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에 돌아간다면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염구준은 선한 사람이 아니니 절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구현준은 진작에 울다가 지쳐 쓰러져서 따질 수도 없었다.결국 거처로 돌아와 치료에 집중했다.내상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련에 방해가 될 것이다.그날 저녁 염구준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까지 치료했다.“아…”날이 밝아지자 드디어 기지개를 펴고 상처를 살펴봤다.90프로는 회복되었고 나머지는 천천히 몸조리하면서 치료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아침 먹으러 식당에 들었는데 한 사람도 없고 너무 조용한 것이 뭔가 수상했다.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송청연에게 연락했다.“오늘 전직원이 휴가 냈어요?”“네, 억지로 휴가를 줬어요. 우리 회사 강철 자재 공급이 끊겼거든요.”휴대폰 너머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어디 있어요? 내가 가서 볼까요?”“구씨 그룹 건물이요.”염구준은 주소를 받고 곧장 이동했다.청목 조직 때문에 최근 기계 부품이나 금속 재료라면 특별히 민감했다.이틀 동안 구씨 그룹은 강철 도시의 관심사가 되어 그룹 내가 떠들썩했다.어제 그룹 대표 구진우가 죽고 구현준은 집에 갇혔다.오늘은 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구영준이 대표 자리에 오르자마자 전국의 강철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강철 도시에서 90% 넘는 공장과 관련 산업들은 모두 강철이 필요했다.그 때문에 모든 공장의 사장들이 구씨 그룹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구영준, 당장 나와서 설명해!”“쳐죽일 놈아. 전에 우리한테 공장을 세워달라고 빌더니 이제는 우리 원재료를 끊어? 파렴치한 놈아!”“우리가 다 망하면 너희들이 만든 철을 누가 팔아주나 보자!”강철 공급을 차단하여 모두 단단히 열받았다.하지만 목이 빠져라 소리를 질러도 구씨 그룹 입구는 닫혀서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어차피 강철이 없으면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니 사장들은 아예 입구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끼익!그때 문이 살짝 열리더니 누군가 고개를 쏙 내밀며 말했다.“대표님이 송청연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최근에 한 파트너가 대량의 강철을 원해서 그룹에서 한 달 동안 생산한 물량을 전부 그쪽으로 공급하기로 했어요. 전에 여러분과 계약한 조건에 따라 위약금을 물어드리겠습니다.”그 말은 한 달은 물량이 없다는 뜻이었다.사장들은 원래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구영준의 단호한 태도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상대방이 위약금을 주겠다는 것은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이다.“대표님.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 저희는 돈보다도 원재료를 원합니다.”송청연이 먼저 발언했다.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녹음 장치를 켜서 밖에 있는 염구준도 들을 수 있었다.구영준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게… 파트너사가 부품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만약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제가 시장가로 대등한 강철을 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부품으로 강철을 바꾸자는 말을 듣고 머릿속에 유사한 정보들을 떠올렸다.신비한 고객이 부품을 요구하고 마침 청목 조직도 부품을 원했다.이렇게 생각해 보니 구영준과 진목이 연결된 것 같았다.수많은 기지가 습격당했으니 다시 일어서려면 적지 않은 강철이 필요할 것이다.“좋습니다. 오늘 저녁에 거래하시죠. 저희는 지금 강철만 기다리고 있거든요.”송청연이 흔쾌히 대답했다.“에휴, 우린 갑시다.”나머지 사장들은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에서 나갔다.그들도 강철을 원했지만 강철 도시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송씨 가문뿐이었다.송청연과 구영준은 세부사항을 상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구체적인 거래 시간을 정했다.구진우의 죽음이 송청연과 연관되어 있지만 구영준은 어떤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했다.왜냐면 구진우가 죽지 않으면 둘째인 그는 평생 출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회사 밖에서 공장 사장들은 이 소식을 들은 후 툴툴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강철은 구씨 그룹의 것이니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참아야 했다.염구준은 그 인파를 따라 소리 없이 사라졌다.거처에 돌아온 그는 송청연을
