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나서 일반인들은 감히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그런데 텅 빈 거리에서 백경재가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젠장, 너무 화가 나네요!”“저하, 그 늙은이가 그렇게 건방을 떠는데 왜 가만히 놔둔 겁니까?”“저하를 존경하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저하를 대놓고 모욕하다뇨? 제기랄, 저하만 아니었어도 전 그놈을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겁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원통해하는 걸 보면서 웃었다.“쓰레기에게 왜 그리 화를 내?”“그리고 떠나기 직전에 따끔한 맛을 보여줬잖아?”‘어?’“저하, 설마 눈치채신 겁니까?”백경재는 자신이 떠나기 전 부렸던 작은 술수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그런 자잘한 수법을 내가 모를 리가 있을까?”백경재는 그제야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헤헤, 역시 저하십니다!”“그 빌어먹을 놈이 너무 괘씸해서 약간 벌을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좋은 마음으로 그랬다는 걸 알았기에 별말 하지 않았다.재수가 없는 소청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백경재의 귀기를 빨아들였으니 아마 5, 6일은 앓을 것이다.윤구주가 백경재를 데리고 떠날 때 갑자기 누군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윤구주 씨, 잠시만요!”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암부의 오소룡이 달려오는 걸 보았다.윤구주는 사실 오소룡의 인상이 좋게 느껴졌다.그는 소채은의 사촌오빠일 뿐만 아니라 예전의 그처럼 암부의 조직원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오소룡은 그를 본 적이 없었기에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오소룡이 쫓아오는 걸 본 윤구주는 멈춰 섰다.“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거죠?”윤구주가 물었다.그를 쫓아온 오소룡은 웃으면서 말했다.“방해하게 돼서 미안해요. 전에 이모부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니 이해해 주길 바라요.”“괜찮습니다.”윤구주가 말했다.“윤구주 씨는 마음이 넓으시네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오소룡이 말했다.“만약 제게 아부하려 온 거라면 그
“큰일이군!”경보기 위의 글자를 본 오소룡은 순간 안색이 확 달라졌다.그는 서둘러 고개를 들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 씨, 미안해요. 갑자기 긴급한 임무가 생겨서요. 다음번에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오소룡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요?”윤구주가 물었다.오소룡이 대답했다.“누군가 강성 제1교도소를 공격하고 있대요. 그래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해요!”그 한마디를 남긴 뒤 오소룡은 서둘러 떠났다.오소룡의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미간을 구겼다.누군가 감히 강성 제1교도소를 공격하다니?윤구주는 암부 경보기가 울릴 정도라면 아주 긴급한, 중요한 임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누군가 감히 대놓고 교도소를 공격하다니?잠깐 고민하던 윤구주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득 민규현이 말했던 강성에 잠입한 판인국의 A급 강자를 떠올렸다.설마 그 어중이떠중이들일까?“백 선생, 나랑 같이 강성 제1교도소로 가지!”백경재는 비록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했지만 윤구주의 말에 서둘러 대답했다.“네, 저하!”...강성 제1교도소는 강성의 주요 범죄자들을 가둬놓은 곳이다.그곳에는 살인범, 노역을 하는 범죄자들, 그리고 저번에 암부에서 잡은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구성원들도 있었다.같은 시각, 제1교도소 외곽 철조망이 있는 높은 담 위에 폭탄의 폭발로 인해 커다란 틈이 생겼다.문가에는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교도관의 시체가 바닥에 누워있었고 바깥에는 수십 명은 될 법한 검은 옷에 복면을 쓴 사람들이 음산하게 서 있었다.그들은 손에 독보적인 판인국의 나이프를 들고 있었고, 총과 탄알도 지니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머리숱이 많고 눈빛이 강렬한 남자였다.그는 온몸에서 혈기를 뿜어대고 있었는데 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그에게서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붉은 머리의 거인과 속이 검은 남자가 있었다.거인은 거의 2미터 가까
