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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

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

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

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말해! 왜 나를 속였어?”

“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

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다 알고 왔어?”

알고 왔다니?

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

역시 그런 거였어!

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

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

“혜린아.”

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

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

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린은 하루아침에 손가의 둘째 아가씨가 되면서 신분상승했다.

손가의 대를 잇기 위해 손중천 어르신은 두 손녀 중에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적통 승계권을 부여하겠노라고 발표했다.

하필이면 그때 염구준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손가을은 위험을 무릅쓰고 염구준을 구출했다. 그렇게 염구준은 손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너랑 결혼한 사람이 나인 줄 알았어? 멍청하긴!”

손혜린은 깔깔 웃으며 염구준을 손가락질했다.

“넌 우리 언니처럼 멍청하다니까! 언니는 널 구하다가 성대를 다쳐서 벙어리가 되었어! 난 그 기회를 빌어 대타로 너랑 결혼식을 올렸고 일부러 널 술 취하게 만들어서 신혼방에 들여보냈지.”

“순진한 우리 언니는 너랑 첫날밤을 보내고 아이를 낳았어. 아이만 낳으면 승계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아니?”

“걔가 사내아이를 낳든, 계집애를 낳든 어차피 내 호적에 올릴 예정이었어! 그리고 후계자의 자리도 당연히 내 거야! 모든 게 내 거라고!”

“언니 일가는 그렇게 할아버지한테 쫓겨났잖아? 벙어리 주제에 나랑 승계권을 두고 경쟁한다고? 꿈 깨라고 그래!”

염구준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의 눈빛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여자가 있을까?

“화가 나서 못 견디겠어? 아직 더한 것도 있는데!”

손혜린은 염구준의 표정을 비웃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저 불쌍한 모녀를 위해 나랑 싸우고 싶어? 웃기지 말라 그래! 내 옆에 이 사람 누군지 알아?”

그녀는 서재원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원 오빠는 서가의 도련님이야. 희주 저 계집애는 오빠네 사촌동생한테 주기로 했어. 그때가 되면….”

슥!

순식간에 거친 손아귀가 날아와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염구준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가 오른 손에 힘을 줘서 손혜린의 목을 잡은 채로 공중에 들어올렸다. 뼈가 우드득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고 손혜린의 얼굴이 자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염구준의 손아귀는 차가운 사슬처럼 그녀의 숨통을 옥죄었다. 그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이 인간, 진심이야!’

“지금 누구 앞에서 행패야? 죽고 싶어?”

옆에 있던 서재원이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망할 자식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쾅!!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서재원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서재원은 순식간에 튕겨나가더니 입에서 피를 뿜으며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내 딸에게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참는 거야!”

그는 손혜린의 두 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 목숨은 손가을한테 선택권을 줄 거야!”

“말을 못한다고? 괜찮아! 고개만 끄덕이면 내가 대신 널 죽여줄 테니까!”

“그러니 지금 말해. 내 여자, 손가을 어디 있어?”

손혜린은 숨을 쉬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대한 공포였다!

염구준…

그때는 그냥 폐급 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지금의 염구준은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 같은 모습이었다.

‘이거… 사람 맞아?’

“아빠, 아빠….”

품 안에 있던 염희주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불렀다.

“엄마 어디 있는지 제가 알아요. 엄마는… 스파랜드에서 일해요.”

스파랜드.

간판은 찜질방이지만 사실상 서가가 경영하는 유흥업소였다. 최저 소비가 50만원에서 시작하며 청해시에서 유명한 업소 중 한곳이었다!

일반인은 상상하지 못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운이 좋으면 가끔 여자 연예인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4층 VIP 휴게실에서 우아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동굴에서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였지만 어딘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아름답네!”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호화 안마의자에 육중한 몸을 맡긴 중년 남자는 멀리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몸매를 강조한 H라인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그의 각도에서 보면 짧은 치마 사이로 매혹적인 허벅지까지 훤히 보였다. 그녀의 하얗고 긴다리가 부드러운 조명을 받으며 탐스러운 윤택을 뿜고 있었다.

눈, 코, 입… 어디 하나 나무랄 것 없이 조화롭고 예뻤다. 미녀가 그림을 뚫고 나오면 딱 이런 느낌일까?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미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애달픈 표정은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석호 형, 저 여자 마음에 들어요?”

귀공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욕망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한 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청해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꼽으라면 저 여자일걸요? 애 엄마라고 들었는데 저 몸매 좀 보세요. 완벽하죠. 그리고 저 얼굴, 요즘 대학생들보다 더 싱그러워 보이지 않나요?”

서석호는 혀로 입술을 감빨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손가의 장녀 손가을, 예전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못할 아득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쫓겨난 공주 신세가 되어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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