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자가 그를 본 순간 외진 골목으로 도망쳤다.염구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여기까지 따라온 것을 보면 분명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보자마자 도망쳐버렸다.‘대체 목적이 뭐야?’염구준은 뒤따라 가다가 마주치게 되면 물어볼 생각이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뒤쫓다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그제야 미행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호찬이었다.“죽으러 왔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염구준 씨, 저를 부하로 받아주세요.”호찬은 두 무릎을 꿇으며 간청했다.믿을만한 사람에게 의지하러 온 것이다.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니 염구준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간첩이야?”염구준은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섭게 쳐다보며 허점을 찾았다.“아닙니다. 주인이 죽었으니 갈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지할 곳을 찾으러 온 겁니다.”호찬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삼선 클럽은 아직 존재하잖아. 굳이 날 찾아올 필요가 있을까?”염구준이 이어서 말했다.그는 한 지부만 제거했을 뿐, 용하에 수많은 지부가 존재하니 얼마든지 찾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부하라도 반천인 고수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조직에서 저를 도명욱의 부하로 안배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아요.”호찬의 말투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상대방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삼선 클럽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굴러서 들어온 소식이 진짜든 가짜든 일단 듣고 판단하기로 했다.호찬은 슬픈 눈을 하더니 돌이킬 수 없는 옛일을 회상하며 천천히 말했다.“삼선 클럽의 배후는 막강한 조직인 삼선도입니다. 도운홍 부자는 거기 출신이고 저는 고아였어요. 어려서부터 삼선도에 수용되어 용하에서 노예로 가혹한 환경에서 자랐어요.”“저와 함께 훈련을 받은 사람은 총 12명, 부하로서 실력은 강하지만 개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어요. 제가 아는 건 이게 다예요.”삼선도, 이것은 아주 중요한 단서다.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조직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지
레스토랑 안에서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건배하고 잔을 기울이며 정말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먹었다.그에 비해 소봉산에서 도망친 삼선 클럽의 회원들은 주인을 잃은 신세가 되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도련님, 앞에 길이 없습니다.”차가 멈추더니 운전 기사가 조수석에 앉은 도운홍에게 이렇게 말했다.도명욱이 전사한 장면을 본 순간, 그는 회원들을 이끌고 지하 도로로 도망쳤다.그가 불효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너무 아꼈던 것이다.헤드라이트를 통해 주변 환경을 살펴보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아스팔트 도로가 사라진 것이 진짜 길을 잃은 것 같았다.도운홍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분명 웃음거리가 되고 폐물 도련님이라는 별명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도련님, 길 잃은 거 맞죠?”운전 기사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촤아악!도운홍은 버력 화를 내며 운전 기사의 얼굴을 후려쳤다.“미쳤어? 내가 안내한 길인데 잘못 갈 리가 없어. 내려서 길을 찾아.”일부러 약점을 들추어서 난처하게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얻어 맞은 기사는 감히 반격하지 못하고 무전기에 대고 화풀이했다.“뭐 하냐? 당장 내려서 길을 찾아!”어두컴컴한 곳에서 길을 찾으라니 다른 사람은 어처구니없었다.하지만 상사가 시킨 일을 거절할 수 없어 지시를 따라야 했다.부하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리고는 황폐한 외곽에서 길을 찾기 시작했다.“아아아악!”그때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자 부하들이 잔뜩 경계했다.소봉산에서 도망친 후, 이미 잔뜩 긴장되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했다.“쫓아왔어?”겁을 먹은 도운홍은 그만 바지에 지리고 말았다.너무 놀라서 오줌을 싼 것이다.평소 집안에서만 행패를 부리고 강적 앞에서 감히 나대지 못했다.“삼선의 구역에서 관련 없는 자들은 속히 떠나라!”우렁찬 목소리에 도운홍은 그제야 안도했다.우왕좌왕하면서 도착한 곳이 그가 찾으려는 곳이 맞았다.“아저씨, 나 도운홍이에요.”흥분한 도운홍은 바로
두 사람은 호찬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모르겠어요. 철수할 때도 보지 못했어요.”도운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병…”황지혁은 화를 내려다가 다시 삼켜버렸다.아무리 병신 같은 놈이라도 고인의 자식이니 자극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도운홍은 싸늘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됐다. 네가 데려온 사람들 집합시켜. 한마디 해야겠어.”황지혁은 다시 싸늘하게 말했다.“집합해. 당장 집합해.”도운홍은 감히 소홀히 대하지 못하니 바로 부하들을 독촉했다.그러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와 두 줄로 나란히 섰다.50명은 족히 넘었다.“충분합니까?”“충분해!”황지혁은 머릿수를 세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도운홍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 명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처리하라!”죽이라는 명령에 부하들은 순식간에 뿔뿔이 도망쳤다.강력한 배후에 빌붙어 의지하려고 했는데 이번은 잘못 선택한 것이다.스스슥!황지혁 뒤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모두 강한 기운을 발산했다.전신지상의 고수들이었다.고수들은 일격에 치명상을 노려 스치는 곳마다 시체들이 쓰러졌다.50명이 넘는 부하들이 순식 간에 도륙을 당했다.“아저씨, 왜…”어렵게 데려온 부하들이 전부 살해되자 도운홍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혼자 도망쳤을 것이다.“여긴 비밀 기지라 삼선도의 사람 외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이제 네 아빠가 없으니 내가 대신 너를 가르치겠다. 앞으로 모든 일에 조심해야 한다.”황지혁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살해한 부하들은 삼선 클럽 소속이지만 삼선도 출신이 아니기에 외부인이라고 한 것이다.“아… 알겠습니다.”도운홍은 잘하는 것이 없지만 잔꾀가 많아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들어가 쉬었다.“형, 이제 어떡할 거야?”우대영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신의 물 판매량을 풀어서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더 모아야 해.”황지혁은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대규모로
