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슥!뱀은 거대한 몸뚱이를 비틀며 빠르게 기어갔지만 염구준의 공격 속도보다 늦었다.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수십 개 검기가 뱀을 공격했다.매 검기가 공격할 때마다 뱀의 딱딱한 비늘과 살이 잘려 나가며 피를 흘렸다.부상을 입은 뱀은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스스슥!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되자 뱀은 돌아서서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궁지에 몰린 짐승은 제일 무서운 법이다.뱀은 제일 잘하는 꼬리 흔들기를 선보였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피했다.“이제 끝났어.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실패했구나.”염구준은 점프하며 일검으로 뱀의 치명상을 찔러 죽였다.화는 풀렸지만 천인 지역은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계속 찾아야 했다.그는 지체하지 않고 계속 숲 속을 돌아다니며 가끔 공격해 오는 생물들을 죽였다.이 생물들은 고대에 살았던 동물들이라 몸집들이 어마어마하게 컸다.가는 도중에 폐물이 된 비행기와 선함 잔해도 보았다.거기에 이끼와 풀들이 잔뜩 자란 것을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았다.“끼니를 해결했다.”그가 숲을 지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그것은 용하의 고대어로서 현대 사투리보다 더 생소했다.전방에 여섯 명 되는 사람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사냥감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보아하니 방금 사냥을 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기척을 내지 않고 조용히 뒤를 따랐다.이곳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라면 거주지나 마을이 있을 것이다.반나절이나 헤맸더니 드디어 쉴 곳을 찾았다. 만약 마을에 간다면 무엇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한 시간 후, 음식 냄새를 맡은 염구준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눈앞에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주변에 나무로 지은 담장 위에서 한 사람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담장 위에 오래된 대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왠지 배에서 뜯어온 것 같았다.여섯 명은 입구에 도착해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다.염구준은 다가가서 그들과 교류하려고 시도했다.여기서 잠시 머물면서 단서를 찾을
“알겠어.”염구준은 혼자서 늑대들을 상대했다.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자 늑대들은 그가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간주했다.“오우~!”늑대 한 마리가 다시 울부짖자 나머지 늑대들이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스스슥!염구준은 절대 봐주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한 마리씩 죽였다.원시적이고 잔혹한 세계에서 누가 먼저 잘못했다는 것을 따져도 소용이 없었다.오로지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늑대들이 저마다 울부짖으며 염구준을 포위하며 공격했지만 가까이 가면 참살을 당해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나무 담장 위에서 그 장면을 보던 원주민들은 입을 떡 벌이고 말을 잊지 못했다.전에도 늑대들이 마을을 포위한 적이 있었지만 번마다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맹렬한 호랑이가 나타나도 늑대 무리를 감당하지 못했다.“오우~!”다시 울음소리가 들리자 흥분한 늑대들이 미친듯이 공격을 퍼부었다.‘드디어 널 찾았다.’염구준은 앞을 가로 막는 늑대들을 물리치고 숲으로 돌진했다.늑대왕이 무리를 통제하면서 교활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그는 소리를 추적하면서 늑대왕을 찾아냈다. 늑대왕 옆에 두 마리 측근도 있었다.“안 꺼질 거면 여기서 죽어!”염구준은 늑대를 물리치고 마을에 들어가고 싶지, 여기서 전부 죽이고 싶지 않았다.그의 뜻을 알아챈 것처럼 늑대왕이 머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뭐야, 쫄았어?”염구준은 더는 공격하지 않고 마을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스스슥!바로 그때 두 그림자가 염구준을 습격했다.늑대왕의 측근이었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내뱉으며 뒤로 검을 휘둘러 한 마리를 죽였다.동시에 왼쪽 주먹으로 나머지 한 마리도 무찔러 죽였다.순식간에 두 마리 늑대가 참살되었다.습격하는 계략은 좋았지만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돌아서 늑대왕을 향해 돌진했다.살길을 주었는데 뒤통수를 친다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야 했다.“오우~~~~~!”두 측근을 잃은 늑대왕은 화났는지 울음소리가 달라
“영웅을 환영합니다. 방금 엄청 용감했어요.”“앞으로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세요. 우리 마을은 강하답니다.”“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염구준이 마을에 들어서자 다들 반갑게 맞이하며 꽃다발과 박수를 보냈다.아까 전에 염구준에게 대포를 겨냥했던 일은 말끔히 잊은 뒤였다.이곳에서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별의별 인종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이 새삼스러웠다.용하 고대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여기서 생존했던 원주민이고 다른 나라 언어를 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생존자일 것이다.여기서 위험한 환경을 대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당신들 족장을 뵙고 싶어요.”염구준은 큰소리로 외치며 분위기를 제압했다.원래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위세를 보아 족장을 찾아 담화해야 할 것 같았다.여기서 주먹이 제일이니까.“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한 남자가 건들거리면서 다가왔다.방금 염구준이 혼자서 늑대 무리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실력이 족장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미리 아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길을 안내하세요.”그가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하든 염구준은 사양하지 않았다.