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땅강아지들, 시끄러워 죽겠군! 그냥 함께 다 덤벼, 번거롭게 뭐 하는 거야?”윤구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자, 의기투합한 양 사부는 가장 먼저 노하며 소리쳤다.“이 자식이 어디 죽으려고!”이윽고 그는 화살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째려보며 두 손은 독수리처럼 바로 윤구주의 얼굴을 잡으러 날아왔다.휘몰아치는 바람은 간간이 기운을 띠며, 양진성이 최소한 내력 차원을 수련한 대무사 급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양진성의 첫 번째 공격에 윤구주는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며 그를 쳐다보기도 귀찮아했다.“당신 하나 가지고는 내가 손을 쓸 자격이 없어! 이만 꺼져!”윤구주의 발걸음이 지면을 흔들자, 한 줄기의 회오리바람이 힘차게 기파로 변했고, 모래와 바위가 직접 양 사부의 두 손에 부딪히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으로 인한 그의 신음이 들렸다. 그렇게 윤구주의 강력한 내력에 연속 10걸음이나 물러난 것이다!윤구주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청석판 바닥을 밟아 부숴버렸다!양씨의 입에서 선혈이 줄줄 흘러나왔다.그의 두 손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온몸을 떨며 서 있었다.한 방에 형의권 수련자 양 선생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이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서로서로 먼저 나서겠다고 아우성치던 두 사부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누구보다 더 충격을 받은 건 양 선생이었다.그는 형의권의 회장으로서, 조금 전 일격에 그는 8할의 힘을 사용했는데, 윤구주는 뜻밖에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양진성을 쓰러뜨렸다.만약 그가 내력으로 가슴의 내상을 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은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무도연맹의 염동수도 이 광경을 보고 눈가를 실룩거렸다.첫눈에 윤구주를 보았을 때부터, 염동수는 그의 실력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광폭 적일 줄은 정말 상상치 못했다!‘젠장! 어쩐지 안현수가 이 녀석한테 200억의 현상금을 내걸더라니...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라 그런 거였군!’그러나 이미 염동수는 안현수의 제안에 승낙한
윤구주는 그의 공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몸을 살짝 비틀자 백여 근에 달하는 쇠칼이 윤구주의 옷자락을 스치며 허공을 베었다.첫 공격이 빗나가자 류시헌은 다시 칼을 휘둘렀다.넓고 두꺼운 칼날이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칼이 거의 윤구주에게 가까워지는 순간, 그의 그림자는 귀신처럼 또 비켜 갔다.두 번째 공격마저 실패한 것이다.이 광경에 류시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오호도법으로 유명해진 나의 공격이 연속 두 번이나 실패하다니... 저 자식 옷자락도 스치지 않았어!’화가 난 류시헌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야, 이 자식아. 피할 줄만 아는 게 무슨 재주가 있다고 그래? 담이 있으면 나랑 당당히 한 판 붙어보자!”윤구주는 피식 냉소했다.“좋아! 덤벼!”“목숨을 거는 게 좋을 거야!”두 손에 칼을 들고 있던 류시헌은 순간 온몸의 내력을 쇠칼에 주입했다. 그러자 쇠칼에서 왱왱거리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쿵!공포의 칼날이 벼락의 힘을 더해 단칼에 윤구주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윤구주는 정말 그의 말처럼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휘몰아치는 쇠칼이 윤구주의 머리 위 3cm에 도달한 것을 보았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오른손 두 손가락을 뻗어 딸랑 소리를 내며 그 넓은 칼날을 잡았다.그가 오호단도문 류시헌의 쇠칼을 잡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물론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류시헌이었다!‘백여 근에 달하는 쇠칼을?... 그것도 내가 내력까지 불어넣었는데? 어떻게 단 두 손가락만으로 저걸 잡을 수 있지?’“너...”류시헌은 완전히 겁을 먹고 말았다.그는 서둘러 칼을 거두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가 두 손가락에 힘을 주자, 철컹 소리를 내며 류시헌의 손에 든 쇠칼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내 칼...”류시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에 든 부러진 칼을 바라보았다.“이제 네가 죽을 차례야!”싸늘한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그가 반쯤 절단된 칼을 들