“난... 난...”홍마는 말문이 막혔다.“됐어!”“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워. 우리는 이번에 비밀리에 화진에 잠입했지만 이미 화진의 암부에게 존재를 들켰어. 하지만 다행히도 암부에서는 민도살만 왔지. 만약 다른 3대 살수들까지 전부 왔더라면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잡혔을 거야!”줄곧 조용히 있던 피에 굶주린 남자 울라타가 갑자기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가 입을 열자 홍마와 속인 검은 남자 모두 말을 아꼈다.“공격하지!”“화진의 땅은 세상의 모든 무인들이 꺼리는 곳이니까 우리는 꼭 조심해야 해!”울라타는 말을 마치자마자 큰 손을 휘둘렀고 이내 그의 뒤에 있던 30여 명의 판인국 비밀 살수들이 마치 그림자처럼 제1교도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교도소 내부에서는 경보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거대한 철문 뒤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었다.그들 중 반은 제1교도소의 교도관이었고 나머지 반은 오늘 마침 제1교도소를 참관하러 왔던 강성의 대단한 인물들이었다.그중 관직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강성의 시장 임기준이었다.“얼른 얘기해.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임기준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놀란 목소리로 옆에 있던 소장에게 물었다.“시장님, 저희... 포위당한 것 같습니다!”‘뭐라고?’“포위당했다고?”“빌어먹을, 조사는 어떻게 됐어? 대체 어떤 놈이 감히 강성시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임기준이 화를 내며 말했다.소장이 대답했다.“CCTV를 봤는데 전에 비밀리에 저희 화진 내부로 잠입했던 판인국 첩보조직의 조직원들 같습니다!”“제기랄, 또 판인국이야?”“암부 사람들은?”“그들이 판인국 놈들을 상대했던 거 아냐?”임기준이 말했다.“시장님, 판인국 사람들은 아주 교활합니다. 그들은 일부만 파견해 암부 본부를 습격했고 또 일부를 파견해 저희를 공격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암부 사람들이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빨리, 빨리 민규현 지휘사에게 연락해서 날 구하러 오라고 해!”임기준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쾅! 쾅!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밖에서 들려왔다.교도소에 가장 두꺼운 강철로 만든 대문이 폭발음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했다.그러자 철판 뒤에 있던 교도관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이 문이 터지기만 하면 그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이제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자신의 생사를 암부원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오직 암부원들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교도소 밖.울라타를 비롯한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원들이 계속하여 교도소를 공격하고 있었다.교도소가 거의 파괴되려 할 때, 승합차 세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승합차가 나타나자 판인국의 블랙 첩보 조직원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돌렸다.“어쩌지! 화진 암부 사람들이 왔어!”가면을 쓴 블랙 첩보 조직원이 소리를 질렀다.살의가 가득한 올라타, 그리고 홍마, 속이 검은 남자는 모두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A급 강자들이었다!그들의 실력은 화진에서 무도 대가 수준이었다.그중에서 울라타의 실력이 제일 강했다!화진 암부원들이 온 것을 보자 이 세 사람의 얼굴빛도 조금 변했다.교도소 안.얼굴색이 안 좋던 교도소장도 암부원들이 오자 격동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왔어! 왔어! 암부가 마침내 우리를 구하러 왔어!”“시장님,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어요!”그러자 강성시 시장인 임기준도 부하들을 데리고 달려왔다.보안 카메라로 암부의 차가 도착한 것을 본 후에야 임기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끝내 우리를 구하러 왔구나!”암부의 승합차 세 대가 모두 멈춰 서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손에 무기를 든 암부원 10여 명이 잽싼 몸놀림으로 차에서 뛰어 내렸다.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오소룡이었다.“암부의 명령이다! 화진에 함부로 침입한 타국의 무인, 죽여라!”죽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암부원들은 즉시 공격에 나섰다.그들은 역시 화진의 최정예 부대였다.암부원들은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무술 능력이나 전부 무사 이상의 실력이었다.그리고 오소룡은 심지어
