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대 군인들은 그 말을 듣더니 다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겁에 질린 음양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럽니까? 왜 도망치라는 겁니까? 대신관님들은요?”“죽었습니다!”“대신관님 세 분 모두 위에서 그 화진 사람에게 죽임당했어요!”백발이 성성한 음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그들 쪽으로 달려갔다.‘뭐라고?’“대신관님 세 분 모두 죽었다고요?”충격적인 말에 천여 명의 경비대 군인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심지어 이노우에 마노는 그 말을 듣자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우리 부성국의 대신관님들이 화진 사람 한 명을 죽이지 못한다고요?”이노우에 마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어둠 속의 하치카미 산꼭대기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산꼭대기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끝없는 어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오직 야나가와 노아만이 멍한 표정으로 어두운 산꼭대기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제가 말했죠... 그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고요. 그를 건드려서도 안 됐어요!”...화진의 강성.당장은 윤구주에게 연락할 수 없었기에 주세호는 자발적으로 국내의 가장 실력 좋은 의료팀을 데려와서 소채은을 치료하려고 했다.그리고 소채은을 원워터힐스로 데려왔다.어느 방 안.소채은은 혼수상태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그녀의 곁에는 흰 가운을 입은 국내 최고의 의료진들이 소채은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그들의 옆에는 걱정 가득한 표정의 소채은의 부모와 백경재, 정태웅, 주세호 등 사람들이 있었다.전문가들이 검사를 마친 뒤, 한 주치의가 다가와서 탄식하며 말했다.“주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소채은 씨의 증상은 정말 너무 이상합니다. 그리고 저희 현재 실력으로는 약으로 당분간 환자분의 목숨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 병은...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주세호는 그들을 이해했다. 윤구주 같은 사람도 없애지 못하는 독인데 그들이 어떻게 치료하겠는가?“상관없어요. 소채은 씨 체내의 독을 당분간 억제
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소채은이 윤구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게다가 현재 소채은을 구할 수 있는 건 윤구주뿐이었다.“네, 지금 당장 연락해 볼게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해외 암부 구성원에게 연락했다.이때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윈워터힐스를 향해 달렸다. 차는 윈워터힐스 앞에 멈춰 섰고 차 안에서 곧 네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강성 암부 구성원이 내렸다.왠지 모르게 네 사람은 큰일이라도 난 듯 조금 조급해 보였다. 윈워터힐스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 건장한 암부 구성원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장시준, 우리 정태웅 지휘관님이 이곳에 계신 게 확실해?”“네!”“그래. 그러면 얼른 정태웅 지휘사님을 뵈러 가자!”말을 마친 뒤 건장한 남자는 세 명의 사람을 데리고 윈워터힐스를 향해 달렸다.“지휘관님!”“지휘관님!”정태웅이 해외 암부 구성원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네 명의 강성 암부 구성원들이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그들은 달리면서 정태웅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네 명의 부하가 갑자기 나타나자 정태웅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젠장, 내가 얘기했잖아.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날 찾아오지 말라고. 누가 오라고 한 거야?”“지휘사님, 암부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득불 지휘사님을 찾아온 겁니다.”가장 앞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가 황급히 말했다.“암부에 문제가 생겼다고? 젠장, 암부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정태웅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지휘사님, 지휘사님은 모르시겠지만 조금 전 본부에서 공지를 받았는데...”건장한 남자는 거기까지 말한 뒤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뭐라고 했는데?”정태웅이 물었다.“그들이 말하길... 우리 암부가 법을 어겨서 현재 국방부의 전면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죽인답니다!”건장한 남자가 말했다.‘뭐라고?’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펄쩍 뛰었
정태웅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걸 보니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았다.“지휘관님, 현재 저희 암부의 통신망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본부와도, 지방에 있는 여단장 64명과도 전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지휘관님, 저희 어떻게 해야 합니까?”제일 앞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정태웅에게 물었다.정태웅은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지금 바로 본부에 연락해. 규현 형님과 천현수에게 연락해야겠어!”정태웅은 서둘러 말했다.“지휘사님, 저희는 현재 서울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국방부에서 저희 통신망을 끊었거든요!”한 부하가 말했다.“젠장,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 형님의 개인 폰에도 연락이 안 된다고?”정태웅이 매섭게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정말 안 됩니다!”부하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점점 더 걱정되었다.‘규현 형님에게마저 연락할 수 없다니, 설마 서울 암부에 큰 문제가 생긴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정태웅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정태웅이 무척 걱정하고 있을 때 주세호가 빠르게 다가가서 말했다.