예전에 몰래 진행하더니 지금은 대놓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이대로 가만두면 용하의 국민들만 손해볼 것이다.“장모님, 불 좀 봐주세요. 전화 한 통하고 올게요.”염구준은 주걱을 내려놓고 행주에 손을 닦았다.일이 점점 커져서 용하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가서 일 봐. 이젠 아침은 내가 할게.”진숙영이 주걱을 받아 들었다.그녀가 사위의 뒷모습을 힐끗 봤을 때 그날 신선과 싸우던 화인을 떠올렸다.‘보면 볼수록 닮았단 말이지.’염구준은 조용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이제마에게 연락했다.“아… 아침부터 자지 않고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그는 하품을 하며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며칠 전에 신의 물 샘플을 보냈는데 성분이 뭔지 알아보셨어요?”중요한 일이라 이제마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아냈어요. 이거 참 맹독이 따로 없더라고요. 이걸 먹은 후 잃어버린 생명은 되찾을 수 없어요. 하지만 두통, 심란함, 발열 등 후유증은 완화할 수 있어요.”짧은 시간에 아무리 유명한 신의라도 다 알아낼 수 없었다.그래도 염구준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언제부터 해독약을 생산할 수 있어요?”삼선 클럽이 대규모로 신의 물을 풀어놓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복용할 것이니 그에 미리 대비해야 했다.모든 것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몇 가지 테스트만 끝내면 바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생산 라인이 없어요.”이제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미 잠을 깨고 일어난 것 같았다.염구준이 급히 요구하니 잠을 적게 자더라도 하루 빨리 처방을 만들어야 했다.“연구 끝나면 바로 처방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염구준이 엄숙하게 말했다.삼선 클럽의 손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전부 찾아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이미 많이 분포되었고 은밀하게 숨어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은 이미 죽을 각오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상관
“아니거든요. 저 말도 잘 듣고 성적도 전교 2등이라서 선생님이 항상 칭찬해 주거든요.”염희주는 부모에게 창피를 주지 않았다는 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하하하.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어.”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었다.하지만 염희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엄마를 닮아서 그렇죠.”부녀는 얘기를 나누면서 학교에 도착했다.어떤 학부모들은 벌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주차하고 딸과 함께 그쪽으로 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색하게 대했다.“이사님 오셨어요? 빨리 교장님한테 전달하세요.”사립학교는 염구준의 개인 재산으로 딸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산 것이다.학부모들도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다.“이사님 안녕하세요.”“이사님, 희주 학부모 회의를 주최하러 오셨어요?”염구준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말씀하세요.”그는 오늘 학부모 입장으로 참석했다.이 초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교사들의 자질은 청해에서 손꼽힐 정도지만 대부분 가난한 집 자식들과 직원들 자식들이 학교에 다녔다.왜냐면 능력 있는 집 자식들은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은 그러지 못했다.염구준이 콧대를 쳐들지 않고 편하게 대한 덕분에 빠르게 학부모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이 직접 발탁한 교장이 도착했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교장님은 볼일 보세요. 오늘 학부모 회의를 하러 왔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인사를 건네면서 시찰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학교에서 유일한 이사로서 모든 것을 감독할 권리가 있지만 지금 교장은 믿음직해서 모든 것을 맡겼다.“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오늘 교장은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정신이 없었다.원래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다들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어머님, 아버님들. 순서대로 들
