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종업원의 얼굴색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정상으로 회복하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은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절대로 손님의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카트를 밀고 들어오려고 했다. “안 먹는 거예요? 아님 감히 먹지 못하는 거예요?” 염구준은 문 앞에 서서 웃는 듯한 표정으로 여 종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생각한 게 틀린 게 아니라면 이 요리에 뭔가 들어있겠죠? 독일까요 아니면 수면제일까요? 당신 연기는 괜찮은 편이였어요. 하지만 내진은 속일 수 없죠. 일반 종업원은 걸을 때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거든요. 내 말이 틀렸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 복도에 카펫이 있더라도 일반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마련인데 눈앞의 여 종업원은 발자국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내진이 있고 몸놀림이 강한 게 분명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 어떻게 호텔의 일반 종업원일 수가 있겠어?’ “염 선생님?” 여 종업원은 마음속으로 두려웠지만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염 선생님, 저는 당신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식사가 배달되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교대해야 해서요.” 말을 마친 여 종업원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돌아가서 운종호에게 전해요.” 염구준은 여 종업원의 뒷모습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복수할 용기가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해요. 이런 야비한 수법을 사용하지 말고. 당신은 명령대로 일하는 거니까 죽이진 않을 게요. 하지만 벌은 받아야 하겠죠?”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가볍게 쥐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약 5미터 거리에 있는 여 종업원이 휘청대더니, 체내의 모든 내공이 경맥을 따라 세차게 흘러 온몸의 모공으로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깨끗하게 사라진 것 같았다. “당신……당신 내 내진을 없앴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몇 번 비틀거리더니 귀신을 본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며 말했다. “당신 종사지상… 아
“당장 와!” “염 선생님, 손 대표님, 진 아가씨.” 겨우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계춘휘는 재빨리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그는 문을 두드리고 호화로운 스위트룸에 들어간 후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세분과 같이 식사를 하겠어요?” 이때, 스위트룸 거식 식탁에 요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방금 여 종업원이 가져온 닭을 포함해서 여덟 종류의 고기와 음식들이 있었는데 향기가 아주 매혹적이었다. “앉아.” 염구준은 식탁 옆에 단정하게 앉아 계춘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방금 전의 여 종업원의 일은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먹으라고 하면 먹어. 예의 같은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는 말하면서 식탁 위에 있는 요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먹어봐.” “네.” 계춘휘는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의 곁에 앉아 수프 한 그릇을 떠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시려고 했다. “됐어.”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행동에 놀랐는지 쾅하는 소리와 함께 계춘휘는 그릇에 담긴 수프를 바닥에 쏟고 말았고 놀란 나머지 그는 얼른 무릎을 꿇고 말했다. “염 선생님, 제가…….” “너와 무관한 일이야.” 염구준은 얼굴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염구준은 여 종업원이 독을 투약한 일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일로 넌 운종호와 결탁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계춘휘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깨달았다. ‘이 음식에 독이 들어있었구나. 만약 내가 운종호와 결탁했다면 독을 탄 음식들을 내가 먹을 리가 없으니…’염구준은 이런 방법으로 계춘휘의 충성도를 시험하려는 것이었다. “이 음식들은 먹을 수 없어. 호텔의 다른 음식도 안전하지 않을 거야.” 손가을은 탁자 위의 음식을 보고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차라리 나가서 먹을까? 나도 이 기회에 염풍도의 야자수를 보고 싶어.
운종호는 키가 거의 190센티였고,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체격이 건장하며, 표정이 냉엄하게 앞의 여종업원과 옆의 다른 몇 명의 부하들을 보고, 큰 소리로 물었다. “그 염씨 자식이 대체 누구야?” 몇 명의 부하는 서로 마주 보더니 표정이 무거워졌다. 정진왕자는 경시해서 안돼. 그들은 그들의 형님 운종호가 예전에 동아프리카 전장에서 횡포를 부리다가 지금은 염풍도를 차지해서 현지의 깡패가 되었는데, 바로 200여 명의 수하와 자신의 왕자 수양이었다. 그런데 이 염씨 남자도 왕자라니? 그럼 형님이랑 같은 레벨이잖아. “그가 용하국 청해 손씨그룹의 데릴사위라고 합니다.” 한 대머리 장한이 운종호에게 몸을 굽혀 약간 굽혀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형님, 손씨그룹에서 요즘 발전이 빨라 화장품과 보건품이 전 세계에 멀리 판매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기회를 틈타 모든 형제를 소집해서 염구준을 격살하고 손가을을 납치한다면 손씨그룹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때…….” 대머리 장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운종호는 그의 제의에 흥미가 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 “표범.” 