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염희주가 유치원 문앞에서 양 할머니의 어린 손자와 트러블이 생긴 뒤로 용준영에게 염희주의 안전을 꼭 지켜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을과 염희주가 납치당하다니!“이건 일반적인 납치가 아니야!”염구준은 몇 분 동안 침묵하더니 갑자기 실눈을 뜨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 한 통을 보냈다.수취인은 전신전 4대 전존 중 한 명인 주작전존이었다! 문자 내용은 당장 군단의 위성 서류를 보내줘요. 청해시 황금빛 햇살 유치원 문 앞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알아야겠어요! 약 10분 뒤. 띵! 군사정찰위성으로 촬영된 영상 화면이 염구준의 핸드폰으로 보내졌다. “안건호 이놈이..!”염구준은 디테일 하나 놓칠세라 영상 화면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은 유치원 옆에 있는 골목에 닿았다. 그리곤 그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안건호!영상은 북부 군단의 20시간 정찰위성으로 찍은 것이었으며 특별히 포커스를 잡지는 않아서 영상 해상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염구준은 벤틀리에 앉은 뚱뚱한 중년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오봉산 관광구에서 창피를 당했던 뚱보 안건호였다![벤틀리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곳은..]염구준은 재빨리 문자 한 통을 더 보냈다.[주작, 벤틀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계속 따라가. 그리고 위치를 찾아내!]2분도 안 되어 주 작전존에게서 답장이 왔다.[주군, 벤틀리는 지금 주군에게서 약 26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위치는 해동성 성 소재지인 운해시 운천클럽 뒷마당입니다!]운천클럽? 염구준은 용준영의 말을 다 들을새도 없이 바로 포르쉐에 들어가 엑셀을 밟았다. 차는 운해시를 향해 달렸다!…늦은 밤 10시 좌우, 운해시, 운천클럽.이곳은 운해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클럽이었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화려했고 손님들도 죄다 부자나 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었다. 운해의 거의 모든 최고급 권문세가가 모인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오늘 밤 같은 경우에는 딜러를 포함한 운해의 30여
응?경비원 팀장이 눈썹을 치켜올림과 동시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사단을 일으키러 온 거군! 얘들아, 손님들의 분위기를 깨지 못하게 이 사람들 얼른 처리해!”슉슉! 나머지 경비원 3명이 염구준과 곧 싸울 것처럼 고무봉을 기세등등하게 흔들어 댔다.쿵!! 하지만 염구준의 강철같은 주먹은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주먹은 아주 선명하게 연한 흰색의 태풍을 만들어 냈고 팀장을 포함한 4명의 경비원을 전부 날려 보냈다!“악!!”4명의 경비원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그렇게 뒤에 있는 클럽 로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의 입에서 치아와 더불어 선혈이 흘렀고 로비의 카펫은 피로 물들었다!슈슈슉! 멀지 않은 곳에서 경매에 참여한 손님들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듣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님들은 바닥에 있는 피와 통곡하며 비명 지르는 경비원들을 보고, 살기등등한 염구준을 보더니 깜짝 놀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여긴 운천클럽이야! 감히 누가 여기서 소란을 피워?!”로비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났다.“이 자식을 잡아!”슈슈슉! 로비에서 질서를 지키던 20여 명의 경비원들이 사방으로부터 염구준에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 고무봉을 하나씩 들었는데 아주 기세등등하였다!“응?!”염구준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았다.“감히 다가오는 자는 죽여버릴 테다!”화라락…20여 명의 경비원들이 전부 멈추었다. 염구준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충격을 받았다. 대체 저런 눈빛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그 눈빛은 경비원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그들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는 눈빛이었다! 마치 손짓 하나만으로 그들을 전부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염씨 성의 청년은 분명 진정한 킬러일 것이다!“지금 당장 대답해!”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며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계셔? 안건호는 또 어디 있고! 손가을이랑 염희주는 또 어디 있어? 거짓말했다가는 너희들을 다 죽
