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눈을 부릅뜨면서 발에 힘을 주었다.청목 조직과 관련이 있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었다.“아, 아파. 지금 전화할 테니까 제발 살려줘.”구현준은 가슴이 턱 막혀오는 고통에 연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목숨에 비하면 욕을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니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전화가 통하자 그는 처량한 소리를 지르며 구원을 요청했다.“아빠. 빨리 카이로스에 와서 날 살려줘.”“현준아. 왜 그러니?”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구씨 가문에 아들이 하나뿐이라 절대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휴대폰을 빼앗았다.“훌륭한 아들을 두셨군요.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송씨네 아가씨한테 성추행이라니.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10분 내로 오세요.”구진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또 누구냐?”“염구준입니다.”염구준은 이름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으니 반드시 만나서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름을 말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구진우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전에 구현준에게 그렇게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런데 밖에 나간 것도 모자라 미친놈까지 건드려서 미칠 것만 같았다.갑자기 구진우가 벌떡 일어서더니 맞은편에 앉은 대머리 남자에게 말했다.“원도 스님 말씀대로 구씨 가문의 3할 산업을 대신 맡아주십시오.”하지만 원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절반만 필요합니다.”옆에서 방금 통화한 내용을 듣고 흥정하려는 셈이었다.지난번 염구준이 반천인 실력을 보여준 후, 구진우는 수소문을 통해 고수들을 찾아다녔다.“좋습니다. 절반을 드리면 염구준을 죽여주세요.”그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카이로스 룸.염구준은 의자를 끌어 구현준의 앞에 앉더니 스톱워치를 설정했다.1초가 줄어들 때마다 구현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돌아버리겠네. 5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와?’그는 계속 문 쪽을 힐끔거렸지만 귀신 그림자도
염구준은 어차피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걸 알고 막지 않았다.“원도 스님. 저놈을 죽여주세요.”구진우가 고함을 지르자 대머리 스님이 손에 지팡이를 들고 벽을 뚫고 나타났다.벽이 산산조각이 나고 부스러기 돌들이 와르르 떨어졌다.“제법이네.”염구준은 상대방의 기운으로 평범한 반천인 경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염 시주, 팔과 다리를 한쪽씩 남기면 목숨은 살려주겠다.”원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상한 얼굴로 협박하는 사람은 수없이도 봤었다.“대머리, 그럴 능력이나 있겠어?”한발 앞선 염구준의 몸에서 화염이 피어올랐다.“살려주려고 했는데 기어코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갑자기 엄숙해진 원도는 웃옷을 벗어 던졌다.그러자 탄탄하게 단련된 근육에서 금빛이 발산되었다.‘금 원소의 능력이다.’원도는 육신을 단련하면서 금 원소의 힘을 키워 어마어마하게 강해졌다.반대로 염구준은 지금 손에 무기가 없어 최고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공격을 받아라!”원도가 먼저 지팡이를 휘두르며 공격했다.지팡이 무게가 천근은 되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기운을 왼손바닥에 모으고 맨손으로 공격을 받아 치고는 이어서 손바닥을 아래로 밀면서 지팡이를 바닥에 꽂아버렸다.쿵!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바닥 밑에 숨은 철근들이 튕겨 나왔다.그러고 나서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오른손을 꽉 잡고 원도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원도는 재빨리 지팡이를 거두고 두 손으로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다.쿵!염구준의 오른 주먹이 내려가고 왼 주먹이 올라가면서 연속 10번 주먹을 날리자 원도가 꼼짝없이 뒤로 밀렸다.한 차례 공격이 끝났다.두 사람은 상대방의 실력을 시험하느라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룸의 바닥과 벽이 부서지고 싸움 여파로 인해 수많은 구멍이 생겼다.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두 고수가 건물 내에서 다투니 마치 철거대를 부른 것처럼 현장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지팡이를 들고 건물 안에서 싸우는 거 적합하지 않아.”염구준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렇다고 으스대지