그는 대머리 장정을 보고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염씨 남자가 무도왕자라면 더욱 경거망동해서는 안 돼. 조용하게 그가 염풍도를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무서워서가 아니라 필요 없는 거야. 알겠어?” 대머리 장한은 운종호 조직의 제2인자 장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운종호에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알았습니다.” 말을 마치고 몇 걸음 뒤로 돌려 별장 거실을 나갔다. “표범 형님!” 장진이 거실을 나서자마자 몇 명의 장한들이 즉시 따라 나와 줄곧 별장의 대문을 나서서야 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너 발견했어? 형님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 동아프리카에 있을 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형제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데릴사위 한 명도 건드리지 못하다니!” “그냥 정진왕자일 뿐이잖아? 우리에게 형제가 이렇게 많으니 쉽게 그를 죽일 수 있을
“음…… 천연 코코넛이라고 하면 대박 날 거야!” ‘천연 코코넛? 이름 잘 짓네.’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아 있는 계춘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부터 섬에 있는 코코넛을 수매해서 최소 총생산량의 70%를 도맡아. 문제 있어?” ‘70%?’ 계춘휘는 재빨리 섬의 상황을 사색하면서 난처한 안색으로 말했다. “염 선생님, 국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염풍도는 운종호의 지역으로서 반 이상의 코코넛 생산량을 장악하고 있어요.” ‘또 운종호야?’ “3일 후에 염풍도에 더 이상 운종호라는 인물은 없을 것이야.” 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코코넛을 인수하는 자금은 그룹 재무부에서 제공할 거야. 그러니 지금 다시 물을 게, 할 수 있어?” 계춘휘는 몸을 떨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운종호만 해결하면 코코넛을 수매하는 건 수월할 거예요.”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다리를 절뚝이는 중년 남자가 다가와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코코넛을 대량으로 수매하려는 거예요? 제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염풍도에서 저보다 코코넛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코코넛 장수인가?’ 손가을은 절름발이 남자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코코넛을 수매하는 일은 남편이 이미 전담자를 지정해서 처리했습니다. 이 분이 합작 의향이 있다면 앉아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세요.” 그녀는 계춘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합작? 누가 합작하겠다고 했어? 내 목적은 네가 혼자 남는 거야.’ “아가씨, 너무 이러지 마세요. 절름발이 남자는 계춘휘를 보지도 않고 두 눈으로 손가을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저쪽으로 가서 먼저 코코넛을 볼까요? 물건을 보면 분명히 나와 이야기하고 싶을 거예요.”그는 말하며 오른손으로 내색하지 않고 손가을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너 운종호가 보낸 사람이야?”손가을 옆에 있던 염구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절름발이 남자를 차갑게 주시하며 말했다.“코코넛을 보는 건 거짓말이고 다른 속
염구준의 옆에 있던 계춘휘가 잠깐 생각하더니 안색이 변해서 말했다. “염 선생님, 저도 저 사람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예전엔 코코넛 상인이었는데 운좋호집단에 가입해서 대부분 코코넛은 모두 그가 제공하고 있어요.” ‘역시 운종호의 사람이었어.’ 이 순간, 염구준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춘휘여행사의 사장이 너희 집단과 거래한 적이 있어서 신분이 이렇게 빨리 밝혀질 줄은 몰랐지? 아직도 아니라고 잡아뗄 거야?” 이때 마삼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운종호집단에 가입하긴 했지만 줄곧 장진의 밑에서 일해와서 집단의 구체적인 운영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는 염구준과 손가을의 곁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에 염풍도 호텔에서 독을 탄 음식을 가져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납치까지 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 여종업원은 내가 내진을 없앴을 뿐 죽이진 않았는데, 넌…….” 여기까지 말한 염구준이 오른손을 뒤집자 몸 앞의 커피 식탁에서 둥그런 코코넛 한 개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장전된 폭탄처럼 공중에서 기파를 일으키며 마감의 머리에 터졌다. 그러자 피와 살이 튀고 뼈가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마삼은 반응하기도 전에 코코넛에 맞아 두개골이 부서져 쓰러졌다. 그리고 경련을 일으키더니 비명소리를 몇 번 지르고 몸이 굳어져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땅강아지 같은 자식. 죽어도 싸.” 염구준은 마산을 보지도 않고 일어나 카페바에 가서 결산한 뒤 겁에 질린 영업원을 보며 말했다. “운종호의 사람이 찾아온다면 내가 염풍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청산할 게 있으면 찾아오라고 전해.” 염구준 등 인이 10분도 안 되어 지프차 3대가 굉음을 내며 와서 카페 문어귀에서 재빨리 멈추었다. “표범 형님. 마삼 실패했어.”총 20여 명의 우락부락한 장한이 신속하게 커피숍에 뛰어들더니 한 남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마감의 상처를 검사하더니 천천히 일어