그러나 무력하게도, 그 역시 안현수와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그래! 회장님의 말이 맞다! 네 명이 함께 달려들면 못해 낼 게 뭐가 있어!”말을 끝내고, 마침내 그들은 모두 윤구주를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윤구주는 네 사람이 함께 나서려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눈치는 있군! 그렇지 않으면 하나하나 죽이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말이야!”“이 짐승 새끼가, 뭘 모르고 날뛰고 있네!”“오늘 내가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게!”철선권의 장 사부는 가장 먼저 한 쌍의 철 주먹을 들고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그리고 나머지 양 사부, 염동수도 뒤이어 나섰다.3대 무도 강자가 함께 나서니 역시 범상치 않았다!순간 주먹과 손바닥의 그림자가 윤구주에게 드리워졌다.그는 냉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이제야 좀 모양이 나는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당신들은 아직 너무 약해!”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손을 들어 휘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손바닥 그림자가 양 사부와 장 사부에게 드리워졌고, 이내 두 사람은 윤구주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곧이어 윤구주는 몸을 곧게 세우더니 오른쪽 다리를 옆으로 뻗었다.그 다리는 염동수의 손바닥과 부딪혀 쾅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를 뒤로 몇 걸음 물러나게 했다.“대단하군!”염동수는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빨리 내력을 돌렸다.지금의 윤구주는 마치 군신과 같다!비록 이 3대 무술 고수들은 모두 실력이 약하지 않지만, 윤구주 앞에서는 정말 땅강아지에 지나지 않는다.바로 그때, 유일한 술법의 대가인 백경재가 마침내 손을 내밀었다.백경재도 세 사람이 손을 쓰는 순간 오른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자 검은색 병이 손에서 나타났다.“음시삼도, 혼을 거부하고 장수를 보낸다! 이만 가거라!”그가 손을 들자 작은 검은색 병 안에서 두 사람의 흉악한 얼굴을 한 환영이 일시에 튀어나왔고, 환영이 나타나자 사방에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 이내 그 무서운 그림자가 처량한
염동수는 윤구주가 두 무술 고수를 연거푸 죽인 것을 보고 완전히 놀랐다.그리고 술법의 대가인 백경재의 안색도 완전히 잿빛처럼 희끗희끗해졌다.“회장님, 이 녀석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어떡하죠?”백경재는 양손으로 비결을 쥐고 귀술을 부리면서 염동수에게 물었다.‘재수가 없어서 정말... 이번에 흑룡상회를 대신해 나서면 쉽게 200억의 현상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자식을 만나게 되다니! 제기랄, 안현수, 네가 정말 날 죽이는구나!’염동수는 속으로 크게 꾸짖었지만 두 손은 멈추지 않았다.강산도 무도연맹의 총회장으로서, 염동수는 확실히 공격력이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온몸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그를 감싸더니 입고 있던 옷마저 바람에 진동해 소리를 냈다.부드러우면서 강한 손바닥은 활기찬 기운과 함께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윤구주는 몸을 번쩍거리며 염동수의 장법을 쉽게 피했다.“이 땅강아지들 중에서, 당신의 실력은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군!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죽을 목숨이야!”죽음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구주의 모습이 흔들리더니 이내 염동수의 앞에 도착했다.귀신처럼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며 염동수는 안색이 크게 변한 채 얼른 전신의 공력을 실었다!“솟아오르라 불꽃! 열염장!”쿵!그의 두 손바닥 사이에서 맹렬한 불길이 솟아올랐다.이 불꽃은 바로 염동수가 유명해진 공법이다. 그가 손을 쓰자마자 주변이 열기로 들끓기 시작했다!공포의 화염이 솟아오른 손바닥이 직접 윤구주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하지만 윤구주는 피식 비웃으며 피하지도 않고 꿈쩍하지도 않았다. 이내 윤구주는 구양진용기가 가득 담긴 오른쪽 손바닥을 뻗어 염동수의 불꽃과 맞섰다!쿵!우두둑!비명이 들리더니, 다음 순간 염동수의 팔 하나가 흔들리며 부러지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그의 사람들은 피를 몇 번 뿜었다.어?“회장님?”그의 팔이 부러지는 것을 보자마자 백경재는 놀라 고함을 지르며 부적 네장을 날렸다.