“이봐, 오늘 경매하는 게 너희 아내와 딸이라고?”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귀빈석에서 일어나더니 염구준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요. 당신은 말할 자격이 없어요. 당신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손을 들어 휙 하고 젓자, 신분이 비범해 보이는 중년 남자는 염구준의 손에 의해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는 7, 8명 손님의 머리 위로 날아갔으며 떨어질 때는 로비에 있는 의자들이 다 넘어질 지경이었다!“악, 너무 아파… 젠장!”중년 남자는 애써 일어나 아주 화난 얼굴로 염구준을 쳐다보며 소리쳤다.“감히 임 모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임 모는...”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염구준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차가우며 살기등등한 그 눈빛! 로비는 엄구준의 살기로 가득 찼고 심지어 온도도 급작스레 내려가는 듯하였다. 시쳇더미와 핏자국을 보는 듯하여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저런 눈빛은…”임씨 성의 중년 남자는 몸을 파르르 떨었고 심장도 저도 모르게 격렬하게 떨렸다! 지금 앞에 있는 염구준은 마치 냉혈 킬러처럼 한 마디만 내뱉어도 상대방을 당장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대체 무슨 일이야?!”이때 아주 음침하고 차가운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염구준의 뒤에서 들려왔다.“누군가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며? 우리 아버지도 만나고 싶어 한다니.. 하하! 누구야? 당장 나와!”슈슈슉! 로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청년에게로 향했다. 운천클럽 사장님의 아들, 별명은 “태자”, 운해시 폭력배들 사이에서 유명하며 손태산 조직마저 그의 체면을 봐줘야 했다! 그는 염구준 앞에 다가가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아까 손가을이 당신의 아내고 염희주는 당신의 딸이라며? 잘 들어, 과거에 그녀들이 누구였든! 운천클럽에 오기만 하면 경매품이 돼! 내 말 알아듣겠어? 알아들었으면 저리 꺼져. 알아듣지 못하면 개만도 못하게 해줄 거야!”개? 염구준이 실눈을 뜨더니 천천
식은 죽 먹기지!3명의 경비원이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염구준이 내던진 테이블에 맞아 10여 미터 떨어진 뒤에 있는 테이블에 날아갔다! 엉망진창이었다! 그들의 가슴이 쑥 들어갔고 테이블 위에 있던 술과 요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술과 음료가 주변에 있던 손님들한테 튀었다. 그러자 깜짝 놀란 손님들이 머리를 감싸 쥐고 도망갔다!“당신…”태자의 오만방자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놀라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손잡이가 100여 킬로그램 되는 원목 테이블이 저렇게 쉽게 날아가다니? 게다가 내공이 두둑하고 실력이 강한 경비원 3명을 순식간에 넘어져 일어나지도 못하게 하다니? 염구준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가?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을까?!“내 아내랑 딸이 납치당해서 경매당하는 중이야.”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로비에 있는 사람들을 다 무시한 채 태자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내 아내와 딸이 상품이라고? 돌려보내지도 않겠다고? 알았어, 좋아! 내 실력을 보여주지!”말을 마친 염구준은 손바닥으로 힘차게 따귀를 때렸다. 팟! 따귀를 한 번 더 때리니 핏방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태자는 순간 얼굴이 엉망이 되었고 코뼈가 부러졌으며 코피가 흘렀고 눈과 귓속에서도 피가 흘렀다… 태자의 머리가 목 위에서 한 바퀴 돌다가 몸과 함께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가 꽈당하고 바닥에 넘어졌고 그 모습은 마치 힘 빠진 죽은 강아지 같았다. 그리곤 태자의 팔과 다리가 격렬하게 떨리더니 그는 제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어딜 감히!”이때 로비 앞에 있는 무대에서 아주 화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염 모시기가 염구준 당신이야?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하다니? 나, 임 모는 널 가만두지 않겠다!”응? 로비에 있는 당황한 표정의 손님들과 염구준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운천클럽의 사장님, 운해시 지하 세력 중 으뜸가는 독한 사람, 7, 8개 스타즈 호텔, 그리고 클럽 몇 개를 소유한 지하 세계의
