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보니 남궁 장로가 지겠군.”“젊은 나이에 어떻게 저리 강할 수가 있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수련했나?”“방금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군.”다들 각자 생각을 털어놓았다.15분 후, 남궁혁은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주작은 기회만 생기면 강력하게 공격해서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웩!”내상을 입은 남궁혁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피를 토했다.그래도 주작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잠깐만!”남궁혁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더 싸우다가 저 세상으로 갈까 봐 두려웠다.“패배를 인정합니까?”주작이 당당하게 물었다.“하하하. 비긴 셈이지. 엊저녁에 제대로 못 자서 나중에 다시 대결하자.”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얼토당토않는 핑계를 댔다.뻔뻔스러운 낯짝은 성벽보다 더 두꺼워 보였다.“파렴치한 영감.”주작은 한마디 하고 염구준을 바라보며 결정해 주길 기다렸다.“나중에 다시 대결해도 좋지만 손가락 하나는 남기고 가세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로 원해서 약속을 정한 것이니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맹주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에서 이상한 조건을 제기한 남궁혁은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 되었다.“흥, 지금 가겠다면 어쩔 건데?”남궁혁은 억지를 부리며 홱 돌아서 나갔지만, 염구준의 앞에서 먹히지 않았다.“그럼 내가 직접 잘라야겠군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염구준은 벌떡 일어서 그에게 다가갔다.오늘 손가락 하나를 무조건 자를 거라 마음먹었다.“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우스워?”남궁혁은 버럭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렇게 목숨을 아끼는 사람인데 가만히 당할 리가 없었다.퍽!염구준은 오른손은 검결, 왼손으로 검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전신 영역을 단번에 부숴버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경악했다.‘괴물의 소굴을 건드렸나? 하나 같이 대단한 놈들이잖아.’“아아악!”겁에 질린 남궁혁은 이성을 잃었는지 단검을 마구 휘둘렀다.이런 정신 상태라면 절반 실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 가문에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여기에 보내세요. 청목 조직의 은신처를 발견하는 즉시 치러 가겠습니다.”주작이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네, 알겠습니다.”다들 짧게 대답하고 지원군을 뽑으러 각자 가문으로 돌아갔다.청목 조직을 멸망하면 다시 주인이 될 수 있으니 짐승 같은 놈들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주상님, 이젠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다음 계획을 물었다.“저 사람들 잘 응대하고 내 지시를 기다려.”염구준은 거처로 돌아가 장비를 챙기고 외곽으로 수색하러 떠났다.그 사이 멀리 가지 않은 백호에게 남궁혁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다.“주상님, 남궁혁이 술집에 들어갔다가 황급히 떠났어요.”백호는 제로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알았어. 계속 미행해. 난 들어가 볼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서를 찾으려고 술집으로 들어갔다.‘제로 술집’이라는 네 글자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남극처럼 극한 지역에 술집을 차리다니 얼어버린 술들을 누가 사가는지 궁금했다.그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제로 술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테이블 앞에 방한복을 입을 여자가 맞이해 주었다.그런데 술집에 손님도 없고 술병도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직원이 물었다.“여기 처음 오세요?”“네, 한잔하고 싶어서 왔어요.”상대방이 눈치챈 이상 그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직원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남극 빙원은 기후가 워낙 특별해서 술집을 지하에 만들었어요. 들어가려면 입장료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술값은 따로 내셔야 하고요. 여기서 돈만 있다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어요.”만약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호화로운 술집을 차린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청목을 떠올렸다.“안내하시죠.”그는 현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여직원은 돈을 센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바닥이 움직이면서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고객님, 안으로 드세요.”