“정태웅 씨, 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지금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건 어떤가요? 만약 정태웅 씨가 돌아간다면 제가 바로 전용기를 불러오겠습니다.”정태웅은 당연히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윤구주는 떠나기 전 무슨 일이 있든 꼭 소채은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그에게 당부했었다.소채은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떠올린 정태웅은 망설였다.정태웅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건장한 남자의 가슴 쪽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남자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소음과 함께 다투는 소리, 총 쏘는 소리가 들려왔다.“양 대장님, 큰일입니다. 저희 강성 암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뭐라고?’강성 암부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에 양 대장이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는 곧바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누구야
강성 암부 지휘소는 강성 외곽의 은밀한 건물 안에 있었다.하지만 이때 건물 외곽에는 실탄을 장착한 국방부 사람들이 그곳을 포위하고 있었다.그들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었다.그리고 건물 안에서는 이따금 총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다 해결하지 못했어?”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쾅 소리와 함께 검은색 지프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남자는 허리춤에 검은색 군용 대검을 차고 있었다.그가 입은 군복을 보니 국방부에서의 지위가 낮지 않은 듯했다.그의 뒤, 그리고 양옆에는 두 명의 강한 기운을 가진 노인이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는 짙은 기운이 느껴졌는데 한눈에 봐도 대가급 고수였다.남자가 말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곧바로 말했다.“노 지휘관님, 강성 암부 구성원 중 7할이 지금 저희에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저항하고 있습니다.”“흥! 우리 국방부의 명령을 감히 따르지 않는다고? 내 명령을 전해. 저항하는 놈들은 전부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네!”국방부에서 건물 안에 남은 암부 구성원들을 전부 죽이려고 준비할 때, 분노에 찬 고함이 노경진의 귓가에 들렸다.“젠장!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암부 구성원들을 건드리는 거야?”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살기등등한 남자가 빠르게 노경진을 향해 달려들었다.“지휘관님, 조심하세요!”옆에 있던 두 대가급 노인은 무시무시한 남자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노경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동시에 공격했다.한 명은 손바닥, 한 명은 주먹을 썼다.손바닥과 주먹이 엄청난 힘으로 그 무시무시한 남자를 막으려고 했다.그 무시무시한 남자는 쿵 소리와 함께 두 주먹을 뻗어 두 명의 대가급 노인을 상대했다.쿠구궁!파멸적인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일격에 2미터 넓이의 깊은 구덩이가 바닥에 생겼다. 노경진의 앞을 막았던 두 명의 대가급 5품 이상의 노인은 충격으로 인해 뒤로 10여 걸음 물러났다.그중 한 명은 충격 때문에 입에서 피를 토했다.“젠장! 너무 강해!
노경진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마자 정태웅은 큰 목청으로 욕을 내뱉었다.“협조는 무슨! 너 같은 일개 국방부 교위 따위가 감히 우리 암부를 찾아와서 난동을 부려? 내가 물을게.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거지?”그렇게 말한 뒤 정태웅은 다시 한번 빠른 속도로 노경진에게 달려들었다.“노 지휘관님, 조심하세요!”옆에 있던 수십 명의 국방부 군인들은 정태웅이 다가오자 곧바로 총을 쐈다.총알이 정태웅을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그러나 정태웅은 총알들을 피하지 않고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여 잔영을 남겼다. 그리고 곧 오른손을 움직였고 흰색의 서늘한 빛이 정태웅의 손에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그것은 비수였다.비수는 짙은 피비린내를 내뿜고 있었고 길이는 손바닥만큼 길었다. 그것은 정태웅의 유명한 무기 설인이었다.설인은 쇠와 금, 옥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날카로웠다.게다가 이 설인은 설국 황실의 보물이었는데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가 그들에게서 빼앗아 정태웅에게 준 것이었다.정태웅의 손에 들린 설인은 슉 소리와 함께 흰색 빛을 번쩍이면서 휘둘러졌다.무시무시한 흰색 빛과 함께 총을 쏘던 국방부의 십여명 되는 사람들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단칼에 국방부 사람 10여 명을 죽인 뒤 정태웅은 곧장 국방부의 지휘관인 노경진을 향해 설인을 휘둘렀다.노경진은 그래도 국방부의 교위였다.정태웅이 설인을 휘두르자 노경진은 서둘러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은색의 군용 대검을 빼냈다.쾅!그는 검은 대검으로 정태웅의 일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 선택은 틀렸다.대검은 정태웅의 설인과 부딪히는 순간 바로 부러졌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엄청난 기운에 의해 노경진의 팔에 피가 흐르면서 날아갔다는 점이다.“노 지휘관님!”노경진이 정태웅의 공격을 한 번도 막지 못하자 두 명의 대가급 노인들은 곧바로 나서려고 했다.그러나 정태웅이 더 빨랐다. 그가 들고 있던 설인이 노경진의 목에 닿았다.옆에 있던 두 명의 대가는 그 광경을 보고 더는 움직이
