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은 또다시 충격을 먹었다.“이거 거짓말이야.”대표가 지원한 비장의 카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실력을 가졌음에도 염구준을 제거하지 못했다.“반보천인이야!”무술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철벽에 부딪친 것을 알고 속으로 임무를 맡긴 사람을 원망했다.임무를 받았을 때 아무도 상대방이 반보천인 고수라는 것을 일깨워주지 않았다.‘도망치자!’그는 싸울 의지를 상실하고 재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쿵!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폭발하더니 상대방의 체내에 에너지를 주입시켜 기절시켰다.그의 앞에서 습격하고 도망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아직 또 뭐가 남았어? 기회를 줄 때 다 써먹어.”염구준은 도발적인 말로 조훈을 조롱했다.“에휴.”조훈은 김빠진 공처럼 한숨을 푹 쉬었다.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염구준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시작하세요.”그가 미리 연락한 검사와 청해상회 담당자가 앞으로 다가왔다.“조훈 씨는 수백 개 기업에게 빚을 졌으니 모든 산업을 압류합니다.”법원 검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한 무리가 우르르 건물로 들어가 압류 스티커를 붙이고 관련 서류를 몰수했다.그리고 청해상회 담당자로 일행을 거느리고 한마디 했다.“이 산업들은 매각한 후 전부 손씨 그룹에 배상할 겁니다.”하지만 천맹그룹의 청해 지사 산업은 천억 가치가 되지 않았다.그때 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새로운 방안을 내세웠다.“저희 돈은 급하지 않습니다. 산업을 매각한 돈으로 다른 채권자들에게 먼저 갚아주세요.”수백 개 기업에 빚을 졌으니 해당 기업과 직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채권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돈을 드디어 받았어.”“하늘이 무심하지 않군요. 의인이 나서서 정의를 구현했습니다.”“흑흑, 몇 년 만에 받는 돈이야.”그동안 빚을 독촉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었으니 오늘 의인에게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다들 일어나세요.”솔직히 염구준은 이렇게 무릎
한 시간 뒤, 손씨 그룹의 경호원들이 대형 버스에 조훈 패거리를 태우고 청해밖으로 보냈다.천맹그룹에서 그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는 손씨 그룹에서 알 바가 아니었다.그 외에도 염구준은 부하들에게 조훈의 행방을 주시하라고 지시했다.오늘 청해에서 발생한 일은 상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천맹그룹이 강세로 청해에 지사를 차리려 했지만 발도 붙이지 못하고 손씨 그룹에 의해 쫓겨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그러든 말든 염구준은 차용증을 챙기고 현장을 떠났다.청해 지사는 무너졌지만 천맹그룹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구준 씨, 당신이 조훈을 청해에서 쫓아냈어? 방금 사장님들이 전화가 왔었어.”천맹과 손씨는 이미 적대 관계가 되어서 눈엣가시인 조훈이 사라졌으니 그녀도 마음이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그런데 염구준이 이렇게 빨리 해결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당신이 그놈들 싫어하는 거 같아서 빨리 쫓아냈어.”염구준이 헛웃음을 치며 대답했다.혹시나 아내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되어 혼자 해결하려고 상세한 과정은 설명하지 않았다.손가을이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역시 당신밖에 없어. 그럼 무슨 상을 줄까나?”그녀의 말속에 살짝 야한 느낌이 들어있었다.“일 끝났으면 일찍 집에 가. 주말에 아버지 보러 가자. 원재료에 관한 일은 내게 맡겨. 5일 내에 해결할게.”염구준은 장난치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그보다 천맹그룹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너무 수상하게 느껴졌다.“알았어. 당신 말 들을게.”손가을은 배시시 웃을 뿐, 더는 묻지 않았다.모든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통화를 마친 후, 염구준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한편, 청해를 떠난 조훈은 천맹그룹 본부에 들렀다 몰래 해외로 빠져나갔다.염구준의 지시를 받고 뒤를 미행하던 부하들은 능력에 한계가 있어 멀리서 떠나는 조훈을 지켜보기만 했다.황폐한 산장에 도착한 조훈 패거리는 상처를 돌볼
