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죄명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너의 가문을 멸망시키기엔 충분해!”쾅! 원종은 두 눈을 부라렸는데 눈가에는 붉은 빛이 불타올랐다. 그의 조카 원효림은 부귀를 탐하고 공양의 자리를 맡아 8대 종사와 손잡고 중해에까지 쳐들어갔었다. 원씨네의 "출세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훈을 위반했지만 그도 결국 원씨네 가족이며 누구의 가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감히 원씨네 집에 불경하면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염구준, 노부는 여태껏 쓸데없는 말을 한 적이 없네. 네가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되여 예외적으로 너에게 기회를 주는거야."원종은 천천히 숨을 쉬고 장작처럼 마른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표면에 12개의 흑철원환이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했다."네가 노부의 한 수만 견뎌낼 수 있다면 노부는 바로 뒤돌아 가버릴테고 이 일은 없던 일로 하지!"한 수?염구준은 담담하게 앞에 있던 원종을 보더니 마치 하찮은 개미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일반인에게 있어서 당당한 무도패자는 높은 곳에 있다고 할수 있으며 용하국의 고위층이라도 그에게 체면을 줄수 밖에 없었다. 전신전 주인 앞에서도 조금 큰 개미에 불과하다.개미는 단지 개미일뿐이다. "네가 한 수라고 말했으니 그럼 한 수로 하지뭐."그는 두 손을 여전히 뒤로 젖히고 원종을 향해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된다. 네가 강호의 규칙을 논하면 나도 너와 규칙을 정할 것이다. 니가 나의 한 수를 받아 패하지 않는다면 나를 죽이든 살리든 절대 이마살 한번도 찌푸리지 않을 것이다!""만약 나의 한 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원씨 가문 자제를 데리고 어디서 왔으면 다시 거기로 돌아가고 청해에서 꺼져!"미친 거 아니야?원종은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나중에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그는 가문의 절학을 열심히 연마하고 신원통배권 또한 신의 경지에 이르도록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서 패자 중에도 상위권에 위치되어 있다. 온 천하에 누가 한 수로 그를 패배시킬 수 있겠는가?군
눈앞의 염구준은 20대초반의 나이밖에 안되어보였는데 엄마뱃속에 있을때부터 수련을 시작하였다고 하여도 지금같이 이렇게 무서운 무도실력을 연마했을리가 없었다. 오직 손가락 하나만으로 60여년동안 닦아낸 권법을 가볍게 풀어낼 수 있지?정말로 상상을 초월하였다. “계속할건가?”전방으로 5미터밖에 염구준은 이미 오른 손을 거두었고 두 손 모두 등뒤로 하고 태연한 자세로 “계속하려면 내가 응대해주지. 원씨 가족들을 동원하여 함께 공격해도돼. 너희 원씨네가 더 강한지 아니면 나 염구준이 한 수 위인지 보지뭐.”원종의 입술은 떨리더니 머리숙여 자기 오른 팔에 착용되어 있던 12개의 흑철원환을 보더니 두 눈을 천천히 감았는데 마음속으로는 억누를수 없는 절망감이 솟구쳤다. 원환은 파열되어있었다. 그를 60여년동안 동반하여 왔던 철환세트였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아무런 파손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원환의 내부는 이미 좀 전의 충돌에 의해 철저히 부서졌던 것이다. 이러한 실력이면 이미 사람 쪽수를 채워서 승부를 따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말해도 원씨네 자제들이 모두 나서도 절대로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염구준의 실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전신 그 자체였다. “노부는 패를 인정합니다.”한참 후에 원종은 드디여 두 눈을 뜨더니 엽구준을 향하여 공손히 몸을 굽히고 떨리는 목소리로 “각하의 실력은 깊이를 헤아릴수 없이 대단하여 원종은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원종은 패를 인정합니다. 단…”여기까지 말하던 원종은 갑자기 이를 깨물더니 90도로 인사를 하더니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이면서 “당신은 분명 이 노부를 격살할 수 있었는데 왜 사정을 봐주었는지요? 이 노부가 나중에 보복이라도 할가봐 두렵지 않으신가요?”보복?감히 당신이?“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은 원인은 간단하지요.”염구준은 자기 앞에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인 원종을 보고 가볍게 웃으면서 “첫째, 당신은 악한 사람이 아니예요. 이번에 원씨자제들을 데리고 출세하게 된 것