이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제 이 천한 목숨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만약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저 백경재 나중에 소가 되라면 소가 되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되고 하시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백경재는 윤구주에게 쿵쿵쿵 절을 하면서 용서를 빌었다.사람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한다!백경재도 예외는 아니다!술법의 대가가 무릎을 꿇고 자신을 향해 계속 절을 하는 것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이렇게 말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제가 틀렸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그 흑룡상회 자식한테 속아서 온 겁니다. 진짜예요! 저는 용호산 태진도의 제자였는데, 이번에 독립해 나온 것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백경재는 계속 절을 올렸다. 하지만 오히려 윤구주는 용호산의 “태진도”라는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태진도의 사람이라고?”백경재는 어리둥절해하며 재빨리 말했다.“맞습니다! 맞아요! 저는 태진도 선생님의 14대 제자입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들은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럼 황현조라고 아는가?”황현조?이 세 글자가 한 번 나오자, 백경재는 가슴이 덜컹거렸다.“어떻게 저희 선조들을 아십니까?”윤구주는 피식 냉소했다.“그 자식, 나한테 아직도 열 근이나 되는 고량주를 빚졌는데 아직도 못 갚았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놈을 잊을 수 있겠어?!”10년 전.윤구주가 “곤륜”에서 스승을 따라 수련할 때, 바로 그 태진도라는 사람을 알았다.그는 당시 “곤륜”에 무도를 수련하러 갔는데, 열네 살밖에 되지 않는 윤구주에 의해 산 입구 밖에서 막히고 말았다.불쌍하게도 그 태진도는 윤구주를 아무리 때려도 이길 수 없었고, 아무리 욕해도 윤구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태진도는 곤륜산 입구에서 열흘 밤낮을 꿇어앉아서야 윤구주에게 통과되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그 황현조의 후배 제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윤구주는 냉랭하게 백경재를 한 번 보았다.“운 좋은 줄 알아! 황씨 얼굴을 봐서 내가 당신 목숨 살려주
산 아래.채부처는 아직도 흑룡상회 회원들을 데리고 염동수 그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시간이 이미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염동수 등이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채부처는 마음속으로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부처님, 저분들이 왜 아직도 내려오지 않으실까요?”검은 옷을 입은 무인이 물었다.그러자 채부처는 고개를 들어 산 중턱의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예!”이어서 채부처는 빠른 속도로 산으로 올라갔다.거침없이 전진했지만 가는 내내 길은 고요했다!이런 고요하고 답답한 상황은 채부처로 하여금 점점 더 걱정하게 했다.그가 별장 위에 거의 도착하려고 할 때, 갑자기 선홍색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다시 고개를 들자 피투성이가 된 시체 몇 구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시체를 바라보며 채부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첫눈에 염동수의 시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체는 이미 두 동강이 나 있었고 죽기 직전에 두 눈알이 튀어나온 것인지 아주 끔찍한 모습이었다.그리고 다른 몇 구의 시체는 형의권인 양진성, 그리고 류 사부 등의 시체이다.“다 죽은 거야?”이 장면을 본 채부처는 한껏 놀란 탓에 두 다리가 풀려 하마터면 그곳에 넘어질 뻔했다.그가 어찌 조금이라도 더 이곳에 있을 수 있겠는가, 채부처는 그 즉시 목숨을 건지듯 미친 듯 산에서 내려갔다!...용인 빌리지.백경재는 시체 몇 구를 쌓은 뒤 노란색 부적을 꺼내 몇 번이고 되뇌었다.“미안하네, 다들. 다음 생에는 부디 신중하게 행동하기 바라네!”이윽고 백경재가 오른손을 떨자 노란색 부적이 불덩이로 변해 시체 더미 속에 처박혔다.불에 타면서 염동수 등의 시체는 잿더미로 변했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백경재가 막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윤구주가 그의 뒤에서 나타났다.어? “선배님...”윤구주를 보자 백경재는 바로 놀라서 긴장하며 뒷걸음질했다.하지만 윤구주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가자! 나를 데리고 저 흑룡
