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그룹의 뼈대는 용운그룹이야. 20조에 달하는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지.”염구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 규모의 회사를 고작 식품 안전처 실장이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 손씨 그룹에 제재를 가하고 싶었으면 너보다는 더 큰 인물이 나섰어야지.”“정 실장? 당신 배후에 있는 큰 인물이 도대체 누구지?”정인호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똑똑한 놈이네? 좋아, 그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지. 손씨 그룹에 제재를 가하라고 지시한 분은 우리 식약처 박 장관님이셔!”박 장관은 꽤 비중이 높은 인물이었다.청해시 같이 바다인근의 도시에서 식약처 장관의 입지는 수많은 회사의 발전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시가 총액이 20조에 달하는 대기업이라도 식약처의 제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박 장관이라… 아주 잘나셨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시장님 사무실이죠? 지금 당장 시장님 바꿔주세요. 실명으로 제보 하나를 하려고 합니다.”전화를 받은 시장 비서실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선생님, 시장님은 공무가 다망하셔서 시민 분들의 민원 전화까지 상대해 주실 수 없어요. 차라리….”“시장님께 전해요.”염구준은 비서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고 말했다.“북부에서 퇴역한 염구준이라는 사람입니다.”“북부의 염구준 씨?”수화기 너머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6개월 전인가? 시장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안이 있었다. 만약 북부의 염구준이라는 사람한테 연락이 오면 이유 불문하고 바로 내선 전화로 연결해 달라는 지시였다.시장이 이렇게까지 지시할 사안이면 아주 대단한 인물일 터!“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가슴이 철렁한 비서실 직원은 곧장 시장 사무실로 내선 전화를 연결했다.한편, 시장 종찬우는 편안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최신 뉴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청해시 조폭 세력은 최근 정돈을 거쳐 조폭계에 몸담고 있던 일부 기업 회장님들은 불법에
종찬우는 지체할 시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종찬우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세요!”한편, 염구준은 핸드폰을 듣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장님, 지금 청해시 식약품 안전처에서 저희 회사에 방문하셨는데….”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8000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일이니 정말 조사가 필요한지 시장님께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종찬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종찬우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멍청한 놈!”그는 이를 갈며 전화기를 바닥에 홱 던지고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장 차 준비해! 지금 손씨 그룹으로 간다!”식약품 안전처 박 장관?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감히 전신전 전주의 회사에 마수를 뻗치다니! 한편, 손씨그룹 사무실.“연기 잘하네!”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정인호가 비웃음을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염구준, 퇴역 군인 주제에 시장 사무실에 직접 전화연결을 한다고? 차라리 용주님한테 전화했다고 하지 그래?”“경고하는데 시장님이 오셔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박 장관께서 이미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셨거든. 그분께서 손씨 그룹의 멸망을 바란다면 살아남을 길은 없는 거야!”손가을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아까 침착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 어떡한담!’박 장관이 이미 모든 절차를 끝내놓았다면 시장이 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정말 회사가 망하는 걸까?“조급해하지 마.”염구준은 여전히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을의 손을 잡아주었다.“우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도대체 그 대단한 박 장관께서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자고!”시간은 어느덧 흘러,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청해시 시장 종찬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시… 시장님?”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염 선생님….”종찬우는 당연히 그의 신분을 대놓고 밝힐 수 없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다가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려다가 움찔하며 다시 손을 내렸다.어찌 일개 시장 주제에 감히 이분에게 악수를 청할까!상대는 전신전의 주인이자 최강 전신, 북부 군단의 총사령관이었다.한마디로 기침만 해도 전국을 뒤흔들 존재!“종 시장님, 안녕하세요.”염구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종찬우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미 전화에서 다 말씀드렸고 현명하신 시장님께서 저희처럼 힘없는 소시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믿습니다.”힘없는 소시민?종찬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전주님, 님이 소시민이면 저는 도대체 뭐가 된단 말입니까?염구준에 비하면 종찬우 자신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이분이 손가을 대표님이신가요?”종찬우는 더 이상 염구준과 대화를 나눴다가는 혼이 나갈 것 같아서 다급히 손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우리 시의 유능한 기업가이시죠. 용운그룹을 이어받아 뛰어난 경영실력으로 우리 시를 위해 거대한 공헌을 세웠으니 존경스럽습니다!”손가을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도시의 시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이토록 깎듯이 대한다고?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웠다.“시… 시장님.”손가을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저희가 어떤 부분이 미흡해서 식약처의 관리 조항을 위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정말 죄송해요!”“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종찬우는 가슴이 철렁해서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손 대표님께서는 기업 운영을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관리 능력도 뛰어나고 8천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죠. 제가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리고 정인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씨그룹이 무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어? 납득이 가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네 옷부터 벗길 줄 알아!”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염구준이 청해에 온 뒤로 그
