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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7화

Author: 잔영
“다들 볼일 끝났어?”

바로 그때 2층 거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졌다.

‘염구준이 살아 있었어.’

제임스는 익숙한 목소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검정 옷을 입은 사냥꾼들도 무기를 들고 경계하면서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빈방에 대고 한바탕 쇼를 한 것이었다.

게다가 등골이 오싹해나는 것은 2층에 올라오면서 거실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염구준이 일어서서 일행을 쓱 훑어보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자신을 미끼로 삼아 황계웅을 유인하려 했는데 고작 애송들이 온 것이다.

황계웅까지 함께 해치울 수 있다면 가장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

제임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포효했다.

“이럴 리가 없어. 파티에서 당신 분명 술을 마셨잖아!”

“고래술 맞지? 정말 보기 드문 마취제인데 안타깝게도 술에 타면 약효가 줄어들지.”

염구준은 제임스의 수작을 알아채고 마셨는데도 결국은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

자신이 당한 것을 알아챈 제임스는 침울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사냥꾼들은 멀쩡한 염구준을 보고 저도 모르게 벌벌 떨었다.

이제부터 그들이 상대할 사람은 반보천인 무술인이었다.

“다들 도망쳐!”

대장은 바로 결단을 내리고 제일 먼저 아래층으로 도망쳤다.

아무리 무성 절정에 도달했어도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도망쳐!”

일행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반보천인의 손아귀에 들어온 이상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쿵!

염구준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폭발시켜 절반을 죽이고는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뒤를 쫓았다.

그의 목숨을 노리고 온 놈들은 절대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헉헉!”

어두운 골목까지 도망친 대장은 벽을 짚고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 염구준이 쫓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아무리 발악해도 소용없어.”

바로 그때, 갑자기 앞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깜짝 놀란 대장은 지레 겁을 먹고 엉덩방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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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군신의 귀환   제2398화

    오늘따라 바라해의 밤은 평화롭지 못했다.수많은 용병, 킬러, 사냥꾼들이 소식을 받고 비휴산장으로 향했다.염구준은 강하지만 황계웅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당장 나와!”별장에서 떠난 염구준은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다 주변에서 수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최대한 숨소리를 죽인다고 해도 살기는 감추지 못했다.스스슥!순식간에 수많은 그림자가 벌떼처럼 몰려들었다.그들 실력은 각자 다르고 눈에는 오로지 탐욕만이 이글거렸다.윙!염구준은 체내의 기운을 발사하며 구자검을 뽑아 들었다.보이지 않는 위압감과 살기가 사람의 마음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죽여라! 우리는 머릿수가 많아서 이길 수 있어!”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이 순간도 두렵지만 머릿속에 돈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달랬다.눈앞의 사람만 죽이면 아래로 10대 후손까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인데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파멸!”염구준은 주변에 몰려드는 애송이들을 보면서 기운을 급상승시켰다.생사를 건 싸움은 피할 수 없으니 전력으로 상대할 생각이었다.촤아악!그는 청봉검을 들고 무리를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검기를 사방으로 뿌려 적들을 제압했다.아무리 머릿수가 많아도 전신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실력으로 염구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염구준은 우세를 차지하고 곳곳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도망쳐! 저놈은 악마야! 절대 이길 수 없어!”“독한 놈! 대체 얼마나 강하면 아무도 검을 막을 수 없는 거야!”“아! 날 죽이지 마! 나 집에 여든 살 되는…”10분 만에 백 명이 넘는 무리는 죽을 사람은 죽고 남은 사람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아무리 돈이 좋아도 먼저 살아야 부위영화도 누릴 수 있는 법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그들도 속임수에 넘어갔다.황계웅이 터트린 소식에 의하면 전신 경지 고수를 죽이면 상금 20조를 준다고 하기에, 생각보다 상금이 후해서 이곳에 매복한 것이었다.“휴, 뇌가 없으니까 평생

