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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4화

Author: 김원호
“의지력은 제법이지만 너와 나 사이의 격차는 너무 크다. 지천수, 네놈의 인도는 여기서 끝이다. 죽을 때가 된 거다.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마라. 내가 네놈을 저승으로 보내주마. 용상합일.”

윤구주의 구룡과 구상이 하나로 합쳐졌다. 비할 데 없는 신위가 지천수를 죽음의 기세로 그를 짓눌렀다.

압박이 극에 달한 순간, 지천수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고 의지력을 잃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의지가 꺾인 그 틈을 타 뇌정이 그의 신혼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쾅쾅!

무악산 밖 황무지에 있던 소대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오색 뇌정이 지천수를 무악산에 내리꽂는 것을 보았다.

지천수는 잠시 더 버티는가 싶더니 결국 산과 함께 꿰뚫려 부서졌다.

무악산의 산체가 무너져 내렸다.

종문 동맹이 천 년간 차지했던 땅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모든 것은 티끌로 돌아갔다.

거대한 산이 무너지며 산 전체가 돌무더기와 파편으로 변했다.

뇌력이 뻗어나가며 지나는 길마다 음산한 기운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로써 화진 서부를 틀어쥐고 있던 종문 동맹은 윤구주에 의해 완전히 멸망했다.

윤구주의 성술은 인간계의 기운을 정화하고 정의의 빛을 다시 이 땅에 드리웠다.

“이겼다! 무악산이 무너졌다.”

그 순간 끊겼던 통신이 복구되었고 소대는 이 사실을 곧장 서울에 보고했다.

서울은 빠르게 상황을 다른 부대에 전파했고 이 승전보는 군 전체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서요산 검종조차 윤구주가 종문 동맹을 이길 거라 믿지 않았고 하물며 완전히 전멸시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화진의 독초를 뿌리째 뽑았다.

무악산은 이제 평지로 변했고 먼지도 가라앉았다.

종문 동맹이 독점했던 천지 영기는 다시 서부로 흘러들기 시작했고 황량했던 사막은 머지않아 오아시스로 되살아날 기세였다.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자 따스한 햇살이 화진 서부 전역을 환히 비췄다.

심지어 무악산 방향으로는 여우비까지 내렸다.

천지 영기가 서부로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며 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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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140화

    때로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 씨 세가 역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진을 배신한 것이었다.생사 앞에서 누구나 대의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김도현은 해낼 수 있었고 윤구주 또한 해낼 수 있었으나 그것이 곧 모든 이가 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성인도 실수를 저지르는데 하물며 칠정육욕에 얽매인 범인이야 오죽하겠습니까?”김도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감상에 젖더니 술병째 술을 들이켠 후 담배를 피웠다.소채은은 문아름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윤구주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아버지,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문아름처럼 하늘을 꿰뚫는 지략도 없고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다만 현재를 중요하게 여길 뿐입니다. 저는 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하고 그와 함께 나아가겠습니다.”소채은은 결심했다. 사랑을 지킬 용기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그렇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구주가 없다면 채은 씨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만약 채은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구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겠지만 나라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을 겁니다. 다만 구주가 비로소 자기 일을 하려면 다음 계승자를 찾은 후에야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화진의 인황이 되는 대가입니다. 하지만 후계자를 찾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이번 세대에는 구주 같은 신인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김도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소채은은 즉시 몸을 일으켜 두 눈으로 김도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만약 문 씨 세가라면 지금 유일한 방법은 저를 잡는 겁니다. 저를 잡기만 한다면 반드시 구주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문 씨 세가가 저를 노리고 있습니까?”그 말을 들은 김도현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켠 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문아름은 이미 회천할 힘도 없습니다. 구주와 문 씨 세가는 물과

