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찬우는 지체할 시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종찬우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세요!”한편, 염구준은 핸드폰을 듣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장님, 지금 청해시 식약품 안전처에서 저희 회사에 방문하셨는데….”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8000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일이니 정말 조사가 필요한지 시장님께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말을 마친 그는 종찬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종찬우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멍청한 놈!”그는 이를 갈며 전화기를 바닥에 홱 던지고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장 차 준비해! 지금 손씨 그룹으로 간다!”식약품 안전처 박 장관?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감히 전신전 전주의 회사에 마수를 뻗치다니! 한편, 손씨그룹 사무실.“연기 잘하네!”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정인호가 비웃음을 머금고 비아냥거렸다.“염구준, 퇴역 군인 주제에 시장 사무실에 직접 전화연결을 한다고? 차라리 용주님한테 전화했다고 하지 그래?”“경고하는데 시장님이 오셔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박 장관께서 이미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셨거든. 그분께서 손씨 그룹의 멸망을 바란다면 살아남을 길은 없는 거야!”손가을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아까 침착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 어떡한담!’박 장관이 이미 모든 절차를 끝내놓았다면 시장이 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정말 회사가 망하는 걸까?“조급해하지 마.”염구준은 여전히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을의 손을 잡아주었다.“우린 여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도대체 그 대단한 박 장관께서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자고!”시간은 어느덧 흘러,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청해시 시장 종찬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시… 시장님?”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염 선생님….”종찬우는 당연히 그의 신분을 대놓고 밝힐 수 없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다가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려다가 움찔하며 다시 손을 내렸다.어찌 일개 시장 주제에 감히 이분에게 악수를 청할까!상대는 전신전의 주인이자 최강 전신, 북부 군단의 총사령관이었다.한마디로 기침만 해도 전국을 뒤흔들 존재!“종 시장님, 안녕하세요.”염구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종찬우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미 전화에서 다 말씀드렸고 현명하신 시장님께서 저희처럼 힘없는 소시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믿습니다.”힘없는 소시민?종찬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전주님, 님이 소시민이면 저는 도대체 뭐가 된단 말입니까?염구준에 비하면 종찬우 자신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이분이 손가을 대표님이신가요?”종찬우는 더 이상 염구준과 대화를 나눴다가는 혼이 나갈 것 같아서 다급히 손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우리 시의 유능한 기업가이시죠. 용운그룹을 이어받아 뛰어난 경영실력으로 우리 시를 위해 거대한 공헌을 세웠으니 존경스럽습니다!”손가을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 도시의 시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을 이토록 깎듯이 대한다고?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웠다.“시… 시장님.”손가을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저희가 어떤 부분이 미흡해서 식약처의 관리 조항을 위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라가라 해서 정말 죄송해요!”“아유, 그런 말씀 마세요!”종찬우는 가슴이 철렁해서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손 대표님께서는 기업 운영을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관리 능력도 뛰어나고 8천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죠. 제가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리고 정인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씨그룹이 무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어? 납득이 가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네 옷부터 벗길 줄 알아!”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염구준이 청해에 온 뒤로 그
진동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인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진… 진 처장님, 저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백 장관님이 지시한 일입니다!”그가 어린 나이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눈치 덕분이었다.이제 그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종 시장은 대놓고 손가을을 감싸주려고 친히 그룹에 방문했다. 증거가 있어도 없는 것이고 섣불리 증거라고 들이밀었다가 무고죄로 잡혀갈 수가 있었다.게다가 박경석에게는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증거는 없습니다.”그들을 지켜보던 손가을이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관련 규정을 위반해서 조사를 나온 게 아니었군요. 오늘은 백 장관님, 내일은 또 누가 올까요? 8천여 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린 기업인데 저는 하마터면 압박에 못 이겨서 회사 문 닫을 뻔했어요!”“이런 망할 자식들이!”옆에서 듣고 있던 종찬우가 분노했다.항상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해 오던 시장님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 정인호? 당장 옷 벗고 특별 조사팀 꾸려서 이 사건 철저히 조사해! 