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도 없으니 누가 길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남자는 나이가 있어 보이고 너덜너덜해진 옷으로 보아 파일럿 같았다.“이름이 뭐예요?”가는 길에 염구준이 물었다.그가 먼저 이름을 묻자 남자는 기뻐하며 대답했다.“케빈이에요. 40년 전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을 경유하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들어왔어요.”그때 상황은 정말 갑작스러웠다.“용하에 가려고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죠?”염구준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추룡대삼각 지대는 용하의 해역이라 해외 비행기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역시 똑똑하시네요. 그런데 여기에 갇혀서 정보 따위 소용없게 되었어요.”케빈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여기 상황을 말해 보세요.”염구준은 그가 누군지 따지지 않았다.필경 40년 전은 그가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짐승들에게 전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사람이 착하면 오히려 당하기 마련이니 염구준은 거만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당신은 틀렸어요. 늑대를 남겨야 여기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가 나설 수 있어요. 그래야 우리 가치를 보여줄 수 있거든요.”족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다.그래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여기서 위험한 금지 구역이 어딘지 아십니까?”“전주님, 여전히 성급하시네요.”족장은 말하는 동시에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다.“붉은 장미?”염구준은 바로 그녀를 알아봤다.몇 년 전에 동양국 해전에서 적들의 함대를 거의 전멸시켰을 때 붉은 장미는 상대방의 사령관이었다.그때 패배한 적들이 작은 배를 타고 도망쳤는데 이곳에 왔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맞아요. 전주님이 저를 기억하실 줄이야.”붉은 장미의 말에 가시가 섞여 있었다.“실력이 형편없어서 조금 인상이 깊었어요.”그때 붉은 장미의 싸움 실력은 마치 소꿉놀이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자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잘난 척하지 마세요. 그동안 무술에 몰두했고 이곳의 약재를 복용하여 이미 전신지상에 도달했어요. 한때 적이었지만 일면식이 있는 사이니 내 남총이 되어준다면 평생 지켜줄게요.”마음이 여린 것 같지만 평생 그에게 복수하려고 노예를 하라는 말이었다.함선이 파괴되고 이런 곳에 갇혀서 살았으니 분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일단 내 질문에 대답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남총이고 뭐고 변태 같은 짓거리는 절대 사양이었다.“흥, 좋게 말을 해도 듣지를 않다니 무력을 써야 말을 듣겠네.”화난 붉은 장미는 바로 손을 들어 공격했다.스스슥!예고도 없이 두 암기를 발사했지만 염구준은 들어올 때부터 미리 경계하고 있었다.그는 가볍게 옆으로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이어서 붉은 장미가 한 손에 뼈다귀를 들고 힘껏 아래로 내리쳤다.환경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웠다.윙!염구준은
“아주 좋아요. 짐을 챙기고 내일 출발합시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1도 하지 않았다.반천인 실력을 보여줬으니 오히려 그에게 빌붙을 것이다.실력이 강한 사람이 여기서 탈출할 기회가 더 많으니까.“전주님, 저녁에 내 처소에 쉬러 오시겠어요?”붉은 장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할 일이나 하세요.”그의 마음속에 이미 손가을이 있어서 미인계는 아예 통하지 않았다.“휴.”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붉은 장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옷이 식은 땀에 흠뻑 젖은 걸 발견했다.염구준을 봤을 때 복수하고 정복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정복당한 것 같았다.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었다.“언젠가 내 손아귀에 넣을 거야.”붉은 장미는 한참을 불평을 늘어놓다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염구준을 죽이고 싶으면서도 그가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길 바랬다.홍분 마을은 원시 사회 같아서 한 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케빈을 앞장세워 필요한 물건을 보충하러 갔다.이번 행차는 갑자기 오는 바람에 구자검 외에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두 장의 늑대 가죽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바꿀 수 있었다.“이걸 당신한테 줄게요. 내일 여기서 떠납니다.”염구준은 일부분을 케빈에게 주었다.“부디 성공하길 바라요.”케빈은 물건을 받고 떠났다.그는 이곳에 40년을 살면서 이미 환경에 적응되었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아침에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날 때 마을은 떠들썩했다.강자의 도움 없이 이 숲에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결정한 일에 그들은 간섭할 수 없었다.“빨리 오세요. 밥을 안 먹었어요?”앞장선 염구준이 재촉했다.“갑니다.”붉은 장미는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르면서 속으로 그를 욕했다.그녀는 작고 큰 가방들을 잔뜩 챙겼다.그중에는 보름 정도 먹을 식량도 있었다.전신지상의 실력이 아니라면 이