판인국 A급 강자인 홍마의 실력은 화진에서 대가 일품 경지와 비슷했다!홍마는 거대한 도끼를 번쩍 들었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암부원의 칼에 부딪히자 암부원의 손에 쥐어있던 칼이 그대로 부러졌다. 그러자 암부원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거꾸로 튕겨 나갔다.다른 한 명의 암부원은 뒤에서 홍마를 공격하려 했으나 홍마는 마치 등에 눈이 달린 것처럼 손에 든 거대한 도끼를 뒤로 힘껏 휘둘렀다!무서운 도끼가 그 암부원의 가슴을 찔렀고 비명과 함께 암부원은 바로 목숨을 잃었다!홍마가 덮치자마자 암부원을 죽인 것을 보고 다른 암부원들은 모두 그를 향해 돌진했다.“하하!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다 같이 덤벼봐, 모조리 죽여 줄게!”홍마는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암부원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잠시 후, 또 몇 명의 암부원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교도소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강성시 시장 임기준과 교도소장 등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들은 암부원들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판인국의 자객들이 생각 밖으로 너무 강했다.“끝났어!”“시장님, 보세요. 저 판인국 자객들은 정말 강해요! 암부원들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교도소장은 보안 카메라 화면으로부터 홍마가 마치 야인처럼 암부원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임기준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럴 수가? 이 빌어먹을 판인국... 어쩌면 이런 강자들을 보낼 수 있어?”교도소 밖!싸움은 계속되었다.홍마가 계속하여 암부원들을 죽이고 있을 때, 오소룡은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단칼에 판인국 자객을 해결한 후 몸을 날려서 홍마에게 덮쳤다.등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감지한 홍마는 팔을 벌려 뒤로 내밀었다!윙윙하는 장풍이 오소룡의 손에 쥐어있는 칼 위에 닿자 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오소룡의 몸은 그 진동 때문에 몇 걸음 뒤로 밀려났고 입가에는 피가 가늘게 흘러나왔다.홍마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소룡을 바라보았다.“이 새끼가, 감히 네 이
윤구주가 두 손가락으로 홍마의 손에 있는 거대한 도끼를 집어버리자, 모든 사람은 잠시 놀래서 어리둥절해졌다.암부원들이든 판인국 자객들이든 전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교도소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성시 시장 임기준과 교도소장 등도 몹시 놀랐다!전부 할 말을 잃었다!윤구주가 여기에 갑자기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맙소사, 저 사람은 누구지? 손가락 두 개로 판인국의 저 붉은 머리 괴물의 도끼를 막다니!”임기준이 눈을 크게 뜨고 보안 카메라를 보며 놀라움에 차서 말했다.다른 시청 간부들과 기타 교도관들도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하지만!제일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은 판인국의 첩보 조직의 자객들이었다!그들은 홍마가 손에 꼽히는 자객일 뿐만 아니라 판인국의 A급 강자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상대방이 손가락 두 개로 홍마의 거대한 도끼를 공중에 잡고 있다니!홍마의 거대한 도끼가 윤구주의 손가락 사이에 끼이자 홍마 자신도 멍해져 있었다.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앞에 있는 윤구주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윤구주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도끼를 빼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안간힘을 써가며 빼내려 했지만, 도끼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개자식!”거대한 도끼를 뽑아내지 못하자 분노에 찬 홍마는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외쳤고 그의 몸에는 붉은 혈기가 치솟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던 오른손을 펴자 붉은 피로 물든 손바닥이 보였고 홍마는 온 힘을 다해 윤구주를 향해 덮쳤다.홍마가 혈영 장법으로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펼칠 때 왕의 위엄 같은 소리가 윤구주의 몸으로부터 크게 들려왔다.이런 위엄은 마치 높은 산과 같았다.하늘에서 내려온 위엄 같았다.나타나자마자 사면팔방의 공기마저 혼란스럽게 변했다!하지만 제일 무서운 것은 윤구주가 홍마를 본 체도 하지 않고 입에서 단 한마디 말만 내뱉었다.“죽어!”이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오자, 그의 몸에서는 한 줄기 찬란한 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금빛이 나타난 바