금발 남자는 과일을 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1000만 원.”염구준은 남자의 행동이 눈에 거슬려 손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초면인 사람에게 얻어먹으려고 접근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우웩!”그 말에 금발 남자는 하마터면 목구멍에 걸린 과일을 토할 뻔했다.수박 두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1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해서 경악했다.“브라더, 내가 누군지 알아?”금발 남자가 신분을 내세웠다.돈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내가 알아야 하나?”상대방이 거칠게 나오면 염구준은 더 거칠게 대했다.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도 상관없었다.초면에 말을 걸러 온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니니까.“내 이름은 데비드야. 잘 기억하고 남극 빙원에서 조심해.”금발 남자는 이름을 남기면서 노려보았다.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은 곤경에 빠진 염구준이 안쓰러웠다.데비드는 돈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브라더, 과일을 먹었고 경고도 했으면 돈은 주고 가야지.”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허세만 부리고 사라지는 꼴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흥, 멍청한 놈.”데비드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세계적으로 우호적인 손짓을 했다.으드득!그 순간, 염구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손가락을 부러트렸다.공짜로 먹고도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살다 살다 처음 보았다.“새끼야! 이거 안 놔?”데비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앉아 있던 일행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섰다.뒷배가 있어서 방금 무례하게 군 것이다.“선을 넘었어. 배상금 200억을 주고 내 형제한테 사과해. 아니면 죽는다.”남자들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본심을 드러냈다.그들은 초면인 염구준이 남극 빙원에 밥벌이하러 온 사람이라 생각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 덤벼.”염구준은 술만 마실 뿐 쳐다보지도 않았다.심지어 과일 접시에 손도 대지 않았다.“죽여!”우두머리가 명령하자 열 명 정도 되는 부하들이 다가왔다.남극 빙원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깡패들이다.쿵!염구준은
그런데 염구준은 돈을 받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촤아악 쿵!데비드는 바닥에 마찰하며 튕기다 테이블에 부딪쳤다.여기서 곱게 보내줄 염구준이 아니었다.“쿨럭!”데비드가 입가에 피를 흐리며 겨우 일어서더니 쓴 웃음을 지었다.“브라더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염구준이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며 사악하게 웃었다.“난 억지를 부리지 않아. 나한테서 200억을 원했으면 너도 200억을 주고 100번 사과해.”순간 데비드는 도움이 안 되는 일행 때문에 울고 싶었다.전에 사기를 쳤을 때도 제일 많아서 20억 정도 받아먹었다.“어려워?”그가 대답하지 않자 염구준이 다시 질문했다.“당장 모아서 줄게.”살기를 느낀 데비드는 급하게 일행과 상의했다.이번에야말로 본전까지 탈탈 털리게 생겼다.“브라더, 원하는 금액만큼 줬으니까 우린 가도 되지?”데비드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아직 사과 안 했잖아. 덜도 더도 말고 한 사람 100번씩 무릎 꿇고 사과해.”염구준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하면 창피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미안해.”데비드가 이를 꽉 물고 사과하자 다른 일행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받았다.술집 안에 쿵쿵 머리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마치 신에게 절을 올리는 것 같았다.“저기 있어요.”직원 휴식실 입구에서 바니걸의 안내를 따라 스무 명이 넘는 무리가 나왔다.염구준도 그쪽을 힐끗 쳐다봤다.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네가 소란을 피웠어?”담당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아니, 이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지. 내가 처리했으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염구준은 무릎 꿇고 있는 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어수선한 현장을 발견한 담당자가 인상을 굳혔다.“누가 소란을 피우든 깨뜨린 물건은 배상해야 한다.”“저기, 얼마나 배상하면 될까요?”데비드는 술집 담당자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많지 않아. 2000억쯤 주면 돼.”이 술집은 직원부터
담당자는 두려워하지 않았다.필경 그의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그 말에 염구준은 남궁혁이 여기 들른 것을 떠올리며 속으로 기뻐했다.남궁혁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목 조직을 찾는 것이다.“그리 대단하다니 한번 보고 싶네.”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담당자를 공격했다.상대가 그를 죽이려 한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막…”담당자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뒤에 있던 부하들은 이미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틀렸어. 적어도 전신지상이야.’그는 속으로 젠장을 외치며 어쩔 수 없이 나서서 막았다.“컥!”그런데 전신 영역을 펼치기 전에 염구준의 손이 목을 조여왔다.“어디 한번 공격해 봐.”염구준 앞에서 전신 경지 무술인은 애송이나 다름없었다.전신 경지에 도달한 담당자가 꼼짝도 못하고 상대방에게 제압당하자 다른 사람들은 지켜만 볼 뿐 감히 나서서 막지 못했다.이미 쓰러진 데비드는 혼절한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아니면 이 장면을 본 순간 또 놀라 기절할지도 모른다.“너… 나를 죽이면 안 된다.”담당자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한마디 했다.“그래? 죽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염구준은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지금 그는 청목에 관한 정보를 원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았다.어떤 일은 침묵해야 하지만 목숨이 더 중요한 담장자는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다.“난 청목 조직의 일원이다. 네가 날 죽이면 남극 빙원에서 발도 못 붙여.”목소리가 아주 작았지만 염구준은 가까이서 똑똑히 들었다.“협박하는 거야?”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을 내세우면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염구준은 손을 놓지 않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알았어. 그럼 넌 죽어야겠다.”말이 끝나는 즉시 손에 힘을 넣어 담장자의 목을 비틀었다.청목 조직의 일원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했다.염구준이 손에서 힘을 빼자 시체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청목 조직을 무시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둘째야