신주공업원구, 센트럴오피스빌딩, 팬트하우스 관신주는 사무책상뒤의 회전의자에 앉아있었다. 젊은 여자 비서가 전달한 소식을 듣고 있다가 아름다운 두 눈은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얼굴은 기쁨으로 넘쳤다. “확실해? 그이가 정말로 원종을 격파하였대?”여비서는 종이문서를 들고 있었는데 익살스럽게 혀를 내밀더니 “확실치는 않아요! 모두 주어들은 소식이라서 원종 자신이 승인하지 않는 한 누구도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요!”“하지만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듣는 말에 의하면 염구준은 스무여살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여도 원종의 상대는 안될거예요!”“원종이 누군가 하면요, 원씨네 가주이고 무도의 패자예요! 잉? 아가씨, 염구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엄청 관심을 갖는것 같은데 혹시 그를 알아요?”알고 있을 뿐이겠냐? 완전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리워하며 골수에 새길 정도로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현재 젊은 세대중에서 원종을 이길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반드시 염구준일 것이다. 염구준과 관신주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정해진 혼사이고 그녀가 인정한 남편이다. “아가씨, 염구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여비서는 문건을 놓더니 입에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깔보는 듯한 톤으로 “이게 지금 무슨 시대인데 무슨 일을 하면 안되나요? 돈을 위하여 손씨네의 데릴사위로 들어갔고 추호의 존엄도 마다하였잖아요. 이런 사람이 원종을 격파한다고? 밖에서는 모두 그는 깊이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냥 쓰레기예요! 그는…”말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관신주의 이쁜 얼굴은 이미 어두워졌다. 감히 구준오빠에 대하여 불손한 말을 하여 모욕하다니!제멋대로네! “니가 내 옆에 몇년 있었지? 5,6년 돼가나?”그녀는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여비서를 보더니 얼굴은 얼음같이 차가워졌다. “이 몇년동안 공로가 없다해도 고생을 하였으니 재무부에 가서 올해의 연봉을 받아가도록 하여라. 그리고 이제부터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마!”
“주의해야 하는 건 그 남자야!”염옥정은 나이든 몸을 살짝 떨더니 안가에는 한기가 쏟아져나왔다. 그 남자!그 일은 이미 30여년이 지나갔지만 그 사건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누구나 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남자는 30여년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 남자가 어디에서인가 숨어서 음모를 계획하고 있을것으로 믿고 있었다.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인다면 번개같이 하늘땅이 갈라지는 기세로 행동하되 염씨와 관씨 가문은 모두 조심해야 했다. “현재 염구준의 세력은 이미 초보적으로 규모를 형성하여 북방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재에 염진은 선장고서를 놓더니 낮은 목소리로 “구준은 여태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그 사람은 필연코 추측하고 있을거야. 아마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일수도 있겠지.”“관신주가 이번에 청해로 가는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네.”“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허점을 드러내기만 하면 나는 그를 어두운 곳에서부터 끄집어낼수 있을테니까.” 염옥정은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더니 탁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사색에 잠겼다.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을가? 같은 시각북방, 염씨와 수백리 떨어져 있는 한 무성한 산림속의 한 정자내에 정자의 돌의자에 반듯하게 앉아있는 망토를 쓰고 있는 한 사람은 돌로 만든 상위의 봉미옥금을 서서히 만지더니 정자밖에 무릎 꿇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한테 작은 목소리로 “확인됐어?”라고 물었다. 정자밖에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는 상호 눈길을 주고 받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주인님께 보고 드립니다. 원종은 원효림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원가제자들을 데리고 청해로 쳐들어갔으나 아무 결과없이 돌아간것으로 확인됩니다.”“복귀한 후 문을 닫고 손님을 거절하였으며 그 누구의 방문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라도 아무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원씨가문 내부에 저희가 배치한 내선이 있긴 한데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마도
