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신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기는 갑자기 응고된 듯 하였다. 손가을과 홍천기 그리고 관신주 뒤에 따라온 두 보디가드, 잇달아 들어온 손씨그룹의 보안요원들, 그 뒤의 업무팀의 매니저들…온 사무실과 사무실밖의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온통 고요하였다. 여기에 나타나게 된 사람들, 하물며 보안요원이라 할지라도 관신주가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손가을이 승낙만 한다면 신주그룹은 주인이 바뀌게 되고 손씨그룹은 합병후 국내에서 심지어 국제사회에서도 상상초월의 큰 파문이 일게 될 것이다. 북방, 국내, 청해, 중해의 상업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는 대형의 경제적 폭풍우와 다름없었다. 이 두 기업이 발을 담군 영역에는 모두 헤아릴수 없는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게 바로 관신주의 박력이다!손가을한테서 염구준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이 시각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손가을한테 집중하였으며 사람마다 손가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이 사람들은 두 눈으로 이 전복적인 역사적 순간을 보게 될 수 있었다. 이는 두 여자사이의 겨룸이었고 천억자산으로 데릴사위인 수수께끼같은 남자를 교환하는 거래였다. 짧은 시간의 충격이후 손가을은 이미 진정을 되찾았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그녀는 사무용 회전의자에서 서서히 일어서더니 앞에 있는 관신주를 바라보았다. 눈길에는 아무 망설임이 없었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었다.“구준 씨는 저의 남편이고 제 딸의 아빠이기도 합니다.”“그이는 상품이 아니고 화물도 아닙니다. 설령 당신이 나라에 견줄만한 부를 가지고 있고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른다고 하여도 저는 자기의 남편을 순순히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제 남편을 빼앗으려고요? 절대 불가능합니다!”“관씨 아씨,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만 떠나주세요!”떠나라고?관신주는 반걸음도 후퇴하지 않고 여전히 차갑게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감정
비록 6년동안이나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의 용모, 목소리, 낙관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웃음과 얼굴에서 넘쳐나는 여유로운 자신감…그였다. 그일수 밖에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그리워하던 구준오빠, 뱃속아이일때부터 지정된 남편감.“구준오빠? 저를 알아요?”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관신주를 보면서 고개를 젓으며 웃더니 그녀를 스쳐지나 손가을앞에까지 걸어갔다. 안해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이분은 누구신가? 뵌 적이 없는거 같은데. 소개해주시지?”염구준의 반응은 모든 사람들의 짐작을 벗어났다. 그중에서도 관신주가 가장 의외였다. 그녀는 염구준을 보고 손가을을 잡고 있는 손을 보고 또 주변사람들의 의아함을 느껴더니 방금 반가워서 흘러내렸던 눈물마저도 얼굴에서 멈췄다. 그는 나를 모른다고? 어찌 이럴수가?“이분은 신주그룹의 회장님이신 관신주입니다.”손가을도 맘속으로는 마찬가지로 의아해하였는데 구준의 뜻에 따라 관신주의 신분을 소개하였다. “방금 관씨 아씨께서는 저와 거래를 하려고 하였어요. 신주그룹을 넘기는 대신 당신과 이혼하라구요!”“그만해!”관신주는 갑자기 입을 열더니 손가을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름다운 몸매는 떨고 있었는데 신속히 염구준앞에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구준오빠, 저랑 장난치지 마세요! 저랑 농담하는거 맞죠? 저를 잊을 리가 없잖아요! 저는 소주예요! 오빠의 소주라구요!”“어릴적부터 제가 좋아했던 사람은 오직 구준오빠예요! 제가 다섯살때 직접 저한테 오빠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했잖아요! 아홉살때 제가 등산을 하다가 넘어져 벼랑에서 떨어졌을때 오빠는 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저를 안고 산밑까지 굴러떨어져서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다리는 뼈까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는데 평생 허물이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의사가 말했죠.”염구준은 눈을 깜박이더니 관신주를 향하여 미안하다는 웃음을 짓더니 “관씨 아씨, 정말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말하고 나서 허리를 굽히더니 바지를 걷었는데 견강하고