이번 싸움에서 누구도 방심할 수 없었다.“염구준 씨가 이기겠죠?”송청연이 옆에서 함께 구경하는 고수에게 물었다.“아가씨. 저희도 처음으로 반천인 고수들의 싸움을 봐서 누가 더 강력하지 아직 모릅니다.”무술을 연마한 부하들은 솔직하게 답변했다.그들의 실력으로 어림도 없으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드디어 쌍방이 공격하기 시작했다.원도가 지팡이를 들자 염구준이 먼저 그의 공격 범위에 들어섰다.그러자 원도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오묘한 봉술을 펼치면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복마곤법이야.’강력한 곤봉법 앞에서 염구준은 일단 공격을 피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할 기회를 찾았다.원도는 거리를 두고 지팡이를 계속 휘두르며 우세를 차지했다.반면 염구준은 가까이 붙으면서 주먹으로 공격했다.하지만 곤봉법이 워낙 오묘하여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접근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비록 큰 상처는 아니지만 속으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무기가 없으니까 내가 밀리고 있잖아.’싸움은 계속되고 염구준은 공격, 원도는 방어 태세를 유지하면서 계속 우세를 차지했다.옆 사람들은 손에 식은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다.어떤 곤봉법인지 알지 못하지만 위력을 발산할 때마다 염구준이 애를 먹는다는 건 눈에 확실히 보였다.‘염구준, 힘내.’몇몇 사람들은 염구준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마음속으로 묵묵히 응원했다.원도는 고진우의 사람이라 이 싸움에서 이기면 그들 모두 위험해진다.쿵!그때 거대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염구준의 주먹과 원도의 지팡이가 부딪쳤다.뒤로 밀린 원도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입고리를 올렸다.염구준도 주먹의 반사로 타격을 입었는지 입가에 피를 흘렸다.지금 상태로 보아 두 사람은 비긴 셈이다.“대머리. 계속 방어만 하면 재미없잖아.”염구준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공격을 멈추었다.한참이나 공격했는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더 공격해 봤자 의미가 없었다.특히 마지막에 칠합권법을 사용했는데도 큰 부상을 입히지 못했다.대머리의 방어력은 상상을
“퉷!”염구준은 희열을 느끼며 입안의 피를 뱉엇다.“당신 방어가 강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아.”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두 팔을 뻗어 지팡이를 확 빼앗았다.방금 일부러 맞은 것도 목적이 있었다.원도는 강력한 공격을 펼친 탓에 두 팔에 힘이 빠져 지팡이를 잡을 힘도 없었다.그런데 두 손으로 무슨 용도인지 모를 결인 펼쳤다.염구준은 지팡이를 먼 곳에 던져버리고 주먹으로 원도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전투가 과열 단계에 진입하면서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상대방을 쓰러트리려 했다.“일어나!”주먹이 다가올 때 원도가 고함을 지르자 온몸이 금색 빛에 휩싸였다.‘부동명왕의 몸이다.’쿵!염구준의 주먹이 ‘부동명왕의 몸’에 닿았을 때 팔이 다 저렸다.원도가 고대무술을 펼치는 것을 보니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최고로 강한 방어력이다. 넌 뚫지 못해.”원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염구준은 원도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재질이 꽤 좋았다.그는 최고 살수를 펼치려면 무기를 매체로 사용해야 했다.맨손으로 공격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은 지팡이를 검이라 여기고 검기를 비축한 후 원도를 향해 찔렀다.지팡이의 장점은 수많은 무기가 펼칠 수 있는 초식이 전부 가능하다는 것이다.“이… 이것은 설마 검기?”원도는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부동명왕의 몸을 강화했다.퍽!순식 간에 지팡이에서 검기를 발산하며 원도의 가슴을 찔렀다.“으으윽!”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원도는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 나갔다.비록 지팡이 끝이 몸을 뚫지 않았지만 이미 중상을 입어 오장육부가 손상되었다.스스슥!그는 가까스로 일어나 아픈 가슴을 움켜잡고 멀리 도망쳤다.“부동명왕의 방어는 정말 강력해.”염구준은 감탄할 뿐 뒤쫓지는 않았다.한마디만 하면 될 일이라 굳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싸울 필요는 없었다.손에 든 지팡이는 강력한 검기에 견디지 못해 산산조각이 났다.“염구준 씨, 괜찮아요?