흑풍이 회의실 가운데로 오더니 포권을 취하며 명령에 따르는 척했다.지금 남에게 얹혀살면서 도움을 받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황계웅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네 상처는 다 나았어?”흑풍은 잠시 황계웅의 질문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 몰라 대답하지 않았다.속이 깊은 사람 앞에서 상대방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항상 조심해야 했다.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황계웅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식물의 잎을 닦으면서 흑풍이 대답하길 기다렸다.“걱정해줘서 고마워. 조금만 더 요양하면 다 나을 거야.”흑풍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두 사람은 손을 잡은 것 같지만 솔직히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그래. 너한테 시킬 일이 있어. 용하에 가서 요양하면서 처리해.”황계웅은 걱정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용하?”그 말에 흑풍은 얼떨떨했다.용하에 그의 숙적인 염구준이 있어서 일단 잡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 것이다.“왜, 무슨 문제 있어?”그의 표정을 본 황계웅이 불쾌하게 물었다.“셋째 형의 지시인데 당연히 가야지.”흑풍은 더는 의심하지 않고 대답했다.지금 황계웅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지 않으면 경계적으로 도움을 받아 염구준을 상대할 수 없게 된다.부귀도 위험을 피하지 못한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그럼 수고해. 임무에 대한 정보는 이따가 보내 줄게.”황계웅은 그제야 만족스러운지 손동작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초강력 반보천인을 부려먹을 수 있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흑풍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질문했다.“근데 궁금한 게 있어.”“말해. 형제 사이에 사양하지 말고 물어봐.”황계웅은 기분이 좋은지 태도가 전보다 좋아졌다.앞의 사람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한다는데 계속 인상을 찌푸릴 수가 없었다.흑풍이 서슴없이 말했다.“조훈 일당은 일은 성사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계획을 망쳤는데 왜 살려줬어?”“그놈들은 무식하고 두려움이 없어. 게다가 저놈들의
아들과 며느리 식구들을 본 염진은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이 나이가 되고 보니 다른 것들은 부질없고 가족들 모임이 기다려졌다.전에도 염구준이 몇 번이나 은퇴하고 청해에서 함께 살자고 했는데, 염진은 아직 10년, 20년 일해도 문제없다면서 염씨 가문의 산업을 지키고 있었다.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자주 보러 오는 수밖에 없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앉으세요.”그때 한설이 거실에 나오더니 염희주를 빼앗아 안으며 싱글벙글 웃었다.염구준은 그동안 친아버지를 보살핀 계모를 인정하고 있었다.“이모, 아버지 성격을 맞추느라 그동안 고생했어요.”“가족끼리 무슨 소리야. 점심은 먹었어?”한설이 다정하게 물었다.“아직이요. 공항에서 곧바로 오는 길이에요.”어차피 한 가족이니 손가을도 어려워하지 않았다.“먼저 다과라도 먹어. 내가 만들어 올게.”한설은 염희주를 안은 채로 방으로 들어갔다.온 집안에서 손녀가 하나뿐이니 아무리 큰 손녀라도 기꺼이 안아주고 싶었다.한참 후, 한설과 손가을, 진숙영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염희주는 조용한 곳에서 숙제를 하고 남자들끼리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밥 먹읍시다.”얼마되지 않아 향기 좋은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가족들이 식탁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행복한 시간이 짧아도 즐겁게 보냈다.한창 술을 마시다가 염구준이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가버렸다.왜냐면 손태석이 거하게 마신 것을 보고 자칫하다 또 자신과 형제를 맺자고 할까 봐 미리 피한 것이었다.방에 돌아와 보니, 생모가 생전에 꾸며줬던 인테리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염구준은 기운으로 알코올을 삭이지 않고 취기를 즐겼다.“적당히 마셔. 또 많이 마시면 그땐 상관하지 않을 거야.”그때 손가을이 입으로만 경고를 주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오늘따라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이 밝고 별들이 반짝거리는 것이 염씨 저택에 은빛 옷을 덮어놓은 것 같았다.그날 저녁, 염구준은 아주 편한 밤을 보냈