별명이 ‘콧수염’인 구레나룻이 덥수룩한 남자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약 30분 후, 염풍호텔.“갓 만에 염풍도에 왔는데 즐기지도 못했잖아! 이게 다 운종호때문이야!”호텔 수영장에는 비키니를 입은 진영주가 뾰로통해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언니, 우리 그냥 청해로 돌아가요. 어차피 계춘휘가 우리를 도와 야자를 사들이니 여기에 계속 머무르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옆에서 손가을과 진영주가 물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청해로 돌아가는 건 괜찮지만 그전에...”“대표님!”바로 그때, 계춘휘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감히 손가을과 진영주를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방금 연락받았는데, 그 사람은 장진의 오른팔이고 별명이 콧수염이라고 했어요.”장진?염구준은 낯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가볍게 말했다.“계속 해요.”“장진은 운종호 조직의 제2인자고요.”계춘휘는 허리를 굽힌 상태로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콧수염은 장진이 가장 신뢰하는 동생이고 우리 여행사의 보호료도 그 사람에게 들어가고 있어요.”“방금 그에게서 전화가 왔고 장진이 대표님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어요.”만나고 싶다고?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염풍호텔 입구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수영장에 있는 손가을과 진영주를 바라보며 가볍고 손을 흔들었다.“잠깐 나갔다 올게.”“반경 천 미터 이내에서는 어떤 위험도 내 눈을 피할 수 없으니 안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말을 마친 염구준은 계춘위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염 대표님 맞죠?”호텔 정문 밖에는 콧수염이 두 명의 일행은 멀리서 걸어오는 염구준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장진형을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게요. 카페에서 있었던 일은 오
콧수염의 위협에도 염구준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손 한번 까딱이면 모두 달려들 것이라고?전투의 신에게는 머릿수가 늘어나고 모두가 무신이더라도 무슨 차이가 있을까?모두 보잘것없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는 무적이었다.“대표님, 오해하지는 마세요.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고 장진형의 성의를 표현하려는 거예요.”콧수염은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장진형이 비록 이인자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운종호에 불만이 늘어가 오래전부터 반란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장진형의 실력과 밑에 있는 118명 형제들을 생각하면 대표님이라도 섣불리 행동하시면 안 될 것 같네요. 만약 우리가 손을 잡으면 운종호를 처리하고 장진형이 섬을 차지해 대표님께 야자를 공급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 아닐까요?”“어깨를 나란히 하면 모두 이로울 것이고 맞서려 하면 두 쪽 모두 손해를 볼 것인데 생각을 잘 하셔야지 않을까요?”쌍방 손실?장진 따위가?말도 안 되는 소리!“당신의 헛소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군요.”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염구준이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두 나라가 전쟁 중일 때 서로 협상해야 하는 것은 예로부터 정해진 규칙이죠.”“하지만 규칙은 약한 자를 구속할 뿐, 그 규칙을 만들고 규정짓는 것이야말로 진전한 강자가 아닐까요?”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손바닥을 뒤집었다.“퍽!” 소리와 함께 콧수염은 몸이 부르르 떨렸고 복부에 통증이 가해졌다.그는 공포에 가득한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감히 나까지 망쳐버린 거야? 당신....”“원한을 품을 게 아니라 내게 감사해야지.”염구준은 손을 거두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염풍도의 운종호 조직은 언젠가 망하게 돼 있어요. 오늘 당신의 무예를 약화시켜 일반인이 되면 더 이상 죄를 범하지 않을 것이고 게다가 목숨도 건진 셈이죠.”“무예에 비하면 생명이 더 중요하죠. 그렇지 않나요?”말을 마친 염구준은 계춘위와 함께 수영장
피 튀기는 싸움...장진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다 빠르게 번뜩였다.콧수염의 말대로 계속 주저한다면 염구준이 움직일지 여부를 떠나 형제들도 내키지 않을 것이고 콧수염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부하들을 어떻게 복종시킬 수 있을까?마음을 사는 것은 리더가 가져야 할 전술이다.“염구준, 원래는 너와 한번 놀아보려고 했는데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렇다면 본때를 보여 줄 수밖에!”장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콧수염은 우리의 형제이니 이대로 억울하게 둘 수는 없다!”“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너희들이 말해 봐!”이건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울려 그들의 투지를 자극하는 것이었다!“복수! 복수!”모두들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형제들을 모아 염풍호텔로 쳐들어가 콧수염 형을 대신해 복수하시죠!”“그래!”장진의 얼굴은 무시무시하게 변했다.“모두 불러서 염구준을 처리한다.”장진은 매우 신속하게 움직였다.10분도 채 안 되어 120명이 모였고 그중에 무술 고수가 30명, 대가가 30명이 속해 있었다. 그들은 서해안에 집합해 버스 2대와 벤 6대에 올라 어둠을 가르며 염풍호텔로 향했다....한편, 염풍호텔.계춘휘는 펜트하우스 베란다에 서서 야간 망원경으로 주위의 동태를 살피다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렸다.“대표님이 추측이 맞았어요. 그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요.”“버스 2대와 벤 6대는 모두 장진의 사람이에요.”진짜 하늘이 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계춘휘의 옆에 있던 염구준은 무심하게 아래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내가 직접 본때를 보여줄 것이니 가을이와 영주를 잘 부탁해요.”말을 마친 염구준은 계춘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천천히 계단으로 내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끽-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와 벤들이 염풍 호텔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호텔로 곧장 쳐들어갔다. 질서 정연한 것이 특수훈련을 거친 몸들이었고 모두 살기를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