“이렇게 허술한 곳에 처박혀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뭘 한단 말이야?”“맞아. 현재 개조 로봇이 몇 대 있긴 하지만 생산하지 않으면 점점 줄어들 거야.”어떤 사람은 불만을 토로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기진맥진하여 풀이 죽어 있었다.청목 존주의 개조 로봇 대군을 만들려는 계획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되었다.“그때 강철 도시를 습격해서 부품을 빼앗으려고 할 때 너희들 다 찬성했잖아.”가운데 앉은 진목이 말했다.그 말에 다들 입을 닫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본인이 결정했으니 결과가 어떻든 모두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진목 형님, 지금 어떻게 하면 돼?”한 사람이 먼저 질문했다.엉망진창, 난제 앞에서 다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다시 새로운 기지를 만들자.”진목이 대답했다.부하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서로 눈치만 살폈다.그들의 기지가 예전의 규모로 발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게다가 지금 용하국이 눈치챈 마당에 몇몇 핵심 인력에 의거하여 같은 규모의 기지를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진목은 그들의 속내를 알고 자신 있게 말했다.“용하에 있는 우리 기지도 다 처음부터 하나씩 만든 거잖아. 우리만 마음을 합치면 또 10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귀가 번쩍 뜨이는 말에 다들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원재료와 장비가 없는 것이 큰 문제였다.“진목 형, 난 항상 형의 말을 따랐어. 근데 우리 뭘로 다시 시작할 거야?”부하 한 명이 따지고 물었다.그 말에 진목은 희미한 미소를 띄며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구씨 그룹과 진작에 친분을 맺었지. 강철 도시는 우리가 재기하는 기초가 될 거야. 내가 이미 구영준한테 명령을 내려서 3일 혹은 5일 간격으로 강철 공급을 중단하라고 일렀어. 그러면 공장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철수하겠지. 그때 우리가 망한 공장으로 들어가면 돼. 지금은 얌전히 잠복해 있어.”“대박.”“역시 형님이야.”짝짝짝!다들 희망을 되찾
촤아악!진목은 또 뺨을 날렸지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렸다.“힘을 보태? 이렇게 대놓고 들어오면 염구준이 눈치를 챌 거란 말이야. 게다가 여기 설비도 없는데 부품을 가져와서 어디에 쓰란 말이지?”아랫사람들이 멋대로 나서면 정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팠다.지금이 일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면 진작에 구영준을 처리했을 것이다.“잘못했습니다. 진목 형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구영준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 싹싹 빌었다.“휴.”진목이 심호흡을 하면서 이 일로 인해 어떤 위험이 닥칠지 생각했다.“형님. 저희 거처를 옮길까요?”부하가 떠보듯이 물었다.“아니야. 부품을 전부 내리고 당장 꺼져.”진목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안전을 위해 이곳을 당장 뜨고 싶었지만 용하에 이 기지밖에 남지 않았다.다른 곳을 찾으려면 또 사방을 떠돌아다녀야 했다.“네. 바로 안배하겠습니다.”구영준은 코피를 닦으며 일어나더니 하역을 지휘하러 갔다.어려운 일을 해내서 잘 보이려고 했는데 되레 욕을 한 바가지 먹으니 너무나 억울했다.“젠장. 염구준이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어디 한 번 나와 보라고 해.”바로 그때, 한 상자가 갑자기 열렸다.펑!부품을 실은 상자가 폭발하면서 강철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튕겼다.이어서 염구준이 번쩍 뛰어나와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염구준이다!”“진목 형님을 데리고 당장 피해!”갑자기 나타난 강적 앞에서 다들 우두머리를 보호하려고 서둘렀다.이것은 지극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찾았다.”염구준은 트럭에서 내려 부하들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는 진목에게 돌진했다.그 와중에 방해하는 사람들은 전부 쓸어버렸다.정영팀이 전멸하니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탁!순식간에 염구준은 강력한 기운으로 모두를 제압하고 단번에 진목의 목을 졸랐다.만약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 인간이 진목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부하들은 진목을 살리려다 오히려 위험에 빠트린 꼴이 되었다.“드디어 만났네.”염구
