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주세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안나야. 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 너는 당분간 안심하고 집에 있어!”“하지만 아빠, 왜 그런지 언젠간 말씀할 거잖아요?”주안나가 계속 물었다. 그러자 주세호는 머뭇거리며 진실을 말했다.“전주 흑룡상회에 대해 들어봤어?”주안나는 흠칫 놀라면서 대답했다.“강산도를 제패하는 지방 황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맞아! 바로 그 사람들!”“네? 아빠! 그럼 우리 DH 그룹이 흑룡상회를 건드렸다는 거예요?”주안나가 얼른 물었다. 흑룡상회의 이름은 강산도의 부자와 권력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DH 그룹의 딸로서 주안나도 당연히 흑룡상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그러자 주세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뭐 그런 거랑 비슷하지!”“그럴 리가요? 흑룡상회 본거지는 전주에 있는데 왜 갑자기 강성으로 와서 우리 DH 그룹이랑 싸우죠?”주안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 일은 우리 DH 그룹 때문이 아니라...”주세호는 윤구주 때문이라고 말하려다 말을 다시 삼켰다. 이때 표태훈이 급하게 뛰어오면서 말했다.“회장님! 큰일났습니다!”표태훈이 이렇게 말하자 주세호가 얼른 물었다.“빨리 말하세요. 무슨 일이죠?”“소인이 알아 온 바로는 흑룡상회에서 흑룡령을 이미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현수 삼천 제자가 지금 거의 모두 강성에 도착했답니다!”응?그 말을듣자 주세호의 얼굴색은 어두워졌다!강성 갑부로서 주세호는 당연히 “흑룡령”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안다!그리고 안현수의 삼천 제자들이 모두 강성에 왔다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걸 생각하자 주세호는 얼른 표태훈에게 말했다.“빨리 차를 준비하세요. 용인 빌리지로 갈 거예요!”“네!”옆에 있던 주안나는 어리둥절해졌다.“아빠, 왜 그 윤씨한테 가요? 이 일은 그 자랑 무슨 관련이 있어요?”주세호는 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말했다.“아빠가 이제 알려줄게!”그리고 주세호는 집을 떠났다! 멀어져가는 주세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
...소씨 저택.윤구주가 떠난 후 소청하 부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소채은은 하루 종일 넋을 잃은 사람처럼 지냈다!특히 고속도로에서의 그 사건을 겪은 후 소채은은 점점 더 윤구주를 그리워하게 되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소청하 부부는 윤구주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회사 쪽도 너무 바빠서 소채은은 윤구주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윤구주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차를 몰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소채은의 머릿속은 윤구주 생각뿐이다.집에 돌아온 후, 소채은은 부모님과 간단한 식사를 한 후 방으로 돌아갔다. 소청하는 소채은의 걱정 많은 얼굴을 보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자기 딸이 주세호와 같이 있기만을 원했다. 그러면 소씨 가문은 출세할 수 있지 않을까?“여보, 채은이가 계속 우리랑 말도 안 하는데 어떡하죠?”천희수가 방으로 돌아가는 소채은을 보면서 걱정스레 말했다. 하지만 소청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좀만 더 지나면 윤씨 그 자식을 깨끗이 잊을 거야!”“우리 딸도 이젠 어린 애가 아니에요. 연애도 해야죠.”그러자 천희수가 말했다.“바보 아니야? 주천억이 우리 딸에게 대시하는 거 잊었어? 만약 그의 눈에 든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앞으로 대박 나는 거야!”“말은 그렇지만! 주천억이 정말 우리 딸을 마음에 들어 할까요? 윤씨 그 자식이 떠난 후부터 주천억이 우리 딸을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어요!”“뭐 그리 급해? 우리 딸이 이렇게 예쁜데 주천억이 쉽게 포기할 리가 없지!”소청하가 대답했다.“하지만 그쪽은 강성 제일 갑부잖아요. 수도 없이 많은 예쁜 여자들이 줄 서고 기다리는데?”천희수의 말을 듣자 소청하도 생각에 잠겼다!“안 되겠어! 내가 채은이랑 얘기해 봐야지. 주천억을 좀 찾아가라고.”소청하가 소채은을 찾으러 가려고 할 때, 하인 한 명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나으리! 귀빈이 왔습니다!”귀빈이라는 말을 듣자 소청하 부부는 어리둥절해졌다.“누구?”“상대방은 자칭 DH 그룹의
