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04화

Author: 잔영
안홍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화련상조회의 핵심 멤버로서 그들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홍준식이 만약 진씨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는다면 세력이 홍씨 가문으로 쏠릴 것은 당연한 일!

“진 가주,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안홍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대답했다.

“양도 절차는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처리해 주십시오. 진 가주께서 양도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바로 계좌로 6조를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성공이다!

진무석은 통화를 마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버릴 건 단호하게 버리는 것. 이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는 모든 산업을 현금화해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봉황국을 순조롭게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그 돈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나랑 같이 염 전주에게 사과하러 가자.”

진무석은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고개를 돌려 손씨 그룹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염 전주가 그래도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도 운명인 거야.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그분의 생각에 달렸어.”

다음 날 아침, 손씨 그룹 봉황국 지사 건물.

대문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지나가는 행인들, 그룹 관계자들, 대문을 지키는 경비원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건물 대문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진서호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한겨울의 바람을 맞으며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늦가을의 추위가 피부를 때리고 채찍 자국이 가득 남은 그의 등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염 선생님!”

진무석은 진서호의 옆에 서서 바짝 긴장한 자세로 그가 있는 사무실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정중한 어투로 사과했다.

“진씨 가문 진무석, 어리석은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습니다. 부디 용서를 받아주십시오!”

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전신전 전주와 대적할 힘이 그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1005화

    “진무석은 똑똑한 사람이야.”건물 맨 위층에서 염구준은 창가에 서서 진씨 부자의 연극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가문을 살리려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 진서호가 아버지의 반만 닮았어도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네.”진씨 가문이 한 일은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숨통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손가을은 염구준의 옆에 서서 그의 팔짱을 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구준 씨, 진심으로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걸 봐서 기회를 한번 주는 게 어때?”염구준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그렇게 또 30분이 지나간 뒤에야 그는 등 뒤에 있는 부하에게 손짓했다.“올라오라고 해.”임명성이 직접 경호원들을 데리고 대문으로 나갔다. 행인들이 옆으로 흩어지고 기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임 이사님, 진가의 가주께서 직접 후계자와 함께 염구준 씨한테 사과하러 왔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혹시 알고 계시나요?”“임 이사님, 손씨 그룹 해외지사의 총괄 책임자는 임 이사님 아니던가요? 이번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면 인터뷰 잠깐 해주실 수 없나요?”“손가을 대표도 이 일을 알고 있습니까? 염 부장이 손가을 대표의 남편분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손가을 대표님 한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손가을 대표님과 염 부장님 인터뷰 신청합니다. 진짜 데릴사위 신분이 많나요? 세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내한테 용돈이나 받아 쓰는….”임명성의 얼굴이 사납게 굳었다.무례한 인터뷰 요청은 그렇다 하더라도 염구준을 모함하는 말은 참을 수 없었다.대체 이들은 손씨 그룹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지 알기나 할까? 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은 회장인 손태석도 아니고 대표인 손가을도 아니고 청해의 왕으로 불리는 염구준이었다.“해산 시켜.”임명성이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밀어서 내쫓았다. 소란이 잠잠해진 뒤, 임명성은 진무석 부자에게로 다가가서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염 부장님이 보자고 하십니다.”말을 마친 그는

  • 군신의 귀환   제1006화

    “염 선생.”진무석은 길게 심호흡하며 바닥에서 가냘픈 숨을 토해내고 있는 아들을 힐끗 바라보고 말했다.“매사에 냉철하신 염 선생께서 우리한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진씨 가문은 염 선생께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진무석은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향해 힘껏 내리치며 스스로 단전혈을 봉인했다.“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요.”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손을 펼쳐 진무석의 기운을 걷어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가주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나나 가을이, 그리고 우리 손씨 그룹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진무석은 흠칫하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랬다. 전신전 전주나 되는 사람이 고작 진씨 가문이 자신을 해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가 수련을 거듭해서 무성이 되고 또 전신이 된다고 해도 염구준 앞에서는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일반인이었다.“사실 요행을 바라고 사죄하러 찾아온 거 인정합니다.”진무석은 씁쓸한 미소 뒤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염구준의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봉황국에 있는 모든 산업을 매각했습니다. 염 선생이 우리를 용서해 준다면 우린 다른 나라로 가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 염 선생을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염 선생만 동의하신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평생 염 선생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진씨 가문의 굴복을 의미했다.손가을은 화색을 띤 얼굴로 염구준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만약 진씨 가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손씨 그룹의 미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진서호의 인성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진무석은 확실히 품고 싶은 인재였다.“제안은 괜찮네요.”염구준은 손가을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손씨