  • 군신의 귀환   제2399화

    쾅쾅!혼자 달리던 자동차는 백 미터도 못 가서 절벽으로 추락해버렸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희미한 전조등으로 앞길이 끊긴 것을 확인했다.그를 상대하기 위해 미친놈들은 다른 사람의 생사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이 시각, 산비탈에서 굉장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주변에 있던 장대 같은 푸른 죽순이 쓰러지고 수많은 통나무와 바위들이 도로로 쏟아져 내리며 염구준을 덮치려 들었다.촤아악! 촥촥!염구준은 바로 검을 휘둘러 거대한 용이 포효하듯이 나무와 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무기조차 그를 죽일 수 없는데 원시적인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일단 검법이 펼쳤다 하면 나무와 돌은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산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을 때, 염구준은 검을 지고 주변을 살폈다.이렇게 많은 수량의 돌로 한 사람은 물론 한 마을을 묻어도 충분했다.“죽여라!”바로 그때, 염구준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대나무 숲에서 한 무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잠복해 있던 사냥꾼들이 봇물 터지듯 살기를 뿜으며 몰려오기 시작했다.워낙 주변이 깜깜해서 본인들이 판 함정이 얼마나 효과를 봤는지도 모른 채 전력으로 돌진했다.“미쳐버리겠네.”염구준은 그들의 숨소리로 실력을 감지하다가 또 실망했다.가장 실력이 강한 무술인은 고작 단진 무성으로 여전히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실력이 강한 무술인이 그를 견제하지 않으니 눈앞의 오합지졸과 싸울 의욕도 나지 않았다.윙!청봉은 어둠속에서 섬뜩한 빛을 반짝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베고 쓰러트렸다.염구준의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도망쳐!”그제야 사냥꾼들은 등골이 오싹해나는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이번 습격 작전에서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시끄러운 도로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차를 잃은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비휴산장까지 가야 했다.이제 절반 밖에 가지 않았는데 벌써 두 차례 습격을 받았다니, 황계웅도 어느 정도 미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번 작전은

  • 군신의 귀환   제2400화

    “닥치고들 있어!”아타는 염구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정면충돌은 피하고 싶었다.정말 싸운다면 죽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그가 한숨을 내쉬며 흐리멍덩한 눈으로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염 선생, 우리는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 다만 황계웅이 지금까지 바라해에서 살면서 우리 10대 가문과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았는데, 조금 봐줄 수 없습니까?”말 속에 좋게 해결하려는 의도가 가득했지만 염구준은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황계웅이 상업계를 어지럽힐 때 당신들은 왜 설득하지 않았어요? 방금 황계웅이 여러 번이나 사냥꾼을 파견하여 나를 죽이려고 할 때도 설득했어요? 오히려 나를 설득하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쿵!염구준은 발을 쿵쿵 구르며 기운을 사방으로 퍼트리자 다들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겨우 진을 친 반보천인도 안색이 굳어지더니 공격하기 보다 방어하기에 바빴다.이제 막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두 사람은 염구준에게서 위기감을 느꼈다.10대 가문에서 공격해도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돌진! 여기는 바라해야!”한 가문의 가주가 비수 두 자루를 들고 맹렬한 공격을 펼쳤다.그는 염구준과 10대 가문 사이에 이간질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바보라도 황계웅의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안 돼!”푸억!아타가 제지하려고 했지만 염구준의 검이 빠르게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전신경의 무술인이 단칼에 죽었다.나머지 가주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속으로 분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나를 막는 자는 죽인다!”염구준은 그들이 어떤 신분이든 검을 휘두르며 비휴산장으로 걸어갔다.오늘 하느님이 와도 황계웅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설득에 실패한 아타는 씁쓸한 심정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사업계의 거물이라 황계웅 때문에 염구준과 죽기 살기로 덤비지 않을 것이다.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 괜히 검에 찔려 죽을까 봐 양쪽으로 물러섰다.반보천인 두 명은

  • 군신의 귀환   제2401화

    슉슉!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듣자마자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들은 모두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언제든지 싸우기 위해 기운을 내뿜으며 무기를 꺼냈다.“머리를 잘 굴렸네. 실력자들이 전부 여기 있었군.”염구준은 앞에 선 사람들의 기운을 감지하곤, 진지한 표정으로 연한 금빛의 기운을 몸 밖으로 끌어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약한 자조차 전신의 경지라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다간 큰 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돈의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유혹에 못 이겨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다.바로 이때, 황계웅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억지로 웃으며 자신은 싸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장사판에서 맞붙으면서 우리 모두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했잖아.”“여기서 물러서면 앞으로는 간섭하지 않고 살게. 어때?”방금 전까진 팔 하나 내놓아서라도 싸우겠단 각오를 다졌던 황계웅이지만, 막상 적이 눈앞에 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래, 그럼 흑풍을 넘겨.”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이번에 두 명의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그건...”“지난번 용하국에서의 계획이 실패한 뒤로, 흑풍은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나랑도 연락이 끊겼어.”황계웅은 염구준이 정말 이대로 물러나길 바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그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이기적이라 만약 흑풍을 넘기는 걸로 일이 해결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정말로 흑풍이 어디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자식이 없다면 널 먼저 죽여야겠네.”염구준은 검을 휘두르며 황계웅을 향해 겨눴다.“이 자식! 날 가지고 논 거냐!”황계웅은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버럭 소리질렀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흰 수염마저 계속 떨렸다.‘내가 흑풍을 넘겼어도 염구준은 날 놔주지 않았겠군.’그는 생각했다. “흥, 이미 결말은 정해져