” “1초도 지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내와 딸을 나에게 줘. 내 실력을 의심하지 마. 내가 널 죽이는 건 사람이 개를 죽이듯 쉬우니깐!”씁! 로비에 있던 뭇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거의 모든 손님이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임진태 어르신을 개 죽이듯이 죽인다고? 청해에서 온 염구준은 분명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이곳은 청해처럼 작은 지방이 아니고 성 소재지인 운해시니까! 명성이 자자한 임진태 어르신은 운해시의 지하 세계의 제왕이다!“우리 아들을 다치게 하고는 막말까지 하더니.. 이젠 나까지 죽이겠다고?!”이때 임진태는 아들 곁으로 다가가 아들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좋아, 아주 좋아, 굉장히 좋단 말이지! 여기 계신 분들의 체면을 고려해서 경매회가 끝난 뒤에 당신을 처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당신이 직접 죽겠다고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네!”말을 마친 뒤 임진태는 먼 곳에 있는 무대 뒤를 향해 소리쳤다.“나 아저씨, 염구준이 오늘 꼭 죽어야 한다니깐 나 아저씨가 직접 죽여주세요!”나 아저씨?! 클럽 로비에 있던 거의 모든 손님이 의자에서 일어나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먼 곳에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운해시 지하 세력 중 으뜸가는 강자, 진정한 무도 고수, 임진태가 절반 이상의 수입을 투자해 특별히 모시는 히든카드인 ‘나 아저씨’가 바로 임진태의 비장 무기이다. 나 아저씨가 존재하는 한 아무도 지하 세계 강자 임진태의 위치를 건드릴 수 없었다!“이봐, 너무 나대지 마.”무대 뒤에서 나 아저씨가 옅은 회색의 당대 복장 차림에 두 손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무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주 마른 몸매에 두 눈은 혼탁해 보였으나 은은하게 빛났다. 발걸음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고 발걸음마다 보폭은 똑같았으며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마치 아주 무거운 북소리 장단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염구준은 그를 보곤 살짝 실눈을 뜨며 그
이때 인내심이 고갈된 염구준은 낮은 소리로 외치더니 오른손을 갑자기 내밀었다.칵! 갑자기 나타난 번개처럼, 염구준의 오른손은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의 오른손은 나 아저씨의 매 발톱을 훌쩍 넘었다. 염구준은 갑자기 나 아저씨의 목을 잡더니 바닥을 향해 힘껏 내팽개쳤다. 쿵 하는 굉음이 났다!! 클럽 로비의 단단한 대리석 지면이 순간 파열했고 나 아저씨는 머리가 깨져서 피와 뇌장이 폭발하듯 쏟아져나왔다. 심지어 주변에 있던 손님들에게까지 튀었다. 염구준이 단 한 가지 동작만으로 아까만 해도 위세를 떨던 나 아저씨를 머리 없는 시체로 만들어버렸다. 목 윗부분은 피부조차 안 보일 정도로 훼손되었다!“이건…”로비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담이 작은 부호들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입을 막고 토하기까지 했다.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장면에 사람들은 염구준이 인간이 아니라며 욕했다.“나 같았으면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았을 거야.”염구준의 살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옆에 있는 임진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아내와 딸을 내놔. 안건호도 내놓고!”“그러지 않았다가는 죽여버릴 테다!”“나.. 나 아저씨...”임진태는 땅에 앉아서 정신을 잃은 아들을 안고 나 아저씨의 머리 없는 시체를 보면서 멘붕 상태에 이르렀다!운해의 지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나 아저씨 덕분이었다! 그동안 다른 지하 세력과 싸울 때 기타 지하 보스들을 누를 수 있었던 건 나 아저씨 한 명뿐이었고 나 아저씨는 가는 곳마다 적수가 없었다!그는 심지어 매 발톱 같은 두 손으로 대리석을 쉽게 깨트리고, 고경도의 합금마저 변형시킬 수 있었다.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나 아저씨가 염구준의 동작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고 목 졸리고 땅에 떨어져 머리까지 깨지다니!“내 아내랑 딸은 대체 어디 있어? 안건호는 또 어디 있고?!”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 임진태의 머리를 잡고 마치 사신이 심판하듯 말했다. 로비 전체에 살의가 역력했다.“3초 안에