강산도의 지하 황제로서, 안현수는 한 손으로 강산도의 하늘을 가릴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때문에 이 곳에 온 강성의 재벌가들은 안현수를 볼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었다!“안 회장님, 저희는 강성 천씨 집안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안 회장님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 천씨 집안은 흑룡상회 및 안 회장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 안 되지만 작은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꼭 받아주시길 바랍니다!”지금 말하고 있는 부호는 강성 서열 10위권 안에 드는 큰손이다!그의 이름은 천우인데 주요하게는 호텔 사업으로 부를 이룬 것이다.강성에서 천우는 무려 6개의 고급 호텔을 열었다!이 시각 천우는 안현수에게 비취록 여의를 선물하고 있다!꽤 값어치가 나가는 선물이었다.“안 회장님, 저희는 강성 통원 그룹에서 왔습니다!”“안 회장님, 저희는 고명 부동산입니다!”하나같이 귀중한 선물을 가지고 앞다투어 안현수에게 아첨한다.어쩔 수 없는 일이다.흑룡상회는 강산도에서 명성이 매우 높으니 말이다!그 집단에서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안현수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그런 안현수가 강성에 왔으니 큰손들이 어찌 그에게 절을 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안현수는 그런 아첨들에 대해 하하 웃으며 말했다.“여러분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제가 강성에 온 것은 한 보잘것없는 잡놈을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먼저 돌아가십시오!”이 말을 듣고 강성의 큰손들은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 무리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밖에서 울려 퍼졌다.“회장님!”“회장님!”이윽고 흑룡상회의 군사인 채부처가 보였다!그들을 보자마자 안현수가 물었다.“부처, 드디어 돌아왔구먼! 말해봐, 내 아들 죽인 그놈 잡혔어? 염동수 그자들은 어디 있나?”하지만 돌아온 채부처의 안색이 창백한 채 뛰어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회장님, 큰일났습니다!”“응???”그 말을 들은 안현
채부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안현수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어쨌든 그는 흑룡상회의 보스이니 말이다.이렇게 상갓집 개처럼 강성에서 탈출하다니, 이것이 소문나면 앞으로 흑룡상회가 어떻게 발붙일 수 있겠는가?그렇다고 도망가지 않는다면?지금 자신이 보낸 고수들은 모두 죽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진정한 무도의 대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안현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회장님,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고 최대한 빨리 여기서 나가도록 합시다.”채부처가 다시 말했다.주위에 있던 흑룡상회 무인들도 하나같이 눈길이 안현수에게 쏠렸다.그에게 선물을 주러 온 강성의 큰손들도 포함한 채 말이다.그렇게 망설이다가, 안현수가 끝내 입을 열었다.“좋아! 채부처의 말을 듣지! 명령한다! 모두 즉시 강성을 잠시 떠나라!”안현수의 명령에 따라 주위의 검은 옷을 입은 제자들이 모두 말했다.“예!”안현수의 명령이 막 내려진 순간, 갑자기 밖에서 일련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는 처량하고 매우 귀에 거슬렸다.곧이어 안현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밖에 무슨 일이야?”채부처는 좋지 않은 예감이 몰려오며 눈가가 떨렸다.바로 그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검은 옷의 무인이 밖에서 비틀거리며 뛰어 들어왔다.“회장님... 회장님... 누군가가...”“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있어요!”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백여 명의 검은 옷의 무인들과 안현수가 함께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누구?”안현수가 분노하며 물었다.“배... 백 대사님과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왔어요!”“뭐? 백 대사?”안현수가 매우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또 몇 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온몸에 검은 귀기를 내뿜는 검은 옷의 무인 몇 명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이 무인들은 전부 흑룡상회의 인원들인데, 애석하게도 그들은 지금 넋을 잃은 듯 막 뛰어 들어오자마자 입에 흰 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참혹하게 죽었다.흑흑!귀신이 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밖에서 들려
