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마무리되고, 몇 사람이 서재를 나서려던 찰나, 노신기가 끝내 참지 못하고 염구준에게 물었다.“염 선생님, 혹시 그 천기 폭쇄함을 어디서 얻으신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황계웅 겁니다.”염구준은 그냥 일반적인 전리품일 뿐이라 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 담담하게 말했으나 노신기는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황계웅이 조용하게 살긴 했지만 전성기에는 스텔라성과 맞설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이 근방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염씨?’“당신이 비로 황계웅을 죽인 독하기로 소문난 염씨입니까?”노신기는 말을 하며 거의 제자리에서 펄쩍 뛸 뻔 했다. 그의 얼굴엔 놀라움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우리 따위는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을 거야.’그가 생각했다. “겨우 절정 반보천인인데요, 뭐. 별 것 아닙니다.”염구준은 이건 자랑스러워할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지를 뛰어넘은 싸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 육신이 한계까지 강화된 강자도 이겼었는데, 겨우 황계웅을 이긴 게 자랑거리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노희연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평범한 반보천인이라면 그녀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겠지만, 황계웅을 참살한 사람이라면 이제 더 이상 함부로 비웃을 수가 없었다.황계웅이라는 악마를 죽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그를 동경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저희 딸이…!”노신기는 허둥지둥하며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사죄하려 했다.그 말투 속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내공으로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됐습니다. 신경도 안 썼어요.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전이었다면 노희연은 이 말을 듣고 잘난척 한다며 비웃었을 테지만, 엄청난 업적이 있다는 걸 안 지금은 오히려 대범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장치가 작동하며 서재 문이 열렸고, 네 사람은 천기문의 연회장으로 향했다.
“다들 계속 식사하시죠!”노신기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상대가 먼저 시비 걸지 않는 이상, 굳이 먼저 얼굴 붉힐 이유는 없었다.괜히 강적을 한 명 더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반면, 포스와는 달리, 염구준은 힐끗 쳐다본 것만으로 자리에 있는 이들의 실력을 전부 파악했다.‘반보천인이 하나도 없다니. 별거 아니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염 선생님, 저놈들을 그냥 쫓아낼까요?”그레이는 포스 일행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필요 없어. 별거 아닌 것들이라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비웃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쪼잔한 수작질로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게 뻔해서였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그도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노신기가 앉자마자 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노문주, 천기문에 경사인 날에 빈 손으로 온 게 좀 미안하네요.”“대신 자리에 앉아 계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은 공연 하나 보여줘도 되겠습니까?”이에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이 그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벌일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그가 말한 공연이란 게, 절대 평범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포스 가주의 성의, 깊이 감사드립니다.”노신기는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여긴 천기문이었다. 외부인이 시비를 걸어도 가주로서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 없다는 거다.“여긴 제 제자 마크입니다. 무공이 제법 괜찮아요. 다만, 늘 실전하고 싶어 해서 문제입니다.”“천기문의 젊은이들도 실력이 괜찮다 들었는데, 노문주께서 제 제자가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도울 수 있으신가요?”포스가 손짓하자, 그의 뒤에서 전신 경지의 중기에 처해있는 사람이 걸어나왔다.“노대영, 네가 나서 보도록.”노신기는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마크와는 달리, 노대영은 겨우 전신 경지의 초기에 발을 디딘 수준이었다.상대보다 한 단계 더 낮단 말
마크를 놀래킨 타이밍이 완벽했으니까 말이다.“다 선생님 덕분입니다.”노대영은 자리로 돌아가 염구준을 향해 주먹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그나마 눈치는 있네.”상대방이 그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망설임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염구준은 조금 만족스러웠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포스는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그는 염구준이 너무 얄미웠다.“가주님, 제가 진 건 다 저놈들이 계략을 써서 그런 겁니다! 제대로 따지셔야 합니다!”싸움에서 패배한 마크는 벌이라도 받을까 봐 얼른 책임을 떠넘겼다.“멍청한 놈, 이런 거에 넘어가?”포스는 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분노에 찬 목소리로 꾸짖었다. 첫 싸움부터 졌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경지가 한 단계 더 낮은 적과의 싸움에서 말이다.반면, 천기문 측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노대영이 첫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해주었다.그와 동시에 그들은 마음 한편으로 염구준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늘어났다. 천기문이 우세를 차지하자 노신기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서 상대방을 비웃었다. “포스 가주, 이번 공연에 만족하십니까?”“3판 2선승제로 계속합시다. 박아, 네가 나가.”체면을 차릴 수 없었던 포스는 인상을 쓰며 옆에 있던 미모의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역시 전신 경지의 초기에 발을 디딘 수준이었다. 노신기는 규칙엔 반대하지 않고 곧바로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내보냈다.싸움이 반쯤 진행됐을 때, 염구준이 다시 나서서 천기문의 제자를 일깨워주었다.“저쪽에서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에 시간만 끌면 이길 거야.”그가 한 조언들은 전부 제일 실용적인 전략으로, 실제 싸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이었다.그 말을 들은 천기문의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고,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일지 기대했다.반면 포스는 불안한 느낌이 자꾸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예 느낌도 오지 않는 그와는 달리, 상대방은 자신을 너무 잘 안다는 게 그는 너무 불안했다.한편, 싸움
“그건...”노신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그래도 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표면적으로 보면 캐틀린 가문은 그들을 도와주러 온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그 사람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불만 있어요?”염구준은 천기문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서서 말했다. 이미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동심연에 관한 항해 지도 때문에 캐틀린 가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포스와 사이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염구준이 불쑥 나서자 상대방이 이렇게 쿨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한 거죠?”전에 집사에게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지만, 염구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이걸 핑계 삼아 천기문을 삼키려고 했다.“그쪽 아들이 손버릇이 안 좋더군요. 그리고 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제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까지 해줬는데, 싫습니까?”염구준은 간단하게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건 포스의 체면을 깎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오만하다고?’천기문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포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였다.‘남의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 놓고, 불만있냐고 묻다니. 대단해.’그들이 생각했다.“너, 너무 오만하게 굴지마! 여긴 스텔라성의 영향권이니까!”완전히 화가 나버린 포스는 그동안의 가식은 전부 벗어던지고, 등 뒤의 거대한 권력을 앞세워 염구준을 압박하려 했다.이 지역에서, 스텔라성은 절대적인 왕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거다.그는 그의 협박이 통해서 상대방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염구준이 스텔라성 따위는