주세호는 소청하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채은 아가씨를 찾으러 왔습니다!”“채은이를요? 마침 채은이가 지금 집에 있습니다!”“회장님, 얼른 집으로 들어오셔서 말씀 나눕시다.”주세호도 사양하지 않고 소청하를 따라 마당으로 들어갔다.“장씨, 얼른 서재로 가서 제일 좋은 보이차를 꺼내서 회장님에게 드려!”소청하는 걸어 들어오면서 하인에게 말했다. 하지만 주세호는 손사래를 쳤다.“괜찮습니다. 저는 빨리 채은 아가씨를 만나고 싶습니다!”그러저 소청하가 얼른 대답했다.“잠시만요. 제가 빨리 불러올게요!”그리고 소청하는 소채은의 방으로 뛰어갔다.소채은의 방.천희수는 소채은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소채은은 주세로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때 소청하가 들어오면서 두 사람이 아직도 방에 있는 걸 보자마자 말했다.“채은아, 뭐해 얼른 내려와! 회장님을 만나야지!”“안 봐요!”소채은이 칼같이 거절했다.“왜? 주 회장님이 먼 곳에서 왔는데 어떻게 인사도 안 해?”소청하는 화가 났다.“내가 그 사람을 봐서 뭐 해요? 나랑 무슨 사이인데?”소채인이 대답했다.“얘가 왜이래? 주 회장님이 여러 번 우리집을 도와줬고 너를 위해서 그렇게 많을 걸 했는데 너랑 아무런 관계가 없다니?’소청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빠, 제가 한 번만 더 말할게요. 저랑 주세호는 같이 있을 가능성이 없어요. 아무리 그가 돈이 많고 권력이 있다고 해도 저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제 남자 친구는 오직 윤구주뿐이예요!”윤구주의 이름을 듣자 소청하는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뻔했다.“이 계집애. 나도 한 번만 더 말할게.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윤씨랑 어떤 만남도 있으면 안 돼!”천희수는 두 사람이 싸울 것 같아 보이자 얼른 나서서 달랬다.“됐어요. 됐어. 여보, 더 말하지 마세요!”그리고 천희수는 소채은에게 말했다.“채은아, 너도! 주 회장님이 그래도 먼 곳에서 왔는데 예전에 우리를 그렇게 도와줬는데 기본적인 예의라도 지켜야지.
응?“저와 제 가족을요?”이 말을 듣자 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 소청하와 천희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디를요?”주세호가 대답했다.“저는 채은 아가씨랑 부모님을 데리고 잠시 저의 별장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주세호의 대답을듣자 소채은은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 소채은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주 회장님, 농담이죠? 제가 왜 거기로 가야 하는데요?”“이곳은 당분간 안전하지 않습니다!”주세호는 솔직하게 말했다.“안전하지 않다고요? 주 회장님, 무슨 뜻이죠?”소채은은 전혀 이해 가지 않았다. 주세호는 전부 말하기로 결심했다.“채은 아가씨, 저번 고속도로 사건에서 어떤 재벌 2세가 아가씨를 때렸던 일을 기억하십니까?”소채은이 흠칫 놀라면서 대답했다.“기억하죠!”“그 재벌 2세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그자는 전주 흑룡상회 큰 도련님입니다!”말이 끝나자 소채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부모님도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주 회장님,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재벌 2세고 흑룡상회 도련님이라고 해도 그자가 먼저 우리 딸을 때렸는데 우리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상황에 걔가 뭔데 소란을 피우려고 해요?”소청하는 어이가 없었다. 저번 소채은이 맞은 후 윤구주가 이미 복수를 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그들은 일이 흐지부지로 끝난 줄 안다. 그러자 주세호가 솔직하게 말했다.“왜냐면 흑룡상회 도련님이 죽었기 때문입니다.”뭐?“죽었다고요?”그 말을 듣자 소청하와 천희수는 멍해졌다.“네!”“흑룡상회는 강산도에서 내놓으라 하는 큰 세력이죠. 심지어 지방 황제라는 별명도 있고요! 지금 그쪽 도련님이 강성에서 죽었으니 흑룡상회 제자들이 강성으로 오고 있습니다! 이미 흑룡살인령을 내렸고요!”“이 령이 내려지면 그의 아들과 관련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겁니다!”“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모시러 왔습니다!”주세호의 말을 듣자 소청하와 천희수는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소채은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된 일