이미 들켰는데도 공격을 하다니 염구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윙!두 사람은 기운을 밖으로 발사하며 화살을 막아냈다.“숨어 있지 말고 나와.”염구준은 숲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상대방의 고막을 자극했다.곧 열 명 넘는 그림자가 석궁을 들고 나타났다.“장미 아가씨,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여기서 도망치려는 거야?”덩치가 건장한 사내가 비아냥거렸다.“똥개, 냄새 나는 주둥아리 닥쳐!”붉은 장미가 버럭 화를 냈다.두 사람의 말투를 보니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똥개는 다른 마을의 족장으로 서로 왕래하는 사이였다.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았다.“그쪽이 정보를 흘렸어요? 감히 매복해서 나를 습격했어요?”덜컥 겁을 먹은 붉은 장미는 풀썩 주저 앉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전주님, 아니에요. 저놈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몰라요.”그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말로 해서 누가 믿어요. 행동으로 증명하세요.”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과일을 따더니 옆에 있는 돌 위에 털썩 자리 잡고 앉았다.증명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죽이는 것이다.그녀는 정말 욕을 퍼붓고 싶었다.“장미, 저 녀석 네 남자야? 그렇게 무서워? 성격이 영 별로인 거 같은데 이 오빠를 따라와. 하하하.”그 장면을 보던 똥개가 조소를 날렸다.그동안 화풀이를 못해서 답답했는데 똥개의 말을 듣는 순간 붉은 장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이 자식, 그냥 죽어!”그녀는 뼈다귀를 쳐들고 똥개를 향해 공격했다.관련 없는 사람들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멀리 피해 있었다.두 사람은 처음으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어서 서로 어떤 무공을 깨달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실력은 엇비슷했다.염구준은 어설픈 대결을 보고 충고했다.“상대방 하체가 불안정하니까 하체를 공격하세요. 그리고 저놈이 공격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있어요.”몇 가지 초식만 봐도 염구준은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했다.붉은 장미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싸
“일단 믿을게요. 하지만 개수작을 부리면 바로 죽일 겁니다.”염구준은 충분히 경고를 줬으니 더는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저놈을 죽이고 바로 출발하시죠.”붉은 장미는 수중에 뼈다귀를 휘두르며 똥개에게 천천히 다가가 마지막 필살기를 날렸다.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염구준의 신임을 산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아직도 구경하고 있어? 나와서 저놈 죽여!”바닥에 쓰러진 똥개는 뒤로 물러서며 고함을 질렀다.“아직도 누가 있어?”붉은 장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했다.주변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스스슥!숲에서 스무 명이 넘는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런데 차림새를 보아 다른 패거리 같았다.두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앞장을 선 것을 보니 다른 마을의 족장 같았다.“끝까지 숨어 있을 줄 알았어.”염구준이 일행을 훑어봤지만 그런 실력으로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이제 막 여기에 들어온 것 같은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알려줄 수 있어? 사람 많으면 도움이 되잖아.”일행 중에서 한 전신지상 고수가 나서서 말했다.붉은 장미가 가방을 들고 마을을 떠나는 것을 봤을 때, 염구준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서 기다린 것이다.“나랑 손을 잡고 싶어?”염구준은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렇다. 서로 도우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야.”남자는 염구준이 동의한 줄 알았다.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에 찬물을 맞은 듯 안색이 싸늘해졌다.“손을 잡아도 실력이 비슷해야 가능해. 너희들은 너무 약해서 안 돼.”사방에 위험이 도사리는 숲에서 염구준은 발목을 잡는 팀원 따위 필요 없고 오직 한 사람만 길을 안내해도 충분했다.만약 그도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대놓고 약하다는 소리를 들은 일행은 마음이 불쾌했다.그때 전신지상의 고수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나지막하게
이토록 강한 기운과 공포스러운 압박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철수한다!”누가 고함을 지르며 중간에 있던 똥개를 방패로 삼아 염구준에게 확 밀어 던졌다.이렇게 능숙한 수법은 사전에 미리 상의했기 때문이다.“비열한 놈!”“컥!”똥개는 대노하며 소리쳤지만 꼼짝도 못하고 염구준의 검에 찔려 죽었다.염구준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며 일행을 쫓았다.“죽어라 도망치자!”두 사람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결심을 내렸다.그들은 공포스러운 기운을 폭발한 후, 동시에 뒤로 돌아 도망쳤다.살아남겠다고 저군을 함정에 빠트리려 한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염구준이 아니었다.살의를 느낀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물리치려 했다.염구준은 검을 두 번 휘둘러 한 사람을 죽이고 이내 뒤를 쫓아서 나머지 한 사람까지 살해했다.세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전부 죽었다.“저희가 그런 게 아니에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남은 부하들은 석궁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으면서 애원했다.“꺼져!”염구준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고 계속 길을 떠났다.천지와 본연의 일을 함에 있어 만물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이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된 환경에, 먼저 다가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도 상대방을 죽이지 않았다.“전주님, 방금 그자들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요.”붉은 장미는 여광으로 뒤의 상황을 보고했다.“내버려두세요. 죽음을 자초하는 놈들은 약이 없어요.”염구준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그들이 공격하지 않아서 살려둔 것이다.“전주님, 동굴에 도착하면 정말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누가 밖에 간다고 했어요? 내가 가려는 곳은 바깥세상보다 더 유혹적이에요.”염구준은 숨기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붉은 장미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바로 여기예요.”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전방에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그곳에 종아리만 한 덩굴이 빼곡하게 뻗어올라 동굴 입구를 절반이나 가렸다.식물은 무성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은 아니었다.“더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