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2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운홍은 마냥 따분하게만 느껴져 손에 든 술잔을 가지고 놀면서 수시로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고용인에게 말했다."약속시간이 됐으니까 사람이 왔는지 가서 좀 봐봐."평소에 그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조금 화가 난 상태였다. "왔습니다." 고용인은 고개를 들자마자 멀리서 걸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한 사람이 더 있는 걸 본 도운홍은 매우 불쾌했으나 곧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떴다."안녕하세요."방금 전까지도 염구준과 웃고 떠들던 손가을은 도운홍을 보자마자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인사했다.딱 봐도 홍문연이므로 굳이 좋게 대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도운홍이라고 합니다. 삼선 클럽 청해시 지점의 이인자라고 할 수 있죠. 손 대표님은 약속시간을 잘 지키시는 분은 아닌 것 같군요."도운홍 역시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는 상대방의 기를 누르기 위해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억지로 침착한 척 하기는.’염구준은 상대방의 생각이 꽤 깊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도 같네.’"원래는 시간을 잘 지킵니다만, 입구에 있는 개 몇마리가 길을 막아서요. 개를 산책시키실 거면 목줄을 제대로 채우셨어야죠."염구준은 일부러 상대방의 신경을 긁었다.물론 별로 심한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이 자식이, 그건 다 내 정예 경호원들이야!"이에 도운홍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을 구긴 채로 소리쳤다.‘들켰네.’이 모습을 본 고용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련님께서는 역시 아직 어리셔. 생각하는 정도든, 모략을 하는 정도든 주인님과 차이가 너무 크군.’염구준은 이로써 자신이 원하는 걸 얻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그저 방비할 필요도 없는 바보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편, 폭주하던 도운홍은 자신의 추태를 알아차리고는 인차 자리에 앉아 일부러 무게를 잡았다."으흠, 미안해요, 요즘
"이런 일만 말할 줄 알았더라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손가을은 조소하면서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염구준의 팔짱을 끼었다.‘이번에야말로 삼선 클럽의 우두머리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보를 만날 줄이야. 괜히 시간만 낭비했어.’"대단해."염구준은 보기 드물게 강한 태도를 보인 아내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긴, 손가을에게 정말 어느 정도의 능력이 없었더라면 그 큰 그룹을 혼자 이끌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흥, 그렇다고 무슨 일이든 나한테 떠넘길 생각하지마."이에 손가을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내가 있는 한 그룹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내가 처리할게."상대방의 웃는 모습에 염구준 역시 따라 웃었다. 남편으로서 아내를 지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대화할 거리가 생기자 두 사람은 주위의 사람들을 무시하고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걸어갔다.염구준은 오늘 기분이 꽤 좋기 때문에 도운홍같은 바보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오늘 온 목적이 아내가 협상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되었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멈춰, 내가 가라고 했어?" 도운홍은 마음이 급해져서 더 이상 매너 따위는 챙기지도 않았다."용건 있어?"이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계약을 체결해야 갈 수 있어."도운홍은 계속 협박하는 말투로 말했다.오늘 일은 그가 그의 아버지를 속이고 한 거였기 때문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계속 그를 쓸모없는 놈이라고 부를 게 뻔했다."허, 내가 지금 당장 가야겠다면 어떻게 막을 건데?"그러나 이런 방식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호찬, 저 남자를 잡아서 저 여자가 사인하게 만들어."도운홍은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고 무력으로 손가을이 사인하게 만들려고 했다."알겠습니다."그의 명령에 호찬은 말을 달지 않고 공수를 하고는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
"네 아빠가 삼선 클럽에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지?" 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뇌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 물었으나 도운홍은 그가 걱정이 되어 이렇게 물어본 거라고 여겼다."내 아빠 이름은 도명욱이야. 삼선 클럽 청해시 지점의 총책임자지. 어때, 무섭지?"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바로 득의양양해졌다.‘그럼 맞네.’염구준은 본래 도운홍의 신분이 별로 좋지 않아 그 뒤에 있는 대어를 못 낚을까 봐 걱정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삼선 클럽은 매우 은밀해서 전에 임시 거처를 알았음에도 청해시의 책임자를 알 수 없었었다.염구준이 말을 하지 않는 걸 본 도운홍은 상대방이 겁에 질려서 그러는 줄 알고 계속 거만하게 말했다."빨리 날 풀어주고 계약서에 사인해. 그러면 이 일을 따지지 않을 테니까.""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줄 알아."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너무 우습게만 느껴졌다.‘세상에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흔하지는 않지.’"다 말했어?""어느정도는."도운홍은 오만한 얼굴로 기뻐했다.퍽!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곧바로 상대방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고, 그를 누르고 있던 손가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툴툴거렸다."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단 말이야.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전투력도 약한데 자기 분수도 모르고 말이야."그녀는 속으로 이런 사람들을 제일 업신여겼다."가자."염구준은 도운홍을 둘러업고는 아내에게 말했다."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뭐하려고?"이 모습을 본 손가을이 물었다."아, 어린 놈을 잡아가야 큰 놈도 나오지 않겠어?"염구준은 딱히 숨기지 않고 알려줬고, 이에 손가을은 바로 알아차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늘의 외출은 그래도 수확이 있는 셈이었다.한편, 청해시의 외부에 있는 소봉산은 이제 곧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운홍아!"건장한 남자가 고급 제비집 스프를 들고 방에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크게 화를 냈다."이게 무슨 소리야? 경호원들은 어디있어?"방에서 나올 때 그의 손에는