  • 군신의 귀환   제2402화

    애초에 황계웅이 이들을 앞세운 건 염구준의 체력을 소모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죽으면 금을 나눌 필요도 없으니 어떻게 보나 그에게는 이득이었다. 진정한 싸움은 반보천인이 나서야만 했다.“약속 안 지키려고 하는 거냐, 이 비열한 자식아!”“황계웅, 우리는 널 도우려고 온 거잖아. 어떻게 우리를 팔 수가 있어?”“너네 집안 전부 곱게 죽지는 못 할 거야! 귀신이 돼도 널 따라다닐 거라고!”사람들은 분노에 차올라 욕설을 내뱉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웅.그 순간, 염구준이 갑자기 검을 거두더니, 다시 두 손으로 검을 꽉 잡았다.검기가 검의 주위에 모이며 소용돌이 쳤는데, 강한 검식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도망쳐야 해!’자신들이 이미 버려진 패라는 걸 깨달은 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서둘러 대문 쪽으로 달려갔지만 염구준의 목표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굳이 쫓아가지 않았다.“합심해서 방어해! 저 검식 무척 강하니까.”황계웅은 당황하면서 재빨리 금속으로 된 거대한 뱀 문양의 채찍을 꺼내어 앞을 막았다.우호법, 그리고 두 명의 반보천인도 무기를 꺼내며 염구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우우웅!염구준의 기세가 더 강해질수록, 땅이 미세하게 떨렸다.압도적인 기운이 몰려와 모두의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구자검법 일식, 검일참공!”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뜨며 오른손으로 검을 쥐고, 왼손으로는 검의 손잡이를 밀며 검술을 펼쳤다.폭풍 같은 검기가 그를 감싸며 휘몰아쳤다.“주저 말고 전력을 다해! 아니면 죽을 거야!”황계웅은 잔뜩 겁에 질린 채로 외쳤다. 이번에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느껴보고서야 그는 매번 염구준의 손에서 도망친 흑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슈우우!황계웅은 망설임 없이 검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쾅!찰나의 순간, 채찍 끝과 검 끝이 충돌했고, 잠시 막상막하를 겨루다가 결국 채찍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겨우 일격이었지만, 양측의 실력이 같은 레벨에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멍하니

  • 군신의 귀환   제2403화

    두 사람의 표정이 즉시 심각해지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물러서!”그들은 더 이상 버티지 않고 땅을 박찬 뒤 각각 옆으로 날아갔다. 펑!지탱해주는 이가 없어진 방패는 한쪽으로 날아가며 우묵하게 찌그러졌다. 탄성이 매우 강한 방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죽어라, 염구준!”황계웅이 필살기를 쓸 준비를 마치자 곧 그의 손에 검은색 원통형 물체가 나타났다. 슉슉! 발동되는 순간 수없이 많은 침이 쏟아져 나왔고, 침마다 응축된 기운이 서려있었다. 이 암기는 매우 독특하며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 ‘관통력이 너무 강한데?’염구준은 첫 번째 침이 앞쪽의 검기를 가뿐히 관통하고 자신을 지나치는 것을 보며 약간 경악했다. 전력으로 공격 중일 때는 방어력이 약해지기 마련이었다.탕탕! 염구준은 할 수 없이 공격을 멈추고 손에 든 검을 휘둘러 수많은 침을 모조리 막아냈다. 방어 상태에서는 한 개의 침도 놓치지 않았지만 이렇게 염구준의 공격도 완전히 멈추게 되었다.만약 삼식을 썼으면 한두 명 정도는 중상을 입게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아까 그를 포위했던 사람들의 실력이 너무 약해 검일참공만 쓸 수 있을 정도로 검기를 모아둔 탓에 그는 당장 다른 검술을 쓸 여유가 없었다. ‘후, 드디어 막았네.’우호법 등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상대방의 일검의 위력에 감탄했다. 만약 혼자 염구준의 일검을 받았다면 그들 중 누구라도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황계웅은 입가가 떨리더니 모두에게 외쳤다. “숨돌릴 틈 주지 말고 죽여!”그는 확실히 타이밍을 잘 잡는 셈이었다. 염구준이 방금 필살기를 쓴 탓에 잠시동안은 힘을 많이 못 쓰는 상태이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이 상상한 것처럼 무력한 상태도 아니었다.나머지 세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모두 근접 병기를 꺼내들고 염구준을 포위해 공격했다. 간신히 절정 반보천인에 도달한 강자 한 명과 최강 반보천인 세 명의 조합은 화려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건 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한 괴물