진동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인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진… 진 처장님, 저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백 장관님이 지시한 일입니다!”그가 어린 나이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눈치 덕분이었다.이제 그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종 시장은 대놓고 손가을을 감싸주려고 친히 그룹에 방문했다. 증거가 있어도 없는 것이고 섣불리 증거라고 들이밀었다가 무고죄로 잡혀갈 수가 있었다.게다가 박경석에게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증거는 없습니다.”그들을 지켜보던 손가을이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관련 규정을 위반해서 조사를 나온 게 아니었군요. 오늘은 백 장관님, 내일은 또 누가 올까요? 8천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기업인데 저는 하마터면 압박에 못 이겨서 회사 문 닫을 뻔했어요!”“이런 망할 자식들이!”옆에서 듣고 있던 종찬우가 분노했다.항상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해 오던 시장님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 정인호? 당장 옷 벗고 특별 조사팀 꾸려서 이 사건 철저히 조사해! 결과가 나오면 바로 나한테 보고 올리고!”“그리고 박경석 그 자식도 철저하게 조사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일이 없는지, 재임 기간에 있었던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먼지 한톨 남기지 말고 샅샅이 털어!”진동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옷만 벗기는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조사가 들어갈 것이다.박경석은 물론이고 정인호 모두 도망갈 구멍은 없다.“하루, 아니 반나절을 주지!”종찬우는 손가을의 수심 가득한 얼굴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염구준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반나절 줄 테니 오후에 결과 내 앞으로 가져와! 이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 진 처장도 해임이야!”“네… 네!”진동기 처장의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정인호는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는 넋이 나간 상태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
진동기를 필두로 한 특별 조사팀 팀원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박경석을 노려보았다.“출근 시간에 술을 마셔? 아주 잘하는군 그래!”“박경석 당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는 시장님의 지시가 내려졌다! 지금은 아무 말 할 필요 없이 조사팀 따라가서 성실히 조사를 받아!”말을 마친 진동기는 짜증스럽게 발을 쾅 구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트… 특별 조사팀?”박경석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들고 있던 와인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시장인 종찬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팀원들은 철저한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정인호와 박경석은 경험이 풍부한 조사팀 앞에서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들은 이번 손씨그룹 관련 제재 사건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진술했다.“그러니까 성도 장원그룹의 장무현이 벌인 일이란 말이지?”조사팀 팀장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당장 장무현 잡으러 출발하자고!”네 대의 무장 트럭이 바람을 가르며 출발했다.한편, 손태진의 저택.“장 본부장, 이번 일은 정말 잘하셨어요!”손태진은 장무현에게 차를 따르며 흐뭇하게 말했다.“박 장관이 직접 움직였으니 손씨그룹은 곧 무너지겠군요! 아무리 염구준이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장무현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을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퇴역 군인 주제에 싸움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아직 장원과 맞설 정도의 실력자는 아니었다.“장 본부장님.”손호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손씨그룹의 파산은 이제 시작인 거죠? 염구준이 장혁 씨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회사 하나 박살내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장무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다!“내 조카를 건드린 놈인데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죠! 놈은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장무현은 느긋하게 찻잔을 입으로