임정설이 일으킨 이씨 가문의 기세조차 마물들에게 잠식당해 사라지고 있었다.청해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이젠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임정설이 죽을 각오로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목숨이 끊겼을 터였다. 결국, 화진의 국주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죽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화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줘.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줘... ”청해는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외쳤다. 임정설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한 번 더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황자의 기운을 불러왔고 서요산 일대의 천기와 섞여 거대한 진룡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황도기운과 진룡을 하나로 모든 요마를 베어낸다! ”그 역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면 풍무기처럼 자신의 마지막 의지를 국운에 녹여야 할 것이다. 진요탑 안. 이 일대 세계 전체가 마기에 잠식되어 만물은 스스로 죽음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데 무명은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었다. “하하! 인황이 뭐라고? 도를 얻은 건 나다. 나는 이미 진정한 길의 끝을 보았다. 내 의지는 구천 현천을 관통한다. 하늘도 날 감당할 수 없어.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컥하며 뒤틀렸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깨어나는 기운이었다. 이 작은 진요탑 속 공간조차 그걸 담아낼 수 없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명이 눈을 치켜떴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윤구주 너 나를 봉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네 실력으론 날 봉인 못 해. 아니, 가능하다 쳐도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하지. 하지만 지금 넌 그 목숨을 걸어도 겨우 나를 세 손가락만큼 다치게 할 수 있을 뿐이야. 그 정도 피해라면 기꺼이 감수하지. 와봐, 날 얼마나 벨 수 있나 보자고. 병이 오면 장수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는 법이지. 그러니 한번 보자고 구주왕이라는 놈의 마지막 발악이 어떤지. ”무
“인간마가 세상에 나왔는데, 대체 누가 막을 수 있겠냐. 왜 그 무게를 전부 화진이 짊어져야 하는데? 이건 너무 불공평해.”청해는 처음으로 곤륜영역에 혐오감을 느꼈다.그리고 그제야 윤구주가 말했던 위선의 신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련의 이야기가 아님을 이해했다.그들은 입만 열면 도덕과 정의를 떠들지만, 정작 하는 짓은 불의 그 자체였다. 위선적이기 짝이 없었다.“아아아!청해무극! 지은살결!!”청해는 모든 정원을 끌어 올렸고, 심지어 음혼까지 태워버렸다.음혼이 하늘의 뇌격을 불러오자, 그의 기운 속에는 놀랍게도 정의로운 황기가 피어올랐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도에 들어선 것이다.그 수련은 폭발하듯 치솟아 극점 신경 후기에 이르렀고, 잠시나마 이성설과 맞먹는 기세를 뿜어냈다.“카! 이제야 좀 신 같은 포스가 나오네!”백호는 멀리서 엄지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하지만 청해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백호는 원래 미친놈이었으니까.누구든 이 상황이면 절망했을 전황.하지만 백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율로 들떠 있었다.그는 전투를 위해 태어났고, 결국 전장에서 죽을 운명이었다.그게 백호가 택한 길 죽음을 향한 도였다.세 사람 모두 이미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었다.살아남을 생각 따윈 없었다.마물들과 함께 미쳐 날뛰며 생사의 끝자락을 오갔다.진요탑.풍무기는 전사했다.이제 남은 건 윤구주 단 한 사람.그가 인간마와 맞서야 할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윤구주! 풍무기는 죽었다. 이젠 네 차례야! 혼을 꺼냈다고 해서 날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내 육신이 남아있는 이상, 나는 이미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 지금의 반성 상태만으로도 네 인황 따위가 감당할 수는 없어. 그래, 네 선술은 순수하겠지. 그래서 네 육신엔 손댈 수 없지만 혼을 지워버리면 넌 끝이야. 마도무영,도파무극! 혈음마도, 현세에 나타나라!”그의 손에 한 자루의 절세마도가 출현했다.그 칼끝에서 피의 바다가 솟구치고, 살기는 윤구주의 황기조차 압도했다.이런 마도를 길러내기 위