구진우는 앞을 막는 두 경호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강철 도시의 패주로서 술집에 감금되다니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두 경호원은 감히 맞서지 못하니 욕을 먹어도 한 귀로 흘리고 꿋꿋이 길을 막았다.“구 대표, 대단하네. 경호원들한테 화풀이해서 무슨 소용이야. 그럴 담이 있다면 나한테 와서 따져.”그때 염구준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너 이 자식이… 원도는 어디 갔어?”그가 나타나자 구진우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다.“그 대머리 엄청 빠르게 도망치더라고. 아니면 우리 둘이 같이 왔을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망했다.’멘붕에 빠진 구진우는 멍하니 서 있었다.거액을 들여 반천인 고수를 불러왔는데 결국 싸움에 져서 도망치다니, 이젠 어쩔 방법이 없었다.“에이, 그렇게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내가 물어볼 게 있으니까 대답만 해.”염구준이 싸늘한 투로 물었다.“그래, 뭐가 궁금해?”구진우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당신 아들 다리에 이식한 기계 골격은 어디서 났어?”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건…”그 말에 구진우는 언제 침울했나 싶을 정도로 광채를 발산했다.하지만 말하려다 끝을 얼버무려서 염구준이 한마디 덧붙였다.“말하면 살고, 아니면 죽어.”협박에 구진우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진목한테 부탁한 거야. 진목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어.”역시 염구준이 추측한 것과 비슷했다.“그럼 진목은 지금 어디에 있어?”염구준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진목은 지금…”펑!구진우가 말을 끝내기 전에 머리가 폭발하고 그의 몸뚱이가 맥없이 쓰러졌다.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들 깜짝 놀랐다.염구준은 수상한 것을 알아채고 전신 영역을 펼쳐 모두를 보호했다.“아빠.”그제야 반응한 구현준은 처량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구진우를 끌어안고 통곡했다.아버지가 폭발하여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리모콘 폭탄이다.’염구준은 밖을 내다보며 이곳을 관찰할 수 있는 은밀한 곳을 찾아보았다.
가문에 돌아간다면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염구준은 선한 사람이 아니니 절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구현준은 진작에 울다가 지쳐 쓰러져서 따질 수도 없었다.결국 거처로 돌아와 치료에 집중했다.내상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련에 방해가 될 것이다.그날 저녁 염구준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까지 치료했다.“아…”날이 밝아지자 드디어 기지개를 펴고 상처를 살펴봤다.90프로는 회복되었고 나머지는 천천히 몸조리하면서 치료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아침 먹으러 식당에 들었는데 한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한 것이 뭔가 수상했다.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송청연에게 연락했다.“오늘 전직원이 휴가 냈어요?”“네, 억지로 휴가를 줬어요. 우리 회사 강철 자재 공급이 끊겼거든요.”휴대폰 너머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어디 있어요? 내가 가서 볼까요?”“구씨 그룹 건물이요.”염구준은 주소를 받고 곧장 이동했다.청목 조직 때문에 최근 기계 부품이나 금속 재료라면 특별히 민감했다.이틀 동안 구씨 그룹은 강철 도시의 관심사가 되어 그룹 내가 떠들썩했다.어제 그룹 대표 구진우가 죽고 구현준은 집에 갇혔다.오늘은 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구영준이 대표 자리에 오르자마자 전국의 강철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강철 도시에서 90% 넘는 공장과 관련 산업들은 모두 강철이 필요했다.그 때문에 모든 공장의 사장들이 구씨 그룹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구영준, 당장 나와서 설명해!”“쳐죽일 놈아. 전에 우리한테 공장을 세워달라고 빌더니 이제는 우리 원재료를 끊어? 파렴치한 놈아!”“우리가 다 망하면 너희들이 만든 철을 누가 팔아주나 보자!”강철 공급을 차단하여 모두 단단히 열받았다.하지만 목이 빠져라 소리를 질러도 구씨 그룹 입구는 닫혀서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어차피 강철이 없으면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니 사장들은 아예 입구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끼익!그때 문이 살짝 열리더니 누군가 고개를 쏙 내밀며 말했다.“대표님이 송청연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최근에 한 파트너가 대량의 강철을 원해서 그룹에서 한 달 동안 생산한 물량을 전부 그쪽으로 공급하기로 했어요. 