다행히도 다들 무사했다!가을의 옷이 단정한 걸 보니 모욕은 당하지 않았을 테고 희주 얼굴에 있는 자국은 아마도 뺨을 맞아서 그럴 것이다.. 이정도면 괜찮아, 둘 다 괜찮으면 돼!“염구준!”이때 아주 익숙하고 건방진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대 옆 대기실 문 앞으로부터 들려왔다. 바로 안건호였다! 안건호는 우람한 체구의 보디가드 두 명과 AK를 들고 함께 나타났다. 안건호는 은백색의 데저트이글 가스건을 들고 염구준의 머리를 조준하며 아주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작에 알고 있었어. 오늘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걸. 그런데 감히 여기까지 찾아오다니!”안건호는 말하는 한편 앞으로 걸어갔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놓고 험상궂은 웃음을 지었다.“무예를 할 줄 안다며? 무도 강자라며? 자, 한 번 보여줘 봐!”염구준은 손가을과 엄희주를 안고 있었다. 안건호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안건호에게 총이 있은들 어쩌겠는가? 위성 영상을 본 그 순간부터 안건호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날 무시하다니? 죽기 직전까지 잘난 체하는 거야?”안건호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면서 염구준으로부터 2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일단 땅에 묻힌 임진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염구준을 향해 웃음 지었다.“오봉산 관광구에서 내 체면을 구겼으니 오늘은 너한테 아무도 나한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줄 거야! 넌 반드시 죽어야 해!”염구준은 안건호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품에 안고 있던 손가을과 엄희주를 내려놓더니 낮은 소리로 위로해 주었다.“무서워하지 마, 아빠가 곁에 있으니까 아무도 널 다치게 할 순 없어.”손가을은 낯이 하얗게 질렸고 엄희주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심지어 목소리마저 저도 모르게 떨렸다.“아빠, 아빠..”“하하하!”안건호가 미친 듯이 웃으며 방아쇠를 잡아당기려 했다.“염구준, 너처럼 잘난 체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저기 두 사람을 다치게 할 사람이 없다고? 너를 먼저 죽이고 손가을과 너희 딸을 죽여버릴 거니깐 마
이럴 수가!?염구준은 로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안건호를 쳐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봉산 관광지구에서 너희 목숨 한 번 살려줬잖니. 그런데도 뉘우치지 못할망정 내 아내와 딸을 납치하고 경매하다니! 하늘이 만든 재난은 피할 수 있지만 자기가 만든 재난은 피할 수 없다!그러니까 넌 죽어야 해!”말을 마친 뒤 염구준은 오른손으로 주먹으로 안건호의 목을 꽉 쥐었다.우지직!안건호의 목은 가냘픈 건초처럼 쉽게 끊어졌다. 그의 두 눈은 죽은 생선 눈알처럼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입가에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고, 그의 뚱뚱한 몸은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죽어버렸다!“흥!”염구준은 코웃음을 치더니 안건호의 시체를 옆에 버렸다. 그리고 로비 전체를 바라보더니 죽음의 신이 강림한 듯 차가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너희들이 운해시의 유명 인사들이라며? 오늘 미리 말해두는 건데 청해의 손 씨 그룹은 너희 같은 개미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죽고 싶으면 덤벼. 안건호처럼 죽게 해줄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옆에 웅크리고 있는 임진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돌아서 손가을의 손을 잡고, 희주를 품에 안더니 다들 지켜보는 가운데 큰 보폭으로 클럽을 떠났다. 그들은 무인지경인 듯 지켜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이날 밤은 평온하지 않은 밤이었다. 운천클럽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운해시 지하 세계에서 급속히 퍼졌고 거의 모든 사람이 불안을 느꼈다. 특히 청해에 관심 있는 보스들은 더욱더 바늘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밤 12시, 운천클럽, 펜트하우스 특별석.“염구준을 철저하게 사하도록 시켰습니다.”표정이 어두운 임진태가 현장에 있는 여러 세력 대표들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염구준은 북부 군단에서 퇴역했고 얼마 전에 혼자서 청강과 무리를 처리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또 우리 클럽까지.. 염구준을 어떡해야 할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세력 대표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 발생한 사건이 너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