소채은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감히 주세호에게 묻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주세호의 말을 듣고 윈워터 힐스로 이사했다. 간단하게 짐을 차린 뒤 주세호의 안내를 받으며 윈워터 힐스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소채은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윤구주가 걱정되었다. 자기 때문에 흑룡상회를 건드렸을까 봐 더 걱정이었다. 소청하는 차에서 계속 중얼거리면서 겁을 먹었다.“주 회장님, 어느 자식이 흑룡상회 도련님을 죽이고 우리 소씨 가문에게 누명을 씌웠죠? 우리는 평생 성실하게 살았는데 어떻게 살인 사건이랑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까?”“주 회장님이 저희를 도와 흑룡상회에 잘 해명해 주시면 안 되나요?”주세호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소청하 이 자식이 정말 파렴치하군!’‘감히 우리 저하를 비난해?’소채은이 없었다면 주세호는 지금이라도 당장 소청하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주 회장님?”주세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청하는 다시 물어보려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소채은이 차갑게 말했다.“아빠! 그만해! 말 좀 그만하라고!”“이 계집애가 왜 소리를 쳐?”소청하와 소채은이 싸우려 하자 천희수가 얼른 소청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주세호를 곁눈질하며 눈치를 줬다.소청하는 주세호의 표정이 좋지 않고 자기를 대꾸조차 하려 하지 않자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들은 윈워터힐스에 도착했다!호화롭기 그지없는 별장을 바라보면서 소청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개무량해졌다.“어머나! 이 저택 너무 크네요! 그야말로 궁전 같습니다!”“역시 주 회장님! 역시 우리 강성 갑부!”이런 별장에 묵어본 적 없던 천희수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오직 소채은만 차에서 내린 후 별장을 한번 훑고 옆에 있던 경호원들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채은 아가씨, 이쪽으로!”주세호는 차에서 내린 후 소채은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소채은은 대답한 후 자신의 짐을 들고 주세호를 따라 윈워터 힐스로 향했다.지나가는 길마
그리고 두 사람은 표태훈을 따라 방으로 갔다. 넓은 거실에는 소채은과 주세호 둘만 남았다. 부모님이 떠난 후 소채은은 고개를 돌려 주세호에게 말했다.“주 회장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채은 아가씨 말씀하세요!”주세호가 공손하게 말했다.소채은은 멈칫하다가 심호흡하면서 말했다.“주 회장님, 혹시 구주랑 알던 사이예요?”“구주?”주세호가 흠칫 놀랐다.“네!”“제 남자 친구 윤구주!”소채은이 윤구주의 이름을 말하자 주세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소채은이 윤구주에 대해 물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주세호는 윤구주에게 약속한 바가 있어서 그의 신분을 밝힐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주세호가 입을 열었다.“채은 아가씨, 왜 갑자기 그걸 물어보세요?”“제 남자 친구랑 아는 사이인 것 같아서요.”그러자 주세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죠! 채은 아가씨 말대로 저랑 아는 사이입니다!”응?“정말 구주랑 아는 사이예요?”소채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는데 주세호가 정말 대답할 줄 몰랐다.그러자 주세호는 “네.”하고 대답만 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소채은이 계속 물었다속 물었다.“그럼 하나만 더 물을게요. 주 회장님. 그 흑룡상회 도련님 말이에요. 혹시 구주가... 죽였어요?”그러자 주세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역시 채은 아가씨는 총명하네요!”그 말은 들은 소채은은 그 자리에 멍해졌다.“헐! 정말 구주가 죽였어요?!”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구주를 망쳤네요!”소채은은 울더니 갑자기 주세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주 회장님, 부탁드립니다. 제발 구주를 구해주세요! 구주는 저 때문에 사람을 죽였어요! 제발요, 꼭 좀 도와주세요!”소채은이 무릎을 꿇자 주세호는 얼른 그녀를 부추기며 일어 세웠다.“채은 아가씨. 당연한 말씀을요! 저는 꼭 구주 씨를 도울 겁니다!”그러자 소채은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재차 확인했다.“정말이예요?”“네!”“감사합니다.
