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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잔영
“내가 잘못했어.”

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

“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

“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

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

우드득!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

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으… 윽….”

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

‘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

“두려워하지 마.”

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

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

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

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복수 당할 거야.

게다가 서 씨 가문을 다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청해에서 서 씨 가문의 세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 2조 넘는 자산을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계와 조폭들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 서 씨 가문을 배후로 삼았기에 손혜린이 우리를 손 씨 가문에서 내쫓을 수 있었던 거야!

서 씨 가문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나 때문에 놀랐어?” 염구준은 염희주를 품에 안고 손가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가축을 죽이는 것과 같아, 아무 뒤탈도 없을 거야. 무슨 말 하고 싶어? 수화로 표현해. 내가 ……”

염구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을은 소리 없이 통곡하며 가슴을 힘껏 두드렸다.

아무 말도 하지 마, 가, 가!!

"알겠어……" 염구준은 하려던 말을 참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당신 말대로 그들의 목숨은 남겨 두지!”

"가을아, 집에 가자!”

손가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고 세 식구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주변의 부잣집 도련님과 경비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지도 않았다!

“듀겨!”

서석호는 경호원의 부추김을 받으며 일어나 염구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미친 듯이 끊어진 혀로 "듀겨. 드노믈 듀겨!”라고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은 한참 어리둥절하다가 깨달았다.

서석호는 “죽여! 그놈을 죽여!”라고 소리쳤다는 것을.

"이 개새끼 죽여버리자!”

"다 같이 덤벼!”

"석호형을 위해 복수하자……”

서석호 옆에 있던 경호원들은 모두 번쩍이는 칼을 꺼내 들고 염구준 뒤에서 달려들었다.

염구준이 몸을 돌렸다. 날렵했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여기저기 골절되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이 염구준을 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해.” 염구준은 다시 뒤돌아서서 손가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으며 가볍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이 많다는 걸 알아.”

"서두르지 마.”

"당신의 목,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내가 꼭 낫게 할 거야!”

"약속해!”

딸을 안고, 부인의 손을 잡고 방약무인한 듯 제왕클럽을 나섰다.

“희주야”

염구준은 품에 안고 귀여운 꼬맹이를 보았다. "아빠한테 우리 집이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어? 아빠가 너랑 엄마와 같이 집에 갈게.”

"그, 그……" 염희주는 아직도 염구준이 낯설었다. 손가을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겁이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은빛 아파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요. 19번 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려 좌회전……”

염구준은 마음이 아팠다..

은빛 아파트는 도시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이미 5년 전부터 재건설 하려던 지역이었다. 그때 염 씨 가문에서도 이 부지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교통사고로 염 씨 가문이 무너져 투자계획도 없던 일로 되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 은빛 아파트가 아직 철거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아빠한테 차가 있어서 이번에 버스를 타지 않아도 돼.” 염구준은 염희주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

"찾았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브레이크 소리가 갑자기 옆 사거리에서 들려왔다!

서재원, 손혜린이였다.

검은색 마이바흐의 뒷좌석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염구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뒤의 6대 아우디 A8에서 서 씨네 경호원들이 내려와 염구준의 가족을 에워쌌다.

"염구준, 역시 여기로 왔군!”

경호원들 사이로 서재원과 손혜린이 염구준 옆으로 다가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앙심을 품고 있었다!

서 씨네 별장에서 서재원은 염구준의 발에 차여 뼈가 부러질 뻔했고 지금도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 손혜린은 하마터면 목이 졸려 죽을 뻔해서 지금은 스카프로 목에 있는 멍 자국을 가렸다.

평생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쓰레기 같은 놈 하나, 벙어리 하나, 계집애 하나..."…" 서재원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다들 왜 멍하니 서있기만 해? 내가 뭐라 했어? 다들 덤벼!"

"죽도록 때려!”

우르르!

총 20여 명의 서 씨네 경호원, 양복 밖으로 근육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다. 한눈만 봐도 실력이 좋은 줄 알 수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표정으로 덤벼들려고 하였다!

"잠깐만!" 손혜린이 손을 들어 경호원의 행동을 말렸다. 그리고 손가을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빈정거렸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전쟁터에 갔다 왔다도 다시 희망을 품은 것 같은데?”

"염구준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 줄까?”

"광풍 투견장에서 강용수를 개에게 먹였어, 그리고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티베트 마스티프 세 마리도 죽였고, 관중들도 다치게 했지. 그래서 복잡한 일만 잔뜩 만들었고 나와 서재원도 때렸어!”

"이것만으로도 너희 식구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해.”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충동, 너무 충동적이야!

사우나에서의 그의 행동을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염구준의 성격으로 봤을 때 사촌 언니 손혜린의 말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 모든 걸 염구준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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