“천기 씨”관신주가 도착하는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오자 손가을은 안절부절 못하더니 결국에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고개돌려 자기의 비서인 홍어르신의 딸, 홍천기를 보더니 조용히 “기업공문을 발송해줘요. 관신주에게 전해줘요. 손씨그룹은 신주그룹과의 모든 합작을 거절한다는고.”네?!홍천기는 깜짝 놀라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면서 “손 사장님, 혹시 농담하시는거죠? 신주그룹의 실력은 엄청 뛰어나고 총 자산은 천억대에 달하여 있으며 북방의 재벌거물입니다. 만약 신주그룹과 제휴를 맺게 되면 저희는 손쉽게 북방시장을 열수 있을텐데요…”손가을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자만하는게 아니었다. 현재의 손씨그룹은 신속히 발전하고 있었지만 후발주자에 그치지 않았으며 신주그룹과 관씨가문과 비교할 때 새발의 피밖에 되지 않았다. 관씨 가문의 맏아씨로서 관신주는 하늘의 총녀이며 그녀랑 비교자체가 불가하였다. 비기지 못하면 아예 비기지 말자!관씨그룹이라는 사업파트너를 놓친다고 해도 그녀는 자기보다 더 우수한 여자가 자기 남편과 연루되는게 싫었으며 소꼽친구, 뱃속아이때부터의 혼사 지정 등은 더군다가 어림도 없다. “손 사장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지요!”홍천기는 조심스레 손가을의 옆에 다가가더니 시탐적으로 “혹시 신주그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출하여 대부분 이익을 빼앗아갈까봐 걱정이신가요? 저희는 그러면…”목소리는 갑자기 멈췄다. 몸뒤 몇미터밖 사무실 방문은 밖으로부터 가볍게 밀려 열어졌고 몸매가 날씬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바로 관신주였다. 그녀는 간결하고 세련된 오피스룩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답고 기다란 다리는 곧곧하였으며 아무 군살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길이의 머리카락을 뒤로 하나만 묶었는데 온몸에서는 뛰어나고 젊은 기운이 뿜어져나왔는데 안으로부터 밖에까지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는 강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탁월한 기질을 보고 손가을은 저도모르게 자기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
관신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기는 갑자기 응고된 듯 하였다. 손가을과 홍천기 그리고 관신주 뒤에 따라온 두 보디가드, 잇달아 들어온 손씨그룹의 보안요원들, 그 뒤의 업무팀의 매니저들…온 사무실과 사무실밖의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온통 고요하였다. 여기에 나타나게 된 사람들, 하물며 보안요원이라 할지라도 관신주가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손가을이 승낙만 한다면 신주그룹은 주인이 바뀌게 되고 손씨그룹은 합병후 국내에서 심지어 국제사회에서도 상상초월의 큰 파문이 일게 될 것이다. 북방, 국내, 청해, 중해의 상업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는 대형의 경제적 폭풍우와 다름없었다. 이 두 기업이 발을 담군 영역에는 모두 헤아릴수 없는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게 바로 관신주의 박력이다!손가을한테서 염구준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이 시각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손가을한테 집중하였으며 사람마다 손가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이 사람들은 두 눈으로 이 전복적인 역사적 순간을 보게 될 수 있었다. 이는 두 여자사이의 겨룸이었고 천억자산으로 데릴사위인 수수께끼같은 남자를 교환하는 거래였다. 짧은 시간의 충격이후 손가을은 이미 진정을 되찾았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그녀는 사무용 회전의자에서 서서히 일어서더니 앞에 있는 관신주를 바라보았다. 눈길에는 아무 망설임이 없었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었다.“구준 씨는 저의 남편이고 제 딸의 아빠이기도 합니다.”“그이는 상품이 아니고 화물도 아닙니다. 설령 당신이 나라에 견줄만한 부를 가지고 있고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른다고 하여도 저는 자기의 남편을 순순히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제 남편을 빼앗으려고요? 절대 불가능합니다!”“관씨 아씨,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만 떠나주세요!”떠나라고?관신주는 반걸음도 후퇴하지 않고 여전히 차갑게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감정
