 십만 명은 현재 화진의 가장 정예 부대야. 한 번의 전투로 모두 소모된다면 다음 전투는 어떻게 치르지?’ “우상님,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저에게 명령을 내린 것은 구주부입니다! 현모 대장이나 진동왕도 구주부의 이름으로 저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 장군은 단호하게 말했

  • 구주, 왕의 귀환   제1839화

    그것은 바로 윤구주의 명령이었다. 구주왕이 살아있다. 육도진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졌다. 사령부에서는 천둥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청관에서는 관문이 함락 직전에 이르렀지만 왕도에서는 아직 명령이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엄 장군님! 왕도에서 아직 회신이 없습니다. 무기를 지키는 장군이 왕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령병이 엄연에게 소식을 전했다.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합니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요.” “만약 북라국의 백만 군사들이 북주에 주둔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엄연은 화진의 죄인이 될 것이다. 청관의 절반 이상이 이미 함락되었다. 북라국의 광전사들은 장기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엄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절체절명의 순간, 어두운 하늘에 갑자기 금빛이 번쩍이며 퍼져 나갔다. 한 줄기 햇빛이 먹구름을 뚫고 청관 대지에 비추었다. 청관의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국운이었다. 북라국 대군의 후방 진영에 있던 아사 신전에서 온 몇 명의 신사들이 눈썹을 찌푸렸다. 한편, 옆에 있던 문씨 가문의 한 일원은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 “윤구주는 천옥에 갇혀 있고 국운은 이미 흩어졌다고 들었는데 설마 윤구주가 천옥 탈출을 강행한 건가? 그렇게 되면 천옥에 갇혀 있던 난폭한 영기가 유출되어 구주에 위협을 가할 것이고 윤구주도 반드시 중상을 입을 텐데. 국운이 흩어지지 않더라도 약해져야 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강한 기운이 나오는 거지?” 문씨 가문의 일원은 즉시 이 상황을 설산 정상에 있는 문창정에게 알렸다. 동시에 북주 문씨 가문 내부의 첩보원이 보고했다. “현모와 진동왕이 십만 대군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청관까지는 50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설산 정상에 있는 문창정의 얼

  • 구주, 왕의 귀환   제1840화

    같은 정신적 힘이 군인들에게 부여되어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상승했고 마치 각성제를 맞은 듯 돌격하며 전투에 임했다. ‘쿵!’ 현모는 하늘에서 내려와 혼자 관문을 막아섰다. 북라국은 백만 대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모 한 사람의 봉쇄를 뚫지 못했다. 가장 먼저 청관에 올라간 북라국의 광전사들은 오히려 수적으로 열세인 청관 수비군에게 포위당했다. 북라국의 최정예 광전사들이 포위당하는 것을 본 북라국 총사령관은 즉시 구조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냉병기로 관문을 점령하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중포를 끌어와 청관을 맹폭격했다. 수 톤의 포탄이 쏟아졌지만 성수 대진에 의해 모두 막혔다. 어쩔 수 없이 북라국은 열병기로 무장한 대군을 이끌고 강행 돌파를 시도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500대의 주력 전차로 구성된 전투 군단이 전장 한쪽에서 돌진해 왔다. 그들은 험하고 울퉁불퉁한 산지를 가로질러 북라국 대군을 향해 달렸다. 더 먼 곳에서는 산지에 집결한 10개의 중포 부대가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엄청난 포격이 지속되었다. 한데 모여 있던 북라국 대군은 전장의 살아있는 표적이 되었다. 한 발의 중포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산산조각 났다. 10여 분 동안의 맹폭격으로 최소 3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와 동시에 전차들이 전장에 돌입해 북라국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나를 따르라! 이 개자식들을 짓밟아 버려!” 왕실 휘장이 찍힌 전차가 선두에서 돌진했다. 그 전차의 지휘관은 다름 아닌 화진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이었다. 그녀는 윤구주가 위기에 처하고 부왕이 유서를 남기고 지하 궁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청관의 긴급한 군사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이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국 따위 이제 신경 안 써!’ 그녀는 밤새 전국을 날아다니며 왕실의 은퇴한 베테랑 장군들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철 대군을 집결했다. 그들은 산악을 넘어 북라국 대군의 측면을 기습하기 위

  • 구주, 왕의 귀환   제1841화

    현모와 진동왕이 이끄는 십만 대군이 북라국의 백만 대군을 쓸어버렸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북라국이 모아놓은 백만 대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이 십만 명은 본래 수많은 전투를 겪어 온 전쟁의 베테랑들이자 엄선된 정예부대였다. 천옥에서의 전투를 거치며 그들은 모두 무술의 고수로서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북라국에서 이 십만 명과 맞설 만한 것은 광전사뿐이었다. 하지만 가장 앞서 돌격한 광전사들은 이미 전멸했고 냉병기 교전에서 북라국은 완전히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세가 역전된 것을 본 북라국 총사령관은 남은 30만 명도 전멸할까 봐 두려웠다. 북라국의 사기도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포위된 선봉 부대와 중앙 부대를 버리고 후방 부대를 이끌고 전면 철수를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문씨 가문이 말한 한 번의 전투로 화진의 국운을 멸한다는 건가요?” 북라국 총사령관은 문씨 가문을 원망했다. “실수했어요. 진동왕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현모는 지금 구오지존의 경지에 올랐어요. 우리 아사 신전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드는 신이에요. 일단 철수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사 신전의 몇몇 신사들이 의견을 나눈 후, 대군을 버리고 먼저 철수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북라국이 철수하려는 방향에 서리가 내리며 눈에 보이는 얼음벽이 길을 막아섰다. “현모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수백 리의 전법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펼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누구지?” 아사 신전의 신사들이 의아해했다. 그들이 누가 북라국의 길을 막았는지 추측하는 사이에 넓은 평원 위에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조용히 서 있었다. 사신 같은 눈빛으로 전장을 훑어보았다. 이미 사기가 완전히 무너진 북라국 병사들은 이 사람의 위압감에 눌려 일부 병사들은 그대로 미쳐버렸다. “당신은 우리 아사 신전과 적대하려는 거야?” 아사 신전의 신관들이 그 신적인 존재에게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았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 구주, 왕의 귀환   제2035화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 구주, 왕의 귀환   제2034화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33화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