“구준이 형! 흑흑…”그때 한 사람이 염구준의 이름을 부르다가 옆 사람에게 입을 틀어 막히고 말았다.‘나를 알아?’염구준이 눈썹을 찌푸렸다.상대방의 말투로 보아 거짓말 같지 않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미안해.”우두머리가 포권을 취하더니 기운을 발사하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정진왕자야.’생각보다 상대방의 실력은 약했다.하지만 염씨 저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오는 것이 놀랍지 않았다.윙!염구준은 제 자리에 서서 기운으로 일행을 포위했다.그러자 세 사람은 천금 같은 기운에 억눌려서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벌써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었다.“너희들 정체와 여기 온 이유를 말해. 아니면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염구준은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한밤중에 몰래 들어온 사람들 중에 아군을 본 적이 없었다.“나야. 삼우.”누군가 참지 못하고 복면을 내렸다.“난 장이우야!”“난 장대선이야!”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복면을 내리고 익숙하기도 하고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이제 보니 염씨 가문의 집사였던 장천수의 세 쌍둥이 아들이었다.한 차례 전쟁에서 장천수가 전사한 바람에 염진이 세 쌍둥이를 입양했었다.염구준이 어렸을 때 몇 살 어린 세 쌍둥이와 놀면서 자라다가,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부터 만나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상봉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진짜 오랜만이야. 근데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와도 우린 언제나 환영할 텐데, 왜 쥐 새끼들처럼 몰래 들어왔어?”세 사람을 알아본 염구준은 그제야 기운을 거두도 차갑게 말했다.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지금 그들이 어떤 속셈인지 간파하지 못해 경계하고 있었다.“구준이 형, 악의는 없어. 그냥 지인의 부탁으로 아저씨한테 만나달라고 부탁하러 왔어. 절대 위험한 일은 아니야.”장대선은 기운에 눌려 힘들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설명했다.“멍청한 거야 아니면 날 속이는 거야?”염구준의 목소리가 싸늘해지더니 다
달빛 아래, 두 명의 은백색 장포를 걸친 사람들이 사람을 둘러업은 채로 주변의 환경과 하나가 되어 빠르게 이동했다. “염구준이 그렇게 까다롭다고 하더니, 의외로 쉽잖아?”“집 안에서 움직였는데도 눈치 못 채다니, 멍청한 놈. 그런 놈은 무서워할 필요 없어.”두 사람은 자랑스럽게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우쭐거렸다.그들이 납치한 사람은 바로 술에 취한 염진이었다.만약 장씨 가문의 세 사람이 몰래 숨어들어 염구준의 시선을 끌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이렇게 쉽게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자랑을 한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모두 얼굴이 굳어진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블렌, 강한 기운이 쫓아오고 있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야.”“나도 느꼈어, 염구준이겠지. 네가 인질을 데리고 먼저 가.”그들은 들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기운이 점점 더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걸 보면 행적이 들킨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조심해!”백리는 염진을 넘겨받아 어깨에 짊어지고 먼 곳을 향해 뛰어갔다.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것처럼 그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깔끔했다.“멈춰!”염씨 가문의 저택에서부터 달려온 염구준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크게 소리 질렀고, 이 소리에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 포위하기 시작했다. 블렌은 자신을 뒤쫓아온 염구준을 보며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기운의 흐름으로 보아 반보천인인 게 확인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로 백리를 향해 돌진했다.그녀의 어깨에 업혀있는 게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흥! 네 상대는 나다!”블렌은 염구준에게 무시당하자 분노하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반보천인의 경지에 오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블렌은 상대방과 맞선다면 어느정도는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설사 비슷하지 않다 해도 시간을 끄는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염구준이 강하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직접 맞서보지 않았기에 그는 크게 믿지 않았다.반보천인들