바로 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찬과 도련님의 경호원들이 돌아왔습니다.""운홍이는?"도명욱은 이 말을 듣고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나가 보았다."저희를 벌 해주십시오, 주인님!"호찬과 경호원들은 그를 보자마자 모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도련님을 잃어버린 건 아주 큰 잘못이니까 말이다.생사가 도명욱의 기분에 달려있는 그들의 삶은 정말 개보다 못했다."이 병신 새끼들. 너희들 도대체 뭔 쓸모가 있어?"도명욱은 크게 소리 지르며 분풀이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미친듯이 때렸다.아무리 강한 호찬이라도 그에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어릴 때부터 도씨 가문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받았기 때문이었다."하아... 하아..."도명욱은 살아있는 사람이 몇 안 남을 때까지 때리다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염구준이 나선 거야?"낮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염구준은 반보천인이라고 했다."네, 아주 강합니다. 도주님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요."호찬은 어렵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짝!이 말을 들은 도명욱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힘껏 뺨을 때렸다."닥쳐, 외부의 벌레새끼가 어떻게 도주님들과 비교할 수 있겠어?"이 강한 위력에 호찬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한바탕 화를 내긴 했으나 일은 그래도 처리해야 하니 도명욱은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 "사람들을 대기시켜. 내가 직접 염구준을 만나봐야겠으니까."비록 조직 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도 반보천인이기에 약한 편은 아니었다.그러나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호찬을 한 눈 보고서 곧 상대방을 제지했다."잠깐만, 방금 전 계획은 취소한다. 염구준이 오도록 편지를 써서 보내."호찬의 말이 조금 거북하기는 했으나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니 도명욱은 경각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염구준을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귀염둥이 아들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그의 야망에 비하면 아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날 밤, 도운홍을 처리하고
보름 전, 이곳에 세 개의 신상들을 들여온 후 이곳을 삼선 클럽의 청해시 지점으로 선정했고, 그 후 대량의 신도들과 회원들이 이곳에 와서 ‘신의 물' 을 구하기 위해 절을 하고 돈을 냈었다. 가끔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초상비가 염구준에게 알려준 거였다."미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바치러 오다니, 삼선 클럽 장사 잘 되네."염구준은 산꼭대기에서 산기슭까지 줄을 선 행렬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하긴, 장모님도 그러셨겠지.’그러나 바로 이때, 눈앞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장면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긴 대열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몇 명의 젊은이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었다."아버지, 저희 이제 돌아가요, 네? 집에 더 이상 돈이 없어요." 젊은이가 노인의 팔을 잡아당기며 설득했다."안 가, 나는 ‘신의 물’을 원해. 난 영생을 원한다고. 내가 돈 좀 쓰는 게 어때서 그래?"이에 노인은 옆에 있는 큰 나무를 껴안고는 죽어도 놓지 않으려고 했다.가족들은 모두 노인이 다칠까 봐 지나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이거 다 거짓말이에요. 어떻게 불로장생 할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 있을 수 있겠어요?"그들에겐 정말 방법이 없었다.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만큼 했지만 노인의 마음을 끝내 돌리지 못했다."쉿, 허튼소리 하지 마. 삼선님한테 불경하게 굴어서는 안 돼."그들의 말에 노인이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곳은 삼선 클럽의 구역인 소봉산이었기에 모두의 일거투속이 전부 감시카메라에 찍혔다."흥, 삼선 같은 소리하네. 이건 그냥 다 돈 벌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요." 그의 말에 노인의 가족들이 끝내 폭발했다.노인이 삼선 클럽에 가입한 이후로 그들 가족은 한시도 평온한 하루를 보낸 적이 없었다. "감히 삼선을 욕해? 건방지기는!"이때, 큰 외침소리와 함께 소봉산의 치안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나와서 그들을 에워쌌다. 여기서 난리를 치면 돈 버는데에 피해를 주니 당연히 가만히