염구준은 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확인하려고 떠보았을 뿐인데 진짜 효과가 있었다.“교활해.”진목은 세 글자만 말하고 고개를 돌려 대화를 거부했다.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아무도 물어볼 수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을 주어 진목의 목을 꽉 조였다.용하에 잠복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당들 여기서 참살하고 싶었다.“죽여라!”그때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그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그리 바란다면 내가 보내줄게. 다시는 용하에서 말썽을 피우지 마.”염구준은 엄숙하게 말하며 몸을 번쩍 들어 그들과 맞섰다.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을 순식간에 처리해 버렸다.용하에 잠복한 청목 조직은 그나마 실력이 있었다.염구준은 놈들을 처리한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목 조직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그때 창고에 있던 개조 로봇들이 움직이더니 눈을 번쩍 떴다.전력이 케이블을 따라 그들의 몸으로 흘러갔다.전기에너지는 환경 친화적이라 염구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아직도 자료를 둔 방에서 뒤적였지만 전부 관련이 없는 디자인 설계도만 있었다.“아주 꽁꽁 숨겨 놨네.”염구준은 포기하고 방에서 나왔다.넓은 공터에 도착했을 때 개조 로봇이 떼를 지어 파란색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목표 염구준 고정. 발사!”기계 소리가 동시에 울리더니 우르르 달려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이제 보니 조직의 상사인 진목이 죽기 직전에 인해 전술로 마지막 명령을 내려서 그를 제거하려는 것 같았다.팅팅! 쾅쾅!앞에서 개조 로봇들이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몰려오고 뒤에서 일부분은 점프하며 위에서 공격했다.염구준은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보호하는 기운으로 자신을 보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개조 로봇에 묻혀버렸다.“물러가라!”염구준이 큰소리로 외치자 날카로운 기운이 사방에서 덤벼드는 개조 로봇을 전부 날려버렸다.하나씩 부수다가 자칫하면 체력을 소모할 수 있으니 한곳에 유인해서 처리한 것이
다 해결했다는 말에 그녀는 잠이 확 깨서 벌떡 일어섰다.“네. 바로 갈게요.”이젠 송씨 그룹 공장이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공장을 지키느라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참살당하는 장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쳐다봤다.“정말 아름답구나.”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서, 이렇게 평안한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염구준은 사건을 해결해서 마음이 홀가분했지만 멀리 있는 누구는 머리가 아팠다.완벽한 설비를 갖추고 기계 부품이 가득한 실험실 내에서 한 사람은 조수도 없이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그 사람은 부품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다.“내 걸작이 곧 완성되고 있어. 그때면 용하와 송씨 가문을 철저히 멸망해버릴 거다.”송씨 가문과 원한이 있는 기계 천재이자 송씨 가문에 복수하려는 사람, 바로 청목 전주였다.“존주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무전기에서 다급한 부하의 소리가 들렸다.청목은 깜짝 놀라 손이 떨리는 바람에 한참 제작하고 있던 고밀도 부품이 망가졌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개조 로봇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해.”청목의 싸늘한 말투에 등골이 오싹했다.전에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분부했었다.하지만 부하는 벌벌 떨면서도 계속 말했다.“진목이 죽었습니다. 저희 지금 용하 기지에 있는데 여기 모두 전멸했습니다.”쿵!그 말에 청목은 손에 힘이 빠져 부품을 떨어트렸다.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지인데 단번에 전멸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청목은 납득되지 않아 일말의 희망이라고 품고 부하에게 물었다.“소식은 확실한 거냐?”“확실합니다. 임시 CCTV에 다 찍혔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부하가 보고했다.그러자 실험실의 홀로그램 투영이 켜지며 염구준이 몰살하는 장면이 나왔다.청목은 순식간에 혈압이 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안 돼. 내 진목, 내 기지. 내 개조 군대들이 전부 사라졌어!”“저