술집에 소비하러 온 손님들은 불똥이 튕길까 두려워 출구로 향했다.“우리도 가자.”드디어 타협한 남자는 귀중품을 챙기고 철수하기 시작했다.실력 차이가 엄청나니 피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사이 일분이 다 되었다.쾅! 쾅!염구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먹을 휘두르며 술집을 파괴했다.그가 지하에서 나갔을 때 손님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술집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술집은 이제 폐허가 됐어.”그는 아주 당당하게 한마디 남기고 떠났다.“이름을 알려줄 수 있어?”방금 남자가 질문했다.그가 담당한 술집이 망가졌으니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야 위에 설명하기 쉬웠다.“설씨 동맹군이다.”멀리 간 염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는 천천히 걸어 눈언덕에서 사라지더니 재빨리 다른 산봉우리로 이동해 술집 직원들을 관찰했다.만약 전신 경지 고수가 청목 조직의 본거지를 모른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염구준이 떠난 뒤, 술집 직원들은 지하로 돌아가 몇 가지 물품을 꺼냈다.지하는 이미 폐허가 되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염구준도 추측할 수 없었다.한 단계 높은 주둔지 아니면 본거지로 갈 수도 있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뒤를 밟을 생각이었다.미행은 오래된 방법이지만 매우 실용적이었다.게다가 높은 곳에서 따라가기 때문에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20킬로미터를 걷던 일행이 발걸음을 멈추자 전방에 건물이 나타났다.그것도 옥상만 지면에 드러나고 건물은 땅속에 숨어 있었다.덜컹!대문이 열리자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천천히 닫혀지는 대문을 보며 염구준은 생각에 잠겼다.청목 조직의 본거지인지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중요한 기지일 것 같았다.‘쳐들어갈까 말까?’혼자서 움직이면 상대방이 눈치를 채고 도망칠 수 있다.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할지는 상대방의 성격을 지켜봐야 했다.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이어폰을 켜고 정영 팀을 불렀다.“내가 위치 추적기를 켰어. 이쪽으로 와.”“주작, 넌 동맹 세력들을 전부 데리고 와. 큰 판
염구준은 대문 앞에 걸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먹을 날렸다.쾅!이 거대한 힘에 대문은 끝없이 흔들렸고, 그에 따라 대량의 얼음조각들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품질은 괜찮네. 거의 핵폭발 방어문 급인걸?"염구준은 혼잣말을 하며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쾅쾅!그가 계속 주먹을 내리치자 문 뿐만 아니라 기지 내부까지 흔들렸다."경고, 경고, 누군가 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니 제때에 대응하길 바랍니다."현재, 기지 내부는 붉은 빛과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상태였다.기지의 홀에서 주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상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적을 달고 왔구나.""그럴리가 없습니다. 이곳까지 얼마나 조심히 왔는데요."여기까지 온 호언은 고개를 저으며 기어코 인정하지 않았다.쾅!그러나 상대방은 갑자기 그에게 주먹을 휘둘러 뒤로 날려보낸 다음 한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전신경지의 호언은 상대방에게 반항할 능력조차 없었다. "3번님, 살려만 주세요." 호언은 공포에 휩싸여 계속 발버둥쳤다."저 사람은 무슨 경지지?" 3번이 무표정하게 물었다."최소 전신 경지 위의 강자입니다.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어요."호언은 이 개조 로봇들이 얼마나 가차없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죽일까 봐 두려워 숨김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죽어."그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은 3번은 망설임 없이 상대방의 목을 바로 비틀었다.사고를 쳤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니까 말이다."반격할까요?" 이때, 누군가가 물어 보았다."필요없어, 저건 핵폭발 방어문이니까 말이야. 어디 한 번 마음껏 때려보라고 그래. 그럼 난 위에 보고 하러 가지."3번이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은 이곳을 지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개조 로봇은 오직 명령에만 따를 뿐,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쾅!"경고, 적이 이미 기지를 파괴했습니다."큰 소리와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다시 울렸다.3번은 제자리에
쾅!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힌 순간, 거대한 폭풍이 일더니 주위의 개조 로봇들을 날려버렸다.3번 역시 반보 천인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꽤 하네. 하앗!"큰 외침소리와 함께 염구준의 팔이 흔들리더니 다시 강한 힘이 폭발하며 3번을 후퇴시켰다. 경지는 같았지만 둘의 전투력은 같은 급이 아니었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진기에 싸인 두 주먹은 적들에게 공포스러울 정도의 위압감을 주었다.적의 실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딱히 불 원소의 능력을 쓰지 않았다.비록 도중에 눈치없는 개조 로봇들이 그의 앞을 막긴 했으나 다가가지도 못하고 염구준의 기운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후훅.염구준의 주먹은 잔영이 보일 뿐만 아니라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는데, 바른주먹이 이상할 정도로 단단했다.눈동자를 돌려 상대방의 공격 궤적을 분석한 3번은 손을 들어 막으려고 했으나 똑똑히 볼 수도, 시스템으로 분석할 수 있어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의 눈에 3번은 지금 허점 덩어리와 다를게 없었다. 그는 열몇 번을 연속으로 때렸고 그에 따라 기계유도 여기저기 쏟아졌다.우웅.얼마 지난 후에 3번의 찌그러진 몸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내부의 핵심 부품이 심하게 손상된 것이다.한편, 다른 개조 로봇들은 아직 대량으로 남아있었지만 너무 약해서 감히 끼어들지도 못하고 그저 한쪽켠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분 후, 염구준에 의해 두 팔이 전부 제거된 3번은 전투력이 80%가 감소되었다.즉, 이제 평범한 고철덩어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거다.우우웅.이때, 3번의 눈이 몇 번 반짝이더니 바로 붉게 변했다. 자폭하려는 거였다.이 익숙한 수단에 염구준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가슴을 뚫고 에너지 원천을 파괴했지만 3번은 두 팔을 잃은 터라 막지 못했다. 이를 본 나머지 개조 로봇들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허, 너희들이랑 놀아줄 사람은 따로 있어."염구준은 말하면서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