  • 군신의 귀환   제2404화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이라 황계웅은 손의 부상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온몸의 힘을 오직 두 다리에 집중시켜,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려 했다.싸우던 중 염구준이 갑작스럽게 공격 방식을 바꾸자, 네 명은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무엇보다 맨몸으로 강한 두 명의 반보천인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상대방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잘못 판단하면 바로 죽을 테니까 말이다.타닥, 타닥!강한 생존 본능에 사로잡힌 황계웅은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30미터 이상을 물러서며, 간신히 염구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간이 검기에 찢겨져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방금 전엔 정말로 목숨이 걸린 상황이었던 거다.한편, 염구준은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낸 직후, 공격까지 당해 더 이상 상대방을 쫓아가지 않고 검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쫓아가지 않은 건, 그도 내부의 기혈이 뒤엉킨 상태라, 몸 상태가 적들 못지 않게 심각했기 때문이다.“존주님!”부상을 입지 않은 우호법이 다급히 외치며 황계웅에게 달려갔다.상대방의 조급한 모습을 보며 황계웅은 저도 모르게 감동했다. 자신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에서 상사를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 부하는 적지 않았다.“나는 괜찮...”“너!”하지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황계웅은 몸이 굳어지더니 천천히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다보았다.그곳에는 이미 예리한 단검이 꽂혀져 있었고, 그 단검을 쥐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호법이었다.“죽어!”우호법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외치며 단검을 빼내 다시 찌르려 했다.이미 죽이기로 결심한 바에는 절대로 여지를 남겨서는 안됐다.“꺼져!”콰앙!황계웅은 버럭 외치며, 남은 힘을 모아 우호법의 어깨에 일격을 가했고, 그 힘에 우호법은 그대로 튕겨나갔다.실력으로 볼 때는 황계웅이 우호법보다 한 수 위였다.“가자!”상황이 급변하자, 루카와 슈카 형제는 눈을 마주치더니 곧바로 갈라져 도망쳤다.흥미로운 구경도 좋지만, 살아남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

  • 군신의 귀환   제2405화

    “인과응보네.”염구준은 그들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황계웅이 죽었으니 그의 목적도 이루어진 셈이었다.어려운 싸움이 될 줄 알았으나 중간에 변수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그의 생각보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아니었다.이번 싸움에서 네 명의 반보천인들 중 둘은 도망쳤고, 한 명은 죽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염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우호법은 옷이 피로 물들 때까지 분풀이를 다 한 뒤, 염구준의 앞에 무릎 꿇었다.오늘 만일 염구준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복수는 꿈도 못 꿨을 것이다.“고맙단 말은 필요 없어. 나도 널 위해서 온 건 아니니까. 게다가 우리 사이의 일은 다 끝나지 않았어.”염구준은 이 일을 그냥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어 진기를 거두지 않고 우호법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이 황계웅을 죽이고, 두 사람 모두 같은 적이 있다지만, 같은 길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우호법은 염구준을 망설임 없이 공격했었다.염구준이 조금만 약했더라면, 넷이 합심한 그 공격에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네, 저도 제가 악행을 많이 저질렀다는 거 압니다. 이때까지 복수를 하기 위해 황계웅의 믿음이 필요해 별의별 짓을 다 했으니까요.”“이제는 끝내야죠.”우호법의 얼굴엔 마치 해방된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말을 마친 후, 단검을 거꾸로 쥐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 원한을 다 갚은 이후의 삶은 의미도, 희망도 없는 법이었다.이로써 이 싸움은 다 끝났으나 전장에는 적지 않은 시체들이 쌓여있었다.황계웅이 내걸었던 현상금인 황금으로 쌓은 거대한 금산만이 한쪽에서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오늘 밤에 일어난 일은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고귀한 자태를 뽐내면서 말이다.염구준은 검을 땅에 꽂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이번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그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황계웅이 비열하게 수백 명의

Pinakabagong kabanata

  • 군신의 귀환   제2503화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 군신의 귀환   제2502화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 군신의 귀환   제2501화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 군신의 귀환   제2500화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 군신의 귀환   제2499화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 군신의 귀환   제2498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 군신의 귀환   제2497화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 군신의 귀환   제2496화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 군신의 귀환   제2495화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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