  • 구주, 왕의 귀환   제2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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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구주는 청룡을 힐끗 보며 말했다.“산 사람 일도 제대로 모르면서 죽은 사람 일까지 신경 써? 왜? 그렇게 궁금해? 아니면 내가 직접 너를 그곳으로 보내줄까? 가서 직접 보고 오게.”청룡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더 이상 묻지 않고 이 결정을 소대 병사들에게 알렸다. 그 소식은 곧장 서울로 전해졌다. 종문 동맹의 가장 큰 화근이 제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육도진은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는 윤구주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누구보다 간절히 걱정해 왔다.국주는 이미 죽었고 만약 인황까지 잘못된다면 화진은 그날로 끝장나는 것이었다.다행히 하늘이 도왔고 화진을 보우했다.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이 소식을 시민들에게 어떻게 알릴지는 다시 논의해야 했다. 종문 동맹의 일, 그리고 수련자들의 일은 일부 보안 부서조차 감당 못 할 정도로 초월적인 사건이었다.대뜸 시민들에게 이 세상에 신마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윤구주는 직접 국주와 그가 사랑했던 이의 유해를 호송하여 서울로 돌아갔다.그날 밤 화진 공식 대표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국주는 변방을 순시하던 중 역적에게 암살당했으며 구주왕이 국주의 원수를 갚았고 머지않아 시신이 서울로 운수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이전 국주가 전사했다는 소식은 문 씨 세가가 퍼뜨린 것이었다. 육도진은 화진을 배신하고 국주를 암살한 죄를 모두 문 씨 세가에게 덮어씌웠고 일시적으로 시민들은 문 씨 세가를 극도로 증오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화진 북경의 임홍연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날 밤 바로 서울로 돌아왔다.하룻밤 사이에 서울에는 큰 눈이 내렸고 온 나라는 슬픔에 잠겼다. 이른 아침,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윤구주와 청룡은 국주와 국주가 사랑했던 이의 유해를 모시고 서울로 돌아왔다. 국주가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육도진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 왕도에 이미 수백만 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있었다.서울 왕도는 과거 임씨 일가에서 건설한 것으로

  • 구주, 왕의 귀환   제2137화

    임정설은 윤구주라는 후인을 길러냈기에 비로소 국사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주인이 될 수 있었다.“화진에 네가 있어 나는 매우 기쁘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미안하구나. 이토록 이른 나이에 이 무거운 짐을 네가 홀로 짊어지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임정설은 윤구주를 바라보며 그 점이 가장 마음 아팠다.임정설은 젊은 시절 왕태자로서 잠시나마 유유자적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비록 평생 정사를 도모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자신만을 위해 숨 쉴 수 있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오직 나라만을 위했을 뿐 자기 자신은 늘 뒷전이었다.“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뛰어나지만 스스로를 돌보는 데는 참 서툴구나.”임정설이 안쓰럽게 말했다. “하하!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는 원래부터 이랬습니다. 후세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아깝지 않아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성격인걸요. 게다가 이른바 무거운 짐이라는 것도 제가 감당 못 하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요. 사람을 잘 보고 제대로 임명하면 그만입니다. 지금 폐하께서도 안 계시니 제가 굳이 대국을 주재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정설은 할 말을 잃었다. “됐다. 네놈 마음대로 해라. 나는 네놈처럼 황위에 오르고 싶어 하지 않는 자는 처음 본다. 다른 자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욕을 먹으면서도 황위에 오르고 싶어 하는데 네놈은 그저 이 지위가 귀찮은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구나.”“음... 저는 귀찮은 걸 싫어합니다. 그저 간결한 게 좋을 뿐입니다. 하지만 국사는 국가의 체제와 시민의 뜻이 걸린 일이니 제가 함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아, 참! 폐하의 뒷일은 어떻게 할까요?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시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설명해야 할 텐데 그냥 폐하를 이곳에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윤구주가 물었다. 국주의 장례를 어떻게 치르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임정설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게 남아있는 것은 한 줄기 의념뿐. 화진