지금 포스는 반보천인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승산 따위는 1도 없다는 거다.“쿨럭, 그만해...!”포스는 더 이상 염구준을 시험할 배짱이 없어 피를 토한 뒤 명령을 내렸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천기문이 큰 타격을 받고, 캐틀린 가문이 합당한 명분을 가진 이 타이밍이 바로 천기문을 삼길 절호의 기회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이 모든 걸 다 망쳐서 다시 계획을 짜야만 했다.“가주를 보호하라!”정예들은 재빨리 뒤로 이동해 포스를 지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겉으로 보면 충성심이 넘쳐보이나,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포스가 죽으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죽고 싶으면 계속 덤벼.”염구준은 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운은 그의 감정처럼 요동쳤다.만약 포스가 정도를 모른다면 그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X발, 가자!”포스는 염구준을 원망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그러나 욕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포스를 향해 돌진했다.방금 전에 많이 봐줬는데도, 제게 욕을 내뱉은 상대방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얼른 막아!”포스는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더러 염구준을 에워싸라고 했다.그는 거의 스무 명이 되는 전신과 전신위 경지의 강자들이라면 잠깐이나마 반보천인을 막는데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포스는 명령을 내리고는 차마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어마어마한 살기에 심장이 떨려와서였다.쿵!!그러나 염구준의 일격에 거의 스무 명의 강자들이 합심하여 만든 방어선이 단숨에 깨졌으며, 여럿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검결을 만들며 포스를 향해 공격했다.살기를 느낀 포스는 급히 몸을 돌려 막으면서 쇠망치를 날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큰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쾅!그러나 염구준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왜 자꾸 보시는 거예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이미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물었다.다 큰 성인 남자가 머뭇거리는 게 좀 거슬려서였다.“염 선생님, 왜 포스를 그냥 보내신 겁니까? 그 사람의 손엔 그 물건이 있는 데요.”노신기가 말하는 건 바로 유동심연에 관한 남은 지도였다.“안 급하니까요. 저는 전부 동시에 해결할 생각입니다.”염구준은 남은 지도를 잊은 게 아니라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었다. 괜히 먼저 놀래키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나머지 지도는 총 여섯 장으로, 한 장이라도 빠지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만약 오늘 포스에게 있는 지도를 억지로 빼앗았더라면, 모두가 그가 지도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스텔라성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오오! 과연 생각이 깊으십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상대방이 아까 포스를 놓아주었던 이유를 깨달은 노신기는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이제서야 그는 염구준이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염 선생님, 아까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천기문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이 술은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으시죠!”사람들은 몰려와서 염구준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며 존경이 담긴 마음으로 술을 따랐다.“별말씀을요. 캐틀린 가문과의 일은 저 때문에 벌어졌는 걸요.”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한 뒤,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지금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면 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어대던 강자였다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강대한 캐틀린 가문의 가주의 무공을 두말없이 없애버리는 건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축제 분위기인 천기문과는 달리, 캐틀린 가문의 사설 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숨 막혔다.중환자실의 두 침대에는 각각 코니와 포스가 누워있었다.무공을 못 쓰게 된 두 부자는 전부 눈에 빛이 사라진 채로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하아... 원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 부자 중 하나를 반보천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그랬다면 우리 핏줄도 나락갈 일이 없을 테지.”“근데 이렇게 둘다 폐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운명이 참 가혹해.”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보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의 오랜 바람은, 이로써 완전히 끊겨버렸다.“어머니의 체면을 구겨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무도 없자 한참 침묵하고 있던 포스가 입을 열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무리 캐틀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그도 세라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자식일 뿐이었다.“할머니, 꼭 복수해줘요. 노희연을 꼭 뺏어오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여자랑 결혼할 거니까요.”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노희연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평생 옆에다 잡아두고 괴롭힐 생각이었다.“좋아. 너희 바람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주마.”“너희 상태가 나아지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마. 돈 걱정없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도록 말이야.”세라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 판을 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반은세집안에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포스와 코니는 권력다툼에서 죽게 될 게 분명했다.포스 부자 역시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조용히 세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실력이 모든 걸 대표했다. 이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거다.그렇게 거대한 다툼의 서막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한편, 천기문에서.노신기는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염 선생님, 주위의 세력들이 곧 전부 캐틀린성에 모인다고 합니다. 수장들도 전부 참석한답니다.”“알겠어요.”염구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밤은 깊었지만 염구준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 옥패에 관한 단서가 너무 적었다.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