윤구주는 큰 소리로 말하고 판인국 자객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들은 윤구주가 걸어오는 것을 보자 모두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감히 한 명도 맞설 자신이 없었다.그러자 울라타가 갑자기 윤구주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신은 도대체 누구야?”“너는 그걸 물을 자격이 없어! 판인국이 내 눈에는 개미만도 못한 소국일 뿐이라는 것만 알아둬!”그 말을 듣자 울라타는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안면근육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는 윤구주를 노려보며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X발 새끼가 아주 겁 없이 날뛰네! 다들 덮쳐! 무조건 저 새끼를 죽여!”울라타의 말이 끝나자 판인국 자객들은 이를 악물고 구부러진 칼을 들고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윤구주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순간 빛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더니 윤구주가 번쩍 날아서 그들 앞에 우뚝 섰다.맨눈으로 확인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오직 처참한 비명만 들렸다.피가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왔다!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판인국 20여 명 자객들이 쓰러졌고 현장은 피바다로 되였다!땅에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헐!''정말 사람 맞아?''이건 저승사자잖아!'“말도 안 돼!”“그럴 리가!”“화진 강성에 어떻게 당신 같은 실력을 갖춘 사람이 있을 수 있어? 혹시 네가 화진 전설 속의 신급이야?”판인국의 우두머리인 울라타가 자기가 힘들게 키운 20명의 자객들이 10초도 안 되는 사이 윤구주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신급?”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고작 신급? 그게 뭐라고.”그렇다! 그해 십 국 전쟁!윤구주는 기린 화독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지만, 여전히 10개국의 6명 신급 강자들을 단숨에 죽였다! 물론 울라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울라타는 고작 사품 경지에 이른 무도 대가이기 때문이다!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속이 검은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윤구주가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다!그가 움직이는 순간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울라타와 속이 검은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재빨리 온몸의 내력을 움직이면서 막아내려고 했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겨우 판인국 대가 경지급 실력인 주제에 윤구주를 상대할 수 없었다. 아니, 아마 신급 경지였어도 그들은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다.쿵!용의 외침소리가 들려오더니 윤구주에게서 눈부신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구양진용결!”공포스러운 금빛을 뒤로하고 판인국 속이 검은 남자가 먼저 손을 썼다. 그는 몸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소매에 숨겨둔 검은 독침을 연달아 발사하였다!하지만 이 독침들은 윤구주를 가까이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금빛에 그대로 튕겨 나갔다.아아아!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왔고 윤구주를 독살하려고 했던 독침이 오히려 모두 자기 얼굴에 박혔다. 그는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어느새 그의 얼굴 일곱 구멍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몇 초 후 그는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그러자 울라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오직 울라타만 남았다. 삼급 대가 경지 실력의 소유자인 울라타는 윤구주를 마주하고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마지막 발악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덤벼!”그가 두 손을 흔들자 온몸에 피가 들끓으면서 수 미터 되는 피안개가 형성되었다. 그러자 울라타는 하늘로 치솟으며 피안개를 손으로 휘저으며 그것들을 모아 날카로운 피칼로 만들었다.“내 칼을 받아라!”쿵!피칼은 무서운 기세로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윤구주는 움직이지도 않고 그 칼을 덤덤하게 노려보면서 말했다.“제 주제를 모르는 것들! 내가 말했지! 네가 누구든 감히 우리 화진을 침입한다면 무조건 죽게 될 거라고!”윤구주는 차갑게 말하고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눈부신 금빛이 울라타의 피칼을 감쌌다. 순간 금색 용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그 칼을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