전에 여러분과 계약한 조건에 따라 위약금을 물어드리겠습니다.”그 말은 한 달은 물량이 없다는 뜻이었다.사장들은 원래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구영준의 단호한 태도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상대방이 위약금을 주겠다는 것은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이다.“대표님.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 저희는 돈보다도 원재료를 원합니다.”송청연이 먼저 발언했다.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녹음 장치를 켜서 밖에 있는 염구준도 들을 수 있었다.구영준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게… 파트너사가 부품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만약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제가 시장가로 대등한 강철을 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부품으로 강철을 바꾸자는 말을 듣고 머릿속에 유사한 정보들을 떠올렸다.신비한 고객이 부품을 요구하고 마침 청목 조직도 부품을 원했다.이렇게 생각해 보니 구영준과 진목이 연결된 것 같았다.수많은 기지가 습격당했으니 다시 일어서려면 적지 않은 강철이 필요할 것이다.“좋습니다. 오늘 저녁에 거래하시죠. 저희는 지금 강철만 기다리고 있거든요.”송청연이 흔쾌히 대답했다.“에휴, 우린 갑시다.”나머지 사장들은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에서 나갔다.그들도 강철을 원했지만 강철 도시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송씨 가문뿐이었다.송청연과 구영준은 세부사항을 상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구체적인 거래 시간을 정했다.구진우의 죽음이 송청연과 연관되어 있지만 구영준은 어떤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했다.왜냐면 구진우가 죽지 않으면 둘째인 그는 평생 출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회사 밖에서 공장 사장들은 이 소식을 들은 후 툴툴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강철은 구씨 그룹의 것이니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참아야 했다.염구준은 그 인파를 따라 소리 없이 사라졌다.거처에 돌아온 그는 송청연을
“이렇게 허술한 곳에 처박혀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뭘 한단 말이야?”“맞아. 현재 개조 로봇이 몇 대 있긴 하지만 생산하지 않으면 점점 줄어들 거야.”어떤 사람은 불만을 토로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기진맥진하여 풀이 죽어 있었다.청목 존주의 개조 로봇 대군을 만들려는 계획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되었다.“그때 강철 도시를 습격해서 부품을 빼앗으려고 할 때 너희들 다 찬성했잖아.”가운데 앉은 진목이 말했다.그 말에 다들 입을 닫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본인이 결정했으니 결과가 어떻든 모두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진목 형님, 지금 어떻게 하면 돼?”한 사람이 먼저 질문했다.엉망진창, 난제 앞에서 다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다시 새로운 기지를 만들자.”진목이 대답했다.부하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서로 눈치만 살폈다.그들의 기지가 예전의 규모로 발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게다가 지금 용하국이 눈치챈 마당에 몇몇 핵심 인력에 의거하여 같은 규모의 기지를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진목은 그들의 속내를 알고 자신 있게 말했다.“용하에 있는 우리 기지도 다 처음부터 하나씩 만든 거잖아. 우리만 마음을 합치면 또 10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귀가 번쩍 뜨이는 말에 다들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원재료와 장비가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진목 형, 난 항상 형의 말을 따랐어. 근데 우리 뭘로 다시 시작할 거야?”부하 한 명이 따지고 물었다.그 말에 진목은 희미한 미소를 띄며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구씨 그룹과 진작에 친분을 맺었지. 강철 도시는 우리가 재기하는 기초가 될 거야. 내가 이미 구영준한테 명령을 내려서 3일 혹은 5일 간격으로 강철 공급을 중단하라고 일렀어. 그러면 공장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철수하겠지. 그때 우리가 망한 공장으로 들어가면 돼. 지금은 얌전히 잠복해 있어.”“대박.”“역시 형님이야.”짝짝짝!다들 희망을 되찾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