비록 6년동안이나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의 용모, 목소리, 낙관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웃음과 얼굴에서 넘쳐나는 여유로운 자신감…그였다. 그일수 밖에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그리워하던 구준오빠, 뱃속아이일때부터 지정된 남편감.“구준오빠? 저를 알아요?”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관신주를 보면서 고개를 젓으며 웃더니 그녀를 스쳐지나 손가을앞에까지 걸어갔다. 안해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이분은 누구신가? 뵌 적이 없는거 같은데. 소개해주시지?”염구준의 반응은 모든 사람들의 짐작을 벗어났다. 그중에서도 관신주가 가장 의외였다. 그녀는 염구준을 보고 손가을을 잡고 있는 손을 보고 또 주변사람들의 의아함을 느껴더니 방금 반가워서 흘러내렸던 눈물마저도 얼굴에서 멈췄다. 그는 나를 모른다고? 어찌 이럴수가?“이분은 신주그룹의 회장님이신 관신주입니다.”손가을도 맘속으로는 마찬가지로 의아해하였는데 구준의 뜻에 따라 관신주의 신분을 소개하였다. “방금 관씨 아씨께서는 저와 거래를 하려고 하였어요. 신주그룹을 넘기는 대신 당신과 이혼하라구요!”“그만해!”관신주는 갑자기 입을 열더니 손가을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름다운 몸매는 떨고 있었는데 신속히 염구준앞에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구준오빠, 저랑 장난치지 마세요! 저랑 농담하는거 맞죠? 저를 잊을 리가 없잖아요! 저는 소주예요! 오빠의 소주라구요!”“어릴적부터 제가 좋아했던 사람은 오직 구준오빠예요! 제가 다섯살때 직접 저한테 오빠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했잖아요! 아홉살때 제가 등산을 하다가 넘어져 벼랑에서 떨어졌을때 오빠는 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저를 안고 산밑까지 굴러떨어져서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다리는 뼈까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는데 평생 허물이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의사가 말했죠.”염구준은 눈을 깜박이더니 관신주를 향하여 미안하다는 웃음을 짓더니 “관씨 아씨, 정말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말하고 나서 허리를 굽히더니 바지를 걷었는데 견강하고
알겠다. 이제야 알아차렸다.그가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그는 더이상 자기의 구준오빠가 아니고 이는 이젠 바꿀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의 남자애는 이미 소년의 풋풋함을 벗어던졌고 현재는 오직 청해의 무관제왕, 단종을 이긴 그 전신으로 의심되는 사람으로만 남겨졌다. 그녀는 패하였다. “당신들이 영원히 같은 마음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로 될 때까지 …죄송해요.”이 말을 마치고나서 관신주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돌아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만 남겨져 있었다. “구준…”관신주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손가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염구준의 커다란 손을 꽉 잡더니 둘만 들을수 있는 목소리로 “왜 일부러 모른척 했나요? 그녀가 상심하는게 걱정되지 않나요?”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젔더니 눈길은 갑자기 예리해졌다. 관신주와 알아보는 일은 아무 좋은 점도 가져다줄수 없었다. 반대로 풀을 베다가 뱀이 놀라 도망치게 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계집애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미행당한 사실까지도. “관신주가 나왔어.”손씨그룹 사무실빌딩아래, 눈에 띄지도 않는 한 거리모퉁이에 여섯명의 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은 대포봉고차에 앉아서 빌딩 1층로비에서 뛰쳐나오는 관신주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살의가 솟아났다.단풍잎. 매 사람마다 뒷목에는 모두 맥락이 선명한 단풍잎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두머리로 보이는 수척한 남자는 섬뜩한 빛이 번쩍거리는 비수를 들고 있었는데 팔뚝근육은 팽팽하였고 무서운 기운으로 둘러싸였다. 화연까지 연마한 종사고수임이 분명했다. “염구준은 바로 윗층에 있어. 경거망동하지 말고 먼저 여기를 떠나서 다시 보자고.”수척한 남자의 눈길은 칼날같았는데 관신주의 뒷모습을 따라가더니 그녀가 눈물을 머금으며 방탄 벤틀리 리무진에 탑승하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관씨 가문의 두 보디가드가 잇달아 탑승하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