알겠다. 이제야 알아차렸다.그가 누구라도 상관없지만 그는 더이상 자기의 구준오빠가 아니고 이는 이젠 바꿀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의 남자애는 이미 소년의 풋풋함을 벗어던졌고 현재는 오직 청해의 무관제왕, 단종을 이긴 그 전신으로 의심되는 사람으로만 남겨졌다. 그녀는 패하였다. “당신들이 영원히 같은 마음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로 될 때까지 …죄송해요.”이 말을 마치고나서 관신주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돌아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만 남겨져 있었다. “구준…”관신주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손가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염구준의 커다란 손을 꽉 잡더니 둘만 들을수 있는 목소리로 “왜 일부러 모른척 했나요? 그녀가 상심하는게 걱정되지 않나요?”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젔더니 눈길은 갑자기 예리해졌다. 관신주와 알아보는 일은 아무 좋은 점도 가져다줄수 없었다. 반대로 풀을 베다가 뱀이 놀라 도망치게 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계집애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미행당한 사실까지도. “관신주가 나왔어.”손씨그룹 사무실빌딩아래, 눈에 띄지도 않는 한 거리모퉁이에 여섯명의 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은 대포봉고차에 앉아서 빌딩 1층로비에서 뛰쳐나오는 관신주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살의가 솟아났다.단풍잎. 매 사람마다 뒷목에는 모두 맥락이 선명한 단풍잎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두머리로 보이는 수척한 남자는 섬뜩한 빛이 번쩍거리는 비수를 들고 있었는데 팔뚝근육은 팽팽하였고 무서운 기운으로 둘러싸였다. 화연까지 연마한 종사고수임이 분명했다. “염구준은 바로 윗층에 있어. 경거망동하지 말고 먼저 여기를 떠나서 다시 보자고.”수척한 남자의 눈길은 칼날같았는데 관신주의 뒷모습을 따라가더니 그녀가 눈물을 머금으며 방탄 벤틀리 리무진에 탑승하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관씨 가문의 두 보디가드가 잇달아 탑승하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
선한 사람은 오지 않고 오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관신주를 밀행하는 그 무리들을 뢰인이 상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에라도…“가을아, 가자!”그는 더이상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안해의 손을 잡고 사무실밖으로 성큼성큼 뛰쳐나갔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면 황새가 그 뒤에 있다. 뢰인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면 그와 손가을은 바로 도착하여 킬러들을 깡그리 없앨 수 있다. 반시간 뒤 쾅!손씨그룹에서 20키로 떨어진 청해시의 동쪽 교외에 격렬한 폭파소리가 도시를 흔들어놓을듯 하였다. 지상에는 관신주가 타고 있던 벤틀리 리무진은 뒹굴어 날렸었다. 합금으로 만든 견고한 차외형은 이미 변형되고 비틀렸다. 공중에서 십여바퀴 돌고나서 심하게 바닥에 떨어졌고 방탄유리는 산산쪼각이 났고 20여미터나 튕겨나갔다. “안돼!”몇백미터밖에서 뢰인은 허머를 운전하며 멀리서부터 전방의 봉고차를 주시하였는데 심장이 갑자기 조여왔다. 오산이었다.손씨그룹에서 나와서 그는 줄곧 이 봉고차를 따랐는데 이 킬러들이 리모콘으로 폭탄을 폭파시킬 줄을 생각지도 못했으며 제지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뢰인 형, 그들이 봉고차에서 나왔어요!”허머뒷좌석에 뢰인과 생사를 함께 했던 우일과 우이 형제의 눈가는 이미 빨개지더니 “보스가 절대 관씨 아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발생하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죽기내기로 싸우죠!”뢰인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더니 합금으로 만든 전도를 꺼내들고 봉고차에서 내려온 6명의 검은 옷차림 남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를 깨물었다. 죽기내기로 붙어보자!청해교외도로에 벤틀리 리무진이 바닥이 위로 향한 상태로 있었고 차에서는 짙은 연기가 나기 시작하였다. “아씨!”관씨가문의 두 보디가드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피자국에 얼룩진 관신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들은 리무진의 이미 쭈그러져 변형이 되어있는 창문으로 힘겹게 기어나왔다. 중상을 입고 죽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내공이 있어 몸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폭파로 인한 강력한 충격은 막을 수 없었다.
