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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존주님….”

도천연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지만, 흑풍 존주의 무관심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데 강요할 수는 없었다. 대신 도천연은 직접 가문에 돌아가 상황을 설명하기로 결심했다. 가문의 도움 없이 염구준을 제거할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흘 후, 용하국 서북, 붉게 물든 단풍입이 나부끼는 산골짜기 사이로 적색 장포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존주님께서 예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가문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계십니다.”

도천연이 적색 장포를 입은 남자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하지만 가문을 향한 존주님의 충성심만큼은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 방방곳곳 옥패를 찾아 헤매는 것도 모두 가문 때문입니다.”

‘가문으로 돌아오길 원치 않지만, 마음은 변치않았다라…’

적색 장포를 입은 남자가 도천연을 향해 몸을 돌리며 냉소를 지었다.

“그렇단 말이지?”

시큰둥한 그의 반응에 도천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남자의 별호는 적풍상인, 이미 30년 전에 반보천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또한 과거, 흑풍 존주에게 있었던 그 일을 옆에서 목격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 사건은 흑풍 존주가 아직 한참 청춘이었을 때 일어났다. 그에겐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가문 어른들의 반대로 무정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여자는 이 계기로 목숨을 잃었고 흑풍 존주는 분노해 옥패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가문을 떠났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나도록 다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문보다 사사로운 정을 더 중요시 여긴 녀석이, 충성?”

적풍상인이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천연을 향해 말했다.

“굳이 그 녀석을 위해 변명할 필요 없다. 가문에서도 별로 그 녀석을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으니. 하지만 한가지만 기억하거라!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든 상관치 않겠지만, 항상 가문의 임무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옥패의 행방을 알게된다면 미루지 말고 즉시 내게 보고하거라!”

역시나 가문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옥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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