주세호는 소채은과 그녀의 부모님을 안배한 후 즉시 윤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구주는 소채은이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제야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주세호는 내심 감탄했다.“어쩐 지 저하가 그녀를 좋아하더라니! 알고 보니 정말 착한 사람이군!”“내 바보 딸은 안타깝게도 아직 이런 걸 하나도 모르다니!”아이고!주세호는 한숨을 쉬면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이때 뚜벅뚜벅 하이힐 소리가 밖에서 급하게 들려왔다.“아빠!”“무슨 상황이에요? 왜 소씨 가문 사람들을 우리 별정으로 데려왔어요?”“그리고 왜 제가 제일 아끼는 방을 소채은 그 계집애한테 준거예요?”곱게 차려입은 주안나가 들어오자마자 주세호에게 따졌다.소채은더러 편하게 묵게 하려고 주세호는 주안나가 가장 아끼는 산과 호수가 보이는 경치 좋은 안방을 빼내 주었다.주안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안나야, 그들은 잠시 며칠만 묵는 거야.”주세호는 얼른 설명했다.“하지만 왜 꼭 우리 집에 묵어야 해요?”주안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주세호도 당연히 윤구주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안전... 안전하기 때문에!”“네? 안전?”“흑룡상회를 말하는 거예요?”주안나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주세호는 “응.”하고 대답했다.“흑룡상회는 우리 DH 그룹과 갈등이 있지 소씨 가문과는 또 무슨 관련이 있어요?”주안나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주세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아빠, 혹시 정말 그 소씨 가문 아가씨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죠?”응?“안나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주세호는 당황했다.“만약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우리 집에까지 데려와요? 그리고 그 여자 안전을 위해서? 제가 알기로는 흑룡상회는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미움을 산다면 죽이려는 자의 친척과 친구들까지 다 죽인다고 들었어요!”“아빠 혹시 흑룡상회에서 그 계집애한테 복수할까 봐 우리 집에 데
“뭐? 아직 못 알아냈다고?”안현수는 서늘한 눈빛으로 채부처를 째려봤다.“소인 잘못입니다!”“수많은 인맥을 동원했는데 이상하게도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예전에 어디서 살고 무엇을 했는지도 전혀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첨단 안면인식 SDK 기술을 써봤습니다. 그러자 저희가 뭘 알아냈는지 아세요?”“뭐야?”안현수가 물었다.“화진 6성급 기밀 파일 중에 아마 단서가 있는 것 같습니다!”채부처가 대답했다.“6성급 기밀 파일?”안현수 이 단어를 듣자 안색이 변했다.“네! 하지만 그 파일을 해독할 수 없어서...”그러자 안현수의 눈빛은 매서워졌다!“씨발!”“그 새끼가 누구든, 신분이 6성급 7성급 기밀이든! 내 아들을 죽였으면 반드시 목숨으로 갚아야 해!”안현수가 소리를 쳤다. 그러자 채부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이때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웃음소리는 마치 천둥 같아서 사람들의 귀를 아프게 했고 심지어 책걸상 위에 놓였던 꽃병까지 흔들렸다.“누구야?”주위에 제자들은 힘찬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비명을 지르더니 하나둘씩 나서서 안현수를 보호했다. 그러나 안현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별거 아니야. 염 선생네가 왔나 보다!”안현수의 말이 끝나자 우람진 체격의 실루엣 다섯 개가 마당 한가운데 나타났다!드디어 그들이 왔다!“안 회장님, 오랜만입니다!”까무잡잡한 피부에 우람진 체격을 가진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 노인은 검은 비단옷을 입고 손가락에 반짝이는 옥반지를 끼고 날카로운 눈매에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이 사람은 바로 강산도 무도연맹 총회장 염동수이다!강산도 무도연맹 총회장으로서 염동수는 대단한 무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그래서 반폭 대가라는 별명이 있다!강산도에서 염동수의 이름을 대면 무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다.흑룡상회 회장 안현수가 이런 거물급 인물을 불러왔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염 선생. 드디어 오셨네요!”안현수는 염동수를 보자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