결과가 나오면 바로 나한테 보고 올리고!”“그리고 박경석 그 자식도 철저하게 조사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일이 없는지, 재임 기간에 있었던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먼지 한톨 남기지 말고 샅샅이 털어!”진동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옷만 벗기는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조사가 들어갈 것이다.박경석은 물론이고 정인호 모두 도망갈 구멍은 없다.“하루, 아니 반나절을 주지!”종찬우는 손가을의 수심 가득한 얼굴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염구준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반나절 줄 테니 오후에 결과 내 앞으로 가져와! 이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 진 처장도 해임이야!”“네… 네!”진동기 처장의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정인호는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는 넋이 나간 상태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
진동기를 필두로 한 특별 조사팀 팀원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박경석을 노려보았다.“출근 시간에 술을 마셔? 아주 잘하는군 그래!”“박경석 당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는 시장님의 지시가 내려졌다! 지금은 아무 말 할 필요 없이 조사팀 따라가서 성실히 조사를 받아!”말을 마친 진동기는 짜증스럽게 발을 쾅 구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트… 특별 조사팀?”박경석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들고 있던 와인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시장인 종찬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팀원들은 철저한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정인호와 박경석은 경험이 풍부한 조사팀 앞에서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들은 이번 손씨그룹 관련 제재 사건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진술했다.“그러니까 성도 장원그룹의 장무현이 벌인 일이란 말이지?”조사팀 팀장이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당장 장무현 잡으러 출발하자고!”네 대의 무장 트럭이 바람을 가르며 출발했다.한편, 손태진의 저택.“장 본부장, 이번 일은 정말 잘하셨어요!”손태진은 장무현에게 차를 따르며 흐뭇하게 말했다.“박 장관이 직접 움직였으니 손씨그룹은 곧 무너지겠군요! 아무리 염구준이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장무현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을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퇴역 군인 주제에 싸움 좀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아직 장원과 맞설 정도의 실력자는 아니었다.“장 본부장님.”손호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손씨그룹의 파산은 이제 시작인 거죠? 염구준이 장혁 씨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회사 하나 박살내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장무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다!“내 조카를 건드린 놈인데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죠! 놈은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장무현은 느긋하게 찻잔을 입으로
직권을 남용하여 비리를 저지르던 일당들이 감히 손씨 그룹에 손을 뻗어?그러면 진짜 권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그 시각, 손씨그룹 대표 사무실.“염 선생님, 손가을 씨.”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찬우는 비서가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번 사건은 순전히 오해에서 기인한 일입니다. 사건의 범인들은 전부 잡아들였는데 원하시는 바가 더 있나요?”원하는 것?손가을의 표정에 잔뜩 끼었던 먹구름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충격과 놀람만이 남았다.너무 충격적이었다.이번 사건은 종 시장의 적극적인 개입도 놀라웠지만 일이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될 줄은 몰랐다. 장무현과 박경석 장관이 구속되고 큰아버지인 손태진도 화를 면하지 못했다.조사 과정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웠다. 박경석은 가는 곳마다 비리를 저지르고 다녔으니 감방 생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종 시장님께서 이리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염구준은 손가을의 얼굴을 힐끗 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집사람은 휴식이 좀 필요해 보이니 멀리 배웅하지는 않겠습니다.”그냥 이제 일이 끝났으니 가보라는 얘기였다.“그… 그럼요! 그럼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전신전 전주가 친히 축객령을 내렸는데 그것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신분을 온전히 밝힐 수도 없었기에 종찬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났다.그를 따라왔던 각계 고위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따라나섰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누군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시장님, 염구준 씨는 도대체 누군데 시장님께서 그렇게 깍듯이 대하는 겁니까?”종찬우는 식은땀을 훔치며 그 말을 한 자를 힘껏 노려보았다. 그래도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안도감이 들었다.염구준이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라면 종찬우의 시장 자리도 위험했다.“여보.”종찬우 일행이 떠나자 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년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응?”걸음을 멈춘 중년남자가 손가을을 아래위로 훑더니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너무 아름다운 여자였다.평생 수많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그들을 다 합쳐도 이 여자의 발꿈치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욕실 가운에 가려진 아름다운 몸매와 언뜻 보이는 희고 길게 뻗은 종아리….볼수록 욕망이 치솟았다.“아이고!”중년 남자는 갑자기 중심을 잃더니 비틀거리며 손가을의 가까이 다가섰다.