“개자식!”뢰인뒤로는 우일과 우이가 좌우로 신속히 급강하 하더니 뢰인과 똑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모두 합금으로 만든 전도였다. 수척한 남자를 향하여 전도를 휘두르며 자르려고 덥치면서 “뢰인형님, 저희가 버틸게요! 관씨 아씨를 모시고 먼저 떠나세요!”라고 웨쳤다.떠나라고?어디든 도망갈 수가 없었다. 수척한 남자는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부하도 시키지 않고 합금비수를 휘두르더니 “뭐지? 내 앞에서 사람을 구하려고?”라고 비웃었다. “죽어라!” 하며 종횡무진하였다.우일과 우이는 내진무인일뿐이었고 심지어 내진대성도 아니어서 마주오는 종사화연한테 미친 듯이 절단당했고 신체는 마치 바람도 견뎌내지 못하는 갈대마냥 쓰러지더니 순식간에 토막났다. 그들 수중의 합금전도는 수척한 남자의 머리카락도 닿지 못하고 한수에 분골쇄신되었던 것이다. “우일아, 우이야!”뢰인은 두 눈을 크게 떴는데 눈가에는 순간 핏발이 가득 섰다. 수척한 남자와 목숨걸고 겨루려고 준비하였는데 눈길은 순간 굳어버렸다. 물샐틈없이 포위망이 조여왔다. 2,300미터밖에는 여덟대의 봉고차가 질주하며 다가왔다. 팡, 팡 매개의 봉고차마다 6,7명의 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이 뛰어내렸는데 선두에는 모두 화연종사였다. 그들은 뢰인과 관신주를 에워싸고 그들의 후퇴의 길을 막아버렸다. “사노, 저 사람은 구준의 부하인데 일명 뢰인이라고 해.”덩치가 장대한 검은 옷 종사는 전도를 들고 있는 뢰인을 차갑게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라고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관신주를 주인님께 넘겨드려.”“이 뢰인인가 하는 놈은 그냥 죽여버려!”여덟 명의 화연종사, 40여명되는 내진무인들…주변에 떼로 몰려온 검은 옷 킬러들을 보면서 뢰인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못이기겠는데…염구준이 세심히 양성해주고 친히 무도의 공법을 전수하였고 전도의 절학도 배워주었었다.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는 이미 종사경지에까지 이르렀으며 최장으로 3개월이면 종사최강에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갑작스레 들려온 낮은 외침소리가 사람들의 귀와 마음에 울러퍼졌다. 염구준!500미터밖에 빨간 포르쉐는 마치 붉은 색 번개같았고 교외도로를 따라 이쪽으로 씽씽 달려왔다. 이때 포르쉐의 접이식 루프는 이미 열려있었는데 염구준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 손 엄지와 식지를 접히더니 50여명의 킬러들을 쳐다보며 갑자기 손가락으로 튕기기 시작했다. 용하국 전통적인 무학인 기검지였다. 눈으로 보이는 기력은 검바람을 일으키더니 고속도로 연발하는 배럿저격총마냥 기검의 속도는 심지어 진정한 저격총 탄알을 초과하였다. 0.1초도 안되는 시간에 모든 킬러들을 덮여씌웠다.피는 사처로 튕기고 뇌장이 분출하였다. 8명의 종사급 골든 킬러와 40여명의 내진대원만의 실버킬러들은 반응할 사이도 없이 비수를 들고 덥치는 동작중이었다. 그들 수중의 비수는 뢰인과 오직 머리카락 한오리의 두께만큼밖에 남지 않았지만 더는 가까이 할수 없었다. 모든 이들의 미간에는 엄지손톱만큼한 피구멍이 생겼으며 기검이 갖고 온 기력은 모든 것을 쓰러넘길 기세로 그들의 머리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그들의 신경, 피와 살, 골수 등을 분쇄하였다. 총 54명의 킬러는 염구준의 한 수에 의해 전멸되었다. “보스!”이제서야 뢰인은 날려오듯이 도착한 염구준을 보았으며 눈에서는 눈물을 더이상 참지 못하여 흘러내렸다. 손으로 관신주를 가리키더니 덩치산만한 나그네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관씨 아씨는 무사합니다. 피부외상만 좀 받았을 뿐입니다.”“하지만 우일이와 우이는 저를 보호하려다가 이 자식들한테 죽음을 당하고 제대로된 시신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뢰인이 무능해서 우일이와 우이한테 미안하네요! 보스님, 저를 죽여주세요! 흑흑..”염구준의 몸은 천천히 멈추더니 바닥에 있는 관신주는 보지도 않고 뢰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침묵을 취하였다. 몇걸음 앞으로 가더니 킬러들의 시체를 자세히 검사하다가 눈길은 갑자기 한 곳에 집중하였다. 단풍잎!이 킬러들의 뒷목에는 단풍문신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관원앞에는 두 명의 관씨 가문의 철위가 동시에 허리를 굽히더니 신속히 사라졌다. “아빠, 조사할 필요없어요!”관신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사살을 당한 매개 경과의 세부사항까지 회상해보고 염구준이 그녀에 대한 소외 등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길이 처량해졌다. “그는 그 킬러들의 시체들을 검사해보았어요! 