직권을 남용하여 비리를 저지르던 일당들이 감히 손씨 그룹에 손을 뻗어?그러면 진짜 권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그 시각, 손씨그룹 대표 사무실.“염 선생님, 손가을 씨.”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찬우는 비서가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번 사건은 순전히 오해에서 기인한 일입니다. 사건의 범인들은 전부 잡아들였는데 원하시는 바가 더 있나요?”원하는 것?손가을의 표정에 잔뜩 끼었던 먹구름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충격과 놀람만이 남았다.너무 충격적이었다.이번 사건은 종 시장의 적극적인 개입도 놀라웠지만 일이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될 줄은 몰랐다. 장무현과 박경석 장관이 구속되고 큰아버지인 손태진도 화를 면하지 못했다.조사 과정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웠다. 박경석은 가는 곳마다 비리를 저지르고 다녔으니 감방 생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종 시장님께서 이리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염구준은 손가을의 얼굴을 힐끗 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집사람은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이니 멀리 배웅하지는 않겠습니다.”그냥 이제 일이 끝났으니 가보라는 얘기였다.“그… 그럼요! 그럼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전신전 전주가 친히 축객령을 내렸는데 그것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신분을 온전히 밝힐 수도 없었기에 종찬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났다.그를 따라왔던 각계 고위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따라나섰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누군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시장님, 염구준 씨는 도대체 누군데 시장님께서 그렇게 깍듯이 대하는 겁니까?”종찬우는 식은땀을 훔치며 그 말을 한 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그래도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안도감이 들었다.염구준이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라면 종찬우의 시장 자리도 위험했다.“여보.”종찬우 일행이 떠나자 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년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응?”걸음을 멈춘 중년남자가 손가을을 아래위로 훑더니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너무 아름다운 여자였다.평생 수많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그들을 다 합쳐도 이 여자의 발꿈치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욕실 가운에 가려진 아름다운 몸매와 언뜻 보이는 희고 길게 뻗은 종아리….볼수록 욕망이 치솟았다.“아이고!”중년 남자는 갑자기 중심을 잃더니 비틀거리며 손가을의 가까이 다가섰다.“앞도 안 보고 다녀? 너 일부러 나 친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곧장 경호원을 호출했다.“당장 이 년을 묶어!”중년 남자의 등 뒤에서 건장한 체구의 경호원이 나서더니 곧장 손가을에게 손을 뻗었다.손가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뒷걸음질치다가 중심을 잃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계단을 구를 일촉즉발의 상황에 2층에 있던 남자가 신속히 몸을 날려 쓰러지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곧장 손을 뻗어 그 경호원의 팔목을 낚아챘다.당연히 염구준이었다.“구준 씨!”손가을의 놀란 가슴은 자신을 품고 있는 단단한 가슴팍에 닿자마자 조금 안정을 찾았다. 그녀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저녁 여덟 시에 옆집 와인바에서 공연이 있다길래 당신이랑 같이 가려고 했었지. 마침 내려오던 저분이 내가 옆으로 비켜섰는데도 어깨를 부딪혀서….”염구준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등 뒤로 감추었다.그리고 잡고 있던 경호원의 팔을 내치고 고개를 돌려 중년남자를 쏘아보았다.“일부러 우리 집사람을 쳤다는 거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뭐긴!네 놈 마누라가 하도 예뻐서 말이지!중년 남자는 염구준을 힐끗 보더니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달리기 좀 하는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훈련 좀 받은 놈이로군.”그는 곧장 오른 손을 치켜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놈 마누라가 먼저 날 쳤는데 이것들이 아주 적반하장이네? 멍하니 서서 뭐 해? 달려가서 저놈들 잡아!”중년 남자의 뒤에서 일곱 명의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부 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었고 이런 일반인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안 사장님, 노여움 푸시지요!”계단 뒤쪽에서 호텔 매니저가 식은땀을 흘리며 달려오더니 중년 남자에게 깍듯이 인사했다.“CCTV 영상으로 이쪽 상황을 확인하고 달려왔습니다. 안 사장님, 싸우지들 마시고 대화로 푸시죠!”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과 염구준을 소개했다.“이분들은 청해시 손씨그룹의 손가을 대표님과 경호팀 부장 염구준 씨입니다. 이분은 천안 제약의 안 사장님이세요. 다 같이 사업하는 분들끼리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대화로 푸시지요.”오해?안 사장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큰 인물인 줄 알았더니 신설 기업이야?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인데? 내 오늘 당장….”“안 사장님!”매니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말렸다.“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다들 스트레스 해소하러 여행 온 분들 아닙니까. 호텔 이미지도 있는데 여기서 싸우시면 안 됩니다!”염구준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매니저의 말이 맞았다.직원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성실한 매니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여보.”염구준은 안 사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손가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옆집 와인 바에 가자고 했었지? 저런 인간 쓰레기들 때문에 기분 잡치지 말고 옷 갈아입고 출발하자!”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의 손을 잡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손씨 그룹 직원들도 각자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안 사장과 그의 경호원들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사장님.”경호원이 푸르뎅뎅한 상사의 표정을 살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아홉 시, 옆 와인 바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마 공연 보러 그곳으로 갈 것 같네요!”와인 바라….안 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