“앞도 안 보고 다녀? 너 일부러 나 친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곧장 경호원을 호출했다.“당장 이 년을 묶어!”중년 남자의 등 뒤에서 건장한 체구의 경호원이 나서더니 곧장 손가을에게 손을 뻗었다.손가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뒷걸음질치다가 중심을 잃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계단을 구를 일촉즉발의 상황에 2층에 있던 남자가 신속히 몸을 날려 쓰러지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곧장 손을 뻗어 그 경호원의 팔목을 낚아챘다.당연히 염구준이었다.“구준 씨!”손가을의 놀란 가슴은 자신을 품고 있는 단단한 가슴팍에 닿자마자 조금 안정을 찾았다. 그녀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저녁 여덟 시에 옆집 와인바에서 공연이 있다길래 당신이랑 같이 가려고 했었지. 마침 내려오던 저분이 내가 옆으로 비켜섰는데도 어깨를 부딪혀서….”염구준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녀를 등 뒤로 감추었다.그리고 잡고 있던 경호원의 팔을 내치고 고개를 돌려 중년남자를 쏘아보았다.“일부러 우리 집사람을 쳤다는 거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뭐긴!네 놈 마누라가 하도 예뻐서 말이지!중년 남자는 염구준을 힐끗 보더니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달리기 좀 하는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훈련 좀 받은 놈이로군.”그는 곧장 오른 손을 치켜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놈 마누라가 먼저 날 쳤는데 이것들이 아주 적반하장이네? 멍하니 서서 뭐 해? 달려가서 저놈들 잡아!”중년 남자의 뒤에서 일곱 명의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그는 자신의 경호원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부 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었고 이런 일반인들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안 사장님, 노여움 푸시지요!”계단 뒤쪽에서 호텔 매니저가 식은땀을 흘리며 달려오더니 중년 남자에게 깍듯이 인사했다.“CCTV 영상으로 이쪽 상황을 확인하고 달려왔습니다. 안 사장님, 싸우지들 마시고 대화로 푸시죠!”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과 염구준을 소개했다.“이분들은 청해시 손씨그룹의 손가을 대표님과 경호팀 부장 염구준 씨입니다. 이분은 천안 제약의 안 사장님이세요. 다 같이 사업하는 분들끼리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대화로 푸시지요.”오해?안 사장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큰 인물인 줄 알았더니 신설 기업이야?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인데? 내 오늘 당장….”“안 사장님!”매니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말렸다.“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다들 스트레스 해소하러 여행 온 분들 아닙니까. 호텔 이미지도 있는데 여기서 싸우시면 안 됩니다!”염구준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매니저의 말이 맞았다.직원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성실한 매니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여보.”염구준은 안 사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손가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옆집 와인 바에 가자고 했었지? 저런 인간 쓰레기들 때문에 기분 잡치지 말고 옷 갈아입고 출발하자!”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의 손을 잡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손씨 그룹 직원들도 각자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안 사장과 그의 경호원들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사장님.”경호원이 푸르뎅뎅한 상사의 표정을 살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아홉 시, 옆 와인 바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마 공연 보러 그곳으로 갈 것 같네요!”와인 바라….안 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2층의 호화로운 룸에서 안건호는 한손에 와인잔을 들고,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나,안모한테 잘못을 저지르고도 클럽에서 재밌게 놀겠다고? 꿈 깨라고 그래!"성렬아."안건호는 손을 젓고 흥 하고 코웃음 치고는 말했다."3분줄게, 그 안에 사람들 다 내보내!""그건......"클럽 사장은 멈칫했고 그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보였다. “안사장님,그건 좀 안될거 같습니다. 오늘 특별히 인기 밴드를 요청해서 장사가 잘되는데, 만약 다 내보내면......""뭐야, 겨우 돈때문이야?!"안건호는 클럽 사장을 째려보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성렬아!"하고 외쳤다. 성렬은 곧바로 블랙카드를 꺼내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이거 전세 내는데 얼마야? 알아서 긁어." 클럽 사장은 블랙카드를 받고는 "평소에는 1억5000정도인데 오늘은 두배 정도 되니까...계산하면 3억정도이니...저...""답답하게 굴지마. 빨리 긁어!"안건호는 인내심을 잃었다는듯이 룸의 창문을 통해 아래에 있는 염구준과 사람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비워!"클럽사장은 차마 뭐라고 할수가 없어 빨리 바카운터로 달려가 직원들한테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손님들한테 무례하게 굴지 말고 모두 좋게 좋게 내보내!"직원들은 바로 행동했다. 어떤 사람들은 무대로 갔고, 어떤 사람들은 룸으로 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내보냈다."염선생님."손씨 그룹의 사람들이 많으니 클럽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직접 다가가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방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내일도 저 밴드를 요청할게요! 그리고 오늘 저녁 소비하신것도 모두 제가 쏘는걸로 하겠습니다!"염구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위의 회사직원들이 모두 눈썹을 찌푸렸다. 조금 전부터 사람들이 나가는걸 봤던 그들은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이 클럽을 통째로 빌렸다는걸!"만약 다른 날이였다면 저도 나가겠지만, 오늘만큼은 안됩니다!" 염구준은 머리를 돌려 뒤에있는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와이프한테 노래 한곡 선물해주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