“송씨 가문에서 100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기계 천재인데 머리가 녹슬 리가 있겠습니까. 난 옥패를 원해요.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에요.”음모가 들통나자 그는 통쾌하게 털어놓았다.청목이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결정을 내렸다.“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옥패는 쓸모가 없다. 만약 손에 넣는다면 너한테 넘길게. 하지만 그동안 염구준을 제거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이 조건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옥패를 챙기기 위해 잠시 협조할 뿐이었다.‘늙은 여우 따로 없네.’흑풍은 속으로 욕했다.청목이 힘든 육체적인 일을 그에게 맡겼지만 그래도 허락했다.“좋습니다. 약속하셨어요.”“지금 해야 할 일이 생겼어.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 줄게.”청목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아무리 생산팀의 기계라도 이렇게 부려먹지 않을 것이다.흑풍은 왠지 속임수에 당한 것 같았지만 본인이 약속한 일이니 불평하지 않았다.청목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연구에 몰두했다.일이 발생한 이상 고민해도 소용없었다.최대한 빨리 걸작을 만들어 허무맹랑한 천인 경지 고수를 제거하고 싶었다.실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밖에 나온 흑풍은 하얀 눈에 뒤덮인 세상을 바라봤다.드넓은 공터에 개조 로봇들이 정렬하게 서 있는 걸 보고 자신감이 되살아났다.“한 팀은 나를 따라와.”한편 강철 도시.송청연은 직원들을 데리고 밤새 부품과 바닥에 흩어진 부품들을 전부 수거했다.염구준의 힘이 너무 강력해 철이 부스러기가 되었지만 다시 녹이면 충분히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이것들은 전부 돈이나 다름없었다.모든 물건을 화물차에 실은 후 염구준은 시내로 향했다.끼익!시내로 들어가려고 할 때 화물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무전기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누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구씨 그룹 같아요.”“내가 가서 볼게요.”염구준은 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구씨 그룹에서 연달아 두 대표가 죽었는데 어떤 놈이 간이 부어서 또 시비를 거는지 궁금했다.그가 앞으로 다가갔을 때
“구준 씨한테 구씨 그룹을 선물하고 싶어서 인수한 거예요.”송청연은 귀여운 보조개를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송씨 가문에서 약속한 사례금은 충분히 받았는데요.”염구준은 명분이 없는 돈은 받지 않으니 완곡하게 거절했다.나중에 그 약점으로 또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방금 기지에서 주은 부품들이 값이 꽤 나가거든요. 반띵했다고 쳐요.”하지만 송청연도 준 물건은 도로 받지 않았다.“근데 난 경영도 하지 않고 손씨 그룹의 산업도 이쪽이 아니에요.”염구준은 계속 거절할 이유를 찾았다.“괜찮아요. 제가 구씨 그룹을 손씨 그룹 산하에 배치하고 직접 관리할게요. 구준 씨는 편하게 놀면서 돈만 받으면 돼요.”말투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하지만 인수 비용은 내가 내고 매년 수익 20%씩 관리비로 드릴게요. 흥정은 안 됩니다.”일방적으로 이런 조건을 제기하다니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좋아요.”그녀는 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 몰라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화물차를 타고 송씨 가문의 공장에 도착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할 일이 생겨버렸다.“구준 씨, 할아버지가 찾으세요.”송청연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그녀의 할아버지가 지금 송씨 가문의 가주였다.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차세대 가주는 송청연 세대로 넘어가게 되었다.염구준이 전화를 받고 서슴없이 말했다.“용하에 있는 청목 기지는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품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우리 거래도 여기서 끝났습니다.”늙은이가 손녀를 내세워 그를 유혹하려고 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 가주는 언짢은 말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하하하,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이틀 뒤에 내 칠순 잔치인데 염 선생을 초대해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칠순 잔치?’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라서 염구준은 거절하려고 했다.“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칠순 잔치는…”휴대폰 너머로 심상치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