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잔영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

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

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

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말해! 왜 나를 속였어?”

“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

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다 알고 왔어?”

알고 왔다니?

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

역시 그런 거였어!

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

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

“혜린아.”

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

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

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린은 하루아침에 손가의 둘째 아가씨가 되면서 신분상승했다.

손가의 대를 잇기 위해 손중천 어르신은 두 손녀 중에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적통 승계권을 부여하겠노라고 발표했다.

하필이면 그때 염구준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손가을은 위험을 무릅쓰고 염구준을 구출했다. 그렇게 염구준은 손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너랑 결혼한 사람이 나인 줄 알았어? 멍청하긴!”

손혜린은 깔깔 웃으며 염구준을 손가락질했다.

“넌 우리 언니처럼 멍청하다니까! 언니는 널 구하다가 성대를 다쳐서 벙어리가 되었어! 난 그 기회를 빌어 대타로 너랑 결혼식을 올렸고 일부러 널 술 취하게 만들어서 신혼방에 들여보냈지.”

“순진한 우리 언니는 너랑 첫날밤을 보내고 아이를 낳았어. 아이만 낳으면 승계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아니?”

“걔가 사내아이를 낳든, 계집애를 낳든 어차피 내 호적에 올릴 예정이었어! 그리고 후계자의 자리도 당연히 내 거야! 모든 게 내 거라고!”

“언니 일가는 그렇게 할아버지한테 쫓겨났잖아? 벙어리 주제에 나랑 승계권을 두고 경쟁한다고? 꿈 깨라고 그래!”

염구준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의 눈빛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여자가 있을까?

“화가 나서 못 견디겠어? 아직 더한 것도 있는데!”

손혜린은 염구준의 표정을 비웃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저 불쌍한 모녀를 위해 나랑 싸우고 싶어? 웃기지 말라 그래! 내 옆에 이 사람 누군지 알아?”

그녀는 서재원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원 오빠는 서가의 도련님이야. 희주 저 계집애는 오빠네 사촌동생한테 주기로 했어. 그때가 되면….”

슥!

순식간에 거친 손아귀가 날아와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염구준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가 오른 손에 힘을 줘서 손혜린의 목을 잡은 채로 공중에 들어올렸다. 뼈가 우드득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고 손혜린의 얼굴이 자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염구준의 손아귀는 차가운 사슬처럼 그녀의 숨통을 옥죄었다. 그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이 인간, 진심이야!’

“지금 누구 앞에서 행패야? 죽고 싶어?”

옆에 있던 서재원이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망할 자식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쾅!!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서재원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서재원은 순식간에 튕겨나가더니 입에서 피를 뿜으며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내 딸에게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참는 거야!”

그는 손혜린의 두 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 목숨은 손가을한테 선택권을 줄 거야!”

“말을 못한다고? 괜찮아! 고개만 끄덕이면 내가 대신 널 죽여줄 테니까!”

“그러니 지금 말해. 내 여자, 손가을 어디 있어?”

손혜린은 숨을 쉬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대한 공포였다!

염구준…

그때는 그냥 폐급 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지금의 염구준은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 같은 모습이었다.

‘이거… 사람 맞아?’

“아빠, 아빠….”

품 안에 있던 염희주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불렀다.

“엄마 어디 있는지 제가 알아요. 엄마는… 스파랜드에서 일해요.”

스파랜드.

간판은 찜질방이지만 사실상 서가가 경영하는 유흥업소였다. 최저 소비가 50만원에서 시작하며 청해시에서 유명한 업소 중 한곳이었다!

일반인은 상상하지 못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운이 좋으면 가끔 여자 연예인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4층 VIP 휴게실에서 우아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동굴에서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였지만 어딘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아름답네!”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호화 안마의자에 육중한 몸을 맡긴 중년 남자는 멀리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몸매를 강조한 H라인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그의 각도에서 보면 짧은 치마 사이로 매혹적인 허벅지까지 훤히 보였다. 그녀의 하얗고 긴다리가 부드러운 조명을 받으며 탐스러운 윤택을 뿜고 있었다.

눈, 코, 입… 어디 하나 나무랄 것 없이 조화롭고 예뻤다. 미녀가 그림을 뚫고 나오면 딱 이런 느낌일까?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미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애달픈 표정은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석호 형, 저 여자 마음에 들어요?”

