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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가을아." 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손가을만 가만히 지켜보며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어!”

그리고 손혜린을 돌아보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손혜린,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건 아니겠지?”

"서재원의 경호원들 덤비라고 한 명령을 좋은 의도로 말렸을 이유는 없고……”

"말해봐, 도대체 뭘 하자는 거니?!”

서재원도 화를 억누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혜린, 나도 묻고 싶다. 왜 경호원들을 말렸니?!”

"재원 오빠, 화내지 마. 이 쓰레기 같은 놈과 이혼하려고 그랬어!" 손혜린은 서재원의 품에 안기어 염구준을 째려보았다. "구청에 가서 여러 번 조사했는데 이 쓰레기 같은 놈의 정보가 없었어. 만약 그가 탄 해선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더라면 벌써 죽은 줄만 알았지!”

"이제야 알았네. 전쟁터에 갔으니 혼인 정보가 군 시스템에 들어사서 내가 일방적으로 이혼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염구준 본인이 동의가 있어야 해!”

서재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흥” 하는 소리를 냈다.

"염구준, 당신이 전장에서 돌아온 것을 봐서 나랑 재원 오빠는 오늘 네 목숨을 살려 둘 거야!”

"과거의 일도 묻어두지!”

"대신 나랑 이혼해!”

염구준은 웃었다.

군인과의 혼인은 신성하다. 손혜린의 능력으로 쉽게 이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전신전 전주는 용제국 국주와 대등한 존귀한 신분이다. 청해 구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강대국의 정보 부서에서도 그의 정보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손혜린 이 우습고 어리석은 여자.

"이혼, 요구가 이렇게 간단하다고?" 염구준의 염희주를 안고 그의 양 갈 머리를 잡고 놀면서 손혜린에게 가볍게 웃었다.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나도 같은 생각이야. 공교롭게도 생각이 일치하네!”

"그리고."

“네가 비록 나를 5년 동안 기만했지만 그래도 양쪽 어르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으니 이렇게 서면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

"그래서 한 번 더 묻는다. 정말 잘 생각하고 나랑 이혼하려는 거니?”

손혜린은 한참 어리둥절해하다가 비웃으며 말했다. "염구준, 너무 잘난 채 하지 마! 네가 전쟁에 참가해서 봐주는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 죽었어!”

"잘 생각해 봤냐고?”

"생각하긴 뭘 해.”

"나랑 이혼해 주지 않는다면 전에 일들의 죗값을 하나하나 칠러야 할 거야. 투견장 일, 티베트 마스티프 세 마리...…염구준, 네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악독한 여인은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세계 최정점과 불과 한 걸음의 거리인 신분을.

이 한 걸음, 그녀는 이미 영원히 넘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그녀를 살려두어도 머지않아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해질 것이다!

"이혼, 그 소원 들어줄게." 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한 손으로 문자메시지를 빠르게 보냈다.

불과 십여 분 후.

부릉부릉!!

특별하게 생긴 검은색 롤스로이스 리무진 한대가 총 15대의 방탄차 호위를 받으며 멀리 떨어진 길모퉁이로부터 달려오더니 염구준 앞에서 서서히 멈춰 섰다. 링컨 대통령이 탔던 차와 같은 모델의 방탄차 번호판에는 전부 “G.J”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주군!”

군복을 입은 늘씬하고 용맹스러운 여성이 100명 가까운 총을 멘 정예 병사를 거닐고 성큼성큼 염구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전부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명을 받고 왔습니다. 지시 내려주십시오.”

여자는 무릎을 꿇으면서 두 손으로 서류를 건넸다. 위에는 “이혼서류”라고 크게 적혀있었다.

이혼서류!

“좋아!” 염구준은 이혼서류를 받더니 손혜린에게 넘겨줬다.

“어...” 손혜린은 이혼서류를 펼쳐 그 안에 적힌 내용, 도장과 날짜를 살펴봤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멍해져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 많은 차와 사람들, 살기등등한 전사, 군복 입은 여자, “G.J”라는 글자가 적혀진 번호판과 사람들이 외친 “주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염구준...

그는 대체 누구일가?

도대체 어떤 사람일가?

곁에 있던 서재원과 서씨 집안 20여명의 경호원들도 손혜린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길을 오가던 행인들도 그 자리에 서서 모두 염구준을 주시했다.

다들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호화스러운 차를, 백명이 넘는 무릎을 꿇은 정예 전사를, 그리고 태연한 얼굴의 잘 생긴 청년을 본적이 없었다...

텔레비전에서도 보기 힘든 희한한 장면이 현실에서 발생하다니!

“이거... 이거 드라마 찍는 거겠지?” 행인들은 멀리서 그들을 쳐다보며 수군댔다. “군대 드라마 찍는 거겠지? 저 전사들 봐, 완전 무장했어. 너무 진짜 같잖아. 꽤 프로페셔널하네!”

사람들은 손가을과 손혜린도 살펴봤다. 그리고 서재원과 염희주를 안고 있는 염구준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 “야, 저 여자 연예인들 너무 예쁘다. 아이도, 잘생긴 청년도, 그리고 경호원들까지...이거 무조건 회장님 나오는 그런 드라마야!”

“어느 감독님 드라마지? 카메라는 어디 있는 거야? 카메라가 보이질 않네...”

사람들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수군거렸다. 별의별 말들이 다 떠돌았다.

“연기를 한다고?”

사람들의 말을 들은 손혜린은 문뜩 정신이 들었다.

연기구나! 염구준이 일부러 사람들 불러 연기를 시킨 거야. 저 차들 다 빌린 걸 테고 “G.J” 번호판 같은 건 드라마에만 나오는 거지, 절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염구준, 어디서 이 사람들 다 찾은거야? 연기 나쁘지 않았어!” 손혜린은 생각할수록 웃음이 났다. 그녀는 비웃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난 척 연기하는 거 재미있어?”

“고급 차에 경호원들까지, 그리고 만나자 마자 무릎까지 꿇고, 이 극본, 아주 상류사회 스타일이네. 참 잘 났어!”

“쓰레기는 악을 쓴다고 해도 쓰레기일뿐이야, 내 앞에서 이게 뭔 수작이야? 허위라는 말도 너한테는 너무 과분한 말이다! 잘난 척은, 자, 계속해 봐!”

옆에 있던 서재원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의아해 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염구준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믿을뻔했네. 염 씨, 돈 많이 들었겠어.”

“이 차들 다 빌리려면 하루에 돈이 얼마나 들어?”

“참 보기 민망하네!”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강한 자는 절대 약자의 도발과 비웃음에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광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까부는 그들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가을아!”

염구준은 부드럽게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천천히 몸을 돌려 품에 안겨있는 염희주를 내려놨다.

퍽!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염구준, 그의 뒤에는 전신전 4대 전존인 주작전신이었었다. 그 뒤로는 전신전 전주의 직속 호위대 총 99명의 전사가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정렬하게 큰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그 하트모양의 중간에는 염구준이 있었다.

“5년을 속임 당했어. 5년 동안이나 잘못된 사랑을 했어!” 염구준과 손가을의 눈빛이 마주쳤다. 염구준은 다정하게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오늘에서야 너랑 우리 딸을 찾았어!”

“방금 나 손혜린이랑 이혼했어. 거짓뿐인 이 가짜 결혼을 끝내버렸어.”

“이제 내 청혼을 받아줘,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를 줘, 너랑 우리 딸을 지킬 수 있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너희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줄게.”

말을 다 하고 염구준은 오른 손을 품속에 넣어 청혼 증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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