  • 군신의 귀환   제1007화

    드디어 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약간 풀었다.그에게는 꼭 필요한 단서였다.고성 전쟁 이후로 흑풍 존주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신무 옥패에 관한 단서도 같이 사라졌다. 그의 아버지 염진은 현존하는 신무 옥패는 총 여덟 개라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염구준은 세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신무 옥패의 존재는 무림에서 실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 고 반보천인이 천인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며 그의 어머니의 가문의 비밀과도 연관되어 있었다.“신무 옥패에 관해 얼마나 아십니까?”염구준은 형형한 눈으로 진무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진씨 가문이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무석은 드디어 성공했다는 마음에 감개무량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당시 저도 어려서 자세한 것은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40년 전, 진가의 노가주가 집권 당시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고려국 제명도로 건너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사업 파트너의 집안 장로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장로는 비취색의 옥패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때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신무 옥패의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비록 진품이 아니라 신무 옥패의 기적 같은 효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표면의 도안은 진짜 신무 옥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았다.“왕년의 그 사업 파트너는 고려의 황씨 가문이었습니다. 그 장로는 제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겁니다.”진무석은 조심스럽게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했다.“옥패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아마 황씨 가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겠지요.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추측이든 아니든 신무 옥패에 관한 일이라면 신중해야 했다.“아주 흥미롭네요.”염구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펼쳤다. 그러자 공기 중에 무형의 기운이 진무석의 몸에 닿더니 그대로 진무석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 군신의 귀환   제1008화

    아버지가 자신을 살리려고 이렇게까지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진서호.”염구준은 그제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진서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얼굴을 봐서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 준다. 다음에 또 나한테 걸리면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앞으로 아들 교육 똑바로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진씨 가문이 내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봐주지 않을 거예요. 아시겠습니까?”진무석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큰절을 올린 뒤에 진서호를 향해 호통쳤다.“멍청한 자식, 당장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 뭐 해?”진서호는 흠칫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경호팀 부장도 아니고 재벌가 데릴사위도 아닌, 전설로 불리는 전신전 전주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절대강자였다.“염 선생님, 손 대표님.”진서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바닥에서 기어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전에는 제가 어리석어서 두분께 많은 무례를 범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 진서호는 지난 과거를 모두 씻고 손씨 그룹을 위해 힘을 이바지하겠습니다.”진지하게 반성하는 그의 태도에 염구준은 그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나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신무 옥패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고려국으로 한번 가볼 차례였다.“구준 씨.”텔레파시가 통한 듯,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임명성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봉황국 지사는 임 이사님이 전적으로 맡아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고려국으로 갈 거면 나도 같이 가.”같이 가자는 말에 염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번 고려행은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주 먼 고대에 고려국은 용하국에서 대량의 무기와 비술을 빼돌렸기에 그곳에는 무림강자가

  • 군신의 귀환   제1009화

    여자 연예인 한 명 죽었다고 해서 그 기업에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이수진은 달랐다. 그녀는 한채인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올해 대학을 금방 졸업한 한채인은 유명 사진작가인데다가 업계에서 촉망 받는 기자였다.“한채인 여기 있어요!”갑작스러운 고함에 여자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멀지 않은 곳에 스무 명 남짓 되는 검은 정장 사내들이 멀리서 그녀를 알아보고는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저 여자 잡아! 도련님께서 어떻게든 저 여자 입을 틀어막으라고 하셨어!”스무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주변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이 놀라서 도망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채인의 앞으로 다가온 한 사내가 그녀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한채인이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고 그녀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한채인, 드디어 잡았네!”선두에 선 남자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혀를 함부로 놀리는 년은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퍽! 퍽!사정없는 폭력에 한채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겁에 질린 구경꾼들은 아무도 나서서 도와줄 엄두를 못 냈다.그런데 이때.“사내 새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여자 한 명에게 주먹질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청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이 여자가 큰 잘못을 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면 되지. 폭력이 웬말이냐고!”한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내의 두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용하국 사람으로 보이는 한 청년의 옆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있었다. 완벽한 몸매와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연예인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정말 예쁘네. 딱 내 스타일이야.”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며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예쁜이, 큰돈 벌고 싶지 않아? 우리 도련님 정말 통이 크신 분이거든.”“우리랑 같이 가면 후회하지

  • 군신의 귀환   제1010화

    손가을은 굳은 표정으로 염구준에게 고개를 돌렸다.“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이 여자분 정말 죽을지도 몰라.”염구준은 성큼 다가서서 손가을과 한채인의 앞을 가로막고 사내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미안한데 이 여성분 내가 좀 데려가야겠어.”그 말을 들은 정장 사내들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거렸다.“주제도 모르는 놈이네!”선두에 있던 건장한 사내가 싸늘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쓸데없는 일에 간섭하지 말고 가던 길 가.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총?일반인에게는 협박이 통할지 몰라도 반보천인인 염구준에게는 총알이 통할 리가 없었다.“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아. 총성이 울리면 귀찮은 일만 생길 거야.”염구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걷어올렸다.“굳이 무력으로 승부하겠다면 놀아줄 수는 있어. 놀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정도는 제공해 줘야지.”“이런 개 같은!”사내의 눈이 섬뜩하게 빛나더니 허리춤에 찬 권총으로 손을 가져갔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염구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다시 정신을 차린 순간 그는 이미 사내의 앞에 와 있었다. 그것도 잠시, 허리춤에서 둔탁한 고통이 느껴지더니 염구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허리춤에 있던 권총이 어느새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와, 멋있어!”바닥에 쓰러져 그들을 바라보던 한채인이 눈에서 빛을 뿜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혹시 저 멋진 남자분 애인이세요? 방금 전에 보여준 건 용하국 무술인가요? 정말 너무 멋있어요!”손가을은 차마 웃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까지 사내들의 주먹에 맞아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던 사람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으니 황당하기도 했다.“제 남편이에요.”손가을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한채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주변에 스물이나 되는 사내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손가을은 전혀 두려운 표