귀공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욕망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한 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청해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꼽으라면 저 여자일걸요? 애 엄마라고 들었는데 저 몸매 좀 보세요. 완벽하죠. 그리고 저 얼굴, 요즘 대학생들보다 더 싱그러워 보이지 않나요?”

서석호는 혀로 입술을 감빨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손가의 장녀 손가을, 예전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못할 아득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쫓겨난 공주 신세가 되어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홍권
재미있네요!! 작가님 화이팅 하세요!^^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770화

    백곰요새.정오가 가까워지면서 태양이 하늘 중앙에서 쨍쨍 내리비췄다.오늘은 백곰의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라 극악옥에서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임시 설치된 예식장에서 멋진 턱시도를 입은 백곰은 싱글벙글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옆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단장한 신부는 대조되게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분위기를 보니 납치되어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양이었다.“날 놓아줘. 아니면 우리 가문에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부는 울면서 백곰을 협박했다.그녀는 바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여주희였다.호화로운 유람선을 타고 용하로 돌아가는 도중에 납치되어 극악옥에 오게 되었고, 그녀와 동행했던 전신지상의 경호원들은 전부 살해되었다.“하하하, 이미 잠자리도 했고 결혼식까지 올리면 난 여씨 가문의 사위야. 그럼 우리도 한 가족이지.”백곰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신분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여기는 극악옥이라 누구도 여씨 가문에게 체면을 주지 않았다.“넌 반드시 죗값을 받을 거야!”여주희는 이를 악물며 표독스럽게 말했다.“웃겨. 내가 정말 죗값을 받으면 여기 사람들 진작에 죽었어.”백곰은 전혀 화내지 않고 변태처럼 낄낄거렸다.“하하하.”그가 웃자 현장 사람들도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그들은 모두 악당이자 범죄자로, 좋은 일은 물론 나쁜 일도 가리지 않았고, 업보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쿵!“악!”“백곰 대장! 습격입니다!”그때 대문이 부서지더니 일행이 갑자기 쳐들어와 무기를 휘둘렀다.그 중에 위풍당당한 기세로 손에 삼척 청봉을 든 악마가 여유롭게 들어오고 있었다.염구준이 도착한 것이다.“네가 염구준이야?”웃음이 싹 가신 백곰은 의아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마 매복을 피해서 에돌아서 왔나?”이곳으로 오는 길에 매복을 두 번이나 안배했기에, 염구준을 죽이지 않더라고 결혼식이 마칠 때쯤 도착할 거라 생각했었다.한편, 먼 곳의 어느 은밀한 곳에서 흑풍이 망원경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내 말을 듣지 않

  • 군신의 귀환   제2769화

    “다들 미쳤어.”염구준은 놈들의 포위를 뚫고 나가며 중얼거렸다.놈들은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필사적으로 달려들었고,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른 사람이 달려들어서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쿵!염구준이 검을 휘두르자 또 한 무리가 쓰러지며 사방에 피를 튀겼다.아무리 보잘것없는 실력이라도 그를 죽이려는 놈들에게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그때 멀리서 선장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염 선생, 이놈들이 극악산을 먹었어요. 이걸 먹으면 고통이 없어서 죽기 전까지 계속 싸울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절반을 죽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미친듯이 달려들었다.놈들 중에서 실력이 강한 무술인을 발견한 염구준은 바로 그쪽으로 달려갔다.애송이들을 학살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형님, 염구준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폐건물에 숨어 있던 일행이 당황하며 연달아 무기를 꺼내 들었다.비록 1리나 떨어져 있지만 염구준의 몸에서 뿜어내는 기운만 감지해도 다리가 후덜덜 떨렸다.“진짜 강해! 진법을 쳐!”스스슥!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섯 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고는 여섯 개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각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당황하지 마. 염구준은 폭발로 부상을 입고 격렬한 전투를 치른 탓에 기운이 거의 남지 않았을 거야!”그들의 우두머리가 쇠몽둥이를 꽉 잡고 확신하며 말했다.“놈이 온다! 싸울 준비해!”염구준은 자신의 몸에 검기를 휘감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검기를 발사했다.“전력으로 막아!”깜짝 놀란 여섯 명은 위기를 느끼고 동시에 외쳤다.펑!파괴당한 검기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여섯 명의 방어 기운에 떨어졌다.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여섯 명은 멀리 후퇴하여 두려움에 떨었다.단지 일격에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이것은 염구준이 상대방의 실력을 시탐하는 공격에 불과했다.“형님, 이제 어떡해요.”큰 충격을 받은 놈들은 당황하여 어쩔 바를 몰랐다.“괜찮아. 우리…”쿵!우두머리가 말을 끝내기 전에, 또 검기 한 줄기가 날아와서 여섯