“별일 다 보겠네. 사립학교에서 돈도 안 받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도 주는데 뭐가 불만이야?”“우리 딸이 그랬는데, 지난주에 희주랑 같이 뒷줄에 앉았다고 했어요.”다들 염구준을 도와 말했다.비록 학력은 높지 않지만 시비도리는 따질 줄 알았다.“퉷! 가식적인 것들! 저 사람이 무슨 이득을 줘서 이렇게 나서는 거야?”여자는 혼자라도 굴복하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뭐가 불만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시비를 걸려는 게 뻔했다.다들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하세요.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세요. 담임 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요.”여자는 이때다 싶어 간사하게 웃었다.“우리 애가 성적이 좋아서 계속 앞에 앉겠다네요.”전에 염희주를 내세워 트집을 잡은 것은 핑계였다.“안 됩니다. 학교에 매주 자리를 바꾸는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 규칙대로 하셔야 합니다. 누구도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아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본인 학교에서 딸도 특수 대우를 받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당신이 뭐라고 여기서 명령질이야? 교장도 아니잖아.”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전 학교 이사장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따르셔야 해요.”염구준은 생떼를 부리는 사람과 도리를 따지기도 싫었다.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사장이라고 함부로 명령해도 된단 말이야? 억울해 죽겠어. 흑흑.”여자는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는 꼴은 아무리 신이라도 두통이 아플 것이다.평화롭게 진행했던 학부모 회의에서 갑자기 이런 소란을 피워 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타일렀다.“어머니, 저희 대화로 해결하시죠. 아이들이 창밖에서 보고 있는데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여자가 더 화를 냈다.“보면 어때서요. 난 정당하게 요구한 것이니 창피한 일도 아니잖아요.”생떼가 따로 없었다.염구준은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
이번은 경고일 뿐, 진짜 따지기 시작한다면 청해는 물론 용하에서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빨리 병원에 이송하세요!”그때 교장이 교실 입구에 들어서더니 경비원을 불렀다.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귀찮은 이들이 발생할 것이다.교장이 염구준에게 물었다.“이사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습니까?”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전 전적으로 교장님을 믿으니까 교장님이 처리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다시 떠넘겼다.그 정도 머리로 신경전을 벌이다니, 어림도 없었다.모든 일을 맡긴 후, 염구준은 학교를 떠나고 담임은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여자가 깨어났을 때 교장은 좋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고집이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소송까지 한다고 윽박질렀다.결국 교장은 다시 기회를 주면서 또 이런 소란을 피우면 당장 퇴학하라고 경고했다.깜짝 놀란 여자는 본전도 못 찾고 바로 사과했다.나중에 염구준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꼴 좋게 거절당했다.어떤 사람은 용수철 같아서 상대방이 강하면 약해지고 상대방이 약하면 강력하게 나온다.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데 꼭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물론 이것은 나중에 발생한 일이었다.학교에서 나온 염구준은 바로 손씨 그룹에 가서 이제마를 기다렸다.왠지 밀당하는 것 같았다.전화하지 않을 때 아무 소식이 없다가 아침에 전화했더니 오후에 처방약을 보냈다.염구준은 경비실에 들어가 호찬 대신 입사 절차를 도와줬다.그에게 창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을 때 손가을이 찾아왔다.말하지 않아도 학교 일 때문일 것이다.아이의 일이라면 부모 모두 긴장하기 때문이다.“오늘 학교에서 학부모랑 싸웠어?”손가을이 떠보았다.“에휴,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가. 미친 년을 만났지 뭐야.”염구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언짢게 말했다.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하하하. 당하지 않았으면 됐어. 희주가 요새 학교에서 잘 지낸대?”역시 손가을의 최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럼요. 하지만 생산 라인이 없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요.”이제마는 대답하면서 처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생산 라인이요?”손가을이 휴대폰을 들더니 보건품 생산 담당자를 불렀다.“손 대표님,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담장자는 2분만에 도착했다.“앉아서 이 처방을 보세요. 저희가 생산할 수 있을까요?”손가을은 처방을 건네며 물었다.담당자는 두 손으로 받아 자세히 읽어보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원료는 다 있습니다. 생산 라인만 조금 바꾸면 가능하지만 하루에 만 개만 생산할 수 있어요.”아쉽게도 수량이 너무 적었다.이제마의 처방에 따르면 매일 3번, 일주일을 먹어야 완전히 나을 수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미친듯이 신의 물을 시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해독약이 필요했다.“일단 가서 준비하세요.”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으니 염구준은 담당자에게 지시했다.“생산 라인 하나로는 부족해요. 시간을 끌면 약을 먹어도 후유증이 남게 되죠.”이제마가 이해관계를 전부 털어놓았다.사태가 심각하여 두통이 밀려왔다.똑똑…염구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했다.“내일 천약산시에 윤대약을 찾아갈게요.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윤씨네 제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합한 생산 라인을 찾으면 문제없을 것이다.제약 방면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단 지인들부터 찾아야 했다.“그럴지도 모르죠. 비록 그 사람과 맞지 않지만 나라에 충성심이 강해서 어떻게 할지는 잘 알 거예요.”이제마도 이 방법에 동의했다.이유가 어찌 됐든 윤대약의 아들 윤성호가 염구준의 손에 죽었으니 단시간에 원한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이렇게 결정하죠. 일단 저랑 같이 식사하고 내일 출발할게요.”그런데 사태는 예상밖으로 더 악화되었다.저녁에 세상이 놀랄 만한 뉴스가 발표되었는데 전부 신의 물과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