잠금요탑 밖, 무너졌던 마기가 흩어지자 서요산 검종 제자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졌다. 500년 만에 다시 햇살을 본 그 순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서요산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도움 없이 혼자서 마를 억눌러왔다. 그 현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무명이 죽은 건가? ”장인대진인이 순간 멍해졌지만 곧 신념술로 본 광경에 얼굴이 굳어졌다. 귀물들이 미친 짐승처럼 날뛰며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제부터가 진짜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윤구주가 무명의 목에 칼을 들이댄 건 확실해. 지금이 바로 마지막 승부의 시점이다.”말이 끝나자마자 흩어진 마기가 다시 거칠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기가 응집되더니 거대한 마영체가 형성됐다. 그 거대한 그림자는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고 대지를 집어삼키려는 듯 광폭하게 움직였다. 그건 이제는 환상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잠금요탑 위로 백장 크기의 마존이 강림했다. “윤구주! 네가 이 정도였다고? 실력만큼은 서요산 시조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겠군.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미 흐름은 정해졌다. 대세는 되돌릴 수 없어. 그 시조가 도력이 하늘을 찌르고 능력이 천하를 뒤흔든다 해도 결국 날 죽이지 못했지. 결국엔 구천을 떠돌며 외도계에서 날 베어낼 무언가나 찾고 있겠지. 외도계엔 나를 죽일 보물이 있을지도 몰라도 이곳 인간계 구주의 오방 안에서는 절대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넌 여기서 끝이다. 죽어라!! 윤구주. 마의 경계는 끝이 없고 마의 바다는 만 리를 삼킨다! ”하늘이 찢기고 무한한 마해가 대지를 뒤덮었다. 잠금요탑은 순식간에 요산으로 변했고 주변은 온통 사기와 혼란으로 뒤덮였다. 무명은 드디어 자신의 사혼체를 드러내며 윤구주와 마지막 일전을 준비했다. 윤구주의 손에 들린 참마검이 떨리기 시작했다. 풍무기의 상태가 이미 한계라는 증거였다. “구주야, 내 양혼신체는 거의 다
‘선술? 크하하하!’무명이 미친 듯 웃었다.“네가 황자면 뭐 어쩌라고? 결국에는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인간 세상의 유성일 뿐이지.”“나는 무명이다.하늘은 이미 내 발 아래 있다.세상의 법? 그런 건 내가 정하는것이다.”“윤구주! 과연 네놈이 날 어떻게 상대할지 두고 보겠다!”‘원신출체도 못 한 놈이 선술을 깨달았다고? 어이없네.’무명의 눈에는 윤구주란 놈은 선술의 겉껍데기나 훔쳐본 수준에 불과했다.입만 산 허세쟁이 꼬맹이였지 그딴 놈은 애초에 눈에 들어올 가치조차 없었다.게다가 진짜 선술을 논하려면 그 참마검조차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는 주제에.하지만 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신의 경지에 머물던 시절,우연히 소요산에 들렀을 때 그때 이미 선술의 근본을 깨달았지.”윤구주의 눈이 빛났다.“지금, 네게 그걸 보여주마.”“구기신통 , 등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몸을 감싸고 있던 하얀 기운이 순식간에 실체의 불꽃으로 응결되었다.기운이 ‘기’에서 ‘힘’으로 승화된 것이다.무명의 눈동자가 순간 가늘어졌다.이게 뭔지 무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제 윤구주는 몸 자체에서 영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마음만 먹으면, 주변 땅의 기운조차 자기 위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윤구주는 이제 한 종파의 시조로 불릴 자격이 있는 존재였다.더 이상 강자를 넘어서 자신만의 도를 세우고, 전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무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저건, 설마 성력?!”그 힘은 그렇게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문제는 진짜였다. 가짜가 아닌, 순도 100%의 성력이었다.“말도 안 돼...저놈이 어떻게...”무명의 내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수행자에겐 한 단계 한 단계가 천벽과도 같다.특히 성의 경지에 이르기 까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하늘 사이를 걷는 자들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였던것이다그리고 지금 윤구주는 그 문턱을 스스로 넘고 있었다.“무명! 넌 반성자일뿐! 육신만 있었으면 성인이 됐을지도 몰라.하지만 지금 넌 가짜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