그 킬러들의 뒷목에는 모두 단풍잎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요!” 단풍문신?관원의 안색은 미세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계속해서 방금 그 화제에 매달리지 않고 반대로 낮은 목소리로 “그를 만났느냐?”“그가 그 아이가 맞더냐?”관신주는 아빠가 묻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염씨 가문의 장손이고 염진의 친 아들이고 그녀와 소꼽시절을 함께 했던 염구준을 말하고 있었다.“그가 아닙니다.”이 말을 할 때 관신주의 이쁜 얼굴에는 씁쓸함뿐이었다. 만약 그때의 그라면 자기한테 이 정도로 몰정하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살을 경과하고나서 그는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고 뢰인이라는 사람을 시켜 자기를 데려다 주었을 뿐이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손가을에게만 집중되어 있었고 그는 그녀의 남편이지 자기의 구준오빠가 아니었다. “진짜 아니야?”관원은 물끄러미 딸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눈길로부터 무엇인가를 알아내려고 하는 듯 하였다. 잠시 뒤에야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아니면 됐어. 그 아이의 운명이 기구하여 오래전에 이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눈길은 갑자기 독해지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신주야, 이번에 니가 암살을 당한 일에 대해 손씨그룹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어! 청해의 ‘염구준’이 염씨네 그 아이와 같은 이름일 뿐이라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우리 염씨가족의 명의로 손씨그룹에 공개적으로 선전하여 내 딸이 받은 억울함을 이 노부가 반드시 친히 갚아줄거야!”선, 선전이라고요?관신주의 몸은 가볍게 떨더니 차츰 정상을 회복하였다. 선전하는 것이 어쩌면 괜찮은 방법같기도 하였다. 구준오빠,
그전의 5년동안, 북부는 전쟁의 불길이 끊이지 않아 전신전은 팔방으로 출전하여 수많은 젊은 남자 청년들이 전쟁에서 피를 흘리고 전사하였다. 그들의 골식은 종래로 타향에 묻혀지지 않았고 염구준이 직접 호송하여 영웅의 혼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여 죽음이 가치있도록 하였다. 우일과 우이는 전신전의 맴버는 아니지만 그들은 전신전의 맴버와 다를게 없었고 모두 전신전주 수하의 형제들이고 생사를 함께 하는 전우이자 동포였다. “가자!”그는 뢰인의 어깨를 툭툭 치고나서 뒤돌아 장례식장 문밖으로 걸어갔다. 전신전주가 친히 형제들을 배웅하였다. …당일 오후 3시, 해동성 서남접경지대, ‘우가협’이라는 산골마을에서 이 곳은 교통이 극히로 폐쇄돼 있고 산길은 기구하여 섀시가 낮은 승용차들은 아예 진입할 수가 없었다. 공성능의 SUV만 겨우 기어오를수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낙후하기로 손꼽히는 편벽한 지대였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백발노인들을 제외하면 부모님들이 돈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가 홀로 남아있는 아동들이었다. 자연환경은 괜찮았는데 공업화의 오염을 받지 않아 청산유슈였고 매우 무성하였다. 펑!한 농가의 나무문이 밖으로부터 차 열리더니 4,5명의 불량배들이 입에는 담배를 물고 허리에는 비수를 차고 거들먹거리며 들어갔다. “당, 당신들은…”이 가구의 주인은 우육재였는데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파손된 나무문을 바라보면서 화가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신들은 뭐하는거야? 몇번을 말해? 안판다고!”집에 있는 땅을 팔 수 없었다. 최근 반달정도 이 불량배들은 수차례 와서 산을 개발하고 리조트를 세워 여행경제를 발전시켜 현의 수입을 늘일거라서 토지징용보상이 굉장히 두둑하다고 하였다. 징용규정에 의하면 한무의 보상은 적어도 20만원이 된다고 하였다. 우육재 집에는 6무 농지가 있어 12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 이 불량배들은 무당 6천원의 가격을 제시하고 이 늙은 부부손으로부터 빼앗아가려고 하였다. 이것은 사려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었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