  • 구주, 왕의 귀환   제2136화

    비록 지금은 인간계를 초월했으나 여전히 인간계에 머무는 듯한 한 줄기 기운이 줄곧 임정설의 시신을 굳건히 보호하고 있었다.청룡은 똑똑히 보았다.그것은 화진의 기운이었다. 그 광경은 너무나 기이했다. 화진의 기운이 시체를 보호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저하, 설마 저하께서 하신 일입니까?”청룡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정도의 기운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윤구주 외엔 없었다.“내가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 혼자 한 일은 아니지. 너와도 관련 있고 우리 화진 시민들과도 관련 있으며 우리 화진 역대 시민들과도 관련 있어. 국주를 지킨 자가 누구냐 묻는다면 그건 바로 화진의 삼황오제라 할 수 있지. 솔직히 수산에 있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 기운을 감지했다. 천지엔 영이 깃들고 우리 화진의 기운에는 역대 선조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이미 국주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내게 전해주었다.” 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했다.수산에서 윤구주는 이미 임정설의 최후를 알고 있었다. 이후 화진의 기운은 임정설의 몸에 모여들었고 지천수는 어떤 수단을 써도 임정설의 시신을 파괴하지 못했다. 무악산에 매달아 둔 것 또한 임정설 몸에 깃든 화진의 기운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종문 동맹의 기운은 모두 사악한 기운이었기에 화진의 호연정기와 상쇄될 수 없었다.그리하여 지천수는 곤륜 구역으로 들어가 임정설의 시신을 완전히 파괴할 방법을 찾았다. 지천수는 윤구주가 반드시 올 거라 생각했고 임정설의 시신을 파괴하여 이를 통해 윤구주를 죽이고 마음마저 꺾으려 했다.“만약 며칠만 더 지체했다면 지천수가 정말 국주의 시신을 파괴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수산을 나서자마자 즉시 무악으로 향했다. 다행히 내가 제때 왔지.”윤구주가 부활 성술을 운용하여 임정설의 유해를 수습하니 그는 마치 잠든 듯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청룡은 심지어 국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 것만 같았다. 이어서 다시 부활술 중 기운 찾는 술법을 운용하여 서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135화

    이른바 일념오도. 특히 이런 경지에 이르러서는 한 치의 차이가 천 리의 차이를 만든다.기회는 얻기 어렵고 한 번 놓치면 다시는 잡기 힘들다.윤구주는 정신을 차리고 자기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때리고 있던 청룡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뭐 하는 거냐. 경지가 그렇게 쉽게 돌파될 것 같았으면 세상에 신선 아닌 자가 어디 있겠느냐. 신이 되어야 무소불능한 거지. 나 윤구주는 언제나 자신을 사람이라 여겨왔다. 내 도의 경지는 이미 성경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여전히 천천히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다만 곤륜 구역에서는 더 이상 내게 수련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종문 동맹의 화근은 제거했지만 종문 동맹 맹주는 아직 밖에서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를 죽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화진 제일인자라 불리는 지천수 또한 맹주의 장기 말에 불과했다. 그저 윤구주의 실력을 떠보려고 보낸 사냥개였을 뿐이었다.“이런!”갑작스럽게 소리친 청룡에 윤구주는 화들짝 놀랐다.“왜 또 그래? 깜짝깜짝 놀라게.” 윤구주는 청룡을 나무랐다. “저하, 저희가 이번에 온 건 종문 동맹을 주멸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국주의 시신을 찾아오기 위함입니다. 저하께서 조금 전 아홉 줄기 뇌정으로 무악산 청룡은 숨을 들이켰다. 국주의 시신이 정말 윤구주의 손에 사라졌다면 화진 시민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청산 곳곳에 충골을 남겼거늘 말가죽에 시신을 싸매 돌아갈 필요가 있겠느냐.”윤구주는 서부의 황량한 대지를 바라보며 웃었다.청룡은 말문이 막혔다.‘설마 저것이 핑계는 아니겠지?’“국주의 염원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거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청룡도 그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렇다. 종문 동맹을 멸하지 못했다면 국주의 시신을 찾는다 한들 국주 역시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종문 동맹만 멸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든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굳이 시신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애도는 마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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