  • 군신의 귀환   제2768화

    컥!갑자기 먼지 속에서 팔이 튀어나오더니 반장의 얼굴을 덥석 잡았다.“생각은 좋은데 위력이 부족해서 아쉽네.”염구준은 그 속에서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방금 파괴력이 강한 폭발도 그의 강한 기운을 깨뜨리지 못했던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가…”반장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망쳐!”나머지 일행은 민첩하게 바로 돌아서서 도망쳤다.이렇게 강력한 폭탄에도 죽지 않는다니, 그제야 염구준은 보통 무술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이제 와서 도망치기는 너무 늦었어. 저놈들을 잡아!”염구준이 뒤에 있는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자,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면서 일행을 단번에 제압했다.매복한 사람의 실력은 극히 평범했다.“에휴.”반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잠깐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콜록콜록!”그때 여씨 큰아가씨가 격한 기침을 하며 나타나더니, 표독스러운 눈길로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이봐, 방금 폭발할 때 왜 호체 기운으로 우리를 보호하지 않았어?”염구준은 무지한 그녀의 말에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몰랐다.“본인이 능력이 없으면서 누굴 탓해? 뻔뻔하게 그런 말이 나와? 여씨 가문의 체면만 깎고 다니네.”“너…”여씨 큰아가씨가 따지려고 할 때 여가웅이 나서서 말렸다. “큰아가씨. 적당히 하세요. 아니면 정말 죽을 수 있어요.”심각한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었다.일단 염구준이 폭발하면 모든 사람이 함께 덤벼도 목숨만 헛되이 잃게 될 것이다.“후후!”여씨 큰아가씨는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홱 돌렸다.방금 여가웅이 필사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상대방의 손에 죽었다.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손에 잡힌 반장을 쳐다보았다.“백곰이 너희들을 매복하라고 시켰어?”반장은 무슨 일인지 몰라 쉰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맞아. 그러니까 당장 풀어줘! 아니면 백곰 대장이 절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놈도 전혀 말이 통하지

  • 군신의 귀환   제2767화

    백곰요새.몇 해 전만 해도, 극악옥의 중범죄자들은 모두 이곳에 수감되었다.그러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고 보초군이 죽게 되자 자연스럽게 범죄자들의 주둔지가 되었다.적룡 존주의 유력한 측근 세 명 중에서 백곰이 바로 이곳의 주인이었다.오늘 백곰요새는 곳곳이 붉은 비단으로 물들어,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왜냐면 오늘은 백곰이 결혼하는 날이었다.그런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흑포를 입은 한 사람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백곰, 내가 아는 염구준은 곧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염구준에 관련된 일이라면 흑풍 존주는 항상 신중하게 처신했다.주인공 자리에 턱시도를 입고 앉은 백곰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지금 내게 가르치는 겁니까?”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뭐?”흑풍 존주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곧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신이야 말로 백곰요새의 주인인데요.”백곰도 일극 반보천인 무술인이지만 그보다 실력이 약했다.하지만 이곳은 백곰의 구역이라 흑풍 존주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만 이를 갈았다. “하하하.”백곰은 호탕하게 승자의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이제 늙었어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냥 앉아서 지켜보세요. 그리고 오늘 내 결혼식인데, 누가 기분 잡치게 굴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겁니다.”백곰의 협박에 흑풍 존주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운을 끌어올렸다.실력으로만 본다면, 그가 불구의 몸이라도 명실상부한 일극 반보천인이고 기운도 극한에 도달했으니 백곰을 이기는 것은 문제없었다.하지만 흑풍 존주가 공격하려고 할 때, 적룡 존주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일어서서 백곰의 편에 서는 것이다.이것으로 본인들의 입장을 표했다.흑풍 존주는 강하지만 극악옥에서 외부인에 불과했다.특히 라이오넬의 사건이 소문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겁쟁이라 생각했다.“흥, 죽든 살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흑풍 존주는 옷소매를 뿌리치며