“얘기해 봐. 서울 암부 본부 쪽에도 손을 썼어?”정태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서울 쪽이었다.민규현과 천현수가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현재 국방부 전체가 대대적으로 암부를 상대하고 있었기에 정태웅은 몹시 걱정되었다.설인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노경진은 잠깐 망설였다.“X발, 대답하지 않으면 죽일 줄 알아!”정태웅이 고함을 지르면서 노경진의 목에 설인을 더욱 깊이 댔다.“말할게요, 말할게요!”노경진은 정말로 겁이 났다.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서둘러 말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제가 강성에 오기 전, 서울 지휘소 쪽은 이미 국방부에 전부 포위당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이번에 국방부에서는 백여 명의 대가급 강자를 보냈어요. 그리고 신급 강자 여러 명도 있다고 들었어요!”그 말에 정태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대가 백여 명에 신급 강자까지 출동했다니.“젠장, 그 악랄한 여편네! 우리 암부를 일망타진할 생각인 건가?”정태웅의 눈빛이 분노의 불길로 활활 타올랐다. 그는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가서 민규현과 천현수를 보고 싶었다.“지휘사님, 저희도 그냥 명령에 따르는 것뿐입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경진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국방부 교위인 노경진은 어렵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이번에 강성 암부를 말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노경진은 이곳에서 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늦었다.그는 눈앞의 이 잔인한 사람이 자신을 한 번만 살려주길 바랐다.정태웅은 매정한 눈빛으로 노경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미안하지만 우리 암부 형제들을 다치게 한 놈은 전부 죽어야 해. 너도 예외는 아니야!”그렇게 말한 뒤 정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설인으로 노경진의 목을 찔렀다.노경진은 정태웅이 정말로 자신을 죽일 줄은 몰랐다. 그는 눈알이 튀어나오고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처럼 입을 벌렸지만 결국에는 피바다 위에 쓰러졌다.“감... 감히 노경진 지휘관님을
“지휘사님, 소문에 따르면 우리 암부가 반역죄를 저질렀다면서요? 심지어 서울에 있는 본부도 국방부에 포위당했다던데... 저희 이제 어떡합니까?”암부의 여자 구성원 한 명이 눈물을 머금고 정태웅에게 물었다.살아남은 다른 이들 또한 가련한 눈빛으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정태웅은 마음이 칼에 베이는 것 같았다.암부의 지휘사로서 그는 당연히 형제들을 보호해야 했다.그러나 암부는 반역죄를 판결받았다.그것은 국내 각지에 있는 40만 명의 암부원 전원이 수배자 신분이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정태웅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다들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 테니까.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서울로 가서 큰형님과 셋째를 만나야 해.”정태웅이 말한 사람은 당연히 호존 민규현과 늑대 천현수였다.정태웅의 말을 들은 암부원들은 이내 자발적으로 나섰다.“지휘사님,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생사를 함께하는 것이 저희 암부의 철칙 아닙니까? 이번에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지휘사님을 따르겠습니다!”현장에 있던 암부원들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감동했다.그러나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 내 말대로 해. 너희는 일단 강성에 숨어 있어. 저하께서 돌아오신다면 우리 암부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서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지휘사님...”암부원들은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정태웅이 말했다.“내 말대로 해!”결국 암부원들은 정태웅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두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서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큰형님, 셋째야, 꼭 버텨야 해. 내가 곧 돌아갈게!”...화진, 서울.암부가 반역죄를 판결받은 뒤로 서울 전체에 계엄령이 떨어졌다.널따란 거리에는 군복 차림의 국방부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같은 시각, 서울의 어느 고층 건물 밖에는 수십 대의 장갑차가 있었다. 그리고 장갑차 외에 탱크와 중무장한 군인들도 있었다.수많은 군인이 눈앞의
그 음산한 남자는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100여 명의 검은 복면을 한 고수들이 있었다.대충 봐도 전부 대무사 이상의 고수인 듯했다. 게다가 그중 20여 명은 대가급 강자였다.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음산한 남자의 뒤에 서 있는, 각각 검은색 옷과 흰색 옷을 입은 괴짜 두 명이었다.두 사람은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지옥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타난 순간, 그들에게 시선을 한 번이라도 준 사람들은 전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그 둘은 유명전의 흑백무상이었다.음산한 남자가 유명전의 흑백무상, 그리고 100여 명의 검은 복면을 한 고수들과 함께 나타나자 성제현 장군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문연석 도련님, 갑자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문연석이라고 불린 음산한 남자는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누나의 명령을 받고 여러분의 뒤처리를 해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성제현은 그 말을 듣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괜찮습니다. 암부는 저희 국방부에서 처리할 겁니다.”“그래요? 제가 알기론 이미 몇 시간째 공격했는데 지금까지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도 못하고 있잖아요. 정말 우습네요!”조롱당한 성제현은 눈을 부릅뜨고 반박하려고 했다.그런데 문연석이 갑자기 손을 들었고 검은색의 명령패가 성제현에게로 날아갔다.성제현은 명령패를 보았다. 그 위에는 이황왕이라고 적혀 있었다.“제 누나가 내린 명령인데 혹시 거역하실 생각인 건 아니겠죠?”명령패를 확인한 성제현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곧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왕의 명령이라면 따라야죠.”말을 마친 뒤 그는 큰 손을 움직이며 모든 군인에게 말했다.“다들 내 명령에 따라 철수해!”그렇게 성제현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은 질서 있게 철수하기 시작했다.다들 철수한 뒤 문연석은 그제야 음산한 눈빛으로 떠나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쓸모없는 것들.”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흑백무상에게 말했다.“이곳은 여러분께 맡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