“죽어!”그 순간, 염구준이 도착했다.그는 아버지를 납치한 범인을 죽이기 위해 분노하며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 “백리야, 조심해! 어서 피해!”이를 본 블렌은 초조해하며 급히 소리쳤다.그조차도 염구준을 막아내지 못하는데, 겨우 전신위의 경지인 백리가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커헉...”그러나 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염구준은 그녀의 목을 꽉 쥐고 허공으로 들어올렸다.‘기운도, 속도도 미쳤어.’그녀가 생각했다.염구준은 다른 손으로 염진을 받아낸 뒤, 먼저 상대방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염진이 술에 취해 못 깨어난 것 빼고는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옆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넘겨주면서 엄숙하게 분부했다.“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를 강화해.”아직 두 사람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염구준은 바로 따라갈 수 없었다.오늘 밤의 사건은 수상한 점이 많았기에 그는 직접 확인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염구준, 당장 그 손 놔!”블렌은 걸음을 멈추고 큰 소리로 외쳤다.“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이에 염구준은 되물으면서 손에 힘을 더 주며 블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보통 반보천인에 전신위 치고는 은신술이 조금 강하긴 했지만 그것 빼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저 여자 대신 차라리 날 잡아. 저 여자는 내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것 뿐이니까.”블렌은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태도를 보아 모든 일을 다 떠맡으려는 것 같았다. 모든 걸 책임지기 위해 그는 미친듯이 머리를 굴렸다.“도망쳐...”백리는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얼굴이 창백해져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염구준이 조금이라도 힘을 더 준다면, 자신은 그대로 목이 부러져 죽을 거라는 걸 똑똑히 알아버려서였다.그러나 염구준은 누가 그들을 보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들의 감정적인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누가 보냈어?”배후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그들을 잡는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우웅.백리는 내뿜던 기운이 갑자기 강해지더니 순식간에 반보초인의 초입 실력에 도달했다.블렌의 기운도 강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최상급 반보천인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재밌네.”염구준은 그들의 전투 진형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나중에 아내와 함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나중에 가을이가 조금 더 강해진다면 합동 공격을 할 수 있을 수도.’“죽어라!!”블렌이 포효하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면서 백리와 동시에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는 염구준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명의 반보천인을 상대로는 버티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쾅!!그러나 염구준은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들의 합동 공격을 가볍게 받아내었다.최상급 반보천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의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었다. 붙어도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할 뿐이었다.“이렇게 강한 진형을 너희 같은 녀석들이 쓰는게 아까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대량의 기운을 내뿜어 두 사람을 밀쳐낸 뒤, 빠르게 다가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주먹을 연이어 휘둘렀다. 그의 주먹은 매 한 번 내려칠 때마다 전보다 한층 더 강력했다.콰아앙!달빛 아래에 주먹의 잔상이 번뜩였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연속되는 강렬한 타격 속에서, 백리와 블렌은 결국 바닥에 쓰러진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염구준은 담담하게 걸어가 그들이 더 이상 진기를 쓸 수 없도록 단전을 봉인했다.“너... 너 정말 반보천인 맞아?”블렌은 경악하며 물었다. 수년간 여러명의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강한 고수와 붙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냥 괴물 그 자체잖아!’그는 생각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떻게 살아남을지나 생각해.”염구준은 대답하기 귀찮아 앞에 있는 저택을 가리키면서 가라고 명령했다. 새벽, 염씨 가문 저택의 비밀 밀실.방에는 염구준과 숙취에서 깨어난 염진이 앉아있었고, 그 앞에는 블렌 부부와, 장씨 가문의 삼형제가 무릎을 꿇고있었다.“너희 셋은 먼저 일어나. 꿇고 있는 거 보기 안 좋으니까.”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