  • 군신의 귀환   제1011화

    ‘뭐?’눈을 마주친 염구준과 손가을은 서로의 눈빛에서 호기심을 읽었다.이 메르세데스 벤츠는 손 씨 그룹의 고려국 지사에서 신무 옥패를 찾기 위해 특별히 제공해 준 차량으로, 고려에 머무는 동안의 임시 자가용이 되었다.그런데 공항에서 막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폭력 사건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이 여자가 진짜 기자라고? 저 검은 옷차림의 사내들은 또 누구지?’뭔가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고려는 진짜 너무 혼란스러운 곳인 것 같아요.”한채인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울먹이며 말했다.“인터넷으로 보셔서 알겠지만 여기 고려의 대기업과 재벌들에게 평범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제 친구는 그들 때문에 죽었고 저까지 죽이려 하고 있어요. 흑흑흑... 저를 병원에 보내거나 집으로, 혹은 호텔... 어디에 가든지 저들에게 맞아 죽을 거예요.”골치 아팠다...염구준은 손가을을 바라보다 다시 울먹이고 있는 한채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이왕 도와주는 김에 끝까지 책임져주기로 했다. 친절을 베풀어 이 어린 소녀의 괴로움을 완전히 씻겨줄 것이다.“타요.”결심한 염구준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병원, 호텔 말고도 갈 곳은 있죠. 가요. 먼저 상처부터 치료해요.”이 잘생긴 남자에게 희한하게 끌렸지만 이미 결혼한 상태라 너무 아쉬웠다....한채인은 몰래 염구준의 준수한 얼굴을 힐끔거리며 손가을과 함께 차에 올랐고 염구준이 시동을 걸고 나서야 슬쩍 떠보듯이 물었다“잘생긴 오빠와 예쁜 언니는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잘생긴 오빠, 예쁜 언니라... 너무 이상한 호칭이었다.“난 염구준이라고 해요. 여기는 내 와이프, 손가을이에요. 구준 오빠, 가을 언니라고 부르면 돼요.”염구준은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너무 익숙한 곳이어서 굳이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차는 제명도의 도환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전에 용하국의 전신전을 복역하고 있을 당시 군을 따라 전국의 전장을 돌았고 고려에도 몇

  • 군신의 귀환   제1012화

    ‘진짜? 역시 전신 전주의 특효약이군!’놀란 표정을 한 한채인은 약통을 들고 1층의 화장실로 들어가 약을 바르며 유리문을 통해 소리 높여 물었다.“구준 오빠, 이 약의 이름은 뭐예요? 기록해야겠어요!”약 이름?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예로부터 고려는 용하국의 한약 문화를 배워왔지만, 비도덕적으로 타락해 배은망덕하게도 감히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용하국의 의학적 성과를 훔치려 하고 있었다!그야말로 너무 악질적인 행동이었다.“채인 씨.”손가을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며 물었다.“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왜 채인 씨를 쫓는 거예요? 증거가 있다면서요? 그게 뭐죠?”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1층 화장실에서 한채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편으로 약을 바르며 한편으로 울먹였다.“약 4개월 전에...”4개월 전, 그녀에게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온 가장 친한 친구, 이수진은 잘 나가는 배우였지만 황씨 재단의 대표 ‘황유길’의 개인 별장에서 사망했다.더욱 기괴한 것은 이수진이 사망 후 부검 결과도 없었고 정상적인 절차도 없이 당일 밤에 화장했고 소속사 측에서도 간소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대충 흘러가는 듯했다.하지만 한채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수진의 유품을 꼼꼼히 살펴보았고 마침내 일기장에서 살해된 지 6개월 전에 황유길과 다른 몇 명의 재단 대표들에게 멋대로 희롱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런 악행들을 폭로하기 위해 이수진은 몰카를 찍었고 타이머를 설정해 자신이 사망 후 한채인의 메일로 모두 전송했다.“수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상대가 너무 막강해요!”화장실에서 한채인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울부짖었다.“내가 어디를 가도 오늘처럼 불쑥 나타나 몽둥이를 휘둘러요.”“몇 번은 빠져나갔고 그대로 두들겨 맞은 적도 있어요. 오늘 당신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라요. 누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499화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 군신의 귀환   제2498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 군신의 귀환   제2497화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 군신의 귀환   제2496화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 군신의 귀환   제2495화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 군신의 귀환   제2494화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 군신의 귀환   제2493화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 군신의 귀환   제2492화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 군신의 귀환   제2491화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