  • 군신의 귀환   제2766화

    울퉁불퉁한 도로에 차 행렬이 줄을 지어 달리고 있었다.다행히 차에 라이오넬의 깃발이 꽂혀서 많은 번거로움을 해결했다.조수석에서 선장은 염구준의 비위를 맞춰주는 중이었다.“염 선생, 역시 기세가 대단해요. 미간에 왕의 기운이 가득한 것이 무조건 극악옥을 정복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염 선생에게 가장 충성하는 개가 될게요.”상대방에게 빌붙기 위해서 체면도 상관하지 않았다.염구준은 이런 말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물었다.“백곰의 거주지까지 얼마나 남았어요?”“곧…”선장이 대답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차가 급정거하여 버럭 화를 냈다.“이 자식아! 제대로 운전하지 못해? 죽고 싶어?”아첨하는 도중에 말이 끊겨서 짜증이 확 밀려왔다.그때 무전기에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보스, 누가 길을 막고 있는데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가까이 오지 마! 아니면 우리도 공격할 거야!”“악!”이어서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렸다.쿵!선장은 차문을 거세게 박차고 욕을 퍼부으면서 내렸다.“감히 어떤 놈이 염 선생의 길을 막아? 죽고 싶어?”어차피 사소한 일이니, 염구준은 움직이지 않고 선장이 처리하게 내버려두었다.“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다니 극악옥은 정말 치안이 개판이야.”말을 끝내는 찰나,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 그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뭐야? 반보천인의 기운이야!”극악옥에는 정말 숨은 고수들이 수두룩했다.“염 선생! 살려줘요!”선장이 나간 지 3분도 안 되어서 구조 요청 소리가 들렸다.“휴.”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정말 쓸모가 없어. 이런 사소한 일까지 내가 처리해야 하다니.”그가 차에서 내리자, 전방에는 열 명이 넘는 무술인들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시체들이 누워 있었다.염구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실력이 가장 강한 노인에게 고정되었다.“당신들은 용하의 은세가문의 무술인입니까?”그들의 용모와 차림새를 봐도 이곳의 범죄자 같지 않았다.하지만 노인은 동포임에도 무시하고 싸늘하게 호통을 쳤다.“백곰의

  • 군신의 귀환   제2765화

    ”염 선생, 들어가도 됩니까?”문을 두드린 사람은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선장의 손녀 아나였다.“휴.”염구준은 마지막 숨을 내쉬며 몸의 독소를 전부 배출했다.“할 말이 있으면 거기서 해.”극악옥의 사람들은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니 볼일 외에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문 밖에서 아나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러도 최대한 웃으면서 말했다.“할아버지가 적룡 존주에 관한 정보를 얻었어요. 저랑 같이 가시죠.”끼익!“안내해.”염구준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말했다.본채 별장에 도착하자 선장은 이곳의 주인인 것처럼 가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염 선생, 오셨어요?”그리고 일부러 언성을 높여서 인사를 건넸다.선장이 앉은 자리는 비교적 높아서 염구준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였다.반나절을 못 봤다고 벌써 당당하게 굴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쿵!그 꼴을 본 염구준은 바로 손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내어 공격했다.“염…”선장은 재빨리 피하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가 앉았던 의자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 반응하기 전에 염구준의 손에 목을 잡혀 다리가 허공에서 바둥거렸다.갑작스러운 공격에 별장 안의 무술인들은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이제서야 염구준도 마음이 착한 사람이 아니니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었다.“당신 주제를 아세요.”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하며 몸에서 뿜어낸 살기로 선장을 휘감았다.“염 선생…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도 모르고 푸대접을 했습니다.”선장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실력도 없으면서 상대방을 시탐하려다가 괜히 목숨을 잃을 뻔했다.쿵!염구준은 선장을 홱 내팽개치면서 경고했다.“다음에 또 이러면 살려두지 않겠어요.”“다시는 안 그럴게요.”선장은 땅에 엎드려 얼굴을 바닥에 박고는 벌벌 떨었다.방금 죽는 줄 알고 깜짝 놀란 것이다.이 모든 것이 염구준이 준 것이니 다시는 잔꾀를 부리지 않겠다고 속으로 결심했다.“염 선생, 죄송합니다!”현장에 있던 수많은 무술인들도 공손하게 절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