염구준은 주위의 경호원들을 보면서 소봉산에 있는 대부분의 전력이 모두 모였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러면 삼선 클럽의 보안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 것 같네.’그는 생각하는 한편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상대방이 정말로 눈치 없이 공격한다면 이곳을 없앨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쌍방이 한참 대치하고 있을 때, 호찬이 갑자기 나타났다.앞에 있던 경호원은 강자가 온 걸 보고는 웃으면서 맞이했다."호찬님, 저 자식이..."쾅!그러나 그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호찬은 그를 차버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주인님께서 초대한 손님도 감히 막다니, 죽고싶은 건가?"사실 호찬은 산꼭대기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염구준의 모습을 보지 못한 도명욱이 한 번 보고 오라고 보낸 것이었다. ‘아래에서 부하들이 막고있던 거였을 줄이야.’"에이, 한판 못 붙겠네?"염구준은 호찬을 보고 기운을 거두었다."농담이 심하시네요. 안으로 드시죠."호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고 염구준은 그의 인솔하에 산꼭대기를 향해 걸어갔다.도운홍은 현재 복면에 머리가 씌워진 채로 용준영에게 끌려가는 중이었다.아직 일을 처리하지 못했으니 염구준은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위로 올라갈 수록 염구준은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노인들임을 발견했다.삼선 클럽의 목표는 매우 명확했다. 바로 최고의 성공률을 위해 타켓을 노인들로 정하고 사기치는 것이었다.사람들은 염구준의 배경을 보고 부러워 하기도, 궁금해 하기도 했다. 줄을 설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삼선 클럽의 사람을 때렸음에도 아무 벌도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염구준이다!"마침내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 질렀지만 이때에 그는 이미 산꼭대기에 이르러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한편, 도명욱은 산꼭대기의 정자에 앉아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돌상 하나, 차 주전자 한 개, 컵 두 개 그리고 몇 접시의 과일들이 놓여져 있었다.대충 보아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아 보였다."여기 앉으시죠."도명
"운홍이는 아직 어린 아이예요!" 도명욱은 분노를 참고 꽉 쥔 주먹을 풀면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웃은 후 싸늘하게 말했다. "하하하!""당신도 인간미가 있군요? 전 또 짐승처럼 생각이 없는 줄 알았네요.""지금 줄 선 사람들을 좀 봐요. 저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앗아가는 ‘신의 물’따위를 위해 한 가정을 망쳤을까요?"이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전부 사실이었다.도명욱은 계속 물러섰지만 염구준은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없이 계속 몰아세웠다.집에 있는 장모님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서였다.만약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을 줄까 봐 걱정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장 이 자리에서 상대방을 죽였을 것이다.염구준의 질책에도 도명욱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한숨만 쉬었다."후, 저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윗분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표정과 말투만 보면 그의 말은 진짜 같았다.‘쉽지 않네.’그러나 염구준은 상대방을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날 속이려면 아직 멀었어.’"정말 난처하시겠네요."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은 그의 말을 믿지 않으니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상대방의 말 뜻을 바로 알아차린 도명욱은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제 아들의 본성을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애가 철부지인 건 당신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저 애의 잘못을 더는 따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저도 당연히 바보한테 잘못을 따질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대답한 뒤 화제를 바꿨다."그럼 저희 장모님 일과 손씨 그룹에 사람을 보낸 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모처럼 왔으니 그는 전의 일까지 모두 해결할 생각이었다."그건... 전에 조금 바빠서 제가 소홀했습니다. 모두 아랫사람들이 멋대로 한 거예요. 전 전혀 몰랐답니다.""제게 담이 열 개가 있더라도
"배상금을 좀 줄일 수 있을까요?" 도명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 아들 몸에 있는 살이 줄 수 있으면 배상금도 줄 수 있어요."염구준은 옆에 있는 도운홍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의논할 여지가 없다는 거군.’한참 뒤 도명욱은 이를 악물고 마음 아픈 걸 참으면서 말했다."그래요, 5천억 드리겠습니다. 지금 계좌이체 해드리죠."이렇게 되면 최근에 끌어모은 건 다 허탕을 친 셈이 된 거고, 뿐만 아니라 저축한 돈까지 날린 게 되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돈을 받고 조롱하는 걸 잊지 않았다. 잔인하게도 말이다.사실 그에게 있어서 이 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앞으로 요양원이나 더 지어서 사람들이 ‘신의 물' 따위에 속지 않게 해야지.’"당신..."도명욱은 상대방의 도발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 했다.일종의 좌절감이 그를 뒤덮었다.‘이게 다 자식 교육 잘못한 내 탓이지.’오늘 그는 마침내 잘못된 교육이 불러온 결과를 알 게 되었다. 그것도 심하게 당하는 방식으로 말이다.옆에 있는 사람들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주인이 평소에 생각이 깊고,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줄곧 양보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제는 풀어줘도 되겠지요?"도명욱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손해가 너무 심해서 그는 현재 웃을 수가 없었다."이제 가봐, 복덩어리야."이에 염구준은 누르고 있던 기운을 거두어 도운홍을 풀어주었고, 그는 바로 달려가 울며불며 하룻밤 사이에 겪은 비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운홍이가 휴식을 취하도록 데리고 가."도명욱은 두 눈을 감고 분부했다.‘이래도 안 때리네? 정말로 아끼긴 아끼나 보군.’반면에 오늘에 온 목적을 거의 다 이룬 염구준은 기분이 좋아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어때?"염구준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물었고, 이에 다른 사람들은 그가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됐어요." 